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328. 꿈을 깨다(12)

오늘의 쉼터 2014. 8. 20. 20:37

328. 꿈을 깨다(12)

 

 

 

 

(1251) 꿈을 깨다-23 

 

그들이 용인 별장에 도착했을 때는 밤 10시도 안 되었을 때였다.

 

지난번에 최성희 대신으로 노래방 주인 홍지숙을 데려와 질탕하게 즐기고 간 후에 처음 온 것이다.

“와, 좋다.”

현관 안으로 들어선 성희가 응접실의 불을 켰을 때 다시 감탄했다.

“정말 빈 집이에요?”

성희가 주춤거리면서 물었다.

“아무도 안 살아요?”

“글쎄, 그렇다니까.”

쓴웃음을 지은 조철봉이 저고리를 벗어 탁자 위로 던지고 소파에 앉았다.

“이층까지 구경하고 와, 그럼.”

“그럴게요.”

성희가 아래층 거실 문부터 열고 들어서며 말했다.

 

오늘도 모범택시를 타고 왔으므로 아래쪽에 사는 관리인 부부가

 

별장에 오는 기척을 들었을 것이었다.

성희는 여기까지 오는 동안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했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김병문을 만난 이야기까지 하는 바람에 한시간 동안

 

조철봉은 그저 듣기만 했다.

 

그제 수속까지 다 끝났다면서 병문과 얽힌 사연을 길게 늘어 놓는 것은

 

아직도 가슴에 맺힌 게 많기 때문일 것이다.

 

미련은 사람이라는 증거도 된다.

 

미련없이 단칼로 인연을 자르는 인간이 어디 사람인가?

 

기계지. 적당한 미련이나 약간의 허점이 인간을 더욱 사람답게 만드는 것이다.

 

이야기를 하면서 성희는 여러 번 콧물 눈물을 뿌리는 바람에 지난번에

 

홍지숙하고 올 때처럼 뜨거운 분위기는 형성되지 않았다.

 

이층까지 조사를 마친 성희가 계단을 내려오다가 멈춰서더니 조철봉에게 말했다.

“이런 데서 살고 싶어.”

성희의 목소리가 굳어져 있었으므로 조철봉은 머리를 들었다.

 

계단 위에 선 성희가 내려다보고 있었다.

 

천장에 달린 샹들리에 불빛을 등에 받고 있어서 얼굴은 그늘이 졌고 표정도 어둡다.

“단 며칠만이라도.”

하고 성희가 말했을 때 조철봉이 머리를 끄덕여 보였다.

“그래, 내가 빌려줄 테니까 한 달이라도 여기서 살아.”

그러나 성희는 대답하지 않고 나무 계단에 앉았다.

 

차 타고 올 적에는 끊임없이 말하고 울고 코를 풀어서 정신없게 만들더니

 

지금은 착 가라앉았다.

 

감정변화가 심한 성품이다.

 

그리고 그 증세는 다분히 환경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오빠.”

무릎을 두 손으로 감싸쥔 성희가 턱을 무릎 위에 붙이고 조철봉을 불렀다.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성희가 말을 이었다.

“나, 살 자신이 없어요.”

조철봉이 눈만 껌벅이자 성희가 입술끝만 조금 올리며 웃었다.

“오빠한테 폐 안 끼칠게 걱정하지 말아요.

 

오빠는 그냥 듣기만 해도 돼요.”

“…….”

“나, 처음에는 내가 잘사는 것이 그놈한테 복수하는 길이라고 이를 악물었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걸 금방 알게 되더라구요.”

“…….”

“이 세상은 참 불공평해요.

 

왜 열심히, 정직하게 사는 사람이 무시받고 손해를 봐야 하지?”

“…….”

“왜 김병문이 같은 사기꾼이 잘나가는 거지?”

“그것이 문제다.”

정색한 조철봉이 머리를 끄덕이고는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 성희를 똑바로 보았다.

“그런 세상이 되면 안돼. 사기꾼이 잘나가는 세상은 망한다.”

