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412. 솔롱고스(1)

오늘의 쉼터 2014. 8. 30. 15:03

412. 솔롱고스(1)

 

 

 

 

(1418) 솔롱고스-1

 

 

 

 

울란바토르의 징기스 국제공항에 비행기가 도착했을 때는 밤 11시가 되어갈 무렵이었다.

“저기 있군요.”

입국장 대합실로 나왔을 때 조철봉의 뒤를 따르던 최갑중이 앞쪽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안내원이다. 미리 서울에서 연락을 해 놓은터라

 

한국어에 능통한 몽골인 안내원이 나와 있는 것이다.

 

그들이 다가가자 30대쯤의 사내가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손에는 “조철봉 사장님”이라고 한국어로 정성스럽게 쓴 팻말을 들었다.

“어서오십시오. 전 바트라고 합니다.”

“음. 바트.”

갑중이 대신 인사를 받았다.

“밤 늦게 고생이 많구먼.”

“아닙니다.”

갑중은 지난달 몽골에 왔을때 바트를 안내원으로 고용했던 것이다.

 

바트는 공항 건물 앞에 대형 리무진을 대기해 놓았는데 한국산이었다.

 

차에 오르면서 조철봉의 표정을 본 갑중이 설명했다.

“여긴 한국산 차가 무지 많습니다. 아마 전체 차량의 60%는 된다고 합니다.”

조철봉이 머리만 끄덕이자 앞좌석에 앉은 바트가 말을 받았다.

“폐차를 사와서 팔아먹거나 한국에서 훔친 차가 여기서 발견된 적도 있습니다.

 

지난번에 TV에도 나왔었지요.”

바트의 한국어는 유창했다.

 

조철봉도 그 프로를 본 기억이 났으므로 다시 머리를 끄덕였다.

 

바트는 한국에 유학을 와서 한국어를 3년 공부하고는 직장에 다녔다고 했다.

 

5년동안 닥치는대로 일을 한 후에 돈을 모아서 지금은 울란바토르에 식당을 차렸다고 했다.

 

차는 밤길을 달려가고 있었지만 길이 험한지 덜컹거렸다.

 

속력도 제대로 내지 못했다.

 

바트가 말을 이었다.

“몽골에서는 한국사람을 솔롱고스라고 부릅니다.

 

솔롱고는 무지개라는 뜻인데 무지개가 뜨는 나라 사람이라는 말이죠.”

“허어.”

조철봉이 호기심이 난듯 눈을 가늘게 뜨고 웃어주었다.

“그거 대단한 칭찬이네. 한국사람들에 대한 인상이 좋은가 보다.”

“그런 셈입니다.”

정색한 바트가 말을 이었다.

“몽골 면적이 한국보다 15배 정도 되지만 인구는 260만명밖에 안됩니다.

 

그리고 울란바토르에만 80만 정도가 살고 있어서 인구밀도가 아주 적지요.”

“허어.”

“그런데 한국에 다녀온 몽골인이 10만 가깝게 됩니다. 그래서.”

“물론 한국인에게 사기도 당하고 나쁜 기억을 갖고 있는 몽골인도 많겠지.”

갑중이 말을 받자 바트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런 경우도 있겠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몽골인은 한국에 가서 돈을 벌어 오는 것이 꿈입니다.”

조철봉도 대충은 들어서 안다.

 

요즘 들어서 한국인의 몽골 여행도 많아졌고 특히 몽골인과 한국인의 모습이 똑같아서

 

자주 화제가 되었다.

 

몽골인이 한국인의 조상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그런데 말야.”

언젠가 읽었던 역사 소설에서 고려시대에 몽골군이 여러번 침입했다는 내용이 떠올랐으므로

 

조철봉이 정색하고 바트를 보았다.

“자네, 알고 있나? 몽골군이 한국을, 아니 옛날의 한국을, 침입했다는 걸 말야.”

“예? 예. 그것이.”

조금 당황한 바트의 시선이 흔들렸다.

“그때가 오래전이어서. 저도 들은 적이 있는 것 같기는 합니다만.” 

 

 

 

 

 

 

(1419) 솔롱고스-2

 

 

조철봉은 말을 잇지 않았다.

 

그래서 어쩌겠다는 건가?

