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밤의 전쟁 (3)
천안 교외의 안가는 마을에서 500m 쯤 떨어진 산 중턱에 있어서 전망이 좋았다.
들판을 가로지르는 농로와 산을 휘둘러 흐르는 개울.
그리고 드문드문 떨어진 농가가 한 눈에 보였다.
안가는 2층 벽돌집으로 방이 6개에 화장실이 3개,
욕실이 두 개인 건평 120평짜리 고급 저택이다.
지방 유지이며 한때 아래쪽 농지 대부분을 소유했던 지주가
공을 들여 지은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그러나 그 지주는 작년에 국회의원에 출마했다가 알거지가 됐다.
이 저택도 경매로 내놓은 것을 구입했다.
밤 10시가 되자 사방은 깊고 무거운 정적에 덮였다.
가끔 먼 민가에서 개 짓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아래층 문단속을 한 강한은 2층으로 올라갔다.
오늘 밤 이곳 안가에는 장미하고 강한 둘 뿐이다.
나무 계단이 강한의 몸무게를 받더니 삐걱거렸다.
아래층의 불은 모두 꺼 놓았으므로 건물의 2층만 환했다.
강한이 2층 응접실로 들어섰을 때 소파에 앉아있던 장미가 머리를 들었다.
"집에 우리 둘 뿐이야?"
강한이 머리만 끄덕이자 장미는 살짝 웃었다.
"계획적이구만."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된거야."
"어쨌든 그래서 오늘 밤 한번 하자고 한 것 아냐?"
"왜? 어색하니? 자꾸 말꼬리 잡는 게 그런 것 같네."
"아래층 불 다 끈거야?"
다시 강한이 머리를 끄덕이자 장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장미는 이제 타올 가운에서 실크 가운으로 갈아 입었다.
그래서 몸의 곡선이 다 드러났다.
"아까 보니까 달이 떴어. 2층도 불 끌거야."
벽에 붙은 전등 스위치로 다가가면서 장미가 말했다.
소파에 앉은 강한이 장미의 뒷모습을 보았다.
곧게 뻗은 등 밑으로 엉덩이의 곡선이 출렁거리고 있다.
그때 응접실의 불이 꺼지는 바람에 잠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좋지?"
벽쪽에서 장미의 웃음 실린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홀랑 벗고 놀자."
장미가 말했다.
"어서."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겠네."
투덜거리면서도 강한은 옷을 벗었다.
"다 벗어."
앞쪽 벽에 붙어선 장미가 말했다.
열린 베란다 유리문을 통해 들어온 달빛에 장미의 알몸 윤곽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강한이 팬티까지 벗어 던졌을 때 장미가 휘파람 소리를 냈다.
"오우, 괜찮은데?"
장미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왔으므로 달빛을 받은 알몸이 반들거렸다.
마치 한쪽에 기름칠을 한 것 같다.
"벌써 섰네. 그 놈은."
"너, 장난하자는 거야?"
"하면 어때?"
"이리 와."
"잡아봐."
그러더니 장미가 다시 뒤로 물러섰다.
강한이 다가서자 장미가 몸을 돌려 안방으로 도망쳤다.
쫓아 들어간 강한이 어둠속에서 두리번거렸을 때 베개가 날아와 머리를 쳤다.
놀란 강한이 비틀거리자 깔깔 웃음소리와 함께 장미가 옆을 스치고 달아났다.
"이리 와!"
강한이 소리치며 쫓았다.
"싫어!"
이제 장미는 끝쪽 방으로 달아났다.
강한의 얼굴에도 어느덧 웃음기가 떠올라 있었다.
끝쪽 방으로 들어선 강한은 문뒤의 벽에 몸을 붙이고 숨은 장미를 보았다.
다가선 강한이 장미의 허리를 당겨 안았다.
장미가 안겨오면서 강한의 목을 감아 안았다.
입술이 부딪친 순간 금방 입을 연 장미의 혀가 뽑혀 나왔다.
