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선녀열전

선녀열전(仙女列傳) 21

오늘의 쉼터 2014. 8. 7. 00:56

 

 

선녀열전(仙女列傳) 21









21부






“여봐라! 활을 가져 오너라!”



연산군은 자기를 호위하는 시위 군졸들을 보고 큰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시위 군졸들이 얼른 활과 화살을 연산군에게 갖다 주었다.



연산군이 활을 들어서 오 진원 장군을 노리고 활을 쏘니 화살이 휙 날아서 오 진원 장군의 어깨에 맞았다.



연산군은 남달리 사냥을 좋아했는데 그 이유 중에 하나는 활을 잘 쏘았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오 진원 장군이 부상을 당하자 옥자와 서진이가 재빨리 달려 나가서 이 제호와 구 봉세의 칼을

막아내고 그 틈에 오 세훈 이는 자기 아버지를 부축하여 싸움터에서 빠져 나왔다.



언제 쯤 자기들에게 기회가 올까? 하고 기다리고 있던 옥자와 서진이가 신바람이 나서 너무나 씩씩하게

잘 싸웠다.



연산군은 다시금 활을 들어 쏘려고 하다가 날렵하게 창을 휘두르며 싸우는 서진 이와 옥자를 보고는 활을 그만

내려놓았다.



연산군이 생각하기를 나중에 서진 이와 옥자를 사로잡아서 자기의 호위무사로 쓰고 싶은 생각 때문이다.



연산군이 싸움판을 지켜보니 서진 이와 옥자의 싸움 기술이 확실하게 뛰어남을 느꼈다.



세상에 저렇게나 싸움을 잘 하는 여자들을 연산군은 난생처음으로 오늘 보았다.



칼바람에 휘날리는 치맛자락이 연산군을 흥분시키고 공중을 펄펄 나는 그녀들의 모습을 보니 정말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문제는 이 제호와 구 봉세였다.



앞서 싸운 오 진원 장군과 그의 아들인 오 세훈 이와 싸울 때에는 힘이 드는 줄을 잘 모르겠더니만 상황이 바뀌어

두 여자와 상대를 하려니 점점 실력이 딸렸다.



앞에서 싸운 여자도 보통이 아니더니 이번에 나온 두 여자도 보통내기들이 아니었다.



바람같이 휘두르는 칼과 창이 자기들이 휘두르는 칼을 무력하게 만들며 조금도 지치지를 않는 두 여자가 점점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무슨 산삼(山蔘)을 많이 캐어서 먹었는지 도무지 힘으로는 두 여자를 이겨 낼 재간(才幹)이 없었다.



연산군이 가만히 이 제호와 구 봉세를 바라보니 도저히 두 여자를 상대하여 싸워서 이기기는 가망성(可望性)이

전혀 없었다.



연산군이 포도대장 김 태곤 에게 두 사람을 빨리 불러 드리라고 명령을 하였다.



이 제호와 구 봉세는 김 태곤 이가 빨리 싸움판에서 물러나라고 큰 소리로 말을 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어 쉬며

재빨리 뒤로 빠졌다.



서진 이와 옥자는 한참 신나게 싸우다가 이 제호와 구 봉세가 재빨리 물러나 버리자 그만 아쉬움에 따라가서

싸우려고 들자 선아 아가씨가 재빨리 조 지호를 내어 보내 두 사람을 데려오라고 말했다.



그러자 조 지호는 쏜살같이 달려가 이 제호와 구 봉세를 쫓아가는 서진 이와 옥자를 가로 막으며 말렸다.



“옥자 누님과 서진이 누님은 저들을 쫓아가지를 말고 바로 들어오라는 선아님의 말씀입니다.”



조 지호의 말에 서진 이와 옥자는 내심(內心) 아쉬웠지만 조 지호를 따라서 싸움판을 물러나왔다.



“이번에는 아무래도 포도대장께서 출전을 하셔야 하겠습니다.”



좌의정 이 수박이가 김 태곤 이를 보고 말했다.



“네? 제가요?”



이 수박이의 말에 깜짝 놀라며 김 태곤 이가 반문했다.