 

복수라도 하겠다는 건가?

 

아니다.

 

요즘도 서울에서는 유선방송을 보면 징기스칸 시리즈가 나오고

 

샤부샤부 음식에도 징기스칸 이름이 붙어다닌다.

 

징기스칸의 전략을 배우자는 책도 있는 것 같다.

 

8백년 전 일은 다 잊어먹은 것이다.

 

아마 한국인과 몽골인 얼굴이 흡사한 이유는 그때 몽골군이 쳐들어왔을 때

 

고려 여자들을 많이 임신시켰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덜컹대던 고급 한국산 승용차가 어느덧 호텔 앞에서 멈췄고

 

최갑중이 도로 또랑에 대해서 투덜거리며 먼저 내렸다.

 

바트가 서둘러 먼저 호텔 안으로 들어섰다.

 

조철봉이 호텔 체크인을 하고 있는 바트의 뒷모습에 시선을 주면서 갑중에게 말했다.

“한잔해야겠다.”

“지금 말씀입니까?”

어지간한 일에는 눈도 깜박하지 않던 갑중이 긴장했다.

 

밤 11시 반이다.

 

그렇게 물었던 갑중이 곧 바트에게로 다가가 귓속말을 주고받더니 조철봉에게 말했다.

“먼저 방에 들어가 짐 내려놓고 내려오시면 안내하겠습니다.”

“그러지.”

선선히 머리를 끄덕인 조철봉이 갑중을 흘려보았다.

“왜? 놀란 거냐?”

“아닙니다. 피곤하실 것 같아서요.”

“이 자식아, 시간이 곧 돈이여.”

“예, 알겠습니다.”

고분고분 대답한 갑중이 곧 외면했다.

 

 

시선이 마주치면 웃어 버릴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이번 몽골 출장은 명목은 신규사업 개발과 현지 사람 조사였지만 조철봉에게는 휴가였다.

 

그리고 그 휴가란 무엇인가?

 

조철봉에게 여자 없는 휴가는 앙꼬 없는 찐빵이나 같다.

 

조철봉과 갑중이 다시 로비로 내려왔을 때 바트가 다가왔다.

 

웃음 띤 얼굴이었다.

“예, 준비 다 되었습니다.”

바트가 앞장서 가면서 말했다.

“마침 지금이 비수기여서요. 일급 아가씨들이 많습니다.”

“일급 아가씨란 뭐야?”

조철봉 대신으로 갑중이 묻자 바트는 얼굴을 펴고 웃었다.

“서울하고 같습니다.

 

미인이고 교양있고 몸매 끝내주는 아가씨들이죠.”

“그래?”

다시 국산 승용차에 올라탄 그들은 곧 시내를 달려나갔다.

“여기 룸살롱은 대부분 한국사람이 경영을 합니다.”

갑중이 지난번에 한번 다녀간 터라 아는 체를 했다.

 

지난번에 룸살롱도 들렀을 것이었다.

“아가씨들 사이에 한국어 바람이 불어서요.

 

한국어를 잘하는 아가씨들이 많습니다.”

“다행이구나.”

조철봉이 의자에 등을 붙였다.

 

갑중과 둘이 떠나온 터라 체면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었다.

 

갑중이 말을 이었다.

“한국 사람은 입주지에 먼저 룸살롱이나 가라오케부터 개발을 하는 것 같습니다.

 

중국에서 K-TV를 유행시키더니 이젠 몽골에서 룸살롱 붐이 부는군요.”

“룸살롱이 많아?”

“한국 관광객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룸살롱도 꽤 많다고 합니다.”

그러자 앞좌석에 앉은 바트가 머리를 돌려 조철봉을 보았다.

“예, 꽤 많습니다.”

그러더니 묻지도 않았는데 덧붙였다.

“아가씨들 모집도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주 일급 아가씨들이 많지요.

 

쭉쭉빵빵입니다.”

 

 

 

 

'소설방 > 강안남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414. 솔롱고스(3)  (0) 2014.08.31
413. 솔롱고스(2)  (0) 2014.08.31
411. 불꽃(12)  (0) 2014.08.30
410. 불꽃(11)  (0) 2014.08.30
409. 불꽃(10)  (0) 2014.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