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선녀열전

선녀열전(仙女列傳) 25 <END>

오늘의 쉼터 2014. 8. 7. 01:02

 

 

 

선녀열전(仙女列傳) 25









25부






처음에는 마을 사람이 생각하기를 먼저 내려간다고 산 아래로 내려간 선아 아가씨의 일행들 중에서

 

뒤에 쳐진 사람이 도로 올라와서 자기와 함께 가려고 뒤에 몰래 와서 장난을 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잠시 후



자기의 어깨에 파고드는 날카로운 호랑이의 발톱에 엄청난 아픔을 느끼며 비로소 자기의 등 뒤에서

 

자기를 끌어당기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호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으르렁 거리는 호랑이의 소리에 놀라 마을 사람은 정신없이 “사람 살려라!” 고 고함을 쳤지만

 

이미 산 아래로 내려간 선아 아가씨의 일행들이 그 비명 소리를 들을 리가 만무하였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호랑이가 으르렁 거리며 마을 사람을 공격하자

 

사람의 비명소리와 호랑이의 으르렁 거리는 소리에 흥분을 한 소들이 일제히 호랑이를 향해서

 

돌진을 하였다.



그러자 호랑이도 소들의 뜻밖의 공격에 놀라 부상을 당한 마을 사람을 버린 채 물러가고 말았다.



마침 마을 뒷산에 있는 밭에서 일을 하던 동네 사람들이 소들의 울부짖음에 이상히 여기고

 

동네 사람들을 모아서올라와 보니 소를 먹이던 마을 사람이 호랑이에게 물려서 정신을 잃고 있었다.



급하게 마을 사람을 들쳐 업고 마을로 내려와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호랑이게 물린 상처가 심해서 죽고 말았다.



소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기사회생(起死回生)을 하지는 못했다.



다음 날



관아에 이 소식이 전해지자 모두들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럴 줄 알았으면 우리가 남아 있다가 함께 내려오는 것인데 그랬습니다.”



미주가 선아 아가씨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말했다.



그러나 선아 아가씨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를 않고 늘 가지고 다니는 활의 시위 줄을 매만지고 있었다.



“하 그놈의 호랑이가 살살 약을 올리며 마치 우리들을 비웃는 것 같습니다.”



호랑이 사냥을 떠나는 선아 아가씨를 보면서 고을 사또가 말했다.



그러나 선아 아가씨는 손에 활을 잡은 채 아무 말도 없이 미주와 옥자 서진 이를 데리고 앞장을 섰다.



고을 사또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



관아의 사람들도 산중에서 먹을 음식 보따리를 들고 뒤따랐다.



어제 호랑이에게 물린 마을 사람이 있던 곳에 오자 호랑이 발자국과 소들의 발자국이 뒤엉켜 있었다.



“호랑이가 여섯 개의 부락을 중심(中心)으로 활동(活動) 반경(半徑)을 점점 넓혀가고 있습니다.”



옥자가 호랑이 발자국을 추적하는 선아 아가씨를 따라가면서 말을 했다.



“그래 이 놈이 보통이 아니야”



선아 아가씨도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다시금 호랑이의 발자국을 따라서 추적을 하는 지루한 시간이 산속에서 계속 이어졌다.



갑자기 바람이 방향을 바꾸자 선아 아가씨는 가던 길을 멈추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섰다.



바람이 호랑이를 추적하는 쪽으로 불면 호랑이가 사람의 냄새를 맡고 멀리 피해버리기 때문에

 

호랑이를 추적할 때는 반드시 바람을 안고 가야만 한다.



한참을 기다려도 바람이 방향을 바뀔 기미가 전혀 보이지를 않자

 

선아 아가씨는 산 아래로 내려가 반대편 산을 돌아서 호랑이를 찾기로 했다.



수풀이 울창한 백 성산 아래로 한참을 내려가던 선아 아가씨가 큰 바위 아래에서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무언가 깊이 생각을 하던 선아 아가씨의 머릿속에 어떤 모습이 환하게 떠올랐다.



그것은 선아 아가씨가 어렸을 때에 도원산장에서 그림책을 보았는데 그 그림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깊은 산속에서 한 젊은 포수가 산길에서 열심히 호랑이 발자국을 따라서 가고 있는데 바로 옆에 있는

 

큰 바위 위에서 호랑이가 자기 발자국을 따라서 가는 그 포수를 내려다보고 있는 그런 그림이었다.



하필 왜 그 어릴 때에 본 그 그림이 갑자기 생각이 났는지 선아 아가씨는 알 수가 없었지만

 

무언가 불안한 마음이 온 몸을 휩싸고 있었다.



