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열전(仙女列傳) 20
20부
연산 군이 대궐을 수직(守直)하는 경비(警備) 군사들만 남겨놓고 6만 명이나 되는 많은 군사들을 거느리고
개성을 향해 출발(出發)을 한 날은 난초꽃이 향기(香氣)를 더해가는 푸르른 오월의 화창한 봄날이었다.
그 전에 사냥을 나가던 것처럼 자기와 함께 장 녹수를 비롯한 궁녀들을 데리고 대궐을 출발하여 임진강 나루터로
향해 나아갔다.
연산 군이 개성으로 직접 군사들을 데리고 간다고 나서니 신하(臣下)들이 속으로는 가기가 싫었지만 따라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수많은 군사들과 신하들이 연산 군과 함께 긴 행렬을 이루며 임진강 나루터에 도착을 하니 마치 임진강 나루터는
수많은 사람들의 무리로 인하여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었다.
연산군의 명령으로 수많은 배들이 동원(動員)이 되고 배에 올라탄 연산 군과 신하들이 임진강을 건너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임진강의 강물도 다른 날과 변함이 없이 이들이 강을 건너서 가기에 잔잔하였다.
“전하! 전하의 은덕으로 임진강 강물도 무척이나 잔잔하옵니다.”
간신(奸臣) 임 사홍이가 연산 군에게 아첨(阿諂)을 하며 아뢰자 연산 군도 기분이 좋은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연산 군의 행렬이 임진강을 건너서 개성부에 도착(到着)을 하자 개성부사 문 여옥과 장 동구 왕 송하가 급히 달려
나와서 이들의 일행을 맞이하였다.
그리하여 개성에서는 온통 축제의 분위기로 바뀌고 며칠 동안 연산 군을 환영하는 잔치가 계속 되었다.
개성부사 문 여옥은 개성부에 있는 모든 군사들을 풀어서 선아 아가씨의 행적을 은밀하게 추적(追跡)을 하도록
하였다.
하루는 개성부사 문 여옥이 연산 군을 뵈옵고 조심스럽게 아뢰었다.
“마마! 여기 개성 변두리에 사는 한 대수의 아내가 미인이라는 소문이 자자하옵니다. 제가 몰래 마마에게 데려
오려고 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오 그래? 그럼 내가 직접 그리로 가서 만나도록 하겠으니 개성부사는 앞장을 서도록 하시오”
문 여옥의 말에 연산군은 흥미를 느끼며 말했다.
이리하여 연산 군은 개성부사인 문 여옥을 앞세우고 자기를 시위(侍衛)하는 호위병들을 이끌고 촌부(村夫)인
한 대수의 집으로 갔다.
혼자서 집을 보고 있던 한 대수의 아내는 임금님이 자기의 집에 찾아 왔다는 사실이 좀처럼 믿어지질 않았다.
개성부사가 한 대수 아내에게 연산 군을 어서 방안으로 모시라는 말에 그녀는 두말도 없이 초라한 자기의
안방으로 모셨다.
부들부들 떨면서 어쩔 줄을 모르는 한 대수의 아내를 연산 군과 함께 남겨두고 개성부사 문 여옥은 얼른 밖으로
나왔다.
방안에서는 이글이글 욕정에 타는 눈으로 연산 군이 한 대수의 아내를 쳐다보다가 이윽고 명령을 했다.
“이리 가까이 오너라!”
연산군의 말에 한 대수의 아내는 꼼짝도 못하고 바들바들 떨면서 가까이 가니 사정도 없이 자기의 품으로 끌어
당긴다.
이어서 눈을 꼭 감고 있는 한 대수의 아내를 손으로 마구 주물러대던 연산 군은 그녀를 방바닥에 눕혀 놓고서
올라타고 누르며 서서히 쾌락의 작업을 시작했다.
한 대수의 아내는 하의를 모두 벗은 채 엎드린 자세로 연산 군에게 삽입을 당하고 있었다.
방안 가득 한 대수 아내의 신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위로 들어 올려 진 웃옷아래에 커다란 젖가슴이 아래에서
물결치고 있었다.
그녀의 등줄기에는 땀이 맺히고 한 대수의 아내는 연산 군의 지배하에 온갖 성 행위에 시달림을 당하고 있었다.
그녀는 무표정으로 벽만 본 채 아무런 저항도 없이 연산 군에게 삽입을 당하고 있었다.