 

 

 

(1252) 꿈을 깨다-24

 

 

사기꾼의 제1조는 강안(强顔)남자가 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강안남자란 뻔뻔하고 얼굴이 두꺼운 남자를 말하는데

 

이는 곧 사기꾼이며 바로 조철봉이 그렇다.

 

조철봉이 지금 최성희를 똑바로 바라보는 이 장면을 보면

 

강안남자의 진면목이 그대로 드러난다.

 

당당하고, 정의감까지 배어나오는 것 같은 얼굴로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난 지금까지 한번도 거짓말을 한 적도, 남한테 폐를 끼친 적도 없어.

 

오히려 피해만 입었지.”

그러고는 조철봉이 길게 숨을 뱉었다.

“피곤하다. 나, 샤워할 테니까.”

몸을 일으킨 조철봉이 셔츠를 벗으면서 욕실로 다가가더니 성희를 돌아보았다.

“잊어. 시간이 지나면 다 잊게 되겠지만 지금은 견디는 수밖에 없어.”

욕실 안으로 들어서던 조철봉이 생각난 듯 한마디 덧붙였다.

“그래서 내가 널 불러낸 것이지만 말야.”

옷을 벗어 밖으로 내던진 조철봉은 욕조의 물을 채우면서 샤워를 했다.

 

문득 성희가 자신과 병문과의 관계를 안다면 어떤 상황이 될지를 생각해 보고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틀림없이 병문에 대한 보복으로 이러는 줄 알 것이다.

 

하지만 병문은 지금 1억을 강도한테 뺏긴 후에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로

 

서경윤에게 매달려 있다.

 

욕조의 물이 다 찼으므로 조철봉은 욕조 안으로 들어가 누웠다.

 

그때 욕실 문이 열리더니 성희가 안으로 들어섰다.

 

어느새 옷장에서 조철봉의 헌 셔츠를 꺼내 입었는데 맨다리가 드러났다.

“제가 등 밀어 드리려구.”

시선을 내린 성희가 다가와 조철봉의 머리쪽에 섰다.

“일어나 앉으세요.”

“아니, 괜찮아.”

상반신을 세운 조철봉이 앞에 선 성희를 보았다.

 

셔츠가 허벅지까지 내려와 있었지만 무릎 위까지 드러난 피부는 매끈했고 탄력이 느껴졌다.

 

저도 모르게 입안에 고인 침을 삼킨 조철봉이 손을 들어 셔츠 끝을 들쳐 보았다.

“으음.”

조철봉의 입에서 신음이 울려 나왔다.

 

성희는 안에 팬티 하나만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홍빛 팬티는 언덕 부근이 볼록하게 솟아났고 끝 부분에 숲에서

 

빠져나온 몇 가닥의 검은 가지까지 보였다.

“아이.”

하면서 성희가 셔츠 끝을 내렸지만 비누를 집어들고 조철봉의 등에 비누칠을 했다.

 

그때 조철봉이 몸을 틀어 성희의 팔목을 잡았다.

“벗고 들어와.”

그러면서 조철봉이 성희를 욕조 안으로 끌었다.

“어머.”

하면서 성희의 몸이 기울더니 한쪽이 물에 젖었고

 

곧 옷을 입은 채로 욕조 안에 주저않았다.

“벗어.”

얼굴을 펴고 웃은 조철봉이 이제 마주 보고 앉은 성희에게 말했다.

“네 몸이 보고 싶다.”

“싫어.”

성희가 눈을 흘기는 시늉을 했지만 곧 셔츠를 위로 들면서 위쪽으로 벗었다.

 

그러자 성희는 브래지어와 팬티만 입은 차림으로 욕조에 쪼그리고 앉은 자세가 되었다.

 

조철봉도 손을 뻗어 먼저 성희의 브래지어 호크를 풀어 벗겼다.

 

그러자 성희의 아담한 젖가슴이 드러났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가슴에 젖꼭지는 콩알만 했다.

 

성희가 조철봉의 시선을 받더니 두 손으로 젖가슴을 가렸다.

 

그때 조철봉이 성희의 다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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