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 21장 욕정 [6]
(441) 21장 욕정 <11>
동성 1호관. 특실에 둘러앉은 손님은 여섯, 서동수와 부장관 둘,
그리고 만경봉 악극단장 임수영과 가수 양민아, 무용수 정수현이다.
오늘 모임은 신의주 장관이 악극단 공연에 감사를 표시하는 자리여서 선물도 준비해 놓았다.
임수영은 30대 중반쯤 되어 보였는데 가수 출신이라고 했다.
정부로부터 영웅 칭호를 받은 가수이며 이제는 북한 제1의 악극단 단장이 되어 있다.
양민아와 정수현은 20대쯤의 늘씬한 미인으로 원탁에 고위 측과 둘러앉았는데도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서동수급보다 더 고위층을 상대한 흔적이 역력했다.
“자, 건배합시다.”
서동수가 술잔을 들고 말했다.
“신의주의 발전을 위하여 건배.”
모두 따라서 술잔을 들고 건배를 외쳤는데 처음의 어색했던 분위기가 금방 지워졌다.
세 여자의 능숙한 접대 솜씨 덕분이다.
원탁에 앉았을 때도 임수영의 제안에 의하여 짝을 지었다.
문영규 옆에는 양민아가, 최봉주 옆은 정수현이 앉았고
서동수는 임수영이 시중을 들고 있는 것이다.
문영규는 물론이고 최봉주도 벌려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진수성찬에 좋은 술과 천하절색 미인들이 옆에 있는 터라 방안은 떠들썩해졌다.
두 부장관도 자주 부대끼다 보니까 익숙해져서 자연스러운 분위기다.
그때 서동수의 잔에 술을 따르면서 임수영이 말했다.
“장관 동지, 저도 신의주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그럼 좋지요, 악극단을 데리고 오면 호텔에서 매일 공연할 수 있을 거요.”
술잔을 든 서동수가 지그시 임수영을 보았다. 빼어난 미모다.
진주색 양장 차림이었는데 한국의 톱모델도 이보다 더 낫지 않을 것이다.
양민아와 정수현은 말할 것도 없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호텔 쇼를 참고로 하셔도 되겠지.”
“필름으로만 보았는데 지원만 해주시면 우리도 얼마든지 더 잘할 수 있습니다.”
“잘하실 겁니다.”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한국의 쇼는 어떤가?
이미 세계 일류 수준이다.
오히려 K팝은 세계를 선도하고 있지 않은가?
그때 임수영이 말했다.
“북조선에 가수, 무용수, 곡예단으로 양성된 인력이 수천 명입니다.
장관 동지께서 그들의 역량을 빛낼 기회를 주시지 않겠습니까?”
어느덧 옆쪽의 부장관 둘도 임수영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서동수의 시선이 임수영에서 양민아, 정수현을 스치고 지나갔다.
모두 긴장하고 있다.
“검토해 보지요.”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말을 이었다.
“신의주는 능력을 인정받은 만큼 대가가 주어지는 땅 아닙니까?
극단이 경쟁력만 있다면 성공할 겁니다.”
그러나 악극단은 이곳 진윤화의 식당처럼 동성이나 신의주 정부에서 지원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단은 경쟁력을 갖추고 진출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성장하는 것이 원칙이다.
만일 ‘쇼’를 북한의 만경봉 악극단에 맡긴다면 쇼와 함께 연관 산업이 자멸하게 될 것이다.
서동수의 말을 알아들은 임수영이 웃음 띤 얼굴로 머리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더 분발하겠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만경봉 악극단의 쇼를 보려고 신의주로 날아와야 됩니다.”
서동수가 응원했다.
하지만 다른 쇼단과 경쟁력에서 밀리면 신의주 무대에 설 기회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한국 업체들도 벼르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었으므로 두 부장관은 거들지 않았다.
(442) 21장 욕정 <12>
관사로 가는 차 안에서 옆에 앉아있던 유병선이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임 단장이 드릴 말씀이 있다는데요.”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유병선이 말을 이었다.
“10시쯤 관사로 찾아뵐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선약이 있다고 해.”
“예, 장관님.”
대답은 했지만 유병선의 눈이 두어 번 깜박였다.
어떤 선약인지 잠깐 생각한 것 같다.
등받이에 몸을 붙인 서동수가 힐끗 앞쪽을 보았다.
유병선이 채용한 운전사와 최성갑이 나란히 앉아있다.
믿을 만한 직원들이었지만 서동수가 목소리를 낮췄다.
“임 단장이 10시에 오겠다는 의도가 뭐야? 그 시간에 할 이야기는 없어.”
“예, 혹시 만찬 때 하시다 만 이야기가 있습니까?”
“신의주에 진출할 악극단을 지원해 달라길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어.
세계 각국에서 쇼단이 진출할 텐데 만경봉에게만 특혜를 줄 수는 없지.”
“만나 보시지요.”
유병선이 조심스러운 시선으로 서동수를 보았다.
“만경봉 악극단장이면 세상 돌아가는 물정도 다 안다고 봐야 될 것입니다.
장관님께 무리한 부탁을 하겠습니까?”
“아니, 이 사람이.”
입맛을 다신 서동수가 유병선을 흘겨 보았다.
“내가 미인계에 빠지지 않도록 견제를 해줘야지. 밤늦게 만나라고 해?”
“이런 상황에서 악극단장의 미인계는 통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장관님.”
“무슨 말이야?”
“악극단장이 누구의 사주를 받았을 것 같지가 않습니다. 장관님.”
“….”
“지금 미인계를 쓰면 중국은 물론, 한국, 일본의 조롱을 받게 되지 않겠습니까?
미인계도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
“또 장관님께선 여자 문제에 대해서는 특별하신 분입니다.
이미 여러 여자들이 매스컴에 등장했고 그럴 때마다 장관님 인기가 더 올라가셨지요.”
“이 친구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한번 만나 보시지요.
만나 보시고 그냥 돌려보내실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주저하실 것 없습니다, 장관님.”
“아무래도 관사에 혼자 있을 때는 진윤화를 불러야 할 것 같다.”
서동수가 불쑥 말했더니 이번에는 유병선이 입을 다물었다.
“그것이 낫겠어. 진윤화를 놔 두는 것이 내 생활관하고 맞지를 않아.
냉장고에다 성경책을 넣어둔 것처럼 어울리지 않아.”
“….”
“진즉 침대에서 엉켰어야 돼. 한번 어긋나니까 오늘 같은 일이 생기는 거야.
진윤화가 내 관사에 온다는 소문이 났다면 악극단장이 온다는 소리를 못했지.”
“악극단장을 부를까요?”
유병선이 물었으므로 서동수가 심호흡을 했다.
“너는 대통령 비서실장은 못 될 것 같다, 유 실장.”
“부르겠습니다.”
핸드폰을 꺼내면서 유병선이 말을 이었다.
“악극단장이 떠나고 나면 진 사장을 부르겠습니다.
진 사장은 12시가 되었더라도 관사에 갈 테니까요.”
서동수는 입을 다물었다.
그런 일은 없을 것이었다.
진윤화는 꿩 대신 닭으로 써먹을 대상이 아니다.
지금까지 공을 들인 것이 얼마인데 그렇게 값싸게 소비한단 말인가?
차라리 놔 두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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