“그렇습니다. 사실 이번 일은 포도대장께서 해결을 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좌의정 이 수박이의 말을 들은 김 태곤 이는 그만 가슴이 덜컥하며 내려앉았다.



여태껏 싸움판을 지켜 본 그로서는 도무지 싸움판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렇지 아직 포도대장이 남아 있었군. 어서 짐을 위하여 나가서 잘 싸워 보도록 하시오”



연산군의 명령에 김 태곤 이는 억지로 칼을 들고 마지못해서 싸움판으로 나갔다.



김 태곤 이가 칼을 들고 싸움판으로 나오는 것을 본 수빈이가 나가려고 하자 조 지호가 나서며 말렸다.



“수빈 낭자는 잠시만 참으시고 제가 나가서 싸우고 오겠습니다.”



“아닙니다. 조 공자는 귀하신 분이신데 나가시면 안 됩니다. 그러니 제가 나가서 싸우겠습니다.”



수빈이가 조 지호의 안전을 생각하며 자기가 나가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수빈아! 너는 물러나 있고 지호가 나가도록 해라!”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던 선아 아가씨가 말했다.



선아 아기씨의 말에 수빈 이는 뒤로 물러나고 조 지호가 싸움판으로 나섰다.



연산군이 싸움판을 쳐다보니 한 소년이 나오는데 백옥 같은 하얀 얼굴의 미소년(美少年)이었다.



하얀 옷을 입고 칼을 들고 걸어서 나오는 모습을 보니 꼭 여자 같아 보였다.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모습에 연산군은 그만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 보다도 연산군의 곁에서 있던 장녹수는 조 지호를 보자마자 그만 그를 안고 싶은 마음에 아랫도리가

근질거리며 미칠 것만 같았다.



“세상에 저렇게나 아름다운 미소년(美少年)이 있었다니?”



장녹수는 자기도 모르게 감탄의 소리가 입에서 흘러 나왔다.



당장에 마음 같아서는 자기가 싸움판에 나가서 조 지호를 유혹하여 자기의 사람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자기 옆에

연산군이 있는지라 차마 그런 생각을 드러낼 수가 없었다.



포도대장 김 태곤 이가 “이얍!” 하고 기합소리를 내며 칼을 휘두르자 조 지호는 몸을 나비처럼 공중으로 나르며

날카롭게 검(劍)으로 공격을 한다.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검술(劍術)이라기보다는 바로 예술(藝術)의 극치(極致)였다.



조 지호의 뛰어난 검술 앞에 김 태곤 이는 두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어떻게 조지호의 칼을 막아냈는지 자기가 생각해 보아도 놀라운 기적(奇蹟)이었다.



“어머나! 어쩜 저리도 잘 싸울까?”



연산군 옆에서 있던 장녹수는 자기도 모르게 감탄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이런 장녹수의 모습에 질투심이 발끈 난 연산군이 자기 옆에 내려놓았던 활을 치켜들고는 조 지호를 겨누었다.



이런 연산군의 모습에 장녹수는 ‘아차’ 하고는 후회를 했지만 그만 늦었다.



“마마! 저렇게 귀엽고 예쁜 소년을 그냥 활로 쏘아서 죽이는 것 보다는 살려서 마마 곁에 데리고 사는 것이 백번

좋지 않겠사옵니까?”



장녹수가 애원을 하며 조 지호를 보호(保護)하는 말을 하자 연산군이 비웃음이 섞인 말투로 대답을 했다.



“나 보다도 그대가 좋아서 그러는 줄을 내가 다 아니 어찌 살려 둘 수가 있겠소!”



연산군의 이런 말에 장녹수는 얼른 대꾸를 할 말이 떠오르지를 않았다.



‘이런 자기는 온갖 여자들을 다 건드리면서 내가 모처럼 저 애를 좋아한다고 하는데 그냥 좀 놓아주지’



연산군을 향해 원망스런 말이 마음속에서 터져 나왔지만 차마 입 밖으로는 낼 수가 없었다.



연산군이 활을 조 지호에게 겨누어 화살을 쏘자 화살이 공중으로 날아서 조 지호를 향해 날아갔다.



그러자 조 지호는 재빨리 공중으로 몸을 날려서 피해 버린다.



장녹수가 안도의 한 숨을 내어 쉬었다.