연산 군은 아무런 수치심도 없이 자신에게 당하는 한 대수의 아내에게 흥분을 더해가며 점점 쾌락에 깊이 빠져
들고 있었다.
그래서 연산 군은 오늘 마음껏 이 여자를 가지고 놀아보자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이를 위해 한 대수의 아내는 모든 것을 바치고 아무 생각도 하지를 않기로 하였다.
자신이 젖가슴과 엉덩이를 모두 드러내고 연산 군에게 삽입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꿈인가? 생시 인가?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한 대수의 아내는 정말 믿기 힘든 상황이었던지라 당연히 꿈일 것이라 생각했다.
이 때에 산에서 나무를 하고 내려 온 한 대수가 자기의 집 마당에 들어서니 처음 보는 시위 군사들과 개성부사가
함께 서 있었다.
깜짝 놀란 한 대수가 얼른 나뭇짐을 내려놓고 개성부사에게로 다가가니 재빨리 군사들이 한 대수가 방문 앞으로
가지를 못하도록 앞을 가로막아 선다.
한 대수는 아무런 영문을 몰라 멍하게 서 있는데 개성부사인 문 여옥이가 한 대수에게 다가와 마치 큰 좋은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말을 했다.
“여보게! 지금 상감마마께서 자네 집에 오셔서 자네 아내를 만나고 계시네! 그러니 일이 끝날 때 까지 자네는
나하고 여기에 가만히 있어 주어야만 하겠네!”
“네? 상감마마께서요?”
“그렇다네!”
깜짝 놀라서 어쩔 줄을 모르는 한 대수의 말에 개성부사인 문 여옥은 태연하게 말했다.
순간.
한 대수는 머리가 띵하면서 하늘이 빙빙 도는 것 같은 현기증을 느꼈다.
척 보면 삼척이요 툭하면 호박이 떨어지는 소리라고 지금 자기 집 방안에서 연산 군과 자기의 아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는 문을 열고 보지를 않아도 훤하게 다 아는 사실이었다.
그렇잖아도 요즘 채홍사가 온 동네를 다니면서 예쁘다는 여자는 다 잡아서 대궐로 데려간다는 소문이 자자했는데
드디어 오늘 임금이 직접 자기의 집으로 찾아 왔으니 자기 아내는 벌써 연산 군에게 모든 것을 다 당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그만 울분이 불끈 치솟아 올랐다.
그러나 섣불리 자기의 울분대로 행동을 했다가는 모가지가 천개라도 다 달아날 판이다.
감히 임금에게 대어들었다가는 사정도 없이 개 박살이 날판이라 한 대수는 그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자기 집
밖으로 행하니 나와 버렸다.
한참을 정신없이 달리던 한 대수는 동네 기슭에 있는 대나무 밭에 와서야 털썩 주저앉으며 그만 어린 아이처럼
“엉엉” 하고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무슨 놈의 세상에 이런 일이 다 있나? 싶었다.
아니 임금이라면 가난한 백성들을 어버이처럼 돌보아 주고 보살펴 주어야 할 것인데 연산 군이란 임금은 말이
임금이지 온갖 음란한 짓거리를 다하는 패륜의 짐승 같은 인간이었다.
대밭 속에서 실컷 울고 난 한 대수는 갑자기 실성한 사람처럼 대나무를 붙들고 껄껄껄 웃기 시작했다.
연산군이 한 대수 집 안방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문 여옥은 그 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비굴한 웃음을 지으면서
말을 했다.
“마마! 수고하셨사옵니다.”
“음 오늘 그대의 덕분에 괜찮은 여자를 만났네.”
문 여옥의 말에 연산군은 흡족한 기분으로 말했다.
연산군이 개성부로 돌아오니 포도대장 김 태곤 이가 급하게 나아와 맞으면서 아뢰었다.
“마마! 지금 보고를 올린 관병들의 말에 의하면 그 선녀일행과 압송(押送)하여 오던 중에 달아났던 오 진원 장군과
그 아들 오 세훈 이가 이리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응? 그래? 그것 참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여봐라! 어서 모든 길목을 다 막고 그 선녀와 그를 호위하는 여자들을
모조리 다 잡도록 하여라.”
연산군은 갑자기 기운이 솟는 지 큰 소리로 명령을 했다.
그러자 연산군의 명령에 모든 군사들과 신하들이 개성 관문(關門)에 진을 치고는 어서 선아 아가씨의 일행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편 이런 사실을 꿈에도 모르고 개성의 관문을 지나려고 내려오던 선아 아가씨의 일행들은 아무런 경계심도 없이
개성부로 들어섰다.
