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395. 저런인생(10)

오늘의 쉼터 2014. 8. 27. 20:43

395. 저런인생(10)

 

 

(1385) 저런인생-19

 

 

 “이걸 하면서 여자가 죽겠다고 아우성을 치는 걸 보면 내가 진짜로 이 세상에서

 

제일 잘난놈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말하는 사이에 철봉은 일곱번을 세차게 왕래했고 올가는 말 그대로 죽을 것처럼

 

아우성을 쳤다.

“난 지금까지 숱하게 많은 여자를 겪어서 이제는 세지도 않는다.

 

아마 사랑한다고 말한 상대가 백명은 되었을거다.”

이제 올가는 폭발 직전이 되었다.

 

죽어 가는 것처럼 신음이 단말마가 되었고 숨이 끊어질 것 같았다.

 

허리를 격렬하게 흔들다가 지금은 철봉을 받기만 한다.

“그 백명한테 다 진심을 쏟았지. 진짜 사랑했다. 물론 내 식이지만 말야.”

그러면서 더 세게 철봉을 진퇴시켰을 때 올가가 폭발했다.

 

올가의 폭발은 그야말로 시베리아의 거대한 화산이 터진 것처럼 크고 강력했다.

“아아아아.”

조철봉에게 매달린 올가가 폭발이 끝난 후에는 흐느껴 울면서 여운을 즐기고 있다.

“물론 나 같은 놈은 드물겠지.

 

거꾸로 생각하면 어느 누구한테도 진심을 보이지 않은 위선자,

 

사기꾼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철봉을 깊게 넣은 채 조철봉이 올가의 귀에 대고 말했다.

“사랑해요.”

흐느껴 울던 올가가 헐떡이며 말했으므로 조철봉은 퍼뜩 눈을 치켜떴다.

 

그 때 올가가 말을 이었다.

“진짜 사랑해요.”

그 순간 조철봉의 입가에 웃음기가 떠올랐지만 올가가 볼수 있는 자세는 아니다.

 

올가의 진짜라는 표현이 그냥 한 말이라는 신호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올가는 조철봉의 길게 이어지는 한국어를 몇 퍼센트밖에 알아듣지 못했을 것이었다.

 

그래서 열심히 속삭이는 사랑의 대사로 들은 모양이었고 그에 대한 답례를 지금 한 것이다.

 

올가의 가쁜 숨이 가라앉은 것은 그로부터 5분쯤이나 지난 후였다.

 

땀으로 범벅이 된 올가는 아직도 몸 위에 엎드린 조철봉의 허리를 감아 안고 있었는데

 

철봉은 아직도 깊게 박혀 있는 상태였다.

“올가.”

조철봉이 부르자 올가는 시선을 들었다.

 

이제는 겨우 눈동자의 초점이 잡혔지만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네가 위에서 해.”

조철봉이 말하자 올가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다시?”

“응, 그래. 다시 네가 위에서.”

그러면서 철봉을 조금 흔들자 올가는 머리를 끄덕였다.

“오케이.”

그러면서 올가가 상반신을 일으키더니 곧장 그대로 조철봉의 몸 위에 앉았다.

 

올가의 젖가슴이 바로 조철봉의 눈 앞에 떠 있었다.

“오케이?”

조철봉의 철봉을 손에 쥔 올가가 그렇게 물은 것은 지금 넣을 것이냐는 뜻일 것이다.

 

조철봉이 머리만 조금 끄덕이자 올가는 쪼그려 앉은 채로 철봉을 넣었다.

“아.”

상반신을 반듯이 세우고 턱까지 치켜든 올가의 입에서 짧은 탄성이 뱉어졌다.

 

땀에 젖은 올가의 몸이 불빛에 반사되어 반들거렸다.

“아아.”

허리를 흔들면서 올가는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속도와 각도를 제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터라

 

올가의 자세는 위에서 자꾸 변형되었다.

 

조철봉은 눈을 감았다.

 

지금은 내키는대로 폭발해버릴 것이다.

 

 

 

 

 

(1386) 저런인생-20

 

 

 다음날 아침, 사무실로 출근한 조철봉에게 최갑중이 다가와 말했다.