선아 아가씨가 등에 맨 가죽 화살집에서 화살을 뽑아 활의 시위에 걸고는

 

자기가 걸어 내려 온 길을 따라 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사또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뒤를 돌아서 올라가는 선아 아가씨를 보며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이런 처지에서 감히 누구 한 사람 왜 그러냐고 묻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선아 아가씨가 자기가 걸어 내려 온 발자국을 살피며 뒤를 돌아서 올라가니 아니나 다를까?



자기가 걸어 내려 온 발자국 마다 호랑이의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아이쿠!”



미주가 너무나 놀라 비명을 지르며 얼굴빛이 하얗게 변하였다.



“이런 간사스러운 호랑이 새끼!”



자기들의 뒤를 몰래 밟아 따라 온 호랑이의 발자국을 보고 서진이가 소리를 쳤다.



“이거 정말 머리칼이 꼿꼿하게 일어서네요.”



옥자도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한 마디 했다.



“하 역시 대단한 호랑이 인 것 같습니다.”



고을 사또도 놀라며 선아 아가씨를 보고 말했다.



선아 아가씨가 조심스럽게 내려왔던 길을 다시 뒤돌아 올라가니 호랑이도 갑작스런

 

선아 아가씨의 행동에 놀랐는지 옆에 있는 개울을 건너서 산으로 올라가 버렸다.



산 아래로 내려오니 낡은 움막집이 보이고 그 앞에는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를 않아서

 

잡풀들이 무성한 밭이 있었다.



“바로 저 움막집에 외부에서 들어 온 어떤 사냥꾼이 살았는데 이 사냥꾼이

 

이곳에서 염소를 많이 길렀다고 합니다.

그런데 하루는 이 사냥꾼이 기르던 염소들이 마을로 내려와 마을 사람들의

 

농작물(農作物)에 피해를 주어서

마을 사람들이 이 사냥꾼에게 항의(抗議)를 하려고 이 움막집에 찾아 왔더니

 

사람이 통 보이지를 않았다고 합니다.

 

여러 가지 경로로 찾아서 보니 이 움막집에서 좀 떨어진 곳에 이 사냥꾼의 것으로 보이는

 

활과 화살이 떨어져 있고 호랑이와 싸움을 벌인 흔적들도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잠시 그곳에서 쉬는 동안 고을 사또가 그곳에서 일어난 일들을 자세히 말해주었다.



이 움막집 사냥꾼이 호랑이에게 잡혀서 먹힌 최초의 사람이었다.



날이 저물고 해서 이곳에서 하룻밤을 유숙(留宿)하기로 했다.



밤이 깊어지자 달이 환하게 떠서 올랐다.



모두들 모닥불 가에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바로 이때였다.



갑자기 “댕~ 댕~ 댕~ ” 하는 서남사의 종소리가 들려왔다.



“선녀님! 또 저 놈의 호랑이가 우리를 약 올리려고 서남사의 종을 치고 있습니다.

 

정말 놀라서 미치고 환장할 노릇입니다.”



고을 사또가 화가 치미는지 선아 아가씨를 보고 말했다.



“그렇습니다. 저 놈의 호랑이가 우리를 엿 먹이고 있습니다.”



옥자도 화가 나서 큰 소리로 말했다.



“마치 저 놈의 새끼가 ‘나 여기 있다 잡을 테면 날 잡아 봐라!’ 하는 것 같습니다.”



미주도 이제는 열이 나서 소리를 지른다.



“맹녀님! 그냥 이참에 서남사로 쳐들어가서 저 호랑이와 담판을 짓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서진이도 열을 내어 소리를 지른다.



“어허 왜들 그래? 지금 경거망동(輕擧妄動)하게 움직이면 저 놈의 뜻대로 된다.

 

저 놈은 우리가 서남사로 올라오기를 은근히 기다리며 종을 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이 달밤에 서남사로 올라가면 저 놈이 길목에 숨어 있다가

 

우리를 공격하려는 수작인데 그걸 모르니?”



선아 아가씨는 마치 호랑이의 마음을 거울 보듯이 환하게 내다보며 말했다.



“아 그러시군요. 저는 그런 줄도 모르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을 한 것 같습니다.

 

역시 선녀님은 천기를 환하게 내다보시는 분이십니다.”



고을 사또가 또 다시 선아 아가씨의 놀라운 예감(豫感)에 탄복을 하며 머리를 조아렸다.



“아 듣고 보니 그러네요.

