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304. 야망(3)

오늘의 쉼터 2014. 8. 18. 17:23

304. 야망(3)

 

 

 

(1203) 야망-5 

 

 주인여자가 방을 나갔을 때 조철봉이 최갑중을 보았다.

“주인여자가 괜찮군.”

그러자 갑중이 빙긋 웃었다.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갑중의 목소리가 은근해졌다.

“이혼녀인데 고등학생 딸이 하나 있습니다.

 

손님들이 작업을 걸어도 넘어가지 않는다고 소문이 났습니다.”

“너도 그중 하나겠군.”

“에이, 저야.”

정색한 갑중이 머리를 저었다.

“제가 마담한테 껄덕거리지 않는 걸 형님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건 조철봉도 마찬가지다.

 

마담하고 친해지면 공급이 불성실해진다는 것이다.

 

프로 마담 같으면야 공과 사를 확실하게 구분하여 설령 손님하고 배를 맞췄다고 해도

 

파트너를 정성스럽게 골라 앉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좋아하게 된 남자 옆에 젊고 쭉쭉빵빵한 영계를 앉히려면 마담의 가슴이 찢어질 것 아닌가?

 

조철봉과 갑중은 그것을 염려했기 때문에 대를 위하여 소를 희생하는 심정으로 괜찮은 마담이

 

출현했을 때에도 인내심을 발휘해 온 것이다.

 

지금 갑중이 말한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주인한테 당겼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공급되어올 파트너를 생각하고 작업을 걸지 않았다는 말인데,

 

조철봉의 줄기찬 시선을 받고 갑중이 마지못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예, 두어번 작업 걸었지요.

 

그런데 요리조리 핑계를 대고 빠져 나가더만요.

 

그래서 포기하고 파트너한테만 신경을 썼습니다.”

“이집 도우미가 좋긴 해?”

“예, 보시면 알겁니다.”

그때 방문이 열리더니 여자 둘이 들어섰는데 주인여자는 따라오지 않았다.

“여어.”

갑중이 반색을 하고 반겼으므로 조철봉은 멀뚱한 얼굴을 했다.

“어서 오시오.”

자리에서 일어나기까지 한 갑중이 여자를 맞았다.

“자, 앉으시죠.”

조철봉은 여자들이 수준급인 것을 대번에 알 수 있었다.

 

둘다 바지 차림인 것도 신선했고 금방 설거지를 마치고 온 것처럼 머리는 뒤로 묶은데다

 

화장하지 않은 얼굴에도 호감이 갔다.

 

갑중이 호들갑을 떠는 이유도 이해가 되었다.

 

이곳은 술집이 아니다.

 

거드름을 피우면서 서비스걸을 맞는 것처럼 자세를 잡으면 감점이 되는 것이다.

 

다소 과장을 하더라도 감탄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면 복 받는다.

 

여기서는 이차에 대한 주도권이 남자에게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주인의 영향력이 큰 것도 아니다.

 

그러니 괜찮다고 생각되면 잘 보여야 복 받는다.

 

조철봉의 옆에 앉은 여자는 갸름한 얼굴에 피부가 고왔고 섬세한 윤곽의 미인이었다.

 

미인의 기준이 시대나 나이, 개성에 따라 각각 달라서 조철봉의 눈에 미인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조철봉의 미인 기준은 적당한 체격, 마르지도 살찌지도 않은 몸매, 적당한 젖가슴,

 

둥글거나 갸름한 형의 얼굴, 반짝이는 눈, 앵두 같아도 좋고, 얇아도 좋은 입술이었으니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다.

 

그런데 파트너는 계란형 얼굴에 눈은 가는편에다 눈꼬리가 조금 솟았고 입술은 엷다.

“저, 이유진입니다”

 

하고 여자가 자신을 소개했으므로 조철봉은 얼굴을 펴고 웃었다.

“나, 조철봉이요.”

이제 근심걱정은 다 달아났다.

 

신의주특구 장관도 다 필요없다. 

 

 

(1204) 야망-6

 

 

노래를 부르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들 하지만 오히려 더 쌓일 때도 있다.

 

그 경우의 하나가 같은 노래를 반복해서 듣는 경우인데 바로 지금이 그렇다.

 

조철봉은 지금 갑중의 ‘돌아가는 삼각지’를 듣는 중이었는데 아마 수백번은 들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조철봉도 저 노래를 좋아했지만 갑중이 하도 불러 대는 바람에 지금은 삼각지로

 

지나가기도 싫을 정도가 되었다.

 

왜냐하면 갑중은 준음치쯤 되는데도 옆에서 충고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인지

 

자기가 노래를 잘 부르는 줄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에 조철봉도 일조를 했으므로 지금 지적하면 갑중의 충격은 엄청날 것이었다.

 

조철봉이 머리를 돌려 옆에 앉은 이유진을 보았다.

 

유진은 갑중의 노래에 손뼉으로 박자를 맞춰주는 중이었다.

 

갑중의 파트너는 플로어에 나가 있었으므로 좌석에는 둘뿐이다.

“애는 어떻게 하고?”

불쑥 조철봉이 물었는데 그냥 해본 말이다.

 

아직 유진하고는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남편이 죽었는지 아이가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자 유진이 빙긋 웃었다.

“엄마가 봐주세요.”

“친정 엄마겠군.”

“네.”

다음 순서는 남편이고, 아이의 나이, 남편의 직장이 되겠지만 조철봉은 생략했다.

 

유진의 옆에 앉은 사내들은 모두 그것을 물어봤을 것이었다.

“거시기.”

조철봉이 흘끗 플로어의 갑중에게 시선을 주고 나서 유진에게로 돌아앉았다.

 

유진을 정면으로 보면서 조철봉이 물었다.

“노래 끝나고 이차 갈래?”

유진이 가만히 쳐다만 보았고 조철봉은 말을 이었다.

“딱 두시간, 유진씨가 좋다면 내일 아침까지.”

“…”

“물론 대가는 주고.”

그러자 유진이 다시 싱긋 웃었다.

 

플로어의 갑중은 ‘삼각지’의 이절을 부르는 중이었다.

“싫어요.”

“그래, 알았어.”

유진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머리를 끄덕인 조철봉이 상반신을 바로잡고 앉았다.

 

그러고는 술잔을 들었을 때 유진이 말했다.

“남자들은 꼭 그렇게 묻더군요.”

조철봉은 술잔만 보았고 유진의 말이 이어졌다.

“다 똑같아요. 나름대로 개성있게 말한다고는 하지만 내용이.”

“…”

“짐승 흥정하는 것 같아요.”

그러자 머리를 끄덕인 조철봉이 유진을 보았다.

“넌 남자의 그 기질 때문에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러고는 조철봉도 싱긋 웃었다.

“남자가 이차 욕심을 품고 있지 않다면 아예 여자 도우미를 부르지도 않을걸?”

“…”

“아마 부를 확률은 15% 정도일거야. 내가 장담한다. 여론조사를 해봐도 그 이상은 안될거야.”

“…”

“좀 친절하게 봐주지 그랬어?

 

대가를 물어봐 주기라도 했다면 분위기가 덜 서먹했을텐데.

 

하긴 그럴 만큼 여유가 있으면 아예 나가는 여자처럼 보일테니까 그것도 뭣 하겠구만.”

조철봉은 온몸에서 열기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끼고는 심호흡을 했다. 전의다.

“난 마누라가 교통사고로 죽고 나서 섹스를 3년동안 안했다. 이런 제의도 오늘 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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