강한은 갈증이 난 사람처럼 장미의 혀를 빨았다.
이미 성난 남성이 장미의 다리 사이를 부비는 중이었고 어느덧 숨소리에 탄성이 섞였다.
이윽고 강한은 장미의 알몸을 번쩍 들었다.
장미의 혀는 여전히 강한의 입안에서 꿈틀대는 중이다.
밖으로 나온 강한이 응접실 소파 위에 장미를 눕혔다.
그제서야 입을 뗀 장미가 헐떡이며 말했다.
"나, 미치겠어."
그러나 강한은 장미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는 장미의 이마를 입술과 혀로 천천히 애무하기 시작했다.
이마에서 눈썹, 눈꺼풀과 콧등, 다시 눈밑과 볼,
이렇게 차례로 입술로 스치고 혀로 훑어 내려갔다.
장미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볼을 핥던 강한의 혀가 입술을 거쳐 턱과 목에 닿았을 때
장미가 손을 뻗쳐 강한의 허리를 잡아끌었다.
"그만해도 돼."
장미가 헐떡이며 말했다.
"이제 그만."
하지만 다음 말은 강한이 가슴을 애무하는 바람에 끊겼다.
그리고 신음같은 짧은 탄성이 울리더니 장미가 하반신을 비틀었다.
강한의 손을 느꼈기 때문이다.
"으음."
장미는 또다시 신음했다.
강한은 장미의 뜨겁게 달아오른 몸을 확인했다.
이제 강한의 입과 혀, 그리고 손끝이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장미의 탄성은 점점 높아졌고, 온 몸의 땀구멍에서 땀이 스며나오기 시작했다.
채 1분도 되지 않아서 장미는 절정에 올랐다.
몸이 활처럼 둥글게 휘면서 팽팽해졌다.
그러더니 털썩 소파 위로 쓰러져 몸을 떨기 시작했다.
입에선 비명같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윽고 강한은 장미의 몸 위로 올랐다.
그리고는 장미의 입술에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장미는 아직도 몸을 떨고 있는 중이다.
그때 강한이 몸을 섞었고 장미는 놀란 듯 몸이 굳었다.
강한은 장미의 어깨를 감아안고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쾌감을 즐기기 보다 장미를 위해 몸을 던진다는 자세다.
이윽고 장미가 다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이번에 몰려온 파도는 더 컸고 더 길었다.
응접실이 떠나갈 듯한 탄성이 울렸으며 뒷쪽 산에서 산새가 놀라
푸드득 소리를 내며 날아 올랐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 지 모른다.
다만 장미는 여러번 절정에 올랐으며 그때마다 소리 높여
찬가를 부르고 흐느껴 울었다는 것만 기억이 났다.
강한이 장미의 몸에 밀착된 채 늘어졌을 때 세상엔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은 듯 했다.
소리도 냄새도 빛도 없었다.
오직 뜨거운 느낌만 남아 있었다.
둘은 숨이 끊어질 것처럼 헐떡였고, 물에 빠졌다 나온 것처럼 땀에 흠뻑 젖었다.
숨소리에 한참 동안이나 탄성이 섞여 있었다.
달빛이 소파 위에 한덩이가 된 두 알몸을 비췄다.
먼저 호흡을 가눈 강한이 장미의 입에 가볍게 키스했다.
"좋았어, 정말."
그러자 장미가 강한의 목을 감아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사랑해."
그리고는 강한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이렇게 밖에 표현하지 못해서 아쉬워."
"꼭 표현하지 않아도 돼."
다시 한마디 뱉고 키스한 강한이 달빛에 하얗게 비치는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우린 서로 잘 알고 있으니까."
"그나저나 얼마나 걸렸지?"
하반신을 조금 흔들어 강한의 몸을 느끼면서 장미가 따라 웃었다.
"한시간? 두시간?"
"백만원은 받아야겠지?"
"나 이런 느낌 처음이야."
다시 강한의 입술에 키스한 장미가 몸을 비틀었다.
"아직도 좋아."