연산군이 다시 활에 화살을 걸어 쏘자 이번에도 조 지호는 가볍게 공중으로 몸을 솟구치며 멋지게 화살을 피했다.



“이런 보통이 아니군!”



연산군이 자기의 화살을 잘도 피하는 조 지호를 보면서 감탄인지 아쉬움인지 이 말을 입 밖으로 내었다.



연산군이 계속해서 활을 쏘는 동안에 김 태곤 이는 아슬아슬한 위기에서 벗어났다.



바로 이때였다.



선아 아가씨가 공중으로 높이 나르며 조 지호의 앞으로 날아오는 화살들을 모조리 막아냈다.



연산군은 그만 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자기 손에 들고 있던 활을 힘없이 떨어뜨렸다.



이러는 동안 선아 아가씨는 영사삼십육편(映射三十六翩) 절세의 무공(武功)을 펼치더니 하늘을 높이 날아서 바로

연산군의 코앞에 까지 왔다.



다시 불령금강천벽공(佛領金剛天壁攻)의 무공을 펼치니 선아 아가씨의 부채에서 엄청난 굉음(轟音)이 나면서

주변(周邊)의 모든 사람들이 뒤로 나자빠졌다.



그러자 모두들 겁에 질려서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는 혼비백산(魂飛魄散) 하여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뭐 존경할 만한 임금도 아니고 마지못해서 따라다니는 처지인지라 자기들 목숨을 부지하기에 모두 다 바빴다.



선아 아가씨가 연산군을 사로잡아서 꼼짝도 못하도록 급소(急所)를 찔렀다.



조 지호도 재빨리 달려와 어리둥절하여 어쩔 줄을 모르는 장녹수를 사로잡았다.



장녹수는 조 지호가 자기를 끌어안으며 사로잡자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그의 품에 쏘옥 안겼다.



연산군과 장녹수를 사로잡은 선아 아가씨와 조 지호는 그들을 이끌고 개성관문으로 향하여 나아가자 재빨리

미주와 옥자는 그들의 일행들을 이끌고 뒤따라갔다.



개성관문을 닫아놓고 겹겹이 지키고 있던 많은 군사들이 꼼짝도 못하고 우두커니 서서 지켜보고만 있었다.



“어서 문을 열어라! 문을 안 열면 여기 잡혀 있는 너희들의 임금과 이 여자가 우리 손에 모두 죽는다!”



미주가 큰 소리를 지르자 관문을 지키던 군사들이 개성부 관문을 열었다.



도망을 쳤던 많은 신하들과 군사들은 선아 아가씨와 조 지호에게 연산군과 장녹수가 잡혀서 끌려가는 모습을

보고는 멀리서 그냥 쳐다만 보고 있었다.



누구 한 사람 선뜻 나서서 구해 줄 사람이 없었다.



신하들과 군사들 대다수가 선아 아가씨와 조 지호가 연산군과 장녹수를 그냥 팍 없애버렸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개성 관문이 열리고 안전한 장소에 이르자 선아 아가씨가 연산군과 장녹수를 놓아 주었다.



아무리 폭군이라고 할지라도 그래도 일국(一國)의 왕인데 달랑 죽이고 싶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만일 그때에 연산군과 장녹수가 선아 아가씨의 손에 죽었다면 조선시대 역사(歷史)가 확 바뀌었을 것인데 인정이

많고 마음씨가 너무나 착한 선아 아가씨가 이들을 불쌍히 여겨 그대로 살려서 보내는 바람에 지금과 같은 역사로

전해오게 되었다.



선아 아가씨의 일행들이 멀리 사라지고 난 뒤에야 개성부 안에 있던 신하들과 군사들이 나와서 연산군과 장녹수를

모시고 들어갔다.



개성부에 들어서자 연산군은 자기를 시위하는 군사들과 신하들에게 어서 대궐로 돌아가자고 하명(下命)을

내렸다.



어찌 된 영문인지를 모르는 신하들과 군사들은 모두 대궐로 돌아갈 준비를 하였다.



이들이 임진강 나루터에 도착을 했을 때는 선아 아가씨의 일행들은 이미 임진강을 건너서 남쪽으로 산길을 통해

내려가고 있었다.



