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장 부여헌(扶餘軒) (14)
“춘남이 어찌하여 죽었다고 하더냐?”
“역류하는 강물을 보고 점괘를 내었다가 왕실의 노여움을 사서 죽었다고 들었습니다.”
장리에게 백석이 점치는 재주가 있다고 들은 장왕은 은근히 그를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하면 춘남이 낸 점괘를 너도 알고 있으렷다?”
“네.”
백석이 주저없이 대답했다.
“그 점괘를 너는 어찌 보느냐?”
“강물이 역류하는 것은 좀처럼 보기 힘든 이변이요,
이는 그 나라의 앞일을 미리 예시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로부터 하늘에 나타나는 이변은 양기를 말함이요,
땅에서 벌어지는 일은 음기와 관련된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춘남이 역류하는 강물을 보고 음양이 역행하는 이치를 말한 것은 타당한 것이요,
왕실의 은밀한 일을 입에 담은 것도 점괘로는 그른 데가 없는 말이옵니다.
다만 그 시기가 전조의 일인지 내조의 일인지는 소인도 딱히 부러지게 말씀을 올릴 수가 없습니다.”
“금조의 일일 수도 있다는 말이더냐?”
왕이 약간 불쾌한 낯으로 언성을 높여 물었음에도 백석은 도리어 태연하게,
“황송하오나 그럴 수도 있습니다.”
대답에 거침이 없었다.
시립한 신하들이 백석을 향해 일제히 손가락질을 하며,
“저런 불경한 놈을 보았나!”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주둥아리를 함부로 놀리느냐?”
“이눔아, 너는 여분으로 달고 다니는 목이 수십 개라도 된단 말이냐!”
하고 꾸짖었다.
그러나 장왕은 이내 안색을 부드럽게 고치고 손을 들어 좌우의 소란을 그치게 했다.
“너는 춘남의 죽음이 억울하다고 생각하느냐?”
“백부 당자로는 억울한 점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오나 소인에게야 억울하고 말고 할 것이 있겠나이까?”
왕은 무엇보다 당당하고 야젓하게 말하는 백석의 기개를 높이 샀다.
대답에 조리가 있고 태도에 빈 구석이 없는 것도 은근히 마음을 끌었다.
“그런데 너는 어찌하여 근자 성주산 일대에 나타난 까마귀 떼와 춘남의 일을 결부시켜
민심을 크게 어지럽히느냐?
어디 그 까닭을 짐의 앞에서 솔직히 말해보라.”
그러자 백석이 어이없다는 얼굴로 펄쩍 뛰었다.
“소인은 하늘을 두고 맹세하거니와 그와 같은 말을 입 밖에 꺼낸 일이 없습니다!
본래 그 두 가지는 아무 관련이 없는 일이온데 어찌 소인이 그런 소문을 퍼뜨렸겠습니까?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이옵니다!”
“하면 해괴한 소문을 만들고 퍼뜨린 것이 네 소행이 아니란 말이냐?”
왕이 다그치자 백석은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이렇게 대답했다.
'소설방 > 삼한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16장 부여헌(扶餘軒) (16) (0) | 2014.08.25 |
---|---|
제16장 부여헌(扶餘軒) (15) (0) | 2014.08.25 |
제16장 부여헌(扶餘軒) (13) (0) | 2014.08.25 |
제16장 부여헌(扶餘軒) (12) (0) | 2014.08.25 |
제16장 부여헌(扶餘軒) (11) (0) | 2014.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