그리고는 길게 숨을 뱉었다.
"자기같은 남자가 있는 줄 몰랐어."
다음날 오전 11시쯤 평택 방향 45번 국도변의 식당 2층에 네 사내가 둘러앉았다.
2층 창밖으로 국도를 달리는 차들이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식당 안쪽의 벽에 등을 붙이고 앉은 강한이 둘러앉은 사내들에게 말했다.
"최광규가 매수한 고위 공직자 명단과 뇌물 액수까지 다 적은 리스트가 있지만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쓴웃음을 지은 강한이 말을 이었다.
"거물급 변호사한테 맡겼는데도 질색을 하고 두 손을 들더라니까요."
그러자 맞은 편에 앉은 유기호가 말했다.
"유사시에는 서로 연결이 될 겁니다.
서로 방패가 되어주는 거죠.
그래야 자기도 살아남으니까요."
유기호는 경찰 출신으로 최광규의 고문 노릇을 해온 터라 내막을 잘 안다.
유기호가 말을 이었다.
"아마 그 뇌물 리스트가 터지면 나라가 뒤집힐 겁니다.
그러면 사건을 맡은 당국도 정치적인 고려를 하게 되지요."
그러자 유기호의 옆에 앉은 조재일이 입을 열었다.
조재일 또한 최광규의 행동대원 출신이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말은 옛말이 아니여. 주먹으로 처리합시다."
강한과 친구 사이인 조재일은 둘이 있을 때는 반말을 했지만
이런 자리에서는 예의를 갖춘다.
강한의 시선이 옆에 앉은 천상태에게 옮겨졌다.
모두의 시선이 따라서 천상태에게 쏠렸다.
천상태는 강한의 팀원이었을 때부터 추적 담당이다.
채무자가 어디에 있건 찾아냈다.
이윽고 천상태가 입을 열었다.
"최광규는 자주 숙소를 옮깁니다.
경호팀 한테도 말해주지 않고 움직이지요."
그건 조재일이나 유기호도 아는 사실이었으므로 둘은 가만히 있었다.
천상태의 말이 이어졌다.
"하지만 여자는 그렇게 자주 옮기게 할 수가 없죠.
집에서 살림이라도 하는 재미가 있어야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말하고 웃어 보였지만 아무도 따라 웃지 않았다.
머쓱해진 천상태가 헛기침을 했다.
"최광규 새 여자는 장세희라고 하는데 모델 학원 출신입니다."
강한의 시선을 받은 천상태가 덧붙였다.
"모델 학원에 다닐 때 알았다는 이야기죠.
그러니까 모델은 아니지만 몸이…."
"본론을 말해."
강한이 재촉하자 천상태가 못마땅한 듯 이맛살을 찌푸리고 말했다.
"최광규가 운영하는 모델학원을 조사했더니 예상했던 대로 걸린 겁니다.
장세희가 재벌 세컨드가 됐다는 소문이 쫙 퍼졌는데 친구들한테
자랑만 하고 얼굴은 보이지 않아서 모두 의심하고 있었다는군요."
"옳지."
마침내 그 중 가장 연장자인 유기호가 맞장구를 쳐주었다.
눈을 좁혀 뜬 유기호가 천상태를 보았다.
"그 친구들을 이용해서 최광규 세컨드 집을 찾으면 되겠다. 그렇지?"
"찾았습니다."
어깨를 편 천상태가 턱을 들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친구 하나를 매수했지요. 백만원에 가볍게 넘어가더군요."
"걔들한테 백이면 큰돈이지."
유기호가 다시 분위기를 띄웠다.
"집이 어디야?"
"허드슨 빌라."
"허드슨 빌라?"
유기호와 조재일이 이구동성으로 되물었다.
눈을 크게 뜬 조재일이 먼저 입을 열었다.
"거긴 보안시설이 잘 돼 있어서 경호원이 필요없는 곳인데."
"입주민만 지문 대조로 출입하는 곳이지?"
라고 유기호가 맥빠진 목소리로 말했을 때 천상태가 힐끗 강한을 보고 나서 말했다.