개성부로 들어서서 개성 번화가(繁華街)를 지나서 개성 관문을 막 빠져나가려는데 갑자기 수많은 군사들이
숨어서 있다가 달려 나와 선아 아가씨의 일행들을 겹겹이 포위(包圍)를 하였다.
“맹녀님! 또 한 바탕 싸워야 할 것 같습니다.”
미주가 들고 있던 창을 세우며 말을 했다.
“그럴 것 같구나 모두들 정신을 차리고 공격 대형(隊形)으로 서 거라!”
“네 알겠사옵니다.”
선아 아가씨 곁에 있던 열 명의 여자들이 재빨리 자세를 공격 태세(態勢)로 갖추며 대답했다.
이러는 동안 급보를 받은 연산군과 그의 신하들이 몰려서 나왔다.
“마마! 저기 하얀 옷을 입고 부채를 들고 서 있는 저 여자가 바로 그 선녀 이옵니다.”
왕 송하가 얼른 연산군에게 다가가서 일러 바쳤다.
“호! 그래?”
연산군이 왕 송하의 말을 듣고 선아 아가씨를 바라보니 그만 할 말을 잊고 말았다.
보라!
지금 막 하늘에서 내려 온 것처럼 고고하고 신비로운 기운이 넘치고 바람에 살랑거리는 하얀 옷은 희다 못하여
영롱하기까지 했다.
어깨를 지나 허리에 까지 늘어진 검은 머리는 흐르는 윤기(潤氣)에 황홀하고 하얀 얼굴에 검은 눈썹과 눈동자는
신비한 매력으로 뭇 남성들의 애간장을 다 태우고도 남음이 있었다.
날씬하게 선 아름다운 콧날과 앵두 같은 입술은 그냥 쪽쪽 빨고 싶도록 예뻤다.
어디 그 뿐인가?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그냥 저절로 오금이 저리도록 빨려들고 있었다.
하얀 목덜미 아래로 불룩 솟은 젓 가슴은 연산군으로 하여금 미칠 것 같은 욕망을 불러서 일으켰다.
늘씬하게 쭉 빠진 그녀의 키는 연산군이 너무나 부러워 할 자태(姿態)였다.
“여봐라! 너희들은 어서 무기를 버리고 상감마마에게 와서 용서를 구하도록 하라! 그렇지 않으면 오늘 너희 모두가
살아남지를 못할 것이야!”
포도대장 김 태곤 이가 큰 소리로 이렇게 말하자 미주가 앞으로 썩 나서면서 오히려 비웃으며 소리쳤다.
“상감이고 나발이고 나는 그런 것은 아무 관심이 없고 지금 말한 너 이리 와서 나 하고 한판 붙어보자!”
“무엇이? 저런 요망한 년이 세상에 다 있나?”
“감히 상감을 능멸하고 비웃는 저 년을 당장에 물고를 내야 합니다.”
“하루 강아지 범 무서운 줄을 모른다더니?”
처음으로 마주보고 대하는 신하들이 연산군을 향하여 비웃으며 창을 들고 나와 싸우자는 미주를 보며 어이가
없어서 저마다 한 마디씩 하였다.
문제는 연산군이 이 말을 듣고는 노발대발(怒發大發) 하였다.
감히 자기를 보고 상감이고 나발이고 아무 관심이 없다는 미주의 말에 연산 군은 머리꼭대기까지 화가 났다.
“이런 고얀 년! 감히 짐을 능멸(凌蔑)을 하다니 여봐라! 누가 나가서 인정사정 두지 말고 저 년을 없애도록 해라”
연산군의 명령에 정 세균이라는 군관(軍官)이 용기를 뽐내며 창을 꼬나들고 달려 나갔다.
모두들 잠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데 자기에게로 달려드는 정 세균 이를 미주는 재빨리 자기의 창으로 내려서
막으며 그의 공격을 번개처럼 피했다.
몇 번 서로가 창날을 번뜩이면서 공격을 주고받더니 미주가 갑자기 큰 소리를 지르며 몸을 공중으로 돌더니
창으로 정 세균의 가슴을 내리 찔렀다.
그러자 적수(敵手)가 되지 않는 정 세균 이는 그 자리에서 쓰러지며 작살이 났다.
