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삼한지

제15회 살수대첩(薩水大捷) 37

오늘의 쉼터 2014. 8. 24. 09:31

제15회 살수대첩(薩水大捷) 37 

 

 

 

문덕은 장안성을 떠나 요동으로 돌아가는 길에 연태조가 욕살로 있는 연나부에를 들렀다.

연태조는 쌍창워라를 타고 찾아온 문덕을 보자 버선발로 뛰어나와 반갑게 맞이했다.

“장군이 기별도 없이 어인 일이오?”

연태조는 나이로 쳐서 문덕의 아버지뻘이었으나 항상 예를 갖춰 깍듯이 대접했다.

“그저 서부 경개나 구경하러 왔습니다.”

문덕이 웃으며 공손히 대답하자 연태조는 문덕의 행색을 찬찬히 살핀 뒤에,

“궐에 갔습디까?”

하고 물었다. 문덕이 고개를 끄덕이며,

“큰 짐을 내려놓고 오는 길입니다.”

하고서 함께 안으로 들어가 이런저런 한담을 나누는 중에 대궐에서 있었던 일들을 죄 말하게 되었다.

연태조는 문덕이 하룻동안 궐옥에 갇혀 지냈다는 말을 듣자

마치 자신이 모욕을 당한 것처럼 크게 분개했다.

그는 건무왕의 그릇과 자질이 임금은커녕 일개 성주에도 미치지 못할 거라며 치를 떨었다.

“이제 장군마저 없다면 앞으로 나라 꼴이 어떻게 될지 눈앞이 캄캄합니다.”

한참 만에 연태조는 크게 한숨을 쉬며 차탄했다.

“그래, 어디로 가시렵니까?”

“그저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닐까 합니다.”

“나와 함께 이곳에서 지내십시다.

답답한 사람끼리 흉금을 털어놓고 세상 돌아가는 일이나 말하며 울분을 달랜다면

서로 위안이 되지 않겠습니까.”

다정스럽게 권하는 연태조의 말에 문덕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실은 한두 해쯤 덜어서 유관삼아 다녀올 곳이 있습니다.”

“그곳이 어딥니까?”

“우선 황성(皇城:국내성) 북방의 태왕릉(太王陵:광개토왕릉)을 참배하고

옛날 호태대왕이 경략한 곳을 두루 보면서 허전한 마음이나 달래보려 합니다.

그런 다음에 요하를 지나고 탁군을 거쳐 낙양과 장안(대흥)까지 구경을 해볼까 싶습니다.

소문에 당이 제법 강성하여 차례로 무리를 아우르고 내란을 평정한다 하니

그 허실을 직접 보아두는 것도 과히 나쁘지는 않겠지요.”

그리고 문덕은 빙긋 웃으며,

“하지만 어디서든 마음에 드는 좋은 곳을 만나면 그곳에 집을 짓고 글이나 읽으며

남은 여생을 보낼 작정입니다.”

하고 덧붙였다.

 

바로 그때였다.

연태조와 문덕이 무릎맞춤을 하고 있는 방 바깥에서 인기척이 나더니,

“소자, 아버지께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하는 소리가 들렸다.

연태조가 퉁명한 소리로,

“지금 귀하신 손님이 와 계시니 나중에 오너라.”

하자 밖에서 다시,

“바로 그 귀하신 손님께 청할 말씀이 있어 그럽니다.”

하는 소리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