날이 저물어 임진강 나루터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된 연산군은 모든 의욕을 상실한 채 주막집 방안에 말없이 누워

있었다.



비록 갑작스럽게 선아 아가씨에게 붙잡힌 연산군이었지만 그 순간이 왜 그런지 그리워졌다.



지금까지 그렇게 아름답고 고귀한 여자의 품은 난생처음이었다.



선아 아가씨의 품에 안겨서 끌려 갈 때에 연산군은 차라리 왕 자리를 내어놓고 선아 아가씨와 함께 살 수만 있다면

천만번이라도 그러고 싶었다.



비록 한 시간 남짓 함께 한 그녀였지만 너무나 아름답고 좋았다.



그기에 비하면 지금 자기 곁에 있는 많은 여자들은 너무나 추하다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옆방에 있는 장녹수도 마찬가지였다.



잠시 동안 이였지만 조지호의 품에 안겨서 끌려서 갈 때에 그녀는 엄청난 쾌감을 느꼈다.



정말 조 지호와 함께라면 세상 끝이라도 함께 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세상에 그런 아름다운 남자는 일찍이 보지도 듣지도 못한 장녹수였다.



마치 황홀한 꿈을 꾼 것 같은 기분이었다.



조 지호의 품에 안겨서 하루 종일 있을 수만 있다면 당장에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만 같았다.





봉화산에 다다른 선아 아가씨의 일행은 화살에 맞은 오 진원 장군의 어깨 상처를 치료하기 위하여 그곳에서

머물렀다.



산골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조금 더 골짜기로 올라가면 암자가 나오는데 그곳 암자에 가면 신비(神秘)의

약초(藥草)로 치료(治療)를 받을 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주민들의 말대로 산골짝기로 한참 올라가니 정말로 암자가 하나 나왔다.



사람을 찾으니 나이가 많은 여승이 나오더니 선아 아가씨를 보고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혹시 천상(天上)에서 내려오신 선녀님이신가요?”



“아닙니다. 저는 천마산에 있는 도원산장에 사는 선아입니다.”



선아 아가씨가 예를 표하며 자기의 소개를 했다.



“아 그러시군요. 그런데 어쩐 일로 저를 찾아오셨습니까?”



“여기 함께 온 장군(將軍)이 어깨에 화살을 맞아 중상(重傷)을 입었습니다. 곧 바로 화살은 뽑아내었습니다만

그 상처부위가 좀처럼 아물지를 않고 심해서 아래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곳으로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아 그리시군요. 그럼 이리로 환자를 눕혀 주시면 제가 정성껏 치료를 해 보겠습니다.”



선아 아가씨의 말을 다 듣고 난 여승은 쾌히 치료를 해 주겠다고 했다.



그곳에서 치료를 받고 난 오 진원 장군은 정말 어깨의 상처(傷處)가 치유(治癒) 되어 많이 좋아졌다.



봉화산 산골짜기에 있는 암자(庵子)의 여승에게 사례(謝禮)를 하고는 산 아래로 내려 왔다.



그런데 이제 문제는 선아 아가씨의 부모님을 찾는 일이었다.



봉화산을 지나 백운산에 이르니 갑자기 구름이 하늘을 덮더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급하게 비를 피할 곳을 찾으니 숲이 울창한 곳에 초막(草幕)집이 몇 채 보였다.



그곳으로 달려서 들어가니 방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나왔다.



앞장을 서 가던 미주가 제일 먼저 남자를 알아보고는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어? 너는 태영이?”



“아니? 미주 누님은 여기에 어쩐 일이시오?”



노 태영 이도 미주를 보고는 깜짝 놀란다.



“엥? 태영이가 맞네!”



옥자도 반가움에 소리를 질렀다.



“아니? 노형!”



“아니? 조형!”



조 지호와 노 태영이도 서로 알아보고는 반긴다.



호위하는 여자들 틈에 있던 선아 아가씨도 노 태영 이를 알아보고는 반가움에 어쩔 줄을 모른다.



“여보! 어서 나와 보구려! 여기에 반가운 사람들이 오셨는데”



노 태영 이의 들뜬 목소리를 듣고는 방안에서 김연아가 나왔다.