순간
모두들 입을 짝 벌리며 놀라서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래도 명색이 몇 천 명의 군사를 거느리는 군관인데 미주에게 어이없이 작살이 나자 그만 겁이 덜컥 났다.
두 눈으로 똑똑히 보니 여자라고 함부로 보았다가는 큰 코가 납작하게 되고 웃음꺼리가 될 처지였다.
“함경감사는 일찍이 포도대장을 지낸 일이 있으니 지금 달려 나가서 저 년을 없애도록 하시오”
뜻밖에도 연산군은 자기 곁에 서 있는 왕 송하에게 나가서 싸우도록 했다.
“네엣? 제가요 마마!”
너무나 놀란 나머지 왕 송하는 연산군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렇소! 군관이야 저 년에게 당했지만 그래도 전직(前職)이 포도대장인 함경감사를 감히 저 년이 이길 수가
있겠소?”
연산군은 어서 왕 송하를 보고 나가 싸우라는 말투로 말을 했다.
왕 송하는 갑자기 난처하여 어쩔 줄을 몰랐다.
싸우자니 꼭 이긴다는 보장도 없고 안 싸우면 왕명(王命)을 거절한 죄로 죽을 것이고 이리도 저리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차라리 이럴 줄을 알았으면 함경도로 가서 자기 자리나 얌전하게 지키고 있었더라면 이런 곤경(困境)에 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우! 내가 가서 도와주리다.”
장 동구가 설마하니 왕 송하와 둘이서 한 여자와 싸우면 어찌 이기지 못할까? 하는 안일한 생각에 선뜻 앞으로
나섰다.
“아 그래 주겠소! 형님!”
왕 송하가 고마워하며 반긴다.
“설마하니 우리 둘이서 저 여자 하나를 못 이기겠는가?”
장 동구가 왕 송하를 격려하며 말했다.
“그렇지요 우리 두 사람이 힘을 합쳐서 저 년을 물리칩시다. 그러면 상감께서도 좋아서 우리 둘에게 큰 상을
내리시겠지요.”
왕 송하도 덩달아 자신감(自信感)을 가지며 말했다.
이리하여 왕 송하와 장 동구가 둘이 나란히 앞으로 나가니 미주가 이제는 누가 나오나 하고 기다리고 있다가
장 동구와 왕 송하가 나오는 것을 보자 그만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아니? 이것들이 죽으려고 환장을 했나? 도망을 몰래 쳤던 놈들이 제 발로 걸어서 나와? 이제 내 창에 찔려서
죽어도 원망하지 마라!”
“뭣이? 우리가 그렇게 너에게 쉽게 당할 것 같으냐?”
왕 송하도 소리를 지르며 칼을 뽑아들고 덤벼들었다.
장 동구도 힘을 뽐내며 칼을 휘둘렀다.
이대 일로 싸움판이 벌어졌다.
모두들 숨을 죽이고 이번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연산군이 싸움판을 쳐다보니 왕 송하와 장 동구 둘이와 싸우는 키가 장대한 여자는 힘이 얼마나 센지
조금도 밀리는 기색도 없이 잘도 싸우고 있었다.
반대로 장 동구와 왕 송하는 둘이서 땀을 뻘뻘 흘리며 아슬아슬하게 여자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순간 연산군의 마음속에는 저런 힘센 여자와 한 번 성관계를 맺어보았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그러나 이 순간에는 아무리 자기가 왕이라고 하더라도 저 여자를 함부로 할 수가 없다는 사실에 갑자기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왕 송하와 장 동구의 칼 솜씨가 점점 둔하여지며 미주의 창날에 밀려났다.
모든 사람들의 생각에도 이제 장 동구와 왕 송하가 미주의 상대가 도저히 안 된다는 느낌이 들 무렵 미주의 창날이
바람개비를 그리며 팍팍 소리를 내자 그만 장 동구가 꼬꾸라지며 자빠졌다.
그리고 놀라서 어쩔 줄을 모르는 왕 송하도 잠시 후 장 동구처럼 자빠지며 쓰러지더니 꼼짝도 하지를 못했다.
“마마! 저 년이 혼자서 세 명을 단숨에 해치웠나이다.”
시위장군 이 제호가 깜짝 놀라며 연산군에게 말하자 그도 무척이나 놀란 모양인지 할 말을 잊고 있었다.
“이 번에는 아무래도 시위장군께서 직접 나가셔서 저 년을 없애야 할 것 같습니다.”
병조판서인 김 병구가 나서며 말했다.
