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삼한지

제14장 신성(新城)함락 23 회

오늘의 쉼터 2014. 8. 6. 15:03

제14신성(新城)함락 23

 

 

두 장수가 말을 달려 육합성에 당도하자 이미 유사룡의 입을 통해 을지문덕이

달아난 것을 알고 있던 양광은,

“중문은 어찌하여 을지문덕을 놓아 보냈는가?”

하고 대뜸 따지듯이 물었다.

일순 우중문은 숨이 막히고 진땀이 났다.

급하게 눈으로 유사룡을 찾으니 유사룡이 양눈을 깜빡거리며 가만히 고개를 흔들었다.

그제야 그는 양광이 공연히 자신을 떠본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신은 결코 을지문덕을 놓아 보낸 일이 없습니다.

을지문덕이 해괴한 방술로 오라를 풀고 신이 아끼던 장수 세 사람의 목을 벤 뒤

남쪽으로 달아났을 뿐입니다.”

중문이 변명하자 양광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며 껄껄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내 이미 우승이 가져온 군량과 장수들의 시신을 보아 알고 있노라.”

우중문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래 두 사람은 무슨 일로 왔는가?”

양광이 물었다. 우중문은 입을 열어 먼저 자할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진언하고

한술 더 떠서 남평양을 함락시켜 대원왕과 을지문덕을 사로잡을 계책이

마치 자신의 수중에 있는 것처럼 말하였다.

 

그런 다음 말미에 가서,

“우문 장군과는 이미 합의한 일이니 오직 폐하의 윤허를 바라옵니다.”

하고 덧붙였다. 양광은 우중문에게 특별히 심오한 계획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면 짐이 도와줄 일은 없는가?”

“딱 한 가지가 있습니다.”

“그것이 무언가?”

“신 등이 이제 압록수를 건너가면 이곳과 거리가 먼 탓에 일일이 황제 폐하께 품의하여

지혜롭고 밝은 명을 받아 행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옛날의 명장들이 전장에 나가 공을 이룬 것은 모름지기 군사와 병마에 관한 일을

오직 한 사람이 결정했기 때문인데, 지금 우리는 장수마다 다른 마음을 지니고 있어 큰일입니다.

이래 가지고 어떻게 적을 이길 수 있을는지 걱정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우중문의 말은 다분히 우문술을 의식한 것이었다.

양광은 우중문의 진언이 극히 타당하다고 여겼다.

“하면 장수들에게 말하여 향후 모든 군사들은 그대의 절도를 받도록 하겠노라. 그럼 되겠는가?”

“황공하옵니다.”

양광은 즉시 허리에 차고 있던 자신의 절도봉을 끌러 우중문에게 주었다.

이리하여 우문술도 별수없이 우중문의 지휘와 명령을 따르게 되었다.

우중문과 우문술은 그날 밤을 양광이 있는 육합성에 머물며 압록수를 넘어

고구려 내지를 공략할 전술을 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