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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18장 꿈꾸는 세상 [6]

오늘의 쉼터 2014. 7. 29. 11:16

<192> 18장 꿈꾸는 세상 [6]

 

 

(379) 18장 꿈꾸는 세상 <11>

 

 

“역시 아마추어는 안돼.”

방배동 자택에서 백기현이 술잔을 들고 말했다.

 

소파 앞쪽에는 보좌관 조영철이 앉아서 경청하고 있다.


“칭다오에서 인터뷰를 한다지만 이미 버스 떠나고 손 흔드는 거야,

 

서동수는 뚜껑 벗겨진 콜라라구.”


오후 9시, 둘은 위스키를 마시면서 TV를 보고 난 참이다.

 

사람은 자신이 출연한 TV를 보면 흥분을 한다.

 

특히 뉴스에 등장하면 피의자만 빼놓고 모두 감동을 하는 법이다.

 

지금 백기현도 그렇다. 올해 들어 잠깐씩 TV에 나왔지만 오늘처럼 열띤 인터뷰는 처음이다.

 

그때 조영철이 정색한
얼굴로 백기현을 보았다.

“그날, 서동수를 만나셨을 때 서동수가 녹음을 하지는 않았을까요?”

“그럴 리가.”

쓴웃음을 지은 백기현이 머리까지 저었다.

“이 사람아, 그 아마추어가 무슨 첩보원이야? 녹음을 하게?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예상도 못하고 나온 놈이 무슨 녹음?”


한 모금에 술을 삼킨 백기현이 붉어진 얼굴로 조영철을 보았다.

“그런 놈은 아예 싹이 나지 못하도록 뭉개버려야 돼,

 

그래야 국민과 국가가 평안해진다구,

 

국민들이 허상을 쫓다가 실망하도록 만들면 안 돼.”


“과연 그렇습니다.”

비싼 위스키여서 찔끔 술을 삼킨 조영철이 백기현을 보았다.

“이필성은 다음 주부터 출근한다고 했습니다. 총무님.”

“거긴 보수도 괜찮으니까 1년만 푹 쉬고 돌아오면 돼.”

“예, 이필성도 좋아합니다.”

백기현한테서 해임당한 전(前) 보좌관 이필성은 보복으로 백기현과 서동수와의

 

‘창당 모의’를 언론에 폭로한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짜고 친 고스톱이다. 지금 둘은 이필성이 다음 주부터 출근하게 될

 

대전의
건설회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것이다.

 

대형 건설회사 홍보
이사로 임명된 이필성은 월급은 두 배쯤 더 받는다.

 

백기현쯤 되면 전혀 인연이 없어 보이는 기업체에 제 식구를 심는 것쯤은 일도 아니다.

 

그때
바지 주머니에 넣은 핸드폰이 진동을 했으므로 조영철이 꺼내 보았다.

 

친구로 지내는 당대표 보좌관 양기섭이다.

 

자리에서 일어선 조영철이 옆으로 비켜서며 백기현에게 목례를 했다.

 

“총무님, 잠깐 전화를.”

옆쪽 구석에 선 조영철이 핸드폰을 귀에 붙이고 말했다.

“무슨 일이야?”

“이봐, 케이블 TV를 봐, 70번.”

“뭔데?”

“빨리!”

양기섭이 버럭 소리치는 바람에 놀란 조영철이 핸드폰을 귀에 대고는 TV 앞으로 다가갔다.

“실례합니다.”

리모컨을 쥔 조영철이 케이블 방송의 70번 채널을 맞췄을 때

 

스피커에서 목소리부터 들렸다.

“회장님이 정치를 하신다면 제가 따라가지요,

 

우리 민족당에서도 저하고 같이 행동할 동지들이 있습니다.”

바로 백기현의 목소리다.

 

소스라치게 놀란 백기현이 술잔을 내려놓다가 방바닥으로 떨어뜨렸다.

 

화면에는 앵커가 화난 표정으로 앉아만 있고 밑에 ‘민족당 총무 백기현’이라는

 

프로필과 함께 자막이 펼쳐지고 있다.

 

다시 목소리와 자막글이 이어졌다.

“물론 여당 쪽에서도 나서겠지요. 대통령께서 지원해 주실지도 모릅니다.”

백기현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졌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백기현의 집 전화다.

 

그러고 보니 핸드폰의 벨소리도 같이 울린다.


