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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11장 세상은 넓다 (5)

오늘의 쉼터 2014. 7. 26. 07:51

<115> 11장 세상은 넓다 (5)

 

 

(226) 11장 세상은 넓다 - 9 

 

 

 

다음 날 오후 3시가 되었을 때 성동실업의 상담실에는 세 남녀가 둘러앉았다.

서동수와 한영복, 그리고 박세영이다.

서동수의 연락을 받고 옌타이에서 달려온 한영복은 시종 웃음 띤 얼굴이다.

“성동실업이 이제야말로 자리가 잡히는 것 같구먼.”

한영복이 커피잔을 들면서 말했다.

“이렇게 셋이 모이면 못할 일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유, 사장님은 립서비스가 대단하셔.”

박세영이 거들었다.

“꿈이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 모르세요?”

“이건 꿈이 아냐, 현실이야.”

그때 상담실 안으로 이인섭이 들어서더니 서동수의 앞에 서류를 놓고 나갔다.

이인섭이 한영복에게도 시선을 마주치지 않는 바람에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았다.

그 기회에 박세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 바빠요. 추동복 자금 회의를 하죠.”

머리를 든 서동수가 한영복을 보았다.

어느덧 한영복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지워져 있다.

“이 기회에 갈라섰으면 좋겠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영복은 무슨 말인지 금방 알아듣지 못하고 서너 번 눈만 깜박였다.

다시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공장은 그대로 두는 게 낫겠지요. 

 하지만 매장은 나눠야 될 것 같습니다.”

서동수의 시선이 박세영에게로 옮아갔다.

“박 실장도 이 기회에 공급자로 독립하시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건 도무지.”

한영복이 그때서야 입을 열었는데 이맛살이 찌푸려져 있다.

“서 사장, 갑자기 무슨 말을 하시는 거요?”

“지금까지 서로 간에 도움을 주고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시점에 갈라서는 것이 낫겠다고 말씀드린 겁니다.”

“그건 그렇지만 이유는 뭐요?”

한영복의 심기가 점점 불편해지는 것 같았지만 서동수는 말을 이었다.

“뚜렷한 이유는 없습니다.”

“이번 자금 집행 때문입니까?”

“그것도 있습니다.”

그러자 의자에 등을 붙인 한영복이 입맛을 다셨다.

“참, 그런 일을 가지고….”

“여기 서류 가져왔습니다.”

서동수가 이인섭이 가져온 서류를 한영복과 박세영에게 한 부씩 나눠 주면서 말을 이었다.

“8개 매장에 대한 양도 각서와 옌타이 공장 운영과 결산 합의,

그리고 브랜드 소유권, 매장 직원 운영 관리에 대한 합의서입니다.”

이제는 둘이 입을 다물었고 서동수의 목소리가 상담실을 울렸다.

“먼저 매장을 나누기로 하지요.”

상담실에서 회의가 끝났을 때는 오후 7시가 되어 갈 무렵이다.

서동수는 칭다오의 1호 매장과 다롄, 상하이, 베이징의 매장 1개씩

4개 매장에 대한 권리를 양도받았고 나머지 4개는 한영복의 몫이 되었다.

합의서에 서명했을 때 한영복이 쓴웃음을 짓고 말했다.

 

“나, 이런 동업은 처음 보았습니다.

 시작도 하기 전에 갈라서다니요.”

“이렇게 웃으면서 갈라서지 않았습니까?”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묻자 한영복이 머리를 끄덕였다.

“하긴 그러네.”

“하지만 앞으로 어려운 일이 있으면 저도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겠습니다.”

“나도 마찬가지요.”

자리에서 일어선 한영복이 손을 내밀었다.

그에게 이런 동업은 처음일 것이다.

윤명기의 말에 의하면 한영복의 동업 상대들은 모두 배신을 당했다고 했으니까.

 

 

 

 

 

 

(227) 11장 세상은 넓다 - 10 

 

 

 

“저도 박 언니만큼 할 수 있어요.”

서동수가 분가(分家) 이야기를 끝냈을 때 진영아는 긴장한 듯 굳어진 표정으로 말했다.

오후 10시 반, 매장 근처의 카페 안이다.

진영아가 말을 이었다.

“박 언니한테 수수료를 떼어줄 필요가 없다고요.

저도 디자인해서 제품 만들 수 있거든요? 오히려….”

입 안이 마른 진영아가 맥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더니 똑바로 서동수를 보았다.

“제가 매장에서 직접 구매자를 만나고 있으니까 패션 흐름을 더 안다고요.”

“…….”

“일주일에 한 번 그것도 30분쯤 둘러보고, 재고 조사해서 뭘 한다고.

패션을 리드하는 것도 아니면서….”

말을 그친 진영아가 두 손으로 붉어진 볼을 감싸 덮었다.

그러고는 눈을 흘겼다.

“뭘 봐요?”

“네가 섹시해서.”

“오늘은 그날이라 안돼요.”

“난 상관없는데.”

“난 지저분해서 싫다고요.”

“네가 해라.”

불쑥 서동수가 말했더니 진영아가 볼에 붙였던 손을 떼었다.

눈이 둥그레져 있다.

“뭘요?”

“네가 한다면서?”

“정말요?”

진영아의 얼굴이 환해졌다.

“제가 디자인해서 팔아도 돼요?”

“오늘밤 섹스 해주면.”

“할게요.”

진영아가 손목시계를 보더니 상반신을 세웠다.

“늦었어요. 빨리 가요.”

“어디를?”

“호텔 간다면서요?”

서동수가 앞에 놓인 위스키잔을 들어 한 모금에 삼키고는 더운 숨을 뱉었다.

“그리고 네가 제1호 매장을 운영하는 거야. 무슨 말이냐 하면.”

서동수가 지그시 진영아를 보았다.

“기본급 외에 매출 이익의 일정액을 보상으로 받는 거다.

성과급이지. 매장 인원의 고용도 네가 알아서 해야 돼. 할 수 있겠어?”

숨을 죽인 진영아가 시선만 주었으므로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지역별로 독점 매장에 맡기겠어. 칭다오의 독점매장 관리는 너야.

네가 제2호점, 3호점 개설도 나하고 상의해서 결정하고 관리하는 거야. 알겠어?”

“여기서 이야기해요?”

진영아가 손을 뻗쳐 서동수의 팔을 쥐고 당겼다.

“호텔로 가요.”

“그거 한다면서?”

“씻으면 돼요.”

마침내 피식 웃은 서동수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렇게 매장의 영업을 활성화시키면서 시장을 확장하는 것이다.

전부터 계획하고 있었지만 진영아의 의욕적인 요청을 듣자 결심이 굳어졌다.

카페를 나온 진영아가 서동수의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

“제 꿈이 매장을 운영하면서 제가 디자인한 제품을 구매자들한테 직접 파는 거예요.”

몸을 딱 붙여서 엉덩이가 부딪혔고 젖가슴도 닿았지만 진영아는 들뜬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그런데 사장님은 그 꿈을 더 키워 주시네요. 독점 매장이라니요.”

“할 수 있겠어?”

“박 언니 콧대를 꽉 눌러주지요.”

진영아가 바로 옆쪽에서 반짝이는 호텔 간판을 보더니 그쪽으로 서동수를 끌었다.

오늘은 제 집에서 가까운 호텔로 가자고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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