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301. 열망(15)

오늘의 쉼터 2014. 8. 17. 20:21

301. 열망(15)

 

 

 

 

(1197) 열망-29

 

 

고영민은 입에 가득 돼지고기 보쌈을 넣고 씹었다.

 

부풀려진 볼과 함께 움직이면서 조금씩 벌어졌다가 닫히는 입술을 보면서

 

조철봉은 숨을 들이켰다.

 

어느새 철봉이 곤두서 있었기 때문이다.

 

입이 바로 샘이었다.

 

입을 보면 샘을 연상할 수가 있는 조철봉이다.

 

그것이 맞는지 틀린지는 한번도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것이다.

 

확인까지 한다면 실성한 넘이다.

“술 많이 마셔두 돼?”

씹던 것을 삼킨 영민이 지나는 말처럼 물었지만 조철봉이 그 속을 모르겠는가?

 

조철봉이 옆에 앉은 영민의 허리를 당겨 안았다.

“걱정마.”

“설 수 있어?”

“응.”

“할 수 있어?”

“응.”

영민이 조철봉의 어깨에 머리를 붙였다.

“나, 지난 번에 전화로 할 때, 정상에 올랐어.”

“어, 그래?”

“그때부터 철봉씨하고 하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았어.”

“나두 그래.”

“오늘 해줄거지?”

“그럼.”

“저기, 그거 만져봐도 돼?”

“응?”

조철봉이 미처 대답도 하기 전에 영민이 손을 뻗어 파자마 위로 철봉을 만졌다.

“엄마, 커.”

영민의 목소리가 떨렸다.

“잠깐.”

조철봉이 영민의 팔목을 잡아 떼어낸 동작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팔이 먼저 나간 것이다.

 

뇌가 지시를 하기도 전에 몸이 반사 작용으로 움직인 것이나 같다.

 

몸이 먼저 방어를 했다.

“영민아.”

조철봉이 의외인듯 눈만 크게 뜨고 있는 영민을 불렀다.

“응?”

“나는 5년 동안 섹스를 한번도 하지 않았어, 영민아.”

“나두 그쯤 돼, 철봉씨.”

영민의 목소리가 다시 떨려나왔다.

“널 아끼고 싶어.”

이 말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던 말이었으므로 제 말을 제 귀로 듣고난 조철봉이

 

퍼뜩 머리를 들었고 다음 순간 얼굴 피부가 뻣뻣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고나서 팔과 등에 소름이 돋아났다.

 

그렇다. 16년 전에 그날 밤에도 이 말을 뱉은 것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 말이 튀어 나왔단 말인가?

 

영민이 머리를 들고 조철봉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입을 다물고 상체도 반듯하게 세워 차분해진 모습이었다.

“나는.”

다시 입을 떼었던 조철봉은 갑자기 가슴이 막히는 바람에 숨을 들이켰다가 방심했다.

 

그 사이에 눈에서 눈물이 쏟아져 내린 것이다.

 

갑자기 웬일인가?

“너를 사랑해, 영민아.”

그 눈물을 그대로 낭비할 조철봉은 아니다.

 

눈을 부릅뜬 조철봉이 눈물에 맞는 대사를 뱉었고 차분하게 마무리를 했다.

“그래서 아낄거야. 아주 오래오래 네 옆에 있으면서 아낄거야.”

“….”

“하지만 16년 전에 우리가 헤어졌던 것처럼 되지는 않을거야.

 

난 다른 남자가 되어 있으니까, 널 절대로 안놓쳐.”

“나두, 나두 안놓쳐.”

그때서야 영민이 서두르듯 대답했다.

 

조철봉은 이를 악물었다.

 

다른 여자들처럼 한번 하고 나면 감동이 없어질까봐 이런다고 어떻게 말한단 말인가?

 

다 업보다. 

 

 

 

 

(1198) 열망-30

 

 

다음날 아침,

 

침대에서 눈을 뜬 조철봉은 먼저 구수한 된장국 냄새를 맡았다.

