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장 신성(新城)함락 31 회
두 사람 가운데 수군을 먼저 맞닥뜨린 사람은 건무였다.
그는 상륙한 수군들이 진을 치고 기다리던 해포 근처에서 3만에 가까운 내호아의 군대와
정면으로 대치했다.
비록 속에 품은 남다른 야심 때문에 의로운 사람은 아니었지만 건무도 무예가 출중하고
지략이 뛰어난 장수였다.
그는 내호아의 수군에 비해 자신의 군대가 모든 면에서 열세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단 한 가지 유리한 점이라면 적에 비해 지형지세를 잘 아는 것뿐이었다.
그는 자신을 따라온 부장 솔천수(率川首)와 고유림(高柳林)을 불러 입을 열었다.
“병서에 이르기를 공격하는 쪽은 반드시 군사가 많아야 하지만 수비하는 쪽은 소군으로도
능히 대적할 수 있다고 하였다.
왜냐하면 수비하는 쪽은 먼저 유리한 지형을 선택해 군사들을 배치한 다음 피로한 적을 맞아
싸우기 때문이다.
또한 지형과 지세를 잘 아는 것은 열 갑절의 군사를 가진 것보다 오히려 낫다고 하였다.
지금 수군들이 해포에 진을 친 것을 보니 배와 배들을 서로 얽어매어 화공법에 대한 대비를
하나도 하지 않았구나.
이는 저들이 당분간 이곳에 머물며 육로의 군사가 오기를 기다렸다가 때가 되면 양쪽에서
성원상접을 하려는 뜻이다.
적이 바라는 것을 알았으니 어찌 그를 역으로 행하지 않겠는가?”
건무는 잠시 말허리를 끊었다가 다시 일렀다.
“나는 기병 1백 명을 이끌고 남패수 하류의 기슭으로 숨어들어서 선단에 불을 놓고
싸우는 체하다가 해포에서 제일 가까운 외성으로 달아나겠다.
하면 적들은 의심하는 마음을 가지면서도 나를 쫓아 외성에 이를 것이다.
그런데 외성의 들머리에는 전날 불이 나서 아직 수리를 하지 않은 넓고 빈 절이 한 채 있다.
솔천수는 절 주변에 보졸 5백 명을 배치하고 기다렸다가 적들이 쫓아오거든
절의 동쪽으로 달아나라. 두 번이나 이긴 적들은 더 이상 의심하지 않고
성의 깊숙한 곳까지 따라 들어올 것이다.
배를 타고 오느라 피로하고 굶주린 수군들은 성안에 이르면 먹을 것을 약탈하느라고
정신없이 설쳐댈 게 뻔하다.
고유림은 성안의 백성들에게 미리 말하여 일제히 밥 짓는 냄새를 피우게 한 뒤
나머지 군사들을 모두 민가 뒤편에 숨겨놓았다가 저들이 대오를 흐트리고
노략질에 열중할 때 번개같이 달려 나와 한놈도 남김없이 주살하라!”
명을 내린 건무는 스스로 기병 1백 명을 거느리고 남패수의 강기슭을 따라
수군의 배들이 정박한 곳으로 숨어들었다.
한편 해포의 수군 진영에서는 총관 내호아와 부총관 주법상의 의견이 다시 둘로 갈렸다.
이번에는 내호아가 서둘러 평양성으로 진격하자는 쪽이었고,
주법상은 육로의 제군이 올 때를 기다렸다가 양방에서 성원상접할 것을 극렬히 주장하였다.
내호아는 육로의 제군이 아직 당도하지 않은 것을 오히려 다행스럽게 여겼다.
누구보다 먼저 남평양을 장악함으로써 등주에서 늦게 출발한 것과 비사성에서 패한 허물을
단번에 만회할 욕심에 가득 차 있었던 내호아로선 주법상의 말이 귀에 들어올 리 만무했다.
총관과 부총관이 뜻을 합치지 못하고 한창 설왕설래할 무렵 별안간 기슭에서 말을 탄 적군들이
기습을 가해왔다.
그들은 흩어져 있던 군사들을 베고 해안에 묶어놓은 배를 향해 불붙은 막대기를 집어던졌다.
수군들이 우왕좌왕하며 큰 혼란에 빠진 것은 당연지사였다.
그런데 내호아가 보니 불시에 기습을 당해 그렇지 적군들의 숫자란 게 모두 합해야
고작 1백 명 정도에 불과했다. 그는 주법상을 향해 버럭 고함을 질렀다.
“저것 좀 보게나! 자네는 어찌하여 번번이 내 말을 듣지 않는가?
지금 고구려군은 장수부터 말단의 졸개에 이르기까지 전부 요동에 가 있어서 도성은
그야말로 텅텅 빈 적막강산이요 무인지경일세!
어쩌면 저것들이 대궐을 지키던 군사의 전부일지도 모르지.
그렇지 않고야 어찌 고작 1백여 명이 나타났겠는가?
세력이 약하니 굳이 성원상접할 것도 없지만 설혹 자네 말처럼 육로의 제군들이
오기를 기다린다면 일이 오히려 어려워질 수도 있네.
제군들이 밀고 내려오면 어디 우리 군사만 오는가?
밀린 적군들이 먼저 도착할 수도 있는 일이 아닌가?”
막상 1백 명 남짓한 군사를 본 주법상으로선 내호아의 주장에 반박할 말이 궁했다.
내호아는 주법상에게 배에 붙은 불길을 잡으라고 명하는 한편 자신은
해포의 모래밭에 흩어져 있던 군사들을 정비한 뒤 직접 말에 올라 건무와 맞섰다.
“네 이놈! 여기가 감히 어딘 줄 알고 불한당 같은 화적패를 이끌고 왔더란 말이냐?
당장 돌아가지 않는다면 네놈의 대가리와 오장육부를 꺼내어 고기밥을 만들어주리라!”
건무가 대갈일성 고함을 지르며 검을 세워 달려들자 내호아는 껄껄 웃었다.
“가소롭구나! 그것도 군사라고 데려와서 거센 척하느냐?”
그들은 곧 검으로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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