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9. 불꽃(10)
(1413) 불꽃-19
다음날 아침, 눈을 뜬 조철봉은 창밖이 환한 것을 보았다.
탁자 위에 놓여진 손목시계가 8시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일어나셨어요?”
옆쪽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조철봉이 머리를 돌렸다.
정현주가 말끔하게 옷을 갈아 입고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시선이 마주치자 얼굴을 펴고 활짝 웃었다.
상반신을 일으킨 조철봉이 눈을 가늘게 뜨고 현주를 보았다.
“오늘은 이곳에서 나하고 같이 있기로 했지?”
“그래요.”
현주가 머리를 끄덕였다.
“하지만 갈아입을 옷도 없고 불편해.”
“옷은 사면 돼.”
“정말 회사 안나가셔도 돼요?”
“전화 몇통화면 돼.”
이제 조철봉은 자연스럽게 반말을 쓴다.
몸을 합치고 나면 친근함이 우러났기 때문이지 결코 무시해서 그런건 아니다.
“그럼, 제가 먼저 저쪽 바닷가에 가 있을테니까 씻고 나오세요.”
현주가 창밖의 바닷가를 눈으로 가리켜 보이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바닷가 식당에서 아침밥 먹어요.”
“그러지.”
자리를 차고 일어선 조철봉이 자신의 알몸을 내려다 보았다.
어젯밤 오랫동안 힘든 일을 해낸 철봉이 건들거리고 있었다.
성이 나지는 않았지만 묵직하게 매달린 가지같다.
“어머.”
힐끗 시선을 주었던 현주가 머리를 돌렸는데 어느새 볼이 빨개져 있었다.
어젯밤 조철봉은 네번 불을 질렀고 현주는 여덟번을 폭발했다.
새벽 네시까지 여섯시간이나 엉켰는데도 바닥을 딛고선 조철봉의 두 다리는 든든했다.
그것은 대포를 발사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참 신기하지.”
알몸인 채 욕실로 다가가던 조철봉이 갑자기 몸을 돌려 현주의 허리를 두팔로 감아 안았다.
“어머, 뭐가요?”
놀란 현주가 상반신을 뒤로 젖혔지만 두 손은 조철봉의 어깨를 잡았다.
“어젯밤 다 죽는 것 같던데 오늘 아침에 이렇게 싱싱한 걸 보면 말야.”
“참내.”
했다가 현주가 두팔로 조철봉의 허리를 마주 안고 물었다.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자기, 정말 괜찮아요?”
“뭐가?”
“어젯밤 그렇게 하고서.”
“내가 어쨌다고?”
“다섯시간이나.”
“자긴 어떻고? 자긴 몇번이나 죽었다가 깨어났잖아?”
“그래요.”
조철봉의 맨 가슴에 얼굴을 붙인 현주가 혀끝으로 젖꼭지를 간지럽혔다.
“하지만 아침에 눈을 뜨니까 기분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어요. 기운이 펄펄나요.”
“내 양기를 다 가져가서 그래.”
“미안해서 어쩌죠?”
“괜찮아.”
“거기가 좀 화끈거리지만 지금도 몸을 움직이면 알알하게 쾌감이 와요.”
“이 여자가 이젠 별 이야기 다해.”
“자기가 그렇게 만들어 놓고는.”
조철봉의 젖가슴에 입술을 붙였다 뗀 현주가 머리를 들더니 입술을 내밀었다.
눈을 반쯤 감았다.
“키스 해줘요.”
조철봉이 입술에 키스하자 현주가 몸을 떼었다.
그러자 상큼한 향내가 맡아졌다.
“빨리 씻고 나오세요. 배고파.”
현주가 생기띤 얼굴로 말하더니 몸을 돌렸다.
(1414) 불꽃-20
“호텔 식당에서 한식으로 아침 식사를 마쳤을 때는 9시반이 되어 있었다.
“저기….”
호텔 현관 앞으로 나온 조철봉이 맑은 하늘을 올려다 보고 나서 말했다.
“우리, 드라이브나 할까?”
“어디루요?”
정현주가 조철봉의 팔을 끼면서 물었다.
목소리가 나긋했고 자연스러운 태도가 영락없이 쉬러 온 부부 같았지만
눈에 수심이 담겨 있는 것처럼 느껴졌으므로 조철봉은 가늘게 숨을 뱉었다.
“그냥.”
조철봉이 발을 떼면서 말했다.
“따라와.”
현주는 조철봉의 팔을 두손으로 감아 안은 채 잠자코 계단을 따라 내려왔다.
계단 밑에는 이미 조철봉의 승용차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운전석 옆자리에 앉아있던
박경택이 서둘러 나와 문을 열어 주었다.
그들은 아침 일찍 서울에서 온 것이다.
둘이 뒷좌석에 오르자 차는 곧 출발했다.
현주는 조철봉이 차와 운전사, 그리고 비서로 보이는 사내까지 대기시킨 것에 좀 긴장한 것 같았다.
조철봉의 옆에 딱 붙어 앉아 있기는 했지만 입을 열지 않았다.
창밖으로 펼쳐진 바다를 열심히 바라보는 시늉을 했다.
조철봉은 시트에 등을 붙이고 눈을 감았다.
지금 차는 강릉 교외의 마을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앞좌석에 앉아있던 경택이 헛기침을 했으므로 조철봉은 눈을 떴다.
국도를 달리던 차가 일차선 도로로 꺾어지는 중이었다.
그 순간 조철봉은 옆에 앉은 현주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조철봉과 시선이 마주치자 현주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곧 닫았다.
그 사이에 두 눈의 흰자위에 핏발이 서더니 물기가 배어나와 번들거렸다.
그리고 입술 끝에서 미세하게 경련이 일어났다.
차는 이제 마을 입구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때 조철봉이 입을 열었다.
“오늘 하루 더 쉬자구. 바닷가에서 말이지.”
현주는 당연히 몸이 굳은 채 가만있었고 조철봉의 말이 이어졌다.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먼저 미라를 찾아오지.”
그때 차가 마을회관 앞에서 멈춰 섰다.
조철봉이 현주에게로 몸을 돌렸다.
“여기 미스터 박이 오천만원 가지고 왔어.
미스터 박하고 같이 가서 돈 주고 미라를 찾아와.”
놀란 현주가 입을 딱 벌렸는데 입술의 경련이 더 커졌다.
그때 조철봉이 눈을 치켜뜨고 말했다.
“어서. 자존심 따질 상황이 아냐.
먼저 자식부터 찾고 보라구.
오늘 오전에 미스터 박이 돈 갖고 미라 엄마가 미라 찾으러 간다고 말해 놓았으니까
저쪽도 기다리고 있을 거라구. 어서.”
그러자 경택이 먼저 내리더니 뒷문을 열었다.
“사모님, 나오시죠.”
그 순간 현주의 눈에서 주르르 눈물이 흘러내렸다.
손등으로 눈을 닦은 현주가 말없이 차에서 내리더니 이제는 앞장서 걸었다.
그 뒤를 경택이 따랐다.
조철봉은 소리 죽여 숨을 뱉었다.
아침에 경택이 미라 엄마가 미라 찾으러 갈 것이라고 연락을 한 것이다.
그러자 미라 고모는 돈만 가져오면 언제든지 보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오천만원에서 만원만 모자라도 안 준다고 했다는 것이다.
“저도 가 보겠습니다.”
운전사 미스터 김이 문을 열면서 말했다.
경택한테서 이야기를 들은 모양이었다.
조철봉이 잠자코 머리만 끄덕이자 미스터 김도 서둘러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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