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살수대첩(薩水大捷) 10
한편 척후의 임무를 띠고 먼저 출발한 위문승은 본진의 이러한 사정을 통 알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방진을 만들어 퇴각하는 20만 대군의 행렬은 뫼를 덮고 성과 성을
연결하고도 남을 만치 장대했다.
위문승은 안주성을 지나 중식 때쯤 남살수의 남편 기슭에 닿았다.
그는 수삼 일에 걸쳐 내린 장대비로 강을 건너올 때 설치해둔
뗏목과 부교가 흔적 없이 떠내려갔을 것을 적잖이 걱정하였지만 정작 살수 강변에 이르러 보니
20여 개에 달하는 다리도 전날 그대로요,
강의 수위도 올 때와 견주어 크게 다르지 않아서 수상한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이상합니다. 비가 그토록 내렸는데도 어찌하여 강물이 불어나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글쎄다.”
부장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위문승도 말을 탄 채로 유심히 강 주변을 살펴보았다.
비가 내리는 소조(蕭條)한 강변에는 약간 어둡고 괴기스런 기운만 감돌 뿐
특별히 이상한 징후는 없어 보였다.
위문승은 주변을 샅샅이 둘러보고 나서 이내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럴 수밖에 없겠구나.”
부장들이 까닭을 묻자 그는 살수강 상류의 울창하고 빽빽한 나무숲을 가리켰다.
“저기를 보라.
녹음방초가 저토록 무성한데 강물이 단번에 불 리가 있겠느냐?
그런 줄도 모르고 공연히 걱정을 했구나.”
위문승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아무튼 천만다행이다.
강물이 넘쳐나 다리와 뗏목을 모두 잃어버렸으면 어쩔 뻔했느냐?
우선 우리가 먼저 강을 건너가서 본진이 오기를 기다리자.
군사들이 한결같이 이곳을 걱정하였으니 우리가 도강하여 징을 치며
기다리는 것을 보면 비로소 마음을 놓을 것이다.”
그는 2천 마군을 이끌고 말을 탄 채로 다리를 건너갔다.
위문승이 무사히 남살수를 건너 북변에 닿자 얼마 아니 있어 본진의 선두가 질서정연하게
남편 기슭에 모습을 드러냈다.
위문승의 기병들은 자신들이 건너온 강 건너편을 향하여 요란하게 징을 울려대며 환호했다.
이를 본 수군 본진에서도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같이 팔을 흔들어 기병들의 신호에 화답했다.
그들은 건너올 때와 마찬가지로 대오를 가지런히 하여 질서정연하게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비는 제법 성하게 내리고 있었지만 남살수 강물의 유속은 그리 빠르지 않았고,
기슭의 나무둥치나 바위를 의지해 띄워놓은 판자 부교도 거의 평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조금 있으려니 안주성에서 혼쭐이 난 후진의 선두가 대오도 갖추지 않은 채로 허겁지겁 나타났다.
한 차례 된맛을 본 이들은 선진과는 달리 마구 활개를 쳐대며 부리나케 다리로 뛰어올랐다.
자연히 앞서 체계 있게 도강하던 선진과 마구잡이로 달려든 후진들이 다리 위에 뒤섞여
큰 혼잡을 이뤘다.
복잡한 다리를 피해 강물로 첨벙첨벙 뛰어드는 무리도 부지기수였다.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위문승은 그제야 후진에게 무슨 불상사가 일어난 것을 직감했다.
다리 위의 선진과 후진 사이에선 이내 고성이 오가고 왁자지껄한 언쟁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20만이 넘는 군사가 한꺼번에 판자 부교로 올라서는 바람에 다리가 중량을 이기지 못하여 가라앉고,
강물로 뛰어든 사람 때문에 수면은 갑자기 높아져서 도강하던 군사들이 허리까지 물에 잠겼다.
부교에서 떨어지는 자도 한둘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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