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서유기

[35] 4장 한국인(4)

오늘의 쉼터 2014. 7. 25. 18:06

[35] 4장 한국인(4)

(69) 4장 한국인-7 

 

 

다음 날 오전, 회의실에 셋이 둘러앉았다.
 
서동수와 화란, 이인섭이다.
 
산동실업 문제를 상의하려고 모인 것인데 서동수는 이인섭을 참가시켰다.
 
이것이 서동수 스타일이다.
 
돈 문제는 최소한의 인원만 아는 극비 사항으로 하든지 오픈시켜서
 
증인을 많이 확보해야 되는 것이다.
 
이번 산동실업 문제는 후자의 경우로 취급한 셈이다.
 
서동수가 둘을 번갈아보며 말했다.

“자, 화란 씨가 산동실업에서 받아온 6만 위안에 대한 상의를 하지.”

그러자 이인섭이 입을 딱 벌렸다.
 
내용을 모르는 것이다.
 
화란이 말해주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화란이 시선을 내리고만 있었으므로 서동수가 만국 공용어인 영어로
 
설명을 해줘야만 했다.
 
셋은 지금 화란을 위해 영어로 회의를 한다.
 
중국어를 모르는 서동수 때문이기도 하다.
 
설명을 마친 서동수가 먼저 화란에게 물었다.

“자, 화란, 리베이트를 받아왔으면 생각이 있었을 것 아닌가? 말해라. 듣자.”

그러자 화란이 머리를 들었다.
 
차분한 표정이다.

“이것저것 생각해 보았지만 과장님이 처리하시는 것이 가장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화란이 말을 잇는다.

“지금까지 받았던 리베이트를 딱 끊고 원단값을 제대로 받는 방법이 가장 쉽지만
 
그때는 받아먹은 부서장과 공장장까지 책임을 져야 되겠지요.”

“…….”

“리베이트를 받아서 그 돈을 공금이나 운영비로 쓴다는 것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곧 내막이 드러나게 될 테니까요.”

이인섭이 머리를 끄덕였지만 서동수는 잠자코 기다렸다.
 
화란의 시선이 다시 서동수에게로 옮겨졌다.
 
눈빛이 강해져 있다.

“나는 왜 과장님이 이 일을 나한테 맡겼는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공정하게 처리하기 위해서? 아니죠.
 
이 일은 애초부터 부정한 일이라 그건 말도 안 됩니다.”

이제는 이인섭도 입만 벌렸고 서동수는 눈을 가늘게 떴다.
 
화란이 말을 잇는다.

“책임을 나눠 가지려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네요.
 
이 대리를 회의에 참석시킨 것을 보니까 말이죠.”

그때 서동수가 물었다.

“받은 이유를 말 안 했어. 화란.”

화란의 눈동자를 정면으로 바라본 채 서동수가 말한다.

“일단 리베이트 6만 위안은 받아온 것 아닌가? 받은 이유를 듣자.”

“받지 않으면 내가 병신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화란이 서동수를 응시한 채 말을 잇는다.

“다 썩었는데 나만 청렴한 척 위선을 떨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숨을 고른 화란이 이제는 외면했다.

“결국 썩어가는 것은 한국 회사고 돈은 중국에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
 
정색한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였으므로 숨을 죽이고 있던 이인섭이 머리를 들었다.

서동수가 다시 머리를 끄덕이며 말을 잇는다.

“너무 깨끗한 물에서는 물고기가 살지 못하는 거야.
 
이건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고.”

의자에 등을 붙인 서동수가 지그시 화란을 보았다.

“흰 고양이건 검은 고양이건 쥐만 잡으면 된다고 한 사람도 있지.
 
모두 이런 경우에 적용되는 말 같다.”

그러더니 옆쪽 의자에서 검정 비닐봉투를 집어 테이블 위에 놓았다.
 
묵직한 봉투를 놓았더니 소리가 났다.
 
화란이 받아온 돈, 6만 위안이다.
 
둘의 시선이 모아졌고 서동수가 말을 잇는다.

“이것도 이 대리가 보관하고 있어.”

 

 

 70) 4장 한국인-8 

 

 

동양의류 제2공장도 하청공장을 운용한다.
 
원단과 조직, 스타일브랜드가 다른 수천 종류의 상품을 생산해내려면
 
소규모 하청공장 운용은 필수적이기도 하다.
 
오후 4시반경, 서동수는 간쑤성(甘肅省)의 백은(白銀) 북방에 위치한 공장으로 들어섰다.
 
