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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장 중국손님 (23)

오늘의 쉼터 2014. 9. 3. 11:35

제17장 중국손님 (23)

 

 

 

 “나리께서는 우선 입궐을 하셔서 나라의 어지러움과 민심의 흉흉함을 들어 용춘공의 등용을

간청하십시오. 용춘공이나 춘추의 자질을 극찬하면서 나라의 장래를 위해 그들 두 부자에게

벼슬길을 터주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면 전하께서도 춘추의 앞날을 감안해 틀림없이

이를 흐뭇하게 여기실 겝니다.

그들 두 부자가 당나라에까지 명성이 자자하다는 것도 이번 계책을 쓰는 데는 아주 좋은 구실이올시다. 그리하면 나리께서는 인심을 얻고, 용춘공은 관직과 벼슬을 얻어 다시 세상에 나올 것입니다.

일은 그 다음부텁니다. 용춘공이 벼슬길에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조정의 백관들로 하여금

일제히 그의 품계 문제를 거론하고 나서면 일은 반드시 성사됩니다.

명분은 바로 전날의 역모 사건이올시다. 나랏법에 역모를 꾀한 자는 반드시 그 구족(九族)을

함께 멸하여 후환을 없애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 전죄가 있는 사람에게 다시 중책을 맡기는데 어찌 후일에 대한 방비가 없을 것이며,

항차 대위에 오를 수 있는 골품을 그대로 지니도록 할 수 있겠나이까.”

백반이 들어보니 칠숙의 말대로만 된다면 용춘과 일평생 다투어온 문제가 한순간에 해결될 뿐더러

지금 걱정하는 춘추의 일도 절로 해결이 되는 셈이었다.

그는 염종의 제안보다 칠숙의 계책이 한결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품계를 깎아내린다면 용춘이 과연 벼슬을 살려고 하겠는가?

벼슬을 내놓고 다시 물러나버린다면 일껏 꾸민 일이 말짱 헛수고가 아닌가?”

백반이 걱정스럽게 묻자 칠숙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용춘공은 의로운 데가 있는 사람입니다.

전하께서 나라의 어지러움을 들어 간곡히 출각을 권유하고 그가 이를 수락한 뒤라면 결국에는

다시 물리지 않을 것입니다.”

한동안 궁리에 잠겼던 백반은 이윽고 결심이 선 듯 환한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

“과연 공은 책략이 비상한 사람일세! 어쨌거나 나로선 손해날 것이 없고,

비록 일을 그르치더라도 인심은 얻을 것이며, 용춘을 죽여 없애는 일은 차후에

다시 생각해도 늦지 않을 터이니 어찌 이를 따르지 않겠는가!”

칠숙의 말을 좇기로 작정한 백반은 이튿날 날이 밝는 대로 입궐해 임금에게 용춘의 등용을

간청할 계획이었다.

용춘이 스스로 백반의 집을 찾아온 것은 바로 그럴 무렵이었다.

용춘이 자신을 찾아올 것이라곤 꿈에서조차 상상하지 못했던 백반은 하인을 통해 연통을 받자

반신반의하면서도 허둥지둥 당황할 정도로 크게 놀랐다.

“필경 용춘이렷다?”

“그렇습니다요.”

“무슨 일로 왔다고 하더냐?”

“문후를 여쭈러 왔다고 합니다요.”

백반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서 안으로 뫼셔라, 어서!”

마음 한구석에 미심쩍은 느낌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는 곧 방안의 식객들을 모두 사랑채로 물리고

신을 거꾸로 신은 채 중문까지 달려 나왔다.

찾아온 사람은 틀림없는 용춘이었다.

“형님께서는 그간 평강하셨습니까.

아우가 불초한 탓에 오랫동안 문후를 여쭙지 못하였습니다.”

백반을 본 용춘이 만면에 웃음을 띤 채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용춘의 입에서 형님이란 소리까지 듣고 나자 백반의 입은 있는 대로 벙그러졌다.

“헛헛, 아우님께서 어인 일로 내 집에를 다 오셨는가?

육십갑자에 이 같은 일을 처음 당하니 너무 반가워 경황이 다 없네!”

“모두가 저의 부덕하고 어리석은 탓입니다.

모쪼록 형님께서 너그럽게 용서해주십시오.”

용춘이 다시금 선 채로 반절을 했고 백반은 와락 달려들어 그런 용춘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이 사람, 형제간에 용서를 하고 말고가 어딨는가? 잘 오셨네! 날이 차니 어여 안으로 드세나!”

용춘은 백반에게 거의 이끌리다시피 안채로 들어갔다.

양자가 자리를 잡고 앉자 용춘이 먼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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