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393. 저런인생(8)

오늘의 쉼터 2014. 8. 27. 20:40

393. 저런인생(8)

 

 

(1381) 저런인생-15

 

 

 

그러나 조철봉은 첫번째로 들어온 아가씨를 그냥 앉혀 버렸다.

 

바꾸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눈이 번쩍 뜨일 만큼 미인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갑중도 찍소리 못하고 순번제로 들어온 아가씨를 파트너로 삼았다.

“훌륭하구나.”

조철봉이 옆에 앉은 아가씨를 보면서 정색하고 말했다.

“정말 그림 같은 미인이야. 어쩌면 피부가 이렇게 고울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러자 강상규의 얼굴이 환해졌다.

 

뒤쪽에 서있던 러시아인 지배인은 한국어를 조금 안다.

 

지배인의 얼굴에도 웃음기가 떠올랐다.

“러시아쪽 미인은 피부도 곱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세계 제일이지요.”

강상규가 활기 띤 목소리로 말했다.

 

조철봉의 예약을 받고 강상규는 아가씨의 순번을 조작했다.

 

지금 들어온 두 아가씨는 러시아 카페에서 가장 뛰어난 미인이다.

 

조철봉이 옆에 앉은 아가씨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름이 뭐야?”

한국어로 묻자 아가씨가 제법 유창한 한국어로 대답했다.

“올가입니다.”

“올가.”

조철봉이 정색하고 머리를 끄덕였다.

 

외우기 쉬운 이름이다.

 

올가는 금발에다 그야말로 진한 하늘색 눈동자를 가졌다.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올가가 가지런한 흰 이를 드러내며 웃었는데

 

입술 위에 가는 솜털이 돋아나 있었다.

 

그순간 목구멍이 막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므로 조철봉은 숨을 들이켰다.

 

그러자 이번에는 가슴이 찡했다.

“올가는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했습니다.”

강상규가 열심히 말했다.

“그리고 한국계 무역업인 대성상사에서 2년간 근무했지요.”

“어, 그래요?”

머리를 끄덕인 조철봉이 다시 올가를 보았다.

 

그때 갑중은 제 파트너인 아가씨에게 열중해 있었는데 꾸민 행동이 아니었다.

 

하도 조철봉하고 같이 다닌 적이 많아서 이런 경우에는 제 파트너한테

 

몰두하는 것이 낫다는 것을 안다.

“올가, 한랜드에 온 목적이 뭐야?”

조철봉이 묻자 올가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여긴 황금의 땅이니까요.”

“황금의 땅?”

“네.”

그러고는 올가가 얼굴을 펴고 웃었다.

 

그것이 마치 흰 꽃이 화사하게 피어나는 것 같았으므로 조철봉의 가슴이 또 미어졌다.

 

이렇게 연속적으로 감동을 받는 건 아주 드문 경우였다.

“돈을 벌겠어요.”

올가가 반짝이는 눈으로 조철봉을 보았다.

진하늘색 눈동자가 불빛을 받아 조금 더 진해졌다.

“그래서 사업체를 차릴 계획이에요.”

“어떤 사업체?”

“전자제품 가게.”

그때 종업원들이 술과 안주를 들고 왔으므로 올가는 말을 멈췄다.

 

한랜드에는 이미 수백개의 유흥업소가 성업중이었다.

 

카지노도 수십개가 되어서 하룻밤에 수백만불의 판돈이 오갔으며

 

밤이 되면 설국은 화려한 불빛으로 덮였다. 돈이 돈을 부른다.

 

땅에 황금이 묻힌 것이 아니라 인간이 땅에 황금을 덮는다.

 

그래서 황금의 땅이다.

 

강상규와 지배인이 안도하는 표정이 되어서 방을 나갔을 때

 

조철봉이 올가의 허리를 안아 당겼다.

“올가, 한랜드에 혼자 온 거야?”

조철봉이 묻자 올가는 머리를 끄덕였다.

“네, 부모 형제는 모두 이르쿠츠크에 있습니다. 여긴 저 혼자 왔어요.” 