 

그런 깊은 뜻이 있는 줄은 모르고 급한 마음에 일을 그르칠 번 하였습니다.”



옥자도 선아 아가씨의 깊은 지혜에 감탄을 하며 말했다.



“맹녀님은 역시 대단하십니다.

 

천리를 환하게 꿰뚫어 보시니 아무 염려를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서진이도 선아 아가씨의 지혜로움에 놀라며 탄복했다.



“생각을 해 보니 맹녀님의 말씀이 틀림이 없습니다.”



미주도 감탄을 하며 말했다.



“조금 있으면 저 놈이 종을 그만 치고는 우리가 자기에게로 올라갈 줄을 알고

 

길목에 매복(埋伏)을 할 것이다.”



선아 아가씨는 마치 호랑이가 하는 행동(行動)을 손바닥 보듯이 환하게 내다보고 있었다.



“그럼 저 호랑이에게 우리가 물을 먹인 것이 되네요.”



옥자가 고소하다는 듯이 말했다.



정말 조금 있으니 서남사의 종소리가 그쳤다.



“이제 우리는 모두 잠을 자도록 하자 그리고 관아 사람들에게 순번(順番)을 세워서

 

모닥불이 꺼지지 않도록 해라!”



옥자를 보고 선아 아가씨가 말했다.



밤이 지나고 날이 환하게 밝았다.



아침부터 분주하게 일어나 아침을 지어서 먹고는 어제 내려 온 산 위로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한참을 올라가던 선아 아가씨가 산등성이에 있는 큰 바위로 올라갔다.



모두들 힘겹게 바위 위에 올라가자 선아 아가씨는 모두에게 바위 뒤쪽에서

 

몸을 감추고 있으라고 명령을 했다.



한나절을 그렇게 보내고 있는데 저 만치 산등성이에서 산 까치가 급하게

 

선아 아가씨가 있는 쪽으로 날아오며 울었다.



그러자 노루와 사슴들도 급하게 울부짖는 소리가 났다.



선아 아가씨는 바로 옆에 있는 미주에게 바위 뒤에 숨어있는 모두에게

 

절대로 소리를 내지 말라고 주의(注意)를 시키고 오라고 말했다.



미주가 살금살금 바위 뒤로 가서 모두들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말고

 

그 자리에서 가만히 숨어 있을 것을 알리고 다시 돌아왔다.



바위 위에서 마음을 가다듬고 활의 시위에 화살을 걸은 선아 아가씨는

 

눈을 바위 아래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바위 아래 숲속에서 새들이 급하게 날면서 울부짖는 소리가 났다.



토끼 몇 마리가 바위 옆의 숲으로 몸을 피하여 달아났다.



그러자 선아 아가씨는 활시위를 뒤로 크게 당기며 바위 아래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런 모습에 미주와 옥자 서진 이는 선아 아가씨의 뒤로 물러나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었다.



선아 아가씨가 바위 아래를 내려다보니 심하게 수풀이 흔들리더니 드디어 호랑이의 얼굴이 나타났다.



순간



호랑이의 눈과 선아 아가씨의 눈이 마주쳤다.



호랑이의 얼굴에는 당황(唐慌)해 하는 기색(氣色)이 역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위치(位置)가 뒤 바뀌어 유리한 고지(高地)를 선아 아가씨가 차지를 하고 앉아있으니

 

얼마나 자기가 불리(不利)한지를 잘 아는 호랑이인지라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그대로 선아 아가씨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호랑이의 입가에 미소와 같은 웃음이 보이는 듯 했다.



그 동안 호랑이는 선아 아가씨를 잘 알고 있었다.



수풀 속에서 그녀의 아름다움을 낱낱이 다 훔쳐 본 호랑이였다.



그러나 선아 아가씨는 호랑이를 직접 대면(對面)하여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잠시 서로의 침묵이 흘렀다.



선아 아가씨의 손에서 화살이 빠르게 날아가 호랑이의 앞가슴에 박혔다.



그러자 호랑이는 두 발을 치켜들고 공중으로 높이 뛰어서 올랐다가 땅에 도로 떨어졌다.



호랑이는 자기의 가슴에 화살이 깊이 박히자 무척이나 고통스러운지

 

땅바닥 에 뒹굴며 큰 소리로 “어흥” 하고 포효(咆哮)를 했다.



선아 아가씨가 바위 위에서 가볍게 날아서 내려가 호랑이 곁으로 다가갔다.