이 제호는 내심 내키지를 않는 마음이었지만 연산군의 눈치를 보니 자기를 보고 빨리 나가서 싸우라는
눈빛이었다.
명색이 그래도 장군인데 우물쭈물하면 큰 수치를 당할 것 같고 싸우자니 선뜻 나서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이렇게 이 제호가 우물쭈물 하고 있자 모든 신하들이 입을 모아 밀어서 부친다.
“시위장군! 어서 나가서 저 년을 물고를 내고 오시오!”
정말 이제는 싸움터로 나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런 자식들아! 그렇게 자신이 있으면 너희들이 나가서 저 여자와 한번 싸워 봐라’
이 제호는 내심 자기 혼자 이렇게 중얼거리며 마지못해서 칼을 들고 미주를 향해서 싸우러 나갔다.
시위장군 이 제호가 싸움판으로 걸어서 나오자 여태껏 싸움판을 관전하고 있던 오 진원 장군이 선아 아가씨에게
다가와 부탁을 했다.
“선녀님! 싸움판에 있는 저 낭자는 이제 들어와 쉬게 하고 제가 대신 나가서 저 사람과 싸우겠습니다.”
“그래요? 그럼 장군이 나가서 저 사람과 한번 겨루어 보세요.”
선아 아가씨도 오 진원 장군의 말에 순순히 허락을 했다.
오 진원 장군이 칼을 들고 싸움터로 나가자 미주가 재빨리 사태를 알아서 차리고는 뒤로 얼른 물러났다.
이 제호가 나가다가 갑자기 국경수비대장을 하던 오 진원 장군이 나오자 오히려 잘 되었다 싶었다.
여자와 싸우다가 괜히 잘못하여 패하면 천하에 웃음꺼리가 될 터인데 다행이도 오 진원 장군이 자기와 싸우려고
나오니 당당하게 체면(體面)이 서게 되었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장군! 오랜 만이오!”
오 진원 장군이 먼저 이 제호에게 먼저 인사를 했다.
“오 장군! 그 동안 잘 있었소!”
이 제호도 예를 갖추며 인사를 했다.
성종 임금이 살아 있을 적에는 서로가 같은 장군으로서 나라를 위해 충성(忠誠)을 다하던 사람들이었는데
연산군이 왕위에 오르자 오 진원 장군은 역적으로 몰려서 죄인이 되고 이 제호는 운이 좋아 대궐에서 왕을
호위하는 시위장군이 되었다.
“우리가 서로 싸우게 된 것은 지금 임금을 잘못 만나서 그런 것이니 개인적(個人的)인 감정(感情)은 전혀 없다는
것을 먼저 밝히는 바이오”
오 진원 장군이 이 제호를 마주보며 말했다.
“나도 다 알고 있소! 그러나 어쩌겠소! 서로를 죽이지 않으면 살아남지를 못하는 세상(世上)이잖소”
이 제호도 오 진원 장군을 보며 말했다.
잠시 칼을 잡은 채 서로 마주보던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달라붙어서 싸우기 시작했다.
“마마! 이 제호 장군과 역적 오 진원 장군이 서로 맞붙어서 싸웁니다.”
병조판서 김 병구가 연산군에게 아뢰었다.
“그래 짐도 다 알고 있소”
연산군이 이미 다 보고 있다는 투로 말을 했다.
오 진원 장군과 시위장군 이 제호가 서로 칼을 휘두르며 싸운 지가 두 시간이 지나도록 승부가 나지를 않았다.
하긴 서로가 목숨을 내어놓고 싸우니 그게 어디 쉽게 결판(決判)이 나겠는가?
연산군이 이 광경(光景)을 지켜보고 있다가 그만 지루함을 참지를 못해서 경호무관인 구 봉세를 싸움터로 내어
보내며 빨리 끝을 내도록 하였다.
연산군의 명령에 구 봉세가 칼을 휘두르며 달려들자 선아 아가씨 옆에 서 있던 오 세훈 이도 얼른 칼을 뽑아들고
뛰쳐나왔다.
이리하여 개성관문 넓은 마당에는 오 진원 장군과 그 아들 오 세훈 그리고 상대편에는 시위장군 이 제호와
경호무관 구 봉세가 서로 어울려 싸움을 벌였다.
막상막하(莫上莫下)의 실력들이라 좀처럼 결판이 날 것 같지를 않았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연산군은 그만 짜증이 나서 소리를 질렀다.
21부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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