430. 황혼의 무도(8)
(1454) 황혼의 무도-15
방으로 들어선 김학술은 먼저 문 옆의 전등 스위치부터 껐다.
그러나 들어선 순간 쪼그리고 앉아 있는 오금주의 모습은 보았다.
오금주 또한 방안으로 들어선 김학술을 보더니 화들짝 놀랐다.
그 다음 순간 방안에 어둠이 덮여진 것이다.
“아이구머니.”
김학술이 다가가 섰을 때 오금주가 소스라치며 물러서더니 비명을 질렀다.
공포에 질린 목소리였다.
“살려주세요.”
했다가 오금주는 김학술이 앞쪽에 쪼그리고 앉자 벽에 등을 딱 붙였다.
그때 김학술은 오금주가 입은 카디건을 거칠게 젖혔다.
“어머나.”
비명을 지른 오금주가 카디건 깃을 쥐었다가 거친 힘에 밀렸다.
카디건이 벗겨지자 김학술은 오금주의 바지 후크를 움켜 쥐었다.
그 순간 김학술의 머리끝에 쭈뼛하는 느낌이 왔다.
익숙한 바지였다.
만지기만 했는데도 이 바지는 기억이 나는 것이다.
옆구리에 후크와 지퍼가 있는 이 바지는 오금주가 자주 입었다.
오금주는 이 바지까지 싸들고 도망간 것이다.
“왜, 왜 이러세요?”
바지 끝을 움켜쥔 오금주가 비명처럼 물었다.
“이러지 마세요.”
했다가 오금주는 훌쩍였다.
“우리를 어쩌시려고 그러세요?”
김학술이 대답할 리가 없고 오금주가 기를 쓰며 또 물었다.
“이러려고 저를 끌고 오신 건가요?”
그러자 김학술이 잇새로 말했다.
“응.”
그 소리를 들은 오금주가 와락 물었다.
“그럼 제 남편도 같이 살려주실 건가요? 저하고 자고 나면요.”
“응.”
“정말이지요?”
“응.”
목소리에 잔뜩 힘을 주고 대답은 했지만 김학술은 긴장이 되었다.
그래서 오금주의 손을 비틀어 떼어 내고는 바지 지퍼를 내렸다.
“약속해 주세요.”
하고 오금주가 말했지만 더이상 바지는 잡지 않았다.
바지를 벗긴 김학술이 팬티를 찢어 버린 것은 울컥하고 분노가 치솟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오금주는 법적인 아내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 오금주에게 얼굴을 내민다면 몸을 줄 리가 없다.
“약속해 주시는 거죠?”
손으로 아래를 가리는 시늉을 하면서 오금주가 다시 물었을 때 김학술은 잇새로 대답은 했다.
“응.”
그러면서 김학술은 오금주를 방바닥에 밀어 넘어뜨렸다.
방안은 먹물 속처럼 어두웠지만 이제 어둠에 익숙해진 눈에 오금주의 윤곽이 선명했다.
벗겨진 아랫도리가 부옇다.
마스크를 쓴 얼굴에 열이 올라 땀이 흘러내렸다.
김학술은 오금주의 몸 위에 버티고 서서 바지를 벗었다.
그러자 아까부터 곤두서 있던 연장이 용솟음치면서 드러났다.
팬티까지 벗은 김학술이 오금주 위에 엎드렸다.
오금주는 두 팔을 방바닥에 붙인 채 반듯이 누워 있다가 몸이 부딪친 순간 흠칫했다.
김학술은 심호흡을 했다.
지금 이 상황의 성욕이 부끄럽긴 하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것은 아마 질투심 때문일 것이다.
오금주가 그놈하고 도망친 이후부터 몸이 그리워졌다.
그놈하고 엉켜 있는 것을 상상할 때마다 뜨거워졌던 것이다.
김학술은 곧 남성을 쥐고 오금주의 샘 끝에 붙였다.
이 샘에는 익숙하다.
(1455) 황혼의 무도-16
오금주하고는 25년을 살았다.
