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306. 야망(5)

오늘의 쉼터 2014. 8. 18. 17:25

306. 야망(5)

 

 

 

(1207) 야망-9

 

 “저, 말씀하신 대로 5백 주세요.”

이유진이 또렷하게 말했다.

 

조철봉에게 시선을 준 눈동자가 흔들리지도 않는다.

 

플로어에서는 갑중이 다시 ‘돌아가는 삼각지’를 부르고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지겹지 않았다.

 

노래를 구성지게 부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조철봉의 시선을 꽉 잡은 채 유진이 말을 이었다.

“한 달에 몇번 만날 것인가는 사장님이 정해 주세요. 그리고 외박은.”

잠시 생각하는 시늉을 했던 유진이 결심한 듯 말했다.

“한 달에 세번 정도만요. 그 이상은 곤란해요.”

“알았어.”

머리를 끄덕인 조철봉이 차분해진 얼굴로 유진을 보았다.

“그럼 계약은 내일 하기로 하지.”

그러고는 조철봉이 지갑에서 10만원권 수표 석장을 꺼내더니 유진에게 내밀었다.

“이건 수고비야 받아.”

수표를 받은 유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조철봉을 보았다.

“저, 호텔은요?”

“취소하면 돼.”

“그럼 오늘은 그냥 가시게요?”

“내일 정식으로 계약하면 만나기로 하지. 지금은 싫어.”

조철봉이 흘끗 갑중의 등에 시선을 주고나서 말을 이었다.

“전화번호 남겨놓고 먼저 나가.”

“네.”

머리를 끄덕인 유진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그럼 먼저 나갈게요.”

유진이 방을 나갈 때 노래를 부르던 갑중이 보았다.

 

노래를 부르다 그친 갑중이 자리로 돌아오며 물었다.

 

노래방 도우미는 좀처럼 방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것이다.

 

더블은 거의 없다.

“형님, 무슨 일입니까?”

“보냈다.”

“저런.”

낭패한 표정의 갑중이 털썩 자리에 앉더니 옆에 앉는 파트너를 보았다.

“넌 그 분하고 같이 호텔에 가.”

“저, 혼자요?”

“그래, 이자식아.”

이맛살을 찌푸린 조철봉이 나무랐다.

“언제는 내가 없으면 못했냐?”

“그래도 저 혼자만.”

“너, 먼저 나가. 그리고 시간 남았으니까 주인 좀 오라고 해.”

“아아, 예.”

그때서야 감이 잡힌다는 듯이 갑중이 서둘러 일어섰다.

 

그러고는 파트너의 손을 쥐고 말했다.

“그럼 형님, 먼저 가겠습니다.”

“주인이나 빨리 보내.”

“예, 형님.”

갑중이 나가고 나서 10분쯤 시간이 지났을 때 주인여자가 들어섰다.

 

그 10분간 갑중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여자를 설득했으리라고는

 

조철봉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여자는 잠자코 앞쪽에 앉았는데 시선을 내리고는 어색한 듯이

 

 얼굴에 엷은 웃음기가 떠올라 있었다.”

“부르셨어요?”

 

하고 탁자를 내려다보며 묻는 순간,

 

조철봉은 목구멍이 막히는 느낌을 받았다.

 

욕정이다.

 

조철봉은 한 번도 이런 충동을 일으키는 여자를 놓쳐 본 적이 없다.

 

그리고 그 여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저기요.”

여자가 먼저 말을 열었다.

“아까 그 파트너, 그냥 보내신 거는 잘하셨어요. 걔가 아주 여우거든요.”

그때 여자가 시선을 들고 조철봉을 보았다.

 

입술이 단정하고 콧날이 귀엽다.

 

벌써 조철봉의 머릿속은 여자의 샘을 떠올렸다. 

 

 

 

 

(1208) 야망-10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여자가 웃음띤 얼굴로 물었다.

“혹시 백만원 이야기 하지 않던가요?”

“백만원? 그게 무슨 말이오?”

“예, 끝나고 이차 나가자면서 백만원짜리 수표를 주었다는 스토리요.”

“으음.”

“했어요?”

“하던데.”

그러자 여자는 짧고 맑게 소리내어 웃었다.

 

웃음소리가 지금까지 두시간 가깝게 소음으로 가득차 있던 방안에 쫙 퍼졌다가 사라졌다.

 

그 어떤 노래보다 감동적인 울림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여자가 물었으므로 조철봉은 헛기침을 했다.

“정나미가 떨어집디다.”

“그러시겠죠. 그런데.”

웃음띤 얼굴로 여자가 말을 이었다.

“대상을 보고 그 가격이 높아졌다가 낮아졌다가 하거든요.

 

전 걔가 사장님한테 백만원 부를 줄 알았죠.”

“그렇다면.”

“사장님 수준을 최고급으로 본거죠.

 

세상에 이차값으로 백만원 이상을 내놓을 미친놈은 없거든요.”

“…….”

“제가 듣기로는 삼십만원에서 백만원이에요.

 

열번에서 일고여덟번은 흥정이 되어서 이차 나갔는데 오늘은 안되었네요.”

“…….”

“걔 나갈때 보니까 아쉬운 얼굴이던데. 이차 가시지 그랬어요? 백만원 다 안줘도 될텐데.”

“당신은 어때요?”

불쑥 조철봉이 묻자 여자는 소리없이 웃었다.

 

흰 치아가 고르게 드러났고 조철봉의 목이 메었다.

“지금 흥정 하시려는 건가요?”

“당연하지, 내가 내놓을게 뭐가 있다고? 그 방법이 가장 정직하고 간단하지.”

“얼마 부르실건데요?”

“당신이 불러봐요.”

“백만원.”

그러고는 여자가 다시 깔깔 웃었다.

 

웃음소리가 방음 장치가 잘된 방에서 메아리를 쳤고 여자는 말을 이었다.

“흥정 해보세요. 어서.”

“아니.”

머리를 저은 조철봉이 지갑을 꺼내 백만원권 수표 한장을 집어 여자에게 내밀었다.

“자, 받아요.”

“농담이었어요.”

여자가 상반신을 뒤로 물리는 시늉을 하면서 조철봉을 보았다.

 

얼굴에는 아직 웃음기가 가시지 않았다.

“죄송해요. 사장님. 장난쳐서.”

“그럼 여기서 해줘도 돼.”

수표를 내려놓은 조철봉이 정색하고 여자를 보았다.

“옷 다 벗지 않아도 돼. 내 얼굴 바로 보지 않아도 되고, 팬티만 내리면 내가 뒤에서 할테니까.”

“…….”

“당신도 엉덩이만 내밀고 엎드려서 노래 화면만 들여다 보면 돼.”

“…….”

“10분이면 끝날거야. 당신이 좋아한다면 한시간도 끌 수 있지만 말야.”

“저, 그만 나갈게요.”

하고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섰을 때 조철봉이 쓴웃음을 지었다.

“당신, 그 여자하고 똑같구만.”

여자가 몸을 굳히더니 눈만 크게 떴고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아니 수준이 더 낮아. 몸도 그렇지만 행동까지.

 

말만 던졌다가 도망치는 위선자 같으니, 솔직히 당신은 백만원 가치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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