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6장 중추절(12)
(128) 6장 중추절-23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미혜 엄마가 만나는 남자가 있습니다.”
그 순간 둘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지만 박서현의 얼굴은 대번에 누렇게 굳어졌다.
“제가 추석 전날에 여기 집 앞에 왔다가 그 남자하고 나가는 걸 보았습니다.”
그렇게 꾸몄다.
오정미를 시켰다고 하면 지랄부터 할 터였다.
그러자 물론 박서현이 먼저 대들었다.
“뭐라구?”
했지만 사실인데 어쩌겠는가?
두 부모의 얼굴이 제각기 굳어졌다.
최영주는 또 불륜과 맞닥뜨린 표정이고 박병만은 ‘그것봐’ 하는 얼굴이 되었다.
그때 다시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추석날인 어제도 여기 왔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가까운 모텔에 가더군요.
예, 저기, 사거리 왼쪽 슈퍼 옆에 행복모텔이 있지 않습니까? 그곳에….”
“야, 이 자식아! 네가 뭔데!”
그때 박서현이 고함을 쳤고 이번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이 미혜였다.
판다 인형 위에 바비 공구를 올려놓던 미혜가 눈을 크게 뜨고 소리쳤다.
“엄마! 왜 그래!”
그러자 박서현이 부풀렸던 어깨를 내리면서 목소리를 낮춘다.
“네가 무슨 자격으로!”
“하긴 그래. 자네가 무슨….”
했지만 박서현을 스쳐 가는 최영주의 시선이 차갑게 느껴졌다.
그때 서동수가 탁자 위에 서류봉투를 놓으며 말했다.
“전 미혜 엄마가 좋은 남자 만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야 미혜도 안정된 분위기에서 자랄 수 있을 테니까요.
좋은 남자만 만나면 얼마든지 축하해줄 수가 있습니다.”
“허튼소리 말고 나가!”
박서현이 말했을 때 미혜가 다시 머리를 들었다.
이제 장난감 식탁을 차리려는 참이다.
서동수가 서류봉투에서 서류를 꺼내 박병만 앞에 놓았다.
“제가 그 남자 신원을 조사했더니 전과 3범에 사기, 공갈범으로 4년 동안
교도소에서 복역한 인간입니다.
여자한테 사기치고 간통 후에 협박한 전과가 있지요.”
“누가 그래? 이 자식아!”
하고 달려든 박서현이 서류를 움켜쥐려고 했지만 먼저 박병만이 잡았다.
눈을 치켜뜬 최영주가 박서현을 밀치면서 박병만 옆에 앉는다.
그로부터 30분쯤이 지난 후에 응접실 안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그동안 박병만은 여러 번 고함을 질렀고 최영주는 서류를 보면서 몸서리를 쳤으며
당사자인 박서현은 울고불고했다.
셋이 그러는 사이에 서동수는 미혜와 함께 현관 밖으로 나와 놀았다.
탁자 위 서류에는 마리오에 대한 자료가 다 있다.
오정미가 사진까지 붙여진 전과기록, 주민증 카피, 법원 판결문까지 복사해 왔기 때문이다.
타고 다니는 자동차 사진에다 그 번호판이 대포차라는 경찰 확인서도 있다.
그것을 박병만이 꼼꼼히 확인하면서 박서현과 대질시킨 것이다.
이제 미혜는 제 방에서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
모두 중국산 제품이지만 다양하고 고급스럽다.
그때 서동수가 말했다.
“미혜 엄마를 위해서도 그렇고 미혜를 위해서 제가 이 인간을 떼어 내겠습니다. 괜찮겠습니까?”
“아, 그럼.”
뱉듯이 말한 박병만이 외면한 채 말을 이었다.
“수고스럽지만 부탁하네.”
“맡겨주십시오.”
앞쪽에 앉은 전(前) 장인, 장모에게 머리를 숙여 보인 서동수가 시선을 내린 채 말했다.
“이런 말씀 드리기 어색합니다만 미혜 엄마를 너무 꾸짖지 말아 주십시오.
다 저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129) 6장 중추절-24
“그래서 어떻게 하실 건데요?”
다 듣고 난 오정미가 그렇게 물었는데 표정이 묘했다.
꼭 남의 초상집에 들어와서 상주 노릇하는 인간을 보는 것 같다.
그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헛기침을 하고 나서 말했다.
물론 외면한 채다.
”그야 마음 같아서는 때려 죽이거나 가위로 그놈 자지를 잘라내고 싶지만
어디, 더 좋은 방법이 없겠습니까?”
“나 참.”
피식 웃고 난 오정미가 정색했다.
“그런 해결사를 좀 알아요.”
“발이 넓으실 줄 알았습니다.”
“왜요?”
“아니… 그냥.”
그때서야 머리를 든 서동수가 오정미를 보았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본색이 탄로났다고 말해주면 대개 놀라 떨어지는데요.”
“그렇게 안 되면요?”
“그러니까 그걸 말할 때 좀 겁을 줄 필요가 있지요.”
“어디 사냥총이라도 좀 빌려서….”
“직접 하시게요?”
“참 해결사를 아신다고 했죠?”
그러자 오정미가 눈을 가늘게 뜨고 지그시 서동수를 보았다.
“마음이 편치 않으시죠?”
소공동의 지하 커피숍 안이다.
오후 8시경이었는데 오늘 오정미를 아침 저녁으로 두 번이나 만나는 셈이다.
서동수는 다시 외면한 채 대답하지 않았다.
뻔한 것을 물었기 때문이다.
이혼을 했다지만 자식까지 데리고 있는 전처가 그런 놈하고 놀아나는 꼴을 알게 되었으니
속이 편할 리가 있겠는가? 오정미가 말했다.
“우리 회사에서 전문으로 이용하는 해결사들이 있어요.
아마 깜짝 놀라서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을 겁니다.”
“경비는?”
“간단한 일이니까 두 사람 고용해서 2백이면 충분할 것 같아요.”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가슴 주머니에서 두툼한 봉투를 꺼내 오정미 앞에 놓았다.
“5백입니다. 나머지는 오정미 씨 수고비로 드립니다.”
“아뇨, 전.”
놀란 듯 손까지 들었던 오정미가 서동수의 표정을 보더니 슬쩍 웃었다.
“받아야겠네요.”
“받으셔야죠.”
그러자 오정미가 봉투를 집어 가방에 넣더니 손목시계를 보았다.
“말 나온 김에 바로 처리해야겠어요. 저, 지금 가서 일시켜야겠어요.”
“아, 그러시려구요?”
자리에서 일어선 오정미가 서동수를 내려다 보았다.
“두 시간이면 일 끝날 것 같아요.”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오정미가 다시 웃었다.
불빛에 반사된 눈동자가 반짝였다.
“오늘밤 숙소는 어디시죠?”
그순간 서동수가 자리에서 엉거주춤 일어섰다.
이제 둘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았다.
오정미의 입이 다시 열렸다.
“일 끝내고 찾아가도 돼요?”
서동수는 오정미의 말끝이 떨리는 것을 들었다.
그러나 시선은 떼어지지 않는다.
“그럼요.”
갈라진 목소리로 말한 서동수가 헛기침을 했다.
“그런데 오정미 씨 남편이 고용한 정보회사 사람이 또 우리를 미행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추석에 가족 있는 여자가 이렇게 일하고 다니겠어요?”
눈을 흘긴 오정미의 모습이 요염했으므로 서동수의 머리에 열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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