“아니 선아야!”



“고모!”



선아 아가씨와 김연아가 서로 껴안고 반가움에 어쩔 줄을 모른다.



아직도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연아 고모였다.



한참동안 울음바다가 되고 선아 아가씨와 김연아의 상봉(相逢)에 모두들 눈물을 닦으며 지켜보고 있었다.



이윽고 뒤에 있는 초막집에 계시던 선아 아가씨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달려 나와서 선아 아가씨를 부둥켜안고 서로

울면서 반가움에 어쩔 줄을 모른다.



이제 모든 일이 잘 이루어져 백운산에 있는 노 태영 이의 집에서는 모처럼 굴뚝에 연기가 오르고 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리며 분주하였다.



다섯 채 되는 초막집은 선아 아가씨의 일행들이 그 곳에 머물면서 모처럼 좋은 시간을 보냈다.



뒤에 있는 초막집은 아예 남자들이 차지를 하고 앉아서 어지러운 세상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주고받았다.



“도승지께서는 벼슬길을 일찍 버리고 이곳으로 낙향(落鄕)을 하여서 정말로 다행입니다.

저는 예사롭게 벼슬자리에 있다가 오늘날 같은 험한 일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오 장군님의 말씀처럼 제가 그대로 벼슬자리에 있었더라면 저도 오 장군님과 같은 일을 당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로 아찔함을 느낍니다. 뿐만 아니라 저의 아내도 연산군에게 불려가 큰 봉변(逢變)을

당하였을 것입니다.”



“참 노형에게 알려 줄 것이 있는데 선아 아가씨의 부모님들을 그 토록 괴롭히던 장 동구와 왕 송하는 미주 누님의

창에 죽었고 허 광수와 이 성근이도 서진이 누님의 창과 송이 낭자의 칼에 죽었습니다.”



“아 그랬군요. 조형의 말씀을 듣고 보니 이제야 마음이 놓입니다. 제가 그 놈들 때문에 저희 장인어른과 장모님을

이곳으로 피신(避身)을 시키느라 정말로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도승지께서도 고생을 참 많이 하셨지만 저도 왕 송하 그 인간 때문에 정말로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우리 아버지와 함께 함경도에서 압송되어 내려오면서 차마 말 못할 온갖 수욕(受辱)을 다 당했습니다.”



“오형도 고생을 많이 하셨군요. 제 생각입니다만 나라가 평온해질 때까지 오 장군님과 오형은 저희와 같이

이곳에서 함께 사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도승지께서 그렇게 배려를 해준다면 저는 너무나 황송할 따름입니다. 저희 아내와 가족들도 이곳에서 함께

산다면 너무 좋아할 것입니다.”



“그럼 오 장군님의 가족들이 저희 가족들과 함께 이곳에서 살게 되었다는 것을 저희 아내와 장인어른 장모님께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도승지께서 저희 가족을 그토록 배려(配慮)를 해주시니 너무나 감사합니다.”



“오 장군님의 가족들과 함께 이곳에서 살게 되어 저도 기쁩니다.”



이리하여 오 진원 장군의 가족들은 노 태영 가족들과 함께 백운산에서 함께 살게 되었다.





며칠 후



선아 아가씨의 일행들이 백운산을 떠나 천마산으로 돌아가려고 하자 오 진원 장군의 아들인 오 세훈 이는

조 지호를 따라가서 그의 아버지 조 대성 검객에게 무술을 배우겠다고 따라나섰다.



조 지호가 선뜻 허락을 하지 않으니 노 태영 이가 조 지호를 보고 오 세훈 이가 저렇게 애원하고 사정을 하는데

들어주라고 말하자 차마 그의 말을 물리치지를 못하고 허락을 했다.



이리하여 오 세훈 이는 조 지호와 함께 선아 아가씨의 일행들을 따라 백운산을 떠났다.



오 진원 장군도 자기 아들이 조 지호를 따라서 간다고 나서니 말리지를 않고 가거든 조 대성 검객을 스승님으로

잘 모시라고 당부(當付)를 하였다.



이들이 백운산을 떠나 송학 산에 이르렀을 때는 초록이 무성한 초 여름날이었다.







22부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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