 

 

 

 

 

(380) 18장 꿈꾸는 세상 <12>

 

 

 

칭다오의 ‘동성’ 본사 대강당은 내외신(內外信) 기자들로 가득차 있다.

여기서 내외신이란 중국을 비롯한 한국을 말한다.

중국이 내국(內國)에 들어간다. KBC, DBC 등 한국 방송사는 물론이고

 

중국 관영통신도 다 자리를 잡아서 수백 명이다.

 

그래서 한국 측 기자들은 처음에 어리둥절했다가 기가 죽었다.

 

중국에서의 ‘동성’ 위상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동성’의 본사는 중국이다.

 

중국계 회사인 것이다.

“자, 시작하겠습니다.”

오전 10시 정각, 동성의 비서실장 유병선이 한국어로 말했을 때

 

옆에 나란히 서있던 임청이 중국어로 말했다.

 

그러고 보니 임청이 중국 여배우 공리를 닮았다.

 

그때 플래시가 이쪽저쪽에서 번쩍이면서 서동수가 연단으로 나왔다.

 

생방송이다.

 

한국시간은 오전 11시, 각 가정은 물론이고 기업체, 상가, 시민들도

 

제각기 스마트폰으로 이 장면을 본다.

 

서동수는 계속 화제의 주인공이다. 카이로 사건에서부터 미얀마 스캔들,

 

영웅캠프 그리고 백기현의 창당 폭로 사건이 터지더니 지금에 이르렀다.

 

따라서 한대성의 혼잣말이 맞다.

 

“서동수는 저절로 밀려갔다”고 했다.

 

이것이 과연 운명인가? 우연인가?

 

그 해답을 듣고 싶다는 듯이 여기 대한민국의 두 주역도 쪼그리고 앉아있다.

 

대통령 한대성과 비서실장 양용식이다. 궁금한 것은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지금 대장 진급자 네 명이 동부인하고 청와대에 들어와 있지만 양용식은 신고식을 30분 연기시켰다.

 

그러고는 둘이 대통령실에 앉아서 TV를 보는 것이다.

 

그렇다. 둘도 수산시장 아저씨하고 똑같은 표정으로 TV를 쳐다보고 있으니

 

쪼그리고 있다는 표현도 맞다.

 

그때 서동수가 유창한 중국어로 이야기를 시작했으므로 대통령과 양용식은 얼떨떨했다.

 

그러나 5초쯤 지났을 때 밑에 한국어 자막이 주르르 떴다.

“동성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신의주경제특구의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놀란 대통령과 양용식이 서로의 얼굴을 보았고 서동수의 말이 이어졌다.

“따라서 동성을 대신해서 중국 정부는 북한 정부와 협의한 결과,

 

신의주경제특구의 행정장관을 제가 맡기를 제의했고 그 제의를 제가 받아들였습니다.”

“으으음.”

대통령의 입에서 신음이 터진 것은 그 순간이다.

 

눈을 치켜뜬 대통령이 서동수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어어어.”

양용식의 입에서는 기묘한 외침이 흘러 나왔는데 선반에 놓인

 

그릇이 떨어지려는 순간을 본 것 같은 외침이다.

 

다시 서동수의 말이 이어졌고 자막이 찍혀 나온다.

“저는 다음달 초에 북한으로부터 행정장관에 임명될 것이며 동성은

 

신의주경제특구의 관리 기업으로 전력을 다할 것입니다. 또한.”

서동수가 번들거리는 눈으로 대통령과 양용식을 번갈아 보았다.

“신의주경제특구에는 한국 기업의 참여를 대폭 확대시킴으로써

 

남북 간 경제협력과 평화공존의 바탕을 확산시켜 나갈 것입니다.”

유창한 중국어다.

 

자막을 순식간에 다 읽은 대통령이 손바닥으로 이마를 닦는 것이 땀이 배어나온 것 같았다.

 

소파 모서리에 앉은 양용식은 가쁜 숨만 몰아쉬고 있다.

 

그것으로 서동수의 기자회견이 끝났는데 인사를 마친 서동수가 세 걸음을 떼었을 때였다.

 

이름 모를 언론사 기자 하나가 한국어로 소리쳤다.

“저기, 창당, 백기현, 녹음….”

그 소리에 이어서 누가 한국어로 또 소리쳤다.

“저새끼, 얼빠진 놈이네. 그게 무슨 큰일이라고….”

한국 시청자들은 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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