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장 신성(新城)함락 19 회
“이놈, 을지문덕아! 네 장흔을 죽여 놓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상기는 철퇴를 꼬나 잡고 벼락같은 고함을 질렀다.
문덕이 말머리를 돌려 상기를 보고는,
“쥐새끼처럼 도망가던 네가 무슨 마음으로 또 왔느냐?”
하고 물었다.
미처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축을 울리며 한 패거리의 군마가 달려오자
문덕은 비로소 고개를 끄덕이며 호탕하게 웃었다.
“오호라, 원군이 왔구나. 그러면 그렇지,
동료가 죽는 것을 보고도 내빼기에 바빴던 너 따위가 무슨 용기로 다시 오나 싶었다.”
문덕의 비아냥거리는 말에 잔뜩 약이 오른 귀얄잡이 상기는 분함을 이기지 못해 수염마저 곤두섰다.
“잔소리 말고 죽을 채비나 해라!”
그는 가시 돋친 철퇴를 휘두르며 문덕을 위협하였다.
그러나 말과는 달리 섣불리 달려들지 못하고 문덕의 주변을 맴돌 뿐이었다.
그사이에 기병 1백을 거느린 문태와 곽사천이 당도했다.
눈으로 대강의 숫자를 어림잡은 문덕은 말고삐를 잡아채어 혼자서 여럿을 상대하기 좋은 장소로 갔다.
우군이 이르자 상기는 숫자만 믿고 기고만장했다.
곧 좌우로 문태, 곽사천과 함께 세 방향을 포위하며 협공하니
문태는 시퍼런 날이 위로 향한 월(鉞)이란 도끼를 어지럽게 휘둘렀고,
곽사천은 우중문한테서 얻은 보검을 세워 진격하였다.
그 뒤로 1백의 날랜 군사들이 두 겹으로 문덕을 에워싸고 함성을 질렀다.
문덕은 먼저 머리를 향해 달려드는 문태의 도끼날을 예맥검으로 막고
재빠르게 몸을 돌리며 칼을 비스듬히 내리쳤다.
칼날의 움직임을 따라 단번에 수군 두 사람의 몸이 말 위에서 풀썩 바닥으로 떨어졌다.
달려들던 수군 선발대가 무춤한 사이 문덕의 쌍창워라는 어느새 상기의 뒤를 돌아
곽사천을 공략하였다.
앞발을 들어올린 쌍창워라에 놀라 곽사천의 말이 풀쩍 뛰어오르자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문덕의 칼은 곽사천의 허리를 파고들었다.
한 차례 휘익 하는 풍뢰소리가 나고, 놀란 곽사천의 말이 다시 네 발로 바닥을 디뎠을 때,
말의 주인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곽사천의 주위에 있던 졸개들이 온몸에 피를 뒤집어쓰고 기겁을 하며 물러섰다.
실로 번개보다 빠르고 자로 잰 듯이 정교한 칼솜씨였다.
수군들은 장졸을 불문하고 아직 그와 같은 무예를 본 일이 없었다.
그러나 감탄하기에는 아직 일렀다.
“공연히 개죽음을 당하지 말고 이만 돌아들 가는 것이 어떠한가?”
문덕이 마상에서 묻자 상기와 문태는 간담이 서늘한 중에도 졸개들 앞에서
망신을 당하는 것이 부끄러웠다.
게다가 아직도 숫자를 과신하는 마음이 완전히 달아나지 않아서,
“네 제법 칼깨나 쓴다만 어찌 혼자서 백 명에 달하는 군사를 당해 낼 수 있겠는가?
비록 장흔과 곽사천은 죽였지만 지금이라도 순순히 따라 나선다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하며 허세를 부렸다.
그러자 문덕은 대꾸도 아니하고 무리를 향해 쏜살같이 말을 달려 나왔다.
본래 문덕의 쌍창워라는 반나절에 천리를 달리는 준마였다.
문덕은 허리를 잔뜩 낮추어 쌍창워라의 갈기에 턱을 붙인 채 어지럽게 늘어선
군마의 사이를 순식간에 휩쓸고 지나치며 칼을 휘둘렀다.
문덕이 헤집고 지나가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말들이 놀라 길길이 날뛰었고,
팔방으로 피가 튀고 비명과 신음소리가 난무하였다.
그가 수군 무리의 양단을 횡으로 관통하는 데는 불과 물 한 바가지 마시는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으니 무인지경을 달리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쌍창워라가 지나친 길의 양쪽에서 수군 졸개들은 풍절목이 넘어가듯 맥없이 쓰러졌는데,
그 숫자가 얼마인지 세지 못할 정도였다.
문덕은 무리의 맞은편 끝에서 월을 든 문태와 맞닥뜨렸다.
그리고 단 1합 만에 목에 붙은 문태의 머리를 땅에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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