미주와 옥자 서진이가 혹시나 선아 아가씨에게 무슨 불상사라도 일어날까 봐 얼른 바위 아래로 내려가니

선아 아가씨는 호랑이가 너무나 불쌍하다는 듯이 안타까워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호랑이가 안간힘을 쓰며 선아 아가씨에게 자기의 뒷발을 들어서 보였다.



선아 아가씨가 호랑이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자기를 향해 들고 있는 뒷발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이런 불쌍한 것!”



선아 아가씨의 입에서 안타까운 탄성의 소리가 나왔다.



선아 아가씨가 들고 있는 호랑이의 뒷발을 살펴보니 완전하게 불구가 되어 있었다.



호랑이의 뒷발에는 사냥꾼이 쏜 화살촉이 아직도 박혀있었다.



산속을 자유롭게 다니던 호랑이가 어느 날 우연히 사냥꾼과 마주쳤다.



사나운 호랑이였다면 사냥꾼이 감히 활을 쏠 여유가 없이 사냥꾼이 꼼짝도 못하고 죽었을 것인데

 

이 호랑이는 너무나 착하고 순했다.



그래서 낮선 사냥꾼을 보자마자 호랑이는 숲속으로 달아났다.



사냥꾼은 ‘이게 웬 떡이냐?’ 하고는 재빨리 호랑이를 쫓아가며 활을 쏘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우연하게 사냥꾼이 쏜 화살이 그만 호랑이의 뒷발에 맞았다.



호랑이는 뜻밖에도 화살이 날아와 자기의 뒷발에 맞자 아픔의 고통 속에서

 

그만 야수(野獸)의 본능(本能)이 되살아 났다.



이런 사실도 모르고 자기가 쏜 화살에 호랑이가 맞았다고 자신감(自信感)을 가진 사냥꾼은

 

겁도 없이 다시 화살을 쏘려고 하자 호랑이는 비호(飛虎)같이 공중으로 날아와

 

사냥꾼을 덮쳐서 쓰러뜨렸다.



상처를 입은 호랑이는 엄청나게 무서운 법이다.



눈 깜작할 사이에 호랑이에게 짓눌린 사냥꾼은 ‘아차’ 하고 후회(後悔)를 했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



엄청난 분노(忿怒)에 쌓인 호랑이에게 사냥꾼은 자기의 그릇 된 잘못으로 갈기갈기 찢겨서 죽었다.



호랑이는 자기의 뒷발에 박힌 화살을 이빨로 물어뜯고 하여 보이는 화살은 제거를 하였지만

 

발에 박힌 화살촉은 결국 뽑아내지를 못했다.



그리하여 호랑이는 뒷발 하나를 잘 쓰지 못하는 불구 다리가 되고 말았다.



그때부터 호랑이는 날랜 산 짐승을 잡아서 먹지를 못하고 동작이 둔한 작은 산 짐승만 잡아서 먹다가

 

결국은 사나운 멧돼지도 잡지를 못하고 피해야 하는 안타까운 운명(運命)에 처해지게 되었다.



점점 굶주림에 견디다 못한 호랑이는 자기를 이렇게 불구로 만든 사람들에게 엄청난 복수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이때부터 사람들을 공격하여 잡아먹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 얼마나 아팠을까?”



선아 아가씨가 이렇게 속삭이며 호랑이의 뒷발에 아직도 박혀있는 화살촉을 깨끗이 뽑아내고는

 

자기의 겉옷을 찢어서 호랑이의 피가 흐르는 뒷발을 꼭 싸매어 주었다.



그리고 호랑이의 가슴에 박혀있는 자기가 쏜 화살을 조심스럽게 뽑아내었다.



조심스럽게 화살을 뽑아내었지만 워낙 가슴에 명중을 하여 박혀있는 화살이라

 

그 상처 자국에서 피가 계속 흘러서 나왔다.



선아 아가씨는 자기의 겉옷을 다시 크게 찢어서 피가 흐르는 호랑이의 가슴을 싸맸다.



그리고 손으로 호랑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너에게 정말 미안하구나! 내가 일찍 너의 이 안타까운 사정을 알았더라면 참 좋았을 것을”



그러자 호랑이는 그 지긋지긋한 고통의 세월이 이제 끝이 났다는 듯이 선아 아가씨에게

 

손에서 평안하게 눈을 감았다.



문득 선아 아가씨의 눈길이 호랑이의 목에 걸려서 있는 목걸이에 머무는 순간 갑자기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서 내렸다.



죽은 호랑이의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는 분명히 그 옛날 자기가 좋아했던

 

호랑이의 목에 걸어주었던 구슬 목걸이가 틀림이 없었다.



