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불꽃(12)
(1417) 불꽃-23
정현주는 기어코 꽃집을 다시 하겠다고 해서 천안에다 가게를 마련해 주었다.
가게 위치가 사무실 빌딩이 운집해있는 요지여서 조철봉이 보기에도 장사가 잘 될 것 같았다.
“은혜 꼭 갚을게요.”
꽃집을 오픈한 날 밤에 집에 들른 조철봉에게 현주가 말했다.
은혜라는 말이 거창하게 들렸으므로 조철봉은 그냥 웃기만 했다.
현주의 아파트는 30평형으로 현주 식구가 살기에는 넉넉했다.
이제는 조철봉하고 친해진 미라가 다가와 옆에 앉더니 몸을 붙이고 TV를 본다.
“오늘 주무시고 가실 거죠?”
힐끗 벽시계를 본 현주가 물었으므로 조철봉은 상반신을 세웠다.
“나, 내일 출장을 가야 하기 때문에….”
“출장요?”
금방 얼굴에 그늘이 덮인 것처럼 어두워진 현주가 조철봉을 보았다.
미라도 덩달아서 조철봉에게 물었다.
“아저씨, 어디 가?”
어린애들의 눈치는 어른보다 더 빠른 것 같다고 조철봉은 느껴왔다.
영길이도 그렇고 여기 미라도 같다.
“음, 몽골에.”
“몽골?”
현주가 물었을 때 미라도 흉내를 냈다.
“몽골?”
“응.”
정색한 조철봉이 현주를 보았다.
우연이겠지만 현주하고 강릉에서 돌아온 지 오늘로 딱 한달째가 된다.
그동안 현주는 이곳 새 아파트로 이사했고 오늘 가게까지 오픈했다.
미라는 내일부터 근처 유아원에 다닐 예정인데
시골에서 외할머니가 올라와 봐주시기로 결정이 되었다.
이제 현주의 얼굴은 밝다. 환하다.
“좀 걸릴 거야.”
조철봉이 그렇게 말하자 현주가 시선을 내렸다.
“난 다 필요없어.”
혼잣소리처럼 말했지만 조철봉은 들었다.
현주가 이제는 또박또박 말했다.
“당신 없으면 다 무의미해.”
“무슨 소리야?”
미라를 의식한 조철봉이 낮게 묻자 현주가 시선을 들었다.
어느새 두눈에 눈물이 가득 괴어 있었다.
“나, 떠나려고 그러지?”
“내가 왜?”
“요즘 서둘러서 내 주변을 만들어 주는 것 보면서 불안했어.”
“엄마.”
그때 미라가 현주의 몸을 흔들었다.
“왜 아저씨한테 소리 질러?”
소리 지른 것은 아니었다.
그때 조철봉이 심호흡을 하곤 팔을 뻗어 현주의 어깨를 안았다.
가운데 끼어 앉았던 미라가 둘의 틈새에 갇혔지만 깔깔 웃었다.
“출장이야.”
조철봉이 이맛살을 찌푸리고 말했다.
“바가지 긁지 마라. 피곤하다.”
현주에게는 이런 식의 대응이 낫다.
어디 이런 경우가 한두번인가?
조철봉이 짜증난다는 표정을 짓고 말을 이었다.
“내가 도망칠까 봐서 그러냐? 내가 왜? 너한테 투자한 것이 얼마라고?”
현주가 이제는 눈을 크게 떴고, 조철봉의 말이 이어졌다.
“돈 아까워서도 도망 안가. 아니 못가.”
“그럼 됐어.”
아직 눈에 의심의 기색은 좀 있었지만 현주가 다부지게 말했다.
“나, 바가지 긁지 않을 테니까 도망가지 마. 꼭 돌아오란 말야.”
“알았어.”
“난 당신하고 한달에 한번 만나도 불꽃처럼 살거야. 진짜 불꽃.”
꽃집 주인이 불꽃이야기를 하니 어울렸다.
<다음 계속>
'소설방 > 강안남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413. 솔롱고스(2) (0) | 2014.08.31 |
---|---|
412. 솔롱고스(1) (0) | 2014.08.30 |
410. 불꽃(11) (0) | 2014.08.30 |
409. 불꽃(10) (0) | 2014.08.30 |
408. 불꽃(9) (0) | 2014.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