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6. 꿈을 깨다(10)
(1247) 꿈을 깨다-19
“여기 있습니다.”
최갑중이 탁자위에 구겨진 봉투 하나를 내려놓더니 외면한 채 말했다.
“형님 계좌에서 지급될 돈이니까 그 수표 찢어버리면 돈 굳히시게 되는거죠.”
봉투 안에는 서경윤이 김병문한테 생색을 내고 주었던 1억짜리 수표가 들어있는 것이다.
갑중이 말을 이었다.
“일은 박경택이한테 시켰습니다. 걔들이 믿을만 하거든요.”
“…….”
“수고비로 5백을 주었습니다. 어쨌든 1억을 다시 찾았으니까요.”
“…….”
“그, 영일 엄마가 다시 돈을 내라면 어떻게 하실랍니까?”
하고 갑중이 물었으므로 조철봉이 머리를 들었다.
갑중의 시선을 받은 조철봉이 못들은 것처럼 눈만 껌벅였다.
그러자 입맛을 다신 갑중이 말을 이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여자 아닙니까?
그놈이 다시 졸라댈 것이고 말입니다.”
“…….”
“또 돈 주고 오늘처럼 또 뺏을까요?”
그러자 조철봉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이자식이.”
“결정을 내리셔야죠, 이젠.”
갑중이 다그치듯 말했다.
“형님 답지않게 왜 이러십니까?
이렇게 질질 끌어서 어떻게 하실겁니까?”
“그, 영일이가.”
“이제 영일이는 형님이 키우세요.”
얼굴을 굳힌 갑중의 기세가 더 거칠어졌다.
상반신을 조철봉 쪽으로 굽힌 갑중이 잇사이로 말했다.
“유모에, 가정부까지 두고 말입니다.
더이상 그 여자한테 맡길 필요가 없습니다.”
“…….”
“우리가 확보한 테이프를 증거물로 제출하면 얼마든지 이혼이 됩니다.
그년은 영일이를 내놓아야 할 것이고 위자료도 받지 못하게 될겁니다.”
“…….”
“아, 불쌍하다고 생각하시면 얼마 떼어 주시든지요.
이렇게 살수는 없으니까 말입니다.”
“…….”
“오늘 돈 뺏겼겠다 눈이 돌아간 그놈이 그년한테 형님 죽이자고 할지도 모릅니다.
집에 들어가셨다가 내일 아침에 변사체로 나오실랍니까?”
“이 새끼가 정말.”
눈을 부릅떴던 조철봉이 곧 의자에 등을 붙이고는 길게 숨을 뱉었다.
그러고는 창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제주도에서 영일이 떼어놓고 연놈이 그 지랄을 하는 꼴을 보니
그년한테 영일이 못 맡기겠다.
“당연하지요.”
갑중이 커다랗게 머리를 끄덕였을때 조철봉의 말이 이어졌다.
“나는 당분간 출장이다.”
“예?”
놀란 갑중이 물었을때 조철봉은 길게 숨을 뱉었다.
“영일 엄마한테 말이야.”
“그, 그러면.”
“집에 안들어간다.”
“예, 그러셔야 됩니다.”
“준비 완벽하게 해 놓고나서 하루만에 끝내야 된다.”
어깨를 편 조철봉의 눈빛이 강해졌고 그에 비례해서 갑중은 약해졌다.
조철봉이 잇사이로 말했다.
“왜 하루만에 끝내야 되는고 하면 영일이한테 충격을 덜 줘야 되기 때문이다.”
“아아, 예.”
갑중이 건성으로 대답했지만 조철봉의 목소리는 더 강해졌다.
“영일이한테는 내색하지 않고 데려온다. 그러니까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돼.”
(1248) 꿈을 깨다-20
기가 막힌다는 표정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서경윤은 좀 독특했다.
입을 반쯤 벌리고는 코웃음을 치면서 머리를 좌우로 돌렸는데 앞에 앉은 김병문과는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전문가 짓이었어.”
병문이 필사적으로 말을 이었다.
머리는 온통 붕대로 싸매었는데 뒤통수를 맞았다는 작자가 이마까지 흰 붕대로 감싸고 와서
마치 뇌 수술을 받은 환자 같았다.
“영일 아빠한테 말해서 그 수표가 돌아가는 것을 막아야.”
다시 병문이 말했을때 경윤은 입을 다물더니 시선을 들었다.
그러고는 싸늘하게 말했다.
“그럼 경찰에 신고하라고 할거고 자기가 진술을 해야 할텐데.
그럼 영일 아빠가 알게 될거아냐?”
만나기 전에 병문이 전화로 같은 소리를 했고 경윤의 대답도 같았다.
경윤이 똑바로 병문을 보았다.
“잘들어.”
경윤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1억은 날아간거야. 잊어먹은 것이라구. 그 이야기는 두번다시 꺼내지 마.”
“하지만.”
“나, 결심했어.”
얼굴을 굳힌 경윤이 말을 이었다.
“헤어지기로 말야.”
긴장한 병문이 눈만 껌벅였고 경윤의 말이 이어졌다.
“오늘부터 그 작자 뒷조사를 해서 자료 챙기겠어.
결정적인 물증을 잡은 다음에 한밑천 뜯어 낼테니까
그때까지 자기는 나한테 전화도 하지마. 알았어?”
“아, 그거야.”
침을 삼킨 병문이 번들거리는 눈으로 경윤을 보았다.
“내가 도와주고 싶은데, 믿을만한 용역회사 찾아볼까?”
“다 내가 할테니까 자긴 빠져.”
“그, 그럼 얼마나 걸릴 것 같아?”
“최소한 삼개월, 길면 반년정도.”
“그럼 그동안 우리 못만난단 말야?”
“참아야지.”
“난 못참아.”
병문이 머리까지 젓자 굳어져있던 경윤의 얼굴도 풀려졌다.
“나아 참, 기가 막혀.”
“비웃어도 좋아. 난 자기 없으면 못살아. 삼개월간 못보느니 차라리 죽는게 나아.
최소한 일주일에 세번은 해야 돼.”
“미쳤어? 정말 돌았네.”
“그래, 돌았어.”
“머리가 그 지경이 되어서도 그래?”
“아래는 멀쩡해.”
“나아 참, 기가 막혀.”
그러더니 경윤이 옆에 놓인 가방을 집어들고 일어서려는 차비를 했다.
“어, 어디 가려구?”
놀란 병문이 묻자 경윤이 눈을 흘겼다.
“집에 가지 어딜가? 정말 속상해 죽겠는데.”
“그럼 나하고 잠깐 쉬었다가 가.”
“미쳤어?”
그러더니 경윤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번져졌다.
“정말 그 생각이 나는거야?”
“난 자기만 보면 그래.”
커피숍안에 손님이 많았지만 그들 둘에게 신경을 쓰는 사람은 없다.
병문이 열기띤 눈으로 경윤을 보았다.
“나하고 두시간만 같이 있다가 가. 가는 시간까지 합해서 앞으로 세시간만.”
“이 근처에도 호텔 있어. 그러니까 두시간 반만.”
“그래, 두시간 반.”
병문의 목소리에 생기가 띠어졌다.
“나, 미치겠어. 당신을 죽여 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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