자기가 열두 살의 어린 나이에 스승님과 함께 천둥 산 박달재를 넘어 오다가 호랑이를 만나게 되었다.



그때 자기의 스승이신 무림신녀가 호랑이를 보고는 너무나 신기하게 말을 주고받았다.



그러더니 자기를 보고 호랑이의 등에 올라타라고 했다.



무심코 겁도 없이 호랑이를 올라타고 도원산장으로 돌아 온 선아 아가씨는 그때부터

 

그 호랑이가 너무 좋아서 구슬로 큰 목걸이를 만들어서 호랑이의 목에 걸어서 주었던 것이다.



이렇게 자주 만나서 함께 놀던 호랑이가 선아 아가씨가 스무 살이 되던 해에 갑자기 나타나지를 않았다.



선아 아가씨는 무척이나 섭섭했지만 아마 다른 먼 곳으로 호랑이가 가버린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사냥꾼의 화살에 뒷발이 맞아 불구가 된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던 선아 아가씨였다.



호랑이는 어린 선아 아가씨를 처음 만나 자기의 등에 태우고 가던 그 옛날의 일을 생각하며

 

이제는 어엿이 아름다운 처녀로 성장을 한 선아 아가씨가 자기를 향해 화살을 겨누는 것을 보고는

 

그 마음이 어떡했을까?



사냥꾼의 화살에 맞아 자기의 몸이 불구가 된 호랑이가 왜 선아 아가씨를 찾아오지 않았을까?



불구가 된 다리를 끌고 그 먼 천마산 까지 오지를 못해서였는지 아니면 사람들에 대한 복수심으로

 

사람을 해치자 그런 모습으로 선아 아가씨를 만나고 싶지를 않아서였는지

 

그 이유는 정확히 알 수가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도

 

이 호랑이는 결코 선아 아가씨를 잊어버리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자기가 좋아했던 선아 아가씨의 화살에 맞아 죽어가면서도 안간 힘을 써서 뒷발을 들어서

 

선아 아가씨에게 보여주었던 호랑이!



호랑이는 자기를 향해 화살을 쏘는 선아 아가씨의 모습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보면 호랑이가 바위를 향해 공중으로 뛰어 오를 때에 자기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선아 아가씨가 보라고 높이 뛰어서 올랐던 것은 아니었을까?



호랑이가 그 아픈 뒷발을 딛고 서남사의 종을 친 것도 선아 아가씨를 향해

 

자기의 안타까운 처지를 알리기 위해서 친 것은 아니었던가?



이 모든 것을 다 알게 되자 선아 아가씨는 죽은 호랑이를 끌어안고는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그녀의 아름다운 눈에서는 계속해서 눈물이 흘러서 내렸다.



선아 아가씨는 삼일 동안 죽은 호랑이 곁에서 떠나지를 못하고 있다가

 

그곳에다 정성스럽게 호랑이의 무덤을 만들어 주었다.



선아 아가씨로부터 호랑이와의 사연을 다 듣고 알게 된 고을 사또는

 

너무나 감동을 받은 나머지 호랑이 무덤가에 큰 비석을 세워서

 

그 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선아 아가씨와 죽은 호랑이의 애절한 사연을

 

다 알아볼 수 있도록 자세하게 기록을 해 놓았다.



이런 사연을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은 다시는 자기들이 살고 있는 산속에 덫을 놓거나

 

사냥꾼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서로 지킬 것을 약속 했으며 그 동안 호랑이에게

 

피해를 당한 사람들도 호랑이의 이런 아픈 사연에 오히려 동정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제는 마음 놓고 산과 들을 다닐 수 있게 된 마을 사람들은 그 동안 하지 못했던

 

농사일을 하게 되었고 고을 관아에서도 이 어려운 문제가 해결이 되니 무척이나 좋아하였다.



선아 아가씨의 일행이 이제 떠날 차비를 하자 고을 사또는 아쉬운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정성스런 배웅을 받으며 선아 아가씨의 일행은 자기들이 가야할 천마산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겼다.





“맹녀님! 저 송학 산을 넘어가면 조 지호가 살고 있는 마을이 나오는데”



옆에서 걷던 미주가 선아 아가씨를 보면서 말했다



“응? 그래?”



선아 아가씨는 미주의 말에 갑자기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아름다운 조 지호 의 얼굴을 떠 올렸다.



선아 아가씨가 미주와 옥자와 서진 이를 데리고 송학 산에 오르니

 

저 먼 산에는 하얀 구름이 걸리고 오늘따라 파란 하늘은 너무나 맑아 보였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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