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7. 저런인생(12)
(1389) 저런인생-23
저녁 8시가 되었을 때 조철봉은 수엔의 전화를 받았다.
예상하고 있었으므로 조철봉은 차분하게 물었다.
“수엔, 오빠한테서 이야기 들었다.”
“네, 사장님.”
수엔의 목소리가 의외로 밝았다.
“걱정 끼쳐드려서 죄송해요.”
“죄송한 것 같은 말투가 아닌데 그래?”
“네?”
그랬다가 수엔이 큭큭 웃었다.
“이혼녀가 되니까 좀 뻔뻔해진 것 같아요.”
“그런 것 같구나.”
“오늘 밤은 어떻게 지내실 거죠?”
“그게 무슨 말야?”
“오빠한테 그 심부름은 시키지 못하실 것이고, 아마 여행사 김사장이 시중을 들겠군요.”
대답 대신 조철봉은 쓴웃음을 지었다.
맞다. 여행사 김사장이 곧 연락을 해올 것이었다.
김사장이 채홍사 역할을 맡은 것이다.
그때 수엔의 목소리가 다시 수화구에서 울렸다.
“어때요? 이혼녀가 상대해 드려도 될까요?”
“수엔.”
“섹스한 지는 오래 되었지만 감각은 여전해요. 물론.”
잠깐 말을 멈췄던 수엔의 목소리가 이제는 가라앉은 것처럼 느껴졌다.
“당신은 여자를 만족시켜 주는 스타일이죠.
당신한테 만족시켜 드리겠다고 말하는 건 아무 의미도 없죠.”
“…….”
“저, 그것까지 알고 있는 게 대단하죠?”
“그렇구나.”
“어떻게 하실 거죠?”
“이리와.”
마침내 조철봉이 말했다.
“수엔, 보고 싶었다.”
“와 있어요.”
하고 수엔이 말했으므로 조철봉이 긴장했다.
그때 수엔의 웃음띤 목소리가 이어졌다.
“저, 로비에 있어요. 1분안에 갈게요.”
그리고 잠시후에 문에서 노크소리가 울렸다.
문을 연 조철봉은 웃음띤 얼굴로 서있는 수엔을 보았다.
긴 머리에 갸름한 얼굴, 오늘은 화사한 분홍색 아오자이 차림이었다.
“수엔, 달라졌구나.”
겨우 그렇게 말한 조철봉이 비껴서자 수엔은 옅은 향내를 풍기며 방 안으로 들어섰다.
아오자이 자락이 펄럭이면서 수엔의 발목이 드러났다.
“달라졌다는 건 무슨 뜻인가요?”
방 복판에 선 수엔이 조철봉을 바라보며 물었다.
불빛을 받은 눈동자가 반짝였다.
수엔은 이제 스물여섯이다.
만난 지 햇수로 4년이 되었지만 함께 있던 시간은 한달도 되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래서 언제나 새롭긴 하다.
“나이 들어 보인다는 뜻인가요?”
다시 수엔이 물었을 때 다가선 조철봉이 잠자코 허리를 감싸 안았다.
한줌밖에 안되는 허리가 당겨져 오더니 하체가 붙여졌다.
수엔이 두 손을 조철봉의 가슴에 붙였지만 밀어내려는 의도는 아니다.
조철봉이 상반신을 굽히자 두 손이 스르르 뻗어나가 목을 감아 안았다.
조철봉은 수엔의 꽃잎 같은 입술을 빨았다.
수엔의 입에서 그야말로 꽃 향기가 맡아졌고 오렌지 맛이 났다.
달콤하고 조금 신 타액을 빨아 마시면서 조철봉은 갑자기 가슴이 메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이어서 코 끝이 메지더니 두 눈에 눈물이 고여졌다.
조철봉이 수엔의 입술을 헤집자 말랑하고 긴 혀가 빠져 나왔다.
그러더니 혀는 뱀처럼 꿈틀거리면서 조철봉의 입 안을 휘저었다.
날렵하고 부드럽다.
거기에다 탄력이 있다.
(1390) 저런인생-24
조철봉에게 수엔은 스쳐 지나가는 수백명 여인 중의 하나일 뿐이다.
같이 머물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고 지금도 그렇다.
그렇다면 누가 동반자인가? 없다.
서울에서 영일이 어머니 역할을 맡은 담임선생 이은지도 마찬가지,
동거하게 되었을 뿐이지 동반자라는 의식은 없다.
첫사랑이었던 고영민, 살림을 차려준 그 숱한 여자 중 그 누구한테도 조철봉은 의지하지 않았다.
마음이야 언제나 열어준다.
그러나 믿고 의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섹스할 때와 똑같다.
불경에서부터 애국가, 고등학교 교가까지 거꾸로 부르면서 상대를 필사적으로 만족시키지만
저는 피눈물을 삼키며 참는다.
여자가 환호성을 지르는 것을 보면서 제 존재 가치를 확인하는 한편에는
엄청난 인내와 외로움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낫다.
다 쏟아 붓고 배신을 당하느니 제가 참고 외로움을 견디면서 여자의 환호성을 듣는 것이다.
“아이고머니.”
하면서 상대가 소리를 쳐줄 때면 사기꾼, 실패자,
열등자라는 의식이 산산히 부서져 사라진다.
“나 죽어, 나 죽어.”
하면서 여자가 매달리면 삶의 의욕이 축적된다.
“나, 싸.”
하면서 여자가 무섭게 요동을 치면 진짜 자신이 창조자 같다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저기요.”
잠시 입술을 뗐을 때 수엔이 가쁘게 숨을 뱉으며 말했다.
붉게 상기된 얼굴로 수엔이 조철봉을 보았다.
“저, 당신의 아이를 갖고 싶어요.”
그 순간 놀란 조철봉이 눈을 크게 떴다.
“아이를.”
“예, 당신과 내 아이.”
수엔이 하체를 붙이면서 말을 이었다.
“그래서 당신 아이를 키우면서 기다리고 싶어요.”
“네 엄마처럼 말인가?”
“그래요.”
목을 감은 팔을 푼 수엔이 조철봉의 셔츠 단추를 하나씩 차분하게 풀었다.
얼굴도 차분해졌다.
“엄마한테 그렇게 말했어요.
엄마가 마치 오빠의 아버지를 기다린 것처럼 나도 기다리겠다고.”
“…….”
“엄마는 그 기다림의 세월이 잔인하고 길었다고 했지만 희망은 있었지 않으냐고 물었죠.”
“…….”
“그랬더니 맞다고 했어요.
그 희망이 더 강했기 때문에 이렇게 살아 남았지 않느냐고 하더군요.”
셔츠를 다 벗긴 수엔이 이제는 조철봉의 바지 혁대를 풀었다.
그러고는 바지와 팬티를 함께 벗겨 내었다.
“저도 그렇게 할래요.”
그러면서 수엔이 아오자이를 벗기 시작했다.
“10년이건 20년이건 당신 아이를 키우면서 기다릴래요.
그래서 희망을 품고 살다가 죽을래요.”
아오자이는 금방 벗겨졌다. 조철봉도 입안에 고인 침을 삼켰다.
수엔은 브래지어도 팬티도 걸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림 같은 알몸이 지금 눈앞에 세워져 있다.
가늘고 긴 허리, 단단한 허벅지 살과 조금 도톰한 아랫배,
아랫배 밑쪽의 검은 숲에는 붉은색 골짜기가 선명하게 돌출되어 있다.
그때 수엔이 한걸음 다가서더니 조철봉의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러고는 건들거리는 철봉을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쥐더니
입을 크게 벌리고는 천천히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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