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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7장 새옹지마(4)

오늘의 쉼터 2014. 7. 25. 22:44

<69> 7장 새옹지마(4)

 

 

(136) 7장 새옹지마-7

 

 

 

 ‘후원회사업’은

급속도로 진행이 되었는데 화란이 기안한 벽지 학교시설 보수, 자재

기증안이 채택되었다.

그 ‘벽지’가 화란의 할아버지 고향인 산둥(山東)성 서쪽 오지 마을이다.

현지답사 명목으로 화란이 할아버지 장옹(張翁)을 모시고 고향에 다녀왔는데

현 정부의 환영을 받았다.

그리고 나서 실무 협상차 서동수가 화란과 함께 지난(濟南)에서

버스로 다섯 시간을 달려야 닿는 양천마을로 출장을 떠난다.

지난까지는 비행기로 가지만 1박2일은 어림없는 일정이어서 2박3일 출장이다.

칭다오 공항에서 지난행 비행기 좌석에 나란히 앉았을 때 서동수가 불쑥 물었다.

“나하고 네가 2박3일로 갔다오면 의심하는 인간들이 있을까?”

“있겠죠.”

앞을 향한 채로 화란이 금방 대답했다.

“하지만 상관없어요.”

“상관없다니?”

왼쪽 볼에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화란의 얼굴에 희미한 웃음이 떠올랐다.

“개의치 않겠다는 말이죠.”

“그렇군.”

“그것이 걸리세요?”

이제는 화란이 서동수를 보았고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걸린다.”

해놓고 서동수가 심호흡을 했다.

“별일 없을 건데 그런 소문이 나면 좀 억울한 면이 있지 않겠어?”

“그럼 별일을 만드시든지.”

시선을 준 채로 화란이 말을 잇는다.

보스는 생각이 너무 많아요.”

“네가 내 입장이 되어 봐.”

“되어 봤습니다.”

“같이 잔 사이에 제대로 명령이 먹힐 것 같나?”

“회사에서는 상하 관계가 분명해야죠.” 

“그럴 수 있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럼 됐다.”

“뭐가요?”

“오늘밤부터 같이 자자.”

“안 되겠는데요.”

의자에 등을 붙인 화란이 이를 드러내고 소리 없이 웃었다.

“내가 내키지 않아서요.”

“그것봐.”

서동수도 의자에 등을 붙이고는 길게 숨을 뱉었다.

자기도 전에 이러니 잔 후에는 아주 올라타겠군.”

“올라타요?”

“네 멋대로 한다는 말이다. 섹스 이야기한 건 아냐.”

비행기가 활주로에 섰으므로 서동수는 눈을 감았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 서동수는 500을 세는 버릇이 있다.

 

비행기 사고는 이륙할 때의 5분 동안에 일어날 확률이 가장 많다는 것이다.

 

비행기는 대충 60쯤 세었을 때 올라간다.

 

눈을 감은 서동수가 50쯤 세었을 때 화란이 몸을 붙이더니 낮게 말했다.

“보스, 기회 놓치면 안 돼요.”

서동수가 눈을 떴다.

 

그러나 어느새 화란은 앞을 향한 채 시치미를 뗀다.

“무슨 말야?”

참지 못한 서동수가 묻자 화란이 머리를 돌려 시선을 주었다.

 

여전히 시치미를 뚝 뗀 얼굴로 화란이 말했다.

“너무 미루면 긴장이 풀려서 오히려 역효과가 나요. 이해하시겠어요?”

“내키지 않는다면서 무슨 말야?”

“자신감을 가져요. 보스, 핑계를 만들어 대지 말고요.”

화란의 시선을 받은 채 서동수가 소리 죽여 숨을 뱉었다. 맞다. 자신감이다.

 

조금 더 뻔뻔해져야 된다. 그래야 이긴다.

 

 

 

 

 

(137) 7장 새옹지마-8

 

 

 

 중국 경제는 급속 성장을 하는 중이었지만 아직 벽지까지 문명의 혜택이 골고루 미치지 못했다.