오늘은 오금주의 몸을 마지막으로 안게 되는 날이다.
김학술은 문득 오금주의 몸 안에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켰다.
방문을 열고 나온 김학술은 마당에 서 있는 박경택을 보았다.
시선이 마주치자 경택은 서둘러 머리를 돌렸다.
방안의 모든 소음을 다 들었을 것이었다.
마스크를 벗고 얼굴의 땀을 소매로 닦으면서 김학술이 경택에게로 다가갔다.
“우리, 가자구.”
“예?”
이제는 경택이 놀란 표정을 짓지 않았다.
어둠속에서 차분해진 얼굴로 김학술을 본다.
얼굴의 땀을 닦은 김학술이 밤공기를 폐안으로 가득 들이켰다.
지금 오금주는 방안에서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못하고 늘어져 있을 것이었다.
오금주는 무려 다섯번 절정에 올랐다.
두번, 세번까지 절정에 다다랐을 때 거의 한계에 이른 것 같던 오금주는
네번째 김학술이 시도했을 때 같이 죽겠다고까지 했다.
그러고는 펑펑 울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금주는 날개라도 달린 것처럼 네번째 정상에도 올랐다.
늘어졌던 오금주가 깨어나더니 이제는 아저씨가 누구냐고 정색하면서 묻는 것이었다.
자기를 데리고 가서 살라고도 했다.
자신의 몸이 이렇게 되어 있는지 몰랐다면서 횡설수설했다.
다섯번째 했을 때 오금주는 늘어진 채 김학술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대로 죽어 버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무려 4시간 반 동안이나 정사를 치른 터라 김학술도 물론 허리가 아팠다.
그러나 다리는 멀쩡했다.
새벽 3시가 되어 가고 있었으므로 경택의 부하들도 어디 박혔는지 보이지 않았다.
김학술이 입을 열었다.
“저것들 그대로 두고 가자구.”
턱으로 아직도 불이 꺼진 방을 가리킨 김학술이 말을 이었다.
“미련 없어, 이제는.”
“네, 알겠습니다.”
경택이 무슨 말을 하겠는가?
조철봉의 외삼촌이 되시는 어른인 것이다.
몸을 돌렸던 경택이 다시 김학술을 보았다.
“남자 묶은 걸 풀어줄까요?”
“놔둬. 여자가 풀어주겠지.”
“그렇군요.”
머리를 끄덕인 경택이 어둠속으로 사라진 지 1분도 안 되어서 주위가 소란해졌다.
승합차 시동이 걸리면서 전조등 빛에 비친 주위가 환해졌다.
김학술이 미련 없이 차에 오르자 승합차는 곧 출발했다.
방안에 남겨진 둘은 다 들었을 것이다.
샛길을 달리던 차가 국도로 나왔을 때 눈을 감고 앉아 있던 김학술이 입을 열었다.
“내가 어떻게 사례를 하면 좋겠나?”
그러자 경택이 질색을 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는 이미 사장님한테서….”
“그럴 수는 없지.”
김학술이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수표를 경택에게 내밀었다.
“내가 혼자 살다 보니까 돈을 좀 갖고 다녀.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거든.”
경택이 손을 내밀지 않았으므로 김학술은 수표를 아예 주머니에 쑤셔넣어 주었다.
“직원들하고 나눠 써. 내 사례금이야.”
“이러시면 안 됩니다.”
그러면서 주머니에서 수표를 꺼내려는 경택의 팔을 김학술이 눌렀다.
“그럼 안 돼. 내가 지금 얼마나 개운한지 자네는 모를 거야. 그러니까 받아야 돼.”
김학술의 목소리가 가라앉아 있었으므로 경택은 움직임을 멈췄고
차 안에 탄 모두는 몸을 굳혔다.
그때 김학술의 말이 이어졌다.
“자네들은 우습게 보았겠지만 나로서는 그 방법밖에 없었네.
그리고 만족하네. 나는 앞으로 미련 없이 잘 살 거야. 모두 자네들 덕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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