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428. 황혼의 무도(6)

오늘의 쉼터 2014. 9. 4. 00:00

428. 황혼의 무도(6)

 

 

 

 

(1450) 황혼의 무도-11 

  

 “그것은 마약보다도 더 강한 중독성이 있어서 한번 맛을 알고 나면 참기가 어렵다.

 

온몸이 근질거리고 비비 꼬이는 것은 물론이며 열과 땀이 나면서 조급해진다.

 

헛소리까지 뱉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눈이 충혈되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다가 사고가 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섹스 중독이다.

 

섹스 중독은 낮은 단계에서는 색을 밝힌다는 것쯤으로 인식되었다가 맛을 알아버린 다음에는 미친다.

 

지금 천윤희가 그 꼴이 되었다.

 

김학술은 겪어봐서 안다.

 

시선만 닿아도 온몸이 찌릿해진다고 제자 중 하나가 말해 주었었다.

 

다시 침대로 돌아온 김학술이 천장을 향하고 반듯이 누웠지만 아직 천윤희의 몸은 식지 않았다.

 

김학술이 막 달궈놓기만 하고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 전에 끝난 그 황홀한 경험 때문에 천윤희는 생침만 넘어갔다.

 

그렇다고 도망간 마누라가 떠올라 김이 샌다면서 누운 김학술을 덮칠 수는 없다.

“내가 도와줄 일은 없어?”

하고 천윤희가 건성으로 물었으나 김학술은 대답 대신 눈을 감았다.

 

다 전술이다.

 

일단 맛을 보여주고 애를 먹이는 것은 만국 공통의 작전이다.

 

섹스뿐만이 아니라 사업에 이르기까지 다 통한다.

 

이용근에게는 펄쩍 뛰면서 두번 다시 말도 꺼내지 못하게 했지만 천윤희를 그냥 놔둘 생각은 없다.

 

그냥 봉사만 하고 만다면 지나던 개도 웃을 것이다.

 

미쳤다고 뇌가 멍해질 정도로 딴생각을 하면서 쾌감을 차단시키겠는가?

“아냐, 없어.”

김학술이 눈을 감은 채 낮게 대답했다.

“미안해. 내가 가끔 이래.”

“이해해.”

하면서 천윤희가 손을 뻗어 김학술의 배 위에 올려놓았다.

 

천윤희의 손은 뜨거웠다.

 

그리고 지금 온몸이 달아오르고 있다.

 

조금전에 경험했던 쾌락이 뇌에 확실하게 입력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른침을 삼킨 천윤희가 이번에는 어깨까지 붙였다.

“자기야, 내가 좀 여유가 있는데.”

하고 천윤희가 다시 입을 열었지만 김학술은 눈을 뜨지 않았다.

 

그러나 심장 고동이 10%는 빨라졌다.

 

기다리고 있었던 말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예상보다 좀 빨랐다.

 

그것은 첫번째 정사가 천윤희에게 감동을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천윤희의 말이 이어졌다.

“5백에서 1천 정도는, 내가 이런 말 한다고 해서 불쾌하게 생각하지 마.

 

나, 자기가 연금도 받고 생활에 지장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어.”

“… ….”

“하지만 내가 도와줄 건 그런 것밖에 없어서 그래.

 

내가 정신적으로 친구가 되어 준다고 해도 우습지. 안 그래? 우리 나이에 말야.”

“… ….”

“현실적으로 놀아야지. 돈이면 다 되는 세상 아냐?

 

돈은 있으면 있을수록 더 쓸 데가 많아지는 법이고.”

“… ….”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

그때 김학술이 눈을 떴다.

 

그러고는 천윤희에게 정색하고 말했다.

“내 거 만져 봐. 지금도 섰나.”

그러자 천윤희가 금방 연장을 만지더니 생기 띤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직도 서 있어.”

“그럼 네가 위에서 해. 넣으라고.”

태연하게 말하고는 김학술이 다시 눈을 감았다.

 

아직도 고뇌에 덮인 표정이다.

“얼른, 식기 전에.”

천윤희가 1천까지 말했지만 그 다섯배는 받아야 한다. 

 

 

 

 

 

 

(1451) 황혼의 무도-12

  

 “아이구, 삼촌.”

