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413. 솔롱고스(2)

오늘의 쉼터 2014. 8. 31. 17:18

413. 솔롱고스(2)

 

 

 

 

(1420) 솔롱고스-3

 

 

차가 멈춰선 곳은 빌딩 앞이었는데 간판도 보이지 않았고 주위는 어두웠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차에서 내린 조철봉과 최갑중을 향해 바트가 앞장을 서며 말했다.

 

건물 옆으로 돌아갔을 때 출입구가 보였는데 바트가 문을 열자

 

불빛이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러더니 사내 하나가 그들을 맞았다.

“어서 오십시오.”

한국인이다. 40대쯤의 한국인이 반색을 하더니

 

조철봉과 갑중을 안으로 안내했는데 바트는 따라 들어오지 않았다.

 

밖에서 기다린다는 것이다.

 

안은 제법 장식이 화려했지만 싸구려 티가 났다.

 

그러나 오히려 이쪽 분위기에 어울렸다.

 

만일 이곳이 서울 강남의 일급 룸살롱처럼 시설을 했다면 뭔가 더 이상했을 것이다.

 

사내는 그들을 안쪽의 방으로 안내했는데

 

복도 좌우에 서너개씩 문이 있었고 안에서 노랫소리가 들렸다.

 

물론 한국 노래였고 여자도 부른다.

 

사내가 그들을 방 안으로 안내하더니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양주 하시지요. 국산이 있습니다.”

그러고는 덧붙였다.

“한국서 공수해온 진짜올시다.”

“그러지요.”

갑중이 나서서 대답했다.

“안주도 알아서 가져오시고.”

“바트한테서 들었습니다. 잘 모시겠습니다.”

허리를 깊게 꺾고 절을 한 사내가 뒤늦게 제 소개를 했다.

“김준영입니다. 제가 위층 호텔까지 같이 경영하고 있지요.”

건물 위층은 호텔인 모양이었다.

 

다시 절을 한 사내가 나갔을 때 갑중이 조철봉을 보았다.

“지난번에도 여기하고 비슷한 곳에 들렀었는데 거기도 한국사람이 주인이었습니다.”

갑중이 말을 이었다.

“룸살롱은 한국인 여행자나 한국인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것 같습니다.”

조철봉이 잠자코 머리만 끄덕였다.

 

이곳은 중국하고도 조건이 다른 것이다.

 

그때 주인이 다시 들어섰는데 그 뒤를 아가씨들이 따랐다.

 

모두 10여명이 넘는 데다 늘씬했고 미인이다.

 

중국은 물론이고 한국 룸살롱에도 결코 뒤지지 않는 미모들이었으므로

 

조철봉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대기실에 또 있습니다.”

조철봉의 눈치를 살핀 주인이 환한 표정으로 말했다.

“여긴 인적 자원이 풍부하지요.”

“그런 것 같군요.”

머리를 끄덕인 조철봉이 아가씨들을 훑어보았다.

 

그러고는 옆모습만 보인 채 숨듯 서있는 아가씨를 골랐다.

“괜찮군요.”

갑중이 감탄한 표정으로 조철봉의 파트너를 보았다.

“과연 형님은 안목이 높으십니다.”

“시끄러.”

조철봉이 이맛살을 찌푸리는 시늉을 했지만 곧 웃었다.

“숨어 있는 것처럼 서있었는데 시선을 끌려는 쇼일 수도 있지.

 

곧 알게 되겠지만 말야.”

“그랬습니까? 전 못 보았습니다.”

그러더니 갑중이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인 키 크고 마른 몸매의 아가씨를 지명했다.

 

얼굴도 미인이다.

 

더구나 꼭 한국여자 같다.

 

중국이나 베트남, 일본 등의 동양여자는 어느 한구석이라도 조금씩은 다르게 보였지만

 

몽골 여자는 아니다.

 

영락없다.

 

동네 아가씨를 보는 것 같다.

 

그리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은 같은 피가 흐르기 때문인가?