 

몇번 숨을 더 쉬었을 때 계란 프라이 냄새,

 

겉절이에 넣은 마늘 냄새까지 맡아졌다.

 

 어젯밤에는 소주 세병을 둘이 나눠 마셨는데 한병쯤 마신 고영민은

 

침대에 눕자마자 자버렸다.

그래서 조철봉이 옷까지 벗겨줘야 했던 것이다.

 

술에 취했는지 취한 척했는지는 알수 없었지만 브래지어와 팬티만 남겨놓고

 

다 벗겨도 영민은 늘어진 채 움직이지 않았다.

 

불을 환하게 켜놓은 방안의 침대 위에 브래지어와 팬티 차림의 영민이

 

큰 대자로 누워 있었던 것이다.

 

영민의 몸은 고생을 한 때문인지 말랐다.

그러나 피부는 윤기가 흘렀으며 특히 아랫배 밑의 언덕이 탐스러웠다.

 

팬티에 가려져 있었지만 양쪽 끝으로 조금씩 삐져나온 숲을 보면서

 

조철봉은 여러번 심호흡을 했다.

 

그러자 숨을 들이쉴 때마다 심장에 감동이 차곡차곡 쌓이는 느낌이 들더니

 

마침내 시트로 몸을 덮어 주었을 때는 목까지 멨던 것이다.

“아저씨 깨셨나 보고 와.”

하고 영민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으므로 조철봉은 시트로 몸을 가렸지만

 

눈은 뜨고 기다렸다.

 

그때 방 안으로 애주가 들어섰는데 조철봉과 시선이 마주치자 눈웃음까지 쳤다.

“엄마, 아저씨 깼어.”

조철봉을 바라본 채 애주가 소리쳤다.

 

그러더니 조철봉에게 까닥 머리를 숙였다.

“아저씨, 안냐세요.”

“오냐.”

그러자 방문 앞으로 다가온 영민이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씻고 식사하세요.”

“어, 그래.”

“애주 학교 데려다 줘야 해요.”

“알았어.”

마치 10년쯤 같이 산 부부 같았고 애주도 전혀 내숭을 떨지 않았다.

 

그래서 회사에 출근한 조철봉의 기분은 그날따라 화창한 날씨처럼 맑고 밝았다.

 

조철봉은 비서실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들어온 박경택도 웃음띤 얼굴로 맞았다.

“어, 다녀왔어?”

“예, 사장님. 하지만.”

앞쪽에 앉은 경택이 조철봉의 눈치를 살폈다.

“오전 비행기로 다시 내려갈 예정입니다.”

“그래?”

“오늘은 중간 보고를 드리려고.”

경택이 가방에서 사진 뭉치를 꺼내 탁자 위에 놓았다.

“사모님이 남자를 만나고 있는 사진을 찍었습니다.”

“…….”

“남자는 같은 호텔에 투숙하고 있는데 김병문이라는 컴퓨터 판매점 사장입니다.”

“…….”

“나이는 33세이고 화곡동 천일아파트에 사는데 결혼했습니다.

 

세살짜리 아들이 있구요.”

조철봉은 한장씩 사진을 넘기면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얼굴도 화보집을 보는 것처럼 큰 변화가 없다.

 

사진은 서경윤이 사내하고 같이 식사하는 장면 그리고 창 밖에서

 

망원렌즈로 찍은것 같은데 베란다에 둘이 어깨를 껴안고 서있는 장면도 있다.

 

경택의 말이 이어졌다.

“사모님은 영일이가 자면 옆방에 투숙하고 있는 이 놈한테 갑니다.

 

그러고는 아침에 돌아오지요.”

“…….”

“어제 낮에는 이 놈하고 같이 밖에 나갔다가 돌아왔습니다.

 

영일이는 할머니가 보구요.”

그 사진도 있다.

 

조철봉은 다시 심호흡을 했다.

 

이것도 업보다.

 

누구를 원망하랴? 

 

 

<다음 야망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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