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서유기

[36] 4장 한국인(5)

오늘의 쉼터 2014. 7. 25. 18:35

 

 

[36] 4장 한국인(5)

 

(71) 4장 한국인-9 

 

 

“아마 중국의 경제성장에 가장 큰 자극을 준 나라는 한국일 겁니다.
 
교역 규모는 제일 크지는 않았겠지만 수백만 명의 한국인이 중국에 들어왔지요.”

서동수와 이인섭은 머리만 끄덕였고 한영복이 손을 들어 바깥 공장을 가리켰다.

“중국인들에게 자극을 많이 준 것이 한국기업, 한국사람들입니다.
 
그건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겁니다.”

과연 그렇다. 기업인의 뒤를 따라 관광객이 쏟아졌다.
 
그러다 보니 온갖 사건도 일어났지만 어쨌든 자극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때 서동수가 말했다.

“누가 그러더군요.
 
우리 한민족 역사상 중국보다 우위에 서서 부러움을 받은 시기가 근대의 30년이라구요.”

그것은 1980년부터 2010년까지의 30년을 말한다.
 
그러자 신영복이 빙그레 웃었다.

“룸살롱에서 그런 말들을 자주 하지요.”

“요즘은 그런 말 안 합니다.”

하고 이인섭이 나섰으므로 셋은 함께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다.
 
10년쯤 전만 해도 중국에 관광 온 한국인 중에서 돈자랑을 하는 사람이 꽤 있었지만
 
지금은 보기 힘들다.
 
중국 도시에 넘치는 고급 차와 중국인들의 생활 수준에 위축당하는 경우도 많은 것이다.

“어쨌든.”

어깨를 편 한영복이 말을 맺는다.

“3년쯤 후에는 이곳도 투자사업에 대한 혜택이 끊기게 될 겁니다.
 
그럼 저도 털고 떠나야지요.
 
그것이 그야말로 윈윈 인 셈이니까요.”

서동수는 머리만 끄덕였다.
 
같은 조건으로 이런 골짜기에 박혀있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자, 그럼 면접을 보러 가실까요?”

그때 한영복이 일어서며 말했다.
 
칭다오 본공장에 데려갈 여직원 면접이다.
 
이곳에서도 도시에 대한 기대가 많아서 40명 모집에 배가 넘는 100명이
 
지원을 했다는 것이다.
 
하긴 기숙사비가 무료인데다 월급이 이곳보다 20%나 높은 터라 그럴 만도 했다.
 
그날 저녁 면접을 마친 셋은 공장의 식당에서 늦은 저녁 식사를 한다.
 
오후 7시 반이 되어가고 있다.
 
식당 주방장이 특별히 만들어낸 돼지고기 튀김을 먹으면서 서동수가
 
불쑥 생각난 것처럼 묻는다.

가족은 한국에 계십니까?”

한영복에 대해서 아는 척을 했던 이인섭도 가정사는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한영복이 빙긋 웃었다.

“큰놈은 서울에서 통신회사에 다닙니다.”

한 모금 국을 삼킨 한영복이 말을 잇는다.

“딸은 대학 4학년으로 서울에서 제 엄마하고 같이 있지요.”

“서울에는 자주 가십니까?”

“아니, 이 년 동안 못 갔습니다.”

“그럼 사모님이 오시겠네요.”

“이혼한 지 10년 되었습니다.”

그것으로 대화가 딱 단절되었다.
 
서동수는 서둘러 돼지고기를 집어 입에 넣었고 이인섭은 외면했다.
 
그때 밥을 떠넣은 한영복이 씹으면서 말했다.
 
“뭐, 애들 교육비, 생활비는 꼬박꼬박 보냈습니다.”

“…….”

“내가 사업에 정신이 빠져서 20년이 넘도록 중국에만 있으니 배겨나지 못한 것이지요.”

“…….”

“양쪽 다 맞추고 살기가 힘들었습니다.”

“저도 이혼했습니다.”

서동수가 말하자 한영복이 퍼뜩 시선을 들었다가 곧 머리만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고기를 집어 씹는다.
 
잠깐 기다리던 서동수가 소리죽여 숨을 뱉었다.
 
옆쪽의 이인섭만 잔뜩 긴장하고 있다.
 

 

(72) 4장 한국인-10 

 

 

‘영복섬유’에서 돌아온 다음 날 오전, 서동수에게 다가온 화란이 말했다.

“동북건설에서 이번 달 자금결제를 해달라는데요.”

결재서류는 서동수가 출장 가기 전에 올라와 있었다.

“아 내가 좀 검토할 부분이 있어서.”

서동수가 앞에 선 화란을 똑바로 보았다.

“며칠 기다리라고 해.”

“무슨 일 있나요?”

“없어.”

“적당한 이유가 있어야 납득을 할 텐데요. 나흘이나 늦었거든요.”

“내가 내부 감사를 받는다고 해.”

눈만 크게 뜬 화란에게 서동수가 말을 잇는다.

“서울에서의 전력도 있고 해서 감사를 받는다면 금방 이해할 거야.”

“알겠습니다.”

하면서 화란이 몸을 돌렸지만 납득한 것 같지가 않았다.
 
그래서 점심시간에 만난 이인섭에게 물었다.

“과장 감사받아요?”

“그게 무슨 말이야?”

밥을 씹던 이인섭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화란을 흘겨 보았다.
 
둘은 식당의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있다.
 
화란이 정색하고 말을 잇는다.

“동북건설 결제를 보류시킨 이유를 물었더니 과장이 내부 감사를 받기 때문이라고 해서요.”

“그런 말 못 들었는데?”

“전력도 있기 때문에 감사를 받는다는 이유를 대고 늦추라고 했어요.”

“그럴 리가.”

“내 생각에도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았어요.
 
물론 과장이 감사받는다면 동북건설 홍 사장은 좋아하겠지만.”

“그럴까?”

“홍 사장은 건들지 못하고 과장이나 잘리겠죠.
 
홍 사장은 좀 다루기 거북한 서 과장이 잘리니까 좋아할 것이고.”
 
“이건 특급 비밀인데.”

수저를 내려놓은 이인섭이 주위를 둘러보는 시늉을 했다.

“내가 어제부터 입이 근질근질했는데….”

“뭐가요?”

“과장이 이혼했다는군.”

“누가요?”

눈을 크게 뜬 화란이 바짝 몸을 붙였다.

“누가 그래요?”

“과장이 제 입으로 말했어. 그제 영복섬유 박 사장한테.”

“…….”

“그래서 지금까지 서울에 한 번도 다녀오지 않은 거야.”

“…….”

전자에서 잘리고 이혼까지 한 것 같아.”

“…….”

“그래서 집 이야기를 안 한 거야.”

“그만합시다.”

하면서 화란이 상반신을 세웠으므로 이인섭이 입맛을 다셨다.

“지가 먼저 과장 이야기를 꺼내놓고 그만하자고?”

“동북건설 이야기였지 뭐.”

먹다 만 식판을 든 화란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화란의 뒷모습에 대고 이인섭이 이제는 크게 말했다.

“조심해. 인마.”

주위의 시선이 모여졌고 화란의 귀가 빨개졌다.

“아무래도 저 자식이 과장한테 마음이 있는 것 같아.”

이인섭이 혼잣소리를 했다가 제 말에 제가 끌려들었다.

“맞아, 전부터 좀 이상했어. 자꾸 과장에 대해서 물어보고 말이야.”

그러고는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되었을 때의 타산을 따져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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