서동수는 이인섭과 동행으로 칭다오에서 1500㎞나 떨어진 이곳에 온 것이다.
 
물론 비행기로 간쑤성 광저우(光州)까지 날아온 후에 다시 차로 세 시간을 달려야만 했다.
 
도시와 떨어진 마을 근처에 세워진 시멘트 건물이 어울리지 않는다.

“누추합니다.”

공항에까지 마중 나온 한영복 사장이 말했지만 부끄러운 표정이 아니다.
 
현(縣)에서 세워주었다는 시멘트 2층 건물은 컸다.

본공장의 건물 면적만 1천 평이 넘는다고 했다.
 
거기에다 8백 평 규모의 창고와 기숙사가 따로 세워져서 4개 동이다.
 
이것은 모두 현정부에서 건립해준 것이다.

공장 안으로 들어섰더니 3백 명 정도의 직원이 일하는 작업장이 한눈에 드러났다.
 
규모가 잘 짜여 있고 능률도 높아 보였다.
 
한영복의 ‘영복섬유’는 동양의 A급 하청공장인 것이다.
 
생산라인이 내려다보이는 사장실에 앉았을 때 한영복이 말했다.

“제가 칭다오에서 이곳에 온 지 3년 되었습니다.
 
앞으로 3년쯤 후에는 내몽고나 미얀마, 캄보디아로 옮겨갈 계획입니다.”

“아니, 왜요?”

놀란 듯 이인섭이 물었다.
 
이인섭과 한영복은 칭다오에 있을 때부터 아는 사이인 것이다.
 
한영복은 50대 후반으로 중국에 온 지 20년이 넘었다.
 
수교 이전부터 중국에서 사업을 했던 것이다.
 
물론 섬유 사업이다.
 
본인은 ‘걸레장사’라고 하지만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리고 한 발 앞서가는 인물이기도 하다.
 
한영복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졌다.

“서로 이용하는 것이 세상 이치 아닙니까?
 
내 이용가치가 떨어졌을 때 얼른 옮겨 주는 것이 서로를 위해 낫지요.”

“왜 그렇습니까?”

대충 짐작은 했지만 서동수가 확인하듯 묻자 한영복이 말을 잇는다.

“첫째 인건비 때문이죠.
 
한국 기업이 중국에 진출한 가장 큰 이유는 인건비가 쌌기 때문 아닙니까?
 
처음에는 섬유산업의 인건비가 한국의 20분의 1이었다가 10분의 1,
 
그리고 5분의 1이 되더니 지금은 3분의 1이 되었지요?”

그것 때문에 서동수와 이인섭이 이곳에 온 것이다.
 
이곳 내륙지방의 인건비는 칭다오와 비교해서 아직 절반 수준이다.

그래서 한영복에게 부탁해서 기능공 40명을 데려가려고 온 것이다.
 
한영복이 담배를 꺼내 입에 물면서 말을 잇는다.

“이제 이곳도 인건비를 내년에는 20% 정도 올려줘야 됩니다.
 
내후년에도 올려줘야만 하구요.
 
그럼 3년 후면 견뎌 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 안에 다른 곳을 찾아봐야 하는 거죠.”

“역시 사장님은 남보다 두어 발 빠르세요.”

이인섭이 감탄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서 사장님은 지금까지 손해 보신 적이 없지 않습니까?”

오면서 이인섭한테 들었지만 한영복은 재산이 수백 억원이라는 것이다.
 
그러자 한영복이 얼굴을 펴고 웃는다.

“말도 마십시오.
 
이렇게 깡촌에 박혀 있지만 단 하루도 긴장을 풀지 못하고 삽니다.
 
내가 중국의 발전에 손톱 끝만큼 기여했다는 긍지가 없다면 진즉 때려치우고
 
돌아갔을 겁니다.”

그 순간 서동수가 정색하고 한영복을 보았다.
 
뜬금없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이런 깡촌에서, 하청공장 사장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다니,
 
수천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몇백 배 매출을 올리는 본공장 공장장도
 
그런 소리를 한 적이 없는 것이다.
 
그때 한영복이 다시 말을 잇는다.

 

 

 


 

 

 

'소설방 > 서유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37] 4장 한국인(6)  (0) 2014.07.25
[36] 4장 한국인(5)  (0) 2014.07.25
[34] 4장 한국인(3)  (0) 2014.07.25
[33] 4장 한국인(2)  (0) 2014.07.25
[32] 4장 한국인(1)  (0) 2014.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