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392. 저런인생(7)

오늘의 쉼터 2014. 8. 27. 18:51

392. 저런인생(7)

 

 

(1379) 저런인생-13

 

 

“자, 그럼 다시 한번만 더 머릿속에 새겨 넣자.”

하고 유경진이 메모지를 들고 말했다.

 

밤 11시반, 오늘은 식당이 일찍 끝났기 때문에 둘은 10시반에 아파트로 돌아왔다.

 

메모지를 보면서 경진이 말을 이었다.

“그럼 내일 10시반쯤 전화를 하고 시간 약속을 한다. 알았지?”

“알았어.”

얼굴에 바른 크림을 휴지로 닦으면서 경미가 대답했다.

“맑고 밝은 목소리로. 그래야 놈자들은 부담을 덜게 되지.”

“그놈은 거물이야. 한랜드의 주인이라구. 한랜드 대통령이나 같아.”

경진이 경각심을 주려는듯 목소리가 엄격해졌다.

“잘못되면 우린 망해. 어제 준석씨가 말한대로 잘돼야 추방이고,

 

더럽게 되면 러시아 감옥에 간단 말야.”

“안다니까 그러네.”

혀를 찬 경미의 목소리도 차가워졌다.

“그리고 이 일은 실패할 리가 없어. 그 작자 연장만 이상이 없다면 말야.”

“흐응.”

그때 경진이 코웃음을 치더니 두눈을 크게 뜨고 경미를 보았다.

“그 작자 물건은 아주 좋았어. 난 물건을 만지다가 몸이 뜨거워진 경우는 그때가 첨이었어.”

“바보같이 다 벗고 물건을 주무르기까지 해놓고 그걸 못해? 나같으면 그냥.”

“바보야, 너도 겪어봐. 그런 때 어떻게 달려드니? 황당해져 버리는데.”

“그러고 보면.”

경미의 두눈이 좁혀졌고 표정이 굳어졌다.

 

얼굴 표정이 그야말로 눈 깜박하는 사이에 변한 것이다.

“그 작자 보통내기가 아닌 것 같아.”

“글쎄 그렇다니까? 다 벗고 제 물건까지 말뚝처럼 세워놓고는 안하는 놈 봤니? 난 첨이야.”

“어쨌든 내일 내가 끝낼테니까 두고 봐.”

“여기로 데려오는 게 중요해.”

경진이 다시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양주에다 흥분제는 1인분만 넣을게.

 

너무 많이 넣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경우가 있으니까.”

“카메라는 버튼만 누르면 되지?”

“그럼. 어젯밤에 상규씨가 세번이나 시험을 해봤어. 완벽해.”

그러더니 경진이 집안을 둘러보았다.

“한탕만 하고 여기를 떠나려니까 아쉽다. 공기도 맑고 이 집도 정들었는데.”

“언니는 나이들면서 좀 감상적이야.”

혀를 찬 경미가 경진을 흘겨보았다.

“한랜드 대통령을 걸고 넘어지는거야. 우리한테 복이 굴러온 거라구.

 

첫 손님에 그 작자가 걸린 건 우리가 용꿈 꾼거야.”

“그렇지.”

경진이 머리를 끄덕였다.

“여기서 그 작자하고 흥정을 할 수는 없지. 서울에서 하는 것이 안전하지.”

“상규씨는 5백만불을 부르자고 하지만 1천만불도 가능할거야.”

“그건 우리가 서울에 돌아가서 다시 상의하기로 하자.

 

문제는 네가 내일밤에 일을 잘 처리하느냐에 달렸어.”

“그 작자가 와 주기만 하면 자신이 있어.”

“짐은 다 싸 놓았으니까 네가 내일밤에 끝낸다면 난 혁이 데리고 모레 오후 비행기로 떠난다.”

경진이 말을 이었다.

“상규씨도 같이 갈거야. 테이프 갖고 말이야. 넌 준석씨하고 그 다음날 비행기로 꼭 와야 돼.”

“알았어.”