"우리 보스가 그 빌라 하나를 구입하셨지요. 내일 입주합니다."
그러자 조재일과 유기호의 시선을 받은 강한이 입을 열었다.
"마침 매물이 하나 나와 있어서 재투자하는 셈치고 사들인 겁니다."
방으로 들어선 스튜어디스가 최광규를 보았다.
입은 꾹 다물었고 눈빛은 차가웠다.
단정한 재킷 가슴에 항공사 마크가 선명했고, 머리에는 삼각 모자를 비스듬히 썼다.
눈앞이 환해지는 것 같은 미모, 입술에는 선홍빛 립스틱을 칠했다.
"손님, 안전 벨트를 매주시기 바랍니다."
스튜어디스가 사무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비행기는 곧 홍콩 공항에 착륙합니다."
"내 바지 좀 벗겨."
누운 채 최광규가 말하자 스튜어디스는 눈을 치켜떴다.
기가 막힌다는 표정이다.
"손님, 장난치시면 안됩니다."
"나 급하다니까."
최광규가 말했다.
"벗기라니까?"
"손님, 이러시면 기내 보안요원을 부르겠습니다."
"너도 이리 와."
최광규가 가쁜 숨을 뱉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냥 침대에 누워."
"손님, 비행기가 곧 착륙한다니까요?"
"그러니까 착륙하기 전에."
들뜬 목소리로 말한 최광규가 옷을 벗었다.
최광규는 알몸이 되었다.
최광규가 말했다.
"어서 이리 오라니까?"
"손님, 5분 후에는 착륙합니다."
"어서!"
최광규가 와락 소리치자 스튜어디스는 스커트를 들쳐 올렸다.
최광규 눈 앞에서 였다.
"어서 누워!"
"손님, 제 유니폼 구겨지면 안되거든요?"
그러면서 스튜어디스가 조심스럽게 침대 위에 누웠다.
최광규는 굶주린 개처럼 달려들었다.
스커트를 들치자마자 바로 일을 시작했다.
"아야."
스튜어디스가 비명을 지르더니 곧 달래듯 말했다.
"손님,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채면 저 해고당하거든요. 그러니까…."
그러나 스튜어디스의 말은 곧 신음으로 바뀌었다.
앓는 소리를 내던 스튜어디스가 말했다.
"손님같은 사람은 처음 보았어요."
최광규는 그냥 씩씩거리며 몰두했다.
"저희 홍콩행 비행기를 자주 이용해주시는 서비스예요."
이윽고 최광규의 움직임이 크고 격렬해지자
스튜어디스는 자지러지는 것 같은 신음을 뱉었다.
"아, 홍콩 다 왔습니다!"
스튜어디스가 소리쳤을 때 최광규는 절정에 이르렀다.
"으윽!"
신음을 뱉으며 일순 몸이 경직된 최광규의 등을 스튜어디스가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손님, 비행기는 무사히 홍콩에 도착했습니다."
그러자 숨이 끊어질 듯 허덕이면서 최광규가 몸을 굴려 옆에 누웠다.
스튜어디스가 몸을 일으키더니 미리 준비된 수건으로 최광규의 땀을 닦아주었다.
"손님, 내리셔야죠?"
하고 스튜어디스가 물었을 때 최광규가 소리쳤다.
"아, 됐어!"
"좋으셨어요?"
한세희가 이제는 사무적인 말투를 버리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물었다.
얼굴에는 웃음기가 떠올랐다.
그러자 최광규가 눈을 치켜뜨는 시늉을 했다.
"인마, 앞으로는 홍콩 도착했다고 하지마."
"왜요?"
"장난같잖아? 그러니까 제주도나 아니면 오사카나 다른 곳을 대."
"그러네요."
눈을 가늘게 뜬 한세희가 웃었다.
"죽여줄 때 홍콩 갔다고 그러죠?"
"맞긴 맞다."
따라 웃은 최광규가 손을 뻗어 한세희의 어깨를 더듬었다.