“사장님, 카자흐스탄에서 찾아온 사람이 있는데요.”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갑중이 말을 이었다.

“한국인인데 3대째 러시아에 살고 있다는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일제시대에 러시아로 이민간 사람인가?”

조철봉이 알은체를 하자 갑중이 머리를 끄덕였다.

“예, 그런데 이쪽저쪽으로 옮겨 다니다가 지금은 카자흐스탄에 있답니다.”

“그 카자스탄이 어디야?”

마침내 조철봉이 묻자 갑중이 벽에 붙여진 지도 앞으로 다가가 한곳을 짚었다.

 

이쪽은 러시아 동쪽인데 갑중이 짚은 곳은 서쪽이다.

“여깁니다.”

“머네.”

눈을 가늘게 뜬 조철봉이 말하자 갑중은 말을 이었다.

“이곳에서 325명이 한랜드로 옮겨와 살고 싶답니다.”

“그러라지.”

그러자 갑중은 입맛을 다셨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비행기표는 말할 것도 없고 당장 먹고 살 돈도 없답니다.”

조철봉의 눈치를 살핀 갑중이 다시 입맛을 다셨다.

“사정이 기구합니다.

 

대표로 여기 온 사람도 모아준 돈으로 비행기표를 구입했다고 합니다.”

“…….”

“여기서 마지막으로 정착하고 싶다는데요.

 

본래 시베리아에 살다가 그쪽으로 옮겨갔다고 합니다.”

조철봉이 잠자코 있었으므로 갑중이 헛기침을 했다.

“그냥 돌려 보낼까요? 물론 비행기표는 구해 줘야겠습니다만.”

“데려와 봐.”

불쑥 조철봉이 말하자 갑중은 두말 않고 몸을 돌렸다.

 

잠시 후에 다시 들어선 갑중은 50대쯤의 사내와 동행이었다.

 

조철봉을 보자 사내는 허리를 꺾어 절을 했는데 체격은 건장했지만

 

옷차림은 남루했고 겁먹은 표정이었다.

 

조철봉이 권한 자리에 앉았을 때 사내가 입을 열었다.

“일꾼으로 써 주시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325명 중에서 노인네 72명, 15살 미만인 아이 43명을 뺀 210명은

 

어떤 막일도 할 수 있습니다.”

잠자코 듣기만 하는 조철봉을 향해 사내의 말이 이어졌다.

 

북한말에다 전라도 말이 섞인 사투리였지만 들을 수 있었다.

 

부모가 양쪽 출신인 것 같았다.

“이곳을 한국 기업이 임차해서 한랜드라고 이름 지었다는 말을 듣고

 

우리는 이제야말로 우리가 살 땅을 찾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본래는 블라디보스토크 위쪽에 살았거든요.”

사내의 이름은 임학진, 3대째 러시아땅에 살면서 세번 이주를 했는데

 

자신과 같은 처지의 고려인이 10만명도 더 넘을 것이라고 했다.

 

이윽고 말을 그친 사내가 다시 겁먹은 표정으로 조철봉을 보았다.

 

그때 조철봉이 갑중에게 물었다.

“3백명을 수용할 아파트는 있나?”

그러자 갑중이 그렇게 물을 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금방 대답했다.

“모두 45가구입니다.

 

그런데 대가족에서부터 세명 가족까지 있어서 아파트 56개가 필요합니다.

 

지금 7번 아파트가 완공되었으니까 당장에라도 입주가 가능합니다.

그러자 조철봉이 임학진을 보았다.

“전세 비행기를 내 드릴테니까 준비하고 오십시오. 여기서 잘 살아 보십시다.”

그러나 임학진은 한동안 정신을 잃은 듯 멍한 표정으로 앉아만 있었다.

 

 

 

'소설방 > 강안남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397. 저런인생(12)  (0) 2014.08.27
396. 저런인생(11)  (0) 2014.08.27
394. 저런인생(9)  (0) 2014.08.27
393. 저런인생(8)  (0) 2014.08.27
392. 저런인생(7)  (0) 2014.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