길게 숨을 뱉은 경미가 거울에 비친 제 얼굴을 보았다.

 

 아름답다.

 

이 얼굴에 넘어가지 않는 놈이 있겠는가? 

 

 

 

 

 

(1380) 저런인생-14

 

 

 

다음 날 오후 4시쯤 되었을 때 조철봉의 방으로 최갑중이 들어섰다.

 

조철봉의 앞에 선 갑중이 뒷머리부터 긁었다.

“넷이 조금 전에 추방되었습니다.”

조철봉은 시선만 들었고 갑중이 말을 이었다.

“그동안의 수당은 다 지급되었고 비행기 표도 저희들이 부담을 했습니다.”

“…….”

“짐은 항공편으로 보내줄 것입니다.”

“…….”

“죄송합니다. 사장님.”

조철봉은 다시 읽다 만 노트북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갑중은 유경진 자매와 내연의 두 남자를 한국으로 되돌려 보낸 것이다.

 

비행기 표도 이쪽에서 주었고 짐 보내는 경비도 부담을 했으니

 

곱게 보냈다고 표현해도 될 것이다.

 

그러나 박경택한테서 유경진 일당의 내막을 들은 갑중은 한군데 가만히 앉아있지 못했다.

 

하마터면 조철봉을 개망신시킬 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어디 앉지도 못하고 눈치만 보면서 서있다.

“별놈의 인생도 다 있는 거다.”

모니터에서 시선을 뗀 조철봉이 정색하고 말했다.

“나도 그 여자들하고 별로 다를 것도 없는 인생이야.

 

그 나이 때 나는 더 했을지도 모르지. 치열하게 살았으니까.”

그러고는 조철봉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이번에 좋은 경험을 했어.

 

그래서 앞으로 입국 심사를 철저하게 하도록 했어.

 

다 네가 그 여자들을 나한테 소개시켜준 덕분이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다시 갑중이 뒷머리를 긁었을 때 조철봉이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오늘 밤은 러시아 카페로 갈 거다. 내가 예약해놓았다.”

그러자 갑중의 얼굴이 대번에 생기를 띠었다.

“러시아 카페라면 아리랑 호텔의….”

“그래. 강 사장이 얼마나 잘 꾸며놓았는지 확인도 할 겸.”

“알겠습니다. 제가 모시고 가지요.”

“넌 안 와도 된다. 강 사장이 옆에 있을 테니까 말야.”

“아니, 사장님.”

“농담이다.”

조철봉이 소리 내어 웃었고 잠깐 긴장했던 갑중도 어깨를 늘어뜨렸다.

아리랑호텔은 한랜드의 수도인 뉴서울시에서 가장 먼저 준공된 특급 호텔로

 

지하에 러시아 미인들로만 채워진 카페가 있다.

 

유흥업소 운영 책임자인 강상규가 기획한 사업장으로 한국식 룸살롱 스타일이다.

 

조철봉과 갑중이 러시아 카페로 들어섰을 때는 저녁 8시쯤이었다.

 

현관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강상규와 지배인이 둘을 맞았는데 태도가 정중했다.

“여긴 마담이 없습니까?”

이제는 들뜬 표정이 된 갑중이 강상규에게 물었다.

 

한국 룸살롱에서는 마담이 나와서 맞는 것이다.

“예. 여긴 지배인이 대신합니다.”

갑중의 분위기에 말려든 강상규가 웃음 띤 얼굴로 대답하더니

 

힐끗 조철봉의 눈치를 보았다.

 

그러고는 다시 정색을 하고 그들을 안쪽 방으로 안내했다.

 

카페 시설은 서울의 일급 룸살롱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다.

 

고급 자재를 썼고 장식도 우아했다.

 

복도 좌우로 방이 20여개가 있었지만 조용했다.

“여기선 파트너를 순번제로 들어가게 했습니다. 그래서.”

조철봉이 자리에 앉았을 때 강상규가 멎쩍게 웃으며 말했다.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바꾸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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