산골짜기에 위치한 양천마을은 30여 호의 민가에 주민수 1백여 명, 산비탈을 깎아 만든 논밭을

경작하고 산다.

부업으로 닭과 돼지, 염소를 기를 뿐 그 흔한 특산물도 없는 빈촌(貧村)이다.

마을 위쪽의 산 중턱에 교실 세 개짜리 초등학교가 세워져 있는데 문짝도 없고 창문에는

판자를 붙여서 대낮에도 어둡다.

이것이 주위 20리 안에 하나밖에 없는 양천초등학교였다.

다음 주의 후원회 조인식에는 본사의 사장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므로 현 관계자들과 함께

현장까지 답사하고 현청 소재지로 돌아왔을 때는 오후 6시쯤이었다.

그리고 현령이 주최한 만찬을 마친 것이 오후 10시 반,

60도짜리 백주(白酒)를 20잔쯤 마신 서동수는 호텔 방에 들어서자마자

옷도 벗지 않고 쓰러졌다.

그러고 나서 서동수가 눈을 뜬 것은 몸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옷이 벗겨지느라고 팔다리가 들렸다가 내려지고 있다.

바로 화란이 벗기고 있는 것이다.

“뭘 하는 거야?”

벗겨지는 바지춤을 잡으면서 서동수가 묻자 화란이 눈을 흘겼다.

“옷 벗기고 있잖아요.”

“왜?”

하면서 벽시계를 보았더니 오전 2시 반이다.

시간쯤 잔 터라 술은 거의 깼지만 머리가 빠개지는 것 같다.

화란이 두 손을 허리에 짚고 섰는데 가운 차림이다.

화란의 방은 바로 옆방인 것이다.

“혹시 죽었나 보려고 왔어요.”

“살았으니까 네 방으로 돌아가.”

“싫어요.”

그러더니 화란이 침대 위로 올라와 시트 속으로 파고들었다.

시트를 목 밑까지 당긴 화란이 말했다.

“씻고 양치질하고 들어와요. 보스.”

침대 끝에 선 서동수가 입을 반쯤 벌리고는 화란을 내려다보았다.

“이봐, 보스라는 말은 빼라, 낯 뜨겁다.”

“그럼 허니라고 해요?”

“너, 정말 장난칠 거야?”

서동수가 눈을 치켜뜨자 화란이 시트 밑에서 꿈틀거리더니

곧 팔 하나가 나왔다.

손에 쥔 것은 바로 은색 가운이다.

가운을 벗은 것이다.

화란이 가운을 내던지면서 말했다.

“보스, 나 다 벗었어요.”

화란의 두 눈이 똑바로 서동수를 응시하고 있다.

얼굴은 조금 붉어졌고 이젠 굳어진 표정이다.

“날 알몸으로 쫓아내든지 말든지 해요.”

“이, 빌어먹을.”

이것은 한국말이었지만 화란은 분위기로 말뜻을 알아차린 것 같다.

화란이 그 얼굴로 말했다.

“마지막 기회예요. 보스.”

화란의 시선을 받은 채 서동수는 심호흡을 했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욕실로 다가갔다.

서동수가 욕실에서 나왔을 때는 20분쯤 후였다.

화란이 시킨 대로 양치질까지 했고 알몸에 가운만 걸친 것이다.

그러나 침대를 본 서동수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졌다.

침대가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시트는 젖혀진 상태였고 서동수의 벗겨진 옷은 옷장에 단정히 걸려 있다.
한동안 시트와 방안을 둘러본 채 서 있던 서동수가 발을 뗐다.

먼저 테이블 위에 놓인 방 열쇠를 집어들고 방을 나왔다.

그러고는 화란 방문 앞으로 다가가 벨을 누른다.

누르고 나서 5분쯤 기다렸을 때다. 방문이 열렸다.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화란이 외면하더니 잠자코 비켜 섰다.

화란은 다시 가운 차림이다.

그러나 슬리퍼를 신지 않아서 흰 발과 가지런한 발가락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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