 

그럼 혹시 나도 몽골군이 와서 뿌려 놓은 핏줄인가?

 

 

 

 

 

 

(1421) 솔롱고스-4

 

 

“네 이름은?”

조철봉이 한국어로 물었지만 대답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아가씨가 조철봉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 요기입니다.”

한국말이다. 그것도 유창하게 발음한다.

놀란 조철봉이 들었던 술잔을 내려놓고 아가씨를 보았다.

 

조그만 얼굴이다.

 

그러나 몸매는 늘씬했고 눈이 맑다.

 

조그만 얼굴을 만들려고 뼈를 깎는 한국 여자가 얼마나 많은가?

 

얼마전에 조철봉은 평소 좋아했던 TV탤런트의 고교시절 사진을 보고나서

 

한 이틀쯤 식욕을 잃은 적이 있다.

 

얼굴을 완전히 개조했던 것이다.

 

광대뼈도, 턱뼈도. 깎아서 전혀 다른 얼굴이 되어 있었다.

 

그럼 그 여자의 아이는 제 본래 엄마의 얼굴을 닮고 태어날 텐데

 

그때는 저만 예쁜 얼굴을 쳐들고 다닐 텐가?

 

아마 제 딸을 데리고 다니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조철봉은 요기라고 한 몽골 아가씨의 얼굴을 찬찬히 보았다.

 

한국말까지 하니 한국 룸살롱에 온 것 같았다.

“그래, 요기. 너 몇살이냐?”

다시 한국어로 묻자 요기가 대답했다.

“네, 스물하나입니다.”

그러고는 제 발음이 정확한데도 영어로 덧붙였다.

“투에니 원.”

“으음.”

조철봉은 감격했다.

 

아가씨들이 들어와 벽에 붙어서 늘어섰을 때

 

요기는 구석쪽에 등을 딱 붙이고 옆모습만 보였었다.

 

다른 아가씨들은 시선을 맞추려고 애를 썼는데 요기 혼자만 달랐다.

 

그래서 그것이 오히려 시선을 끌려는 쇼가 아닌가 의심스러웠다.

 

어쨌거나 옆모습이라도 예쁘지 않았다면 쇼건 아니건 부르지도 않았다.

 

조철봉이 다시 물었다.

“요기, 너, 직업이 뭐야?”

“예. 직업은 없구요.”

요기가 또박또박 말했다.

“학생입니다.”

“대학생?”

“예, 한국어학과 3학년.”

“으음.”

다시 감격한 조철봉이 흥을 참지 못하고 앞에 앉은 갑중을 불렀다.

 

갑중은 여자의 어깨를 팔로 감아 안고는 귀에다 뭐라고 소곤대는 중이다.

“야, 얘가 한국어학과 3학년이랜다.”

“예. 얘도 그렇습니다.”

갑중이 제 파트너의 어깨를 더 당겨 안으면서 말했다.

 

그게 어떠냐는 표정이다.

“같은 반이라는대요.”

“이런.”

입맛을 다신 조철봉이 갑중에게 눈을 치켜떴다.

“걔, 한국말 잘 해?”

“예. 지금 대장금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김이 조금 샌 조철봉이 다시 요기에게 시선을 돌렸다.

“요기, 네 꿈은 뭐냐?”

“네. 한국에 가는 겁니다.”

요기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하더니 처음으로 엷게 웃었다.

“손님들이 많이 물어봐서 대답이 빠릅니다.”

자주 물어보는 바람에 대답이 익숙해졌다는 말이었다.

 

조철봉이 정색하고 머리를 끄덕이고는 다시 물었다.

“한국에 가서 뭐하려고?”

“돈을 벌려고.”

“돈 벌어서 뭐하게?”

“부모, 형제, 할머니, 친척들 잘 살게 해주려고.”

요기는 거침없이 말을 이었다.

“한국은 잘 사는 나라죠, 솔롱고스. 우리도 돈을 벌어서 그렇게 살고 싶어요.”

조철봉은 심호흡을 했다.

 

우리도 30년 전에는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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