"좀 있다가 간호사옷 입고 와."
"남해의 칠도라는 섬이야."
응접실 소파에 앉은 강한이 말하자 장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장미는 진주색 실크 가운을 입었는데 움직일 때마다 몸의 곡선이 드러났다.
잠자리 날개처럼 가운이 엷었기 때문이다.
살랑거리며 가운이 흔들리면서 진한 향내가 강한의 코에 스며들었다.
이제는 강한에게 익숙한 장미의 체취였다. 옆에 앉은 장미가 강한을 보았다.
"외딴 섬이야?"
"응, 여수에서 배로 30분쯤 거리에 있는."
눈을 좁혀 뜬 강한이 장미를 향해 웃어 보였다.
"민가가 세 채 있었는데 다 육지로 떠나고 지금은 빈 섬이 되었지."
"외롭겠네."
"홀랑 벗고 다녀도 볼 사람이 없는 곳이야.
그러니까 소원대로 벗고 바닷물에 들어가도 돼."
"우리 둘이 가는거야?"
"그래."
"언제?"
그러자 강한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지워졌다.
"일주일 쯤 후에."
그리고는 강한이 덧붙였다.
"섬에서 열흘 쯤 보내고 오면 우린 다른 인생을 살게 될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장미가 눈을 크게 떴지만 강한은 머리를 저었다.
"섬에서 이야기 해줄게."
"일주일이나 기다려야 해?"
"그럼 너 먼저 남해안에 내려가 있든지. 내가 잠잘 곳은 수배해줄 테니까."
"싫어, 같이 내려가."
장미가 손을 뻗어 강한의 허벅지 위에 올려놓았다.
"오늘 밤에 내 방에 올래?"
"아니."
정색한 강한이 장미를 똑바로 보았다.
"일이 있어서 오늘 밤에 돌아오지 못해."
"무슨 일?"
"사업 관계."
강한이 짧게 말하자 장미는 지그시 시선을 내렸다.
허벅지 위에 놓인 장미의 손이 부드럽게 바지 위를 오르내리는 중이다.
이윽고 장미가 말했다.
"여자 만나는 거야?"
"그래, 여자야."
그 순간 장미의 표정이 굳었다.
"누군데?"
"너, 질투 하는 거야?"
웃음 띤 얼굴로 강한이 물었지만 장미는 표정을 풀지 않았다.
"컨트롤이 잘 안돼서 그래."
건조한 목소리로 말한 장미가 어깨를 늘어뜨리더니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이렇게 되다니, 놀라워."
"아름답다."
강한이 손을 뻗어 장미의 어깨를 당겨 안았다.
집안은 조용했다.
오후 2시반이다.
여전히 집 안에는 둘뿐이다.
강한이 가슴에 닿은 장미의 얼굴을 손끝으로 치켜 올렸다.
장미는 어느덧 눈을 감았다.
윤기가 흐르는 입술이 반쯤 열려 있는 것이 기다리는 표시가 역력했다.
강한은 머리를 숙여 장미의 입술을 덮었다.
그러자 장미가 두 손을 뻗어 강한의 목을 감싸안더니 혀를 내밀어 주었다.
둘의 혀가 엉키면서 호흡이 가빠졌다.
"해줘."
장미가 한 손으로 가운 자락을 헤치면서 말했다.
그 순간 장미의 알몸이 드러났다.
가운 밑에 장미는 아무 것도 걸치지 않고 있었다.
강한이 잠깐 몸을 떼더니 서둘러 바지를 벗어 던졌다.
그러자 장미가 강한의 하복부에 얼굴을 묻었다.
그때 강한이 장미의 머리칼을 쓸면서 말했다.
"죽은 박형사 부인을 만나려는 거야."
장미가 멈칫 했다가 다시 얼굴을 파묻었다.
"내가 생활을 책임져야겠어."
그때 장미가 상기된 얼굴을 들더니 소파에 누었다.
강한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눈의 초점은 없다.
"이제 어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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