하고 조철봉이 떠들썩한 목소리로 부르고는 허리를 숙여 보였지만

 

과장된 행동인 것이 금방 드러났다.

 

자리에 앉자마자 금방 정색했기 때문이다.

 

진정 반가운 사이라면 이런 표정이 될 수가 없다.

“어, 그래.”

앉은 채로 건성건성 머리를 끄덕이며 인사를 받는 김학술도 보통은 벗어났다.

 

조철봉의 과장된 인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학술은 조철봉의 외삼촌이다.

 

즉 조철봉 어머니의 동생이다.

 

그러나 둘은 사이가 좋지 않아서 일년에 한두번이나 통화를 하는 사이였고

 

조철봉과 학술은 더 적조했다.

 

요즘 몇년 동안 통화도 하지 못했다.

 

그런 학술이 갑자기 회사 근처까지 찾아와 커피숍에서 불러낸 것이다.

 

학술이 눈을 가늘게 뜨고 조철봉을 보더니 먼저 입을 열었다.

“갑자기 웬일이냐고?”

그러더니 제 질문에 제가 대답했다.

“네 회사 직원 중에서 믿을 만한 놈 하나만 빌려줘야겠다.

 

나하고 며칠간 같이 할 일이 있거든.”

조철봉이 눈만 껌벅였으므로 학술은 덧붙였다.

“뭐, 내 보디가드 역할하고 심부름을 하면 돼.

 

그러니까 힘 좀 쓰고 눈치 빠른 놈이면 좋겠다.”

“삼촌.”

“야, 그런 얼굴로 나 쳐다보지 마라.”

눈을 치켜뜬 학술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오전 11시였다.

 

손님이 없는 시간인지 커피숍에는 손님이 그들 둘뿐이었다.

“뭐, 사기치거나 등치는 일은 아니니까 걱정마.

 

난 그저 믿을 만한 놈이 필요한 거야.

 

너도 알다시피 내 주변에는 건달만 있거든.

 

그렇다고 돈을 주고 사람을 사기도 불안하고.”

“무슨 일인데요?”

마침내 조철봉이 묻자 학술은 먼저 담배부터 꺼내 물었다.

 

라이터를 꺼내는 학술을 조철봉은 잠자코 보았다.

 

어머니에게 하나밖에 없는 혈육이지만 학술은 젊었을 때부터 속을 썩였다.

 

그동안 어머니한테서 돈을 뜯어간 것도 수십번, 온갖 거짓말을 다 동원해서

 

수천만원을 얻어 갔고 맨 나중에는 어머니의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 융자를 받으려다가

 

마지막 단계에서 들통이 났다.

 

그것이 5년쯤 전이었고 그후부터 전화만 가끔 했다.

 

조철봉의 기억으로는 그때 이후로 둘은 만나지도 않았다.

 

어머니가 삼촌 이야기만 나오면 경기를 일으켜 조철봉이 나설 수도,

 

또 그럴 의욕도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학술은 조철봉에게 좀 신비스러운 존재였다.

 

이상하게도 학술은 조철봉에게는 한번도 사기를 치거나 손을 내밀지도 않았다.

 

하긴 학술은 국영기업체인 석유공사에서 기술직으로 근무해온 터라 백수도 아니다.

 

조철봉이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지만 춤을 배우게 된 동기가 바로 학술 때문이었다.

 

10년쯤 전에 어머니 심부름으로 학술을 만나러 갔다가 교습소에서 춤을 추는 학술을 보았던 것이다.

 

그때의 학술은 온 몸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

 

지금도 조철봉은 학술의 그 모습을 기억한다.

 

부드럽게 여자를 리드하며 춤을 추는 학술의 모습은 어머니가 욕해온

 

사기꾼, 건달, 오입쟁이, 등신이 아니었다.

 

그때 담배 연기를 내뿜은 학술이 입을 열었다.

“네 숙모가 어떤 놈하고 눈이 맞아서 도망간 지 일년반이 되었다”.

놀란 조철봉이 침만 삼켰고 학술의 말이 이어졌다.

“그년이 지금 그놈하고 같이 살고 있는 곳을 알았는데 나 혼자로는 안돼.

 

힘 좀 쓰는 놈이 날 좀 도와줘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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