 

 

 

 

(1382) 저런인생-16

 

 

 

 그날 밤 조철봉은 올가와 함께 별장으로 갔다.

 

별장은 뉴서울시 외곽의 고지대에 있어서 눈에 덮인 광야가 내려다보인다.

 

그리고 밤에는 시가지의 야경이 휘황했다.

 

별장 2층은 조철봉만의 공간이다.

“좋아요.”

이층 베란다에서 창밖을 내다보면서 올가가 감탄했다.

 

시가지의 야경 위로 별들이 선명하게 떠 있는 것이다.

“아름다워요.”

올가는 한국어 표현이 어려웠는지 다시 한숨과 함께 말하곤 몸을 돌려 조철봉을 보았다.

 

무거운 털 코트를 벗은 올가는 스웨터에 바지차림이었다.

“난 네가 아름답다.”

소파에 앉은 조철봉이 올가한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그것이 오히려 더 자연스럽다.

“난 너만큼 미인이면서 잘 빠진 여자는 몇 명 보지 못한 것 같다.”

“칭찬 고맙습니다,”

올가가 웃음띤 얼굴로 다가와 조철봉의 옆에 앉았다.

“보스는 참 편안해요.”

어깨를 붙이면서 올가가 말했다.

“보스 같은 남자는 처음 만났어요.”

조철봉은 올가에게 자신을 보스라고 부르라고 한 것이다.

 

올가는 25세. 이르쿠츠크 태생으로 그곳에서 대학을 마쳤다고 했다.

 

대성그룹은 한국 제1의 재벌그룹이다.

 

올가는 대성그룹의 계열사인 대성전자 이르쿠츠크 지사에서 2년간 영업부에 근무하다가

 

이곳 한랜드로 날아온 것이다.

 

올가에게서 옅은 향내가 섞인 체취가 느껴졌다.

 

소파에 등을 붙인 조철봉은 심호흡을 했다.

 

밤 11시반, 앞으로 다가올 향락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슴은 벅차올랐고 몸은 뜨거워졌다.

“저, 벗을까요?”

올가가 물었으므로 조철봉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올가. 저쪽 방에 옷장이 있으니까 아무거나 꺼내 갈아 입어.”

자리에서 일어선 올가가 방으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에 나왔다.

“셔츠만 입었어요.”

올가가 수줍은 표정으로 말했지만 조철봉은 시선만 준 채 대답도 하지 못했다.

 

조철봉의 긴팔 셔츠만 입은 올가는 하체는 알몸이었던 것이다.

 

 올가의 신장은 조철봉과 비슷해서 셔츠 밑부분 사이로 숲이 어른거렸다.

 

숲은 머리 색깔처럼 금발이었다.

“으음.”

조철봉의 입에서 옅은 신음이 울렸고 저절로 침이 삼켜졌다.

 

다시 조철봉의 옆에 앉은 올가가 한쪽 다리를 꼬았으므로 이제는 엉덩이가 통째로 드러났다.

“저, 섹스, 잘 못해요.”

조철봉을 똑바로 보면서 올가가 말했다.

“섹스가 좋긴 해요. 하지만….”

“하지만 뭐?”

메마른 목소리로 조철봉이 묻자 올가는 입술 끝을 조금 올리면서 웃었다.

“경험이 별로 없어서요.”

그야말로 예쁜 소리만 골라서 하고 있는 것이다.

 

조철봉은 올가가 전문가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렇게 예쁜 소리도 의도적으로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여자가 ‘난 섹스 잘해요’한다면 그말을 듣고 기가 살아날 남자는 드물다.

 

아마 십중팔구 일어섰던 놈도 시들 가능성이 많다.

 

거기에다 ‘나, 경험 많거든요’한다면 김 새지 않을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

 

그때 올가가 어깨를 붙이더니 손을 조철봉의 허벅지에 올려 놓았다.

“옷 벗겨 드릴까요?”

조철봉은 아직 바지에 셔츠 차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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