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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4장 한국인(3)

오늘의 쉼터 2014. 7. 25. 18:02

[34] 4장 한국인(3)

 

(67) 4장 한국인-5 

 

 

그리고 그날 오후에 화란은 서동수에게 불려 간다.
 
저도 모르게 긴장한 화란이 책상 앞에 섰을 때 서동수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무슨 일 있어?”

“네?”

되물었던 화란의 가슴이 뛰었다.
 
그사이에 이인섭이 무슨 말을 했을 리는 없다.
 
그리고 그럴 인간도 아니다.
 
화란이 머리를 저었다.

“문제없습니다.”

“그럼 말야.”

서동수가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집어 화란에게 내밀었다.

“이거 받아.”

서류를 받은 화란이 물었다.

“뭔데요?”

“업무1과에서 인계받은 산동실업의 입출, 결산서류야.”

화란의 가슴이 다시 뛰었다.
 
원단 찌꺼기를 가져가는 회사다.
 
서동수가 말을 잇는다.

“원단 찌꺼기를 가져가는 값으로 한 달 평균 6만5000위안을 지불했더군.”

선 채로 서류를 편 화란이 결산 내역을 보았다.
 
맞다.
 
그렇게 6년 가깝게 거래를 해왔다.
 
산동실업의 사장은 중국인 왕한, 머리를 든 화란에게 서동수가 묻는다.

“자, 그럼 지금부터 어떻게 할 거야?”

“네? 뭘요?”

화란이 되묻자 서동수의 눈빛이 강해졌다.

“산동실업을 어떻게 할 계획인지 나에게 말해 보라구.
 
이번 달 결산일이 닷새 남았어. 산동실업한테서 원단값을 받는 날 말야.”

한마디씩 차근차근 말한 서동수가 시선을 준 채 잠자코 기다렸다.
 
입안에 고인 침을 삼킨 화란이 말했다.

“먼저 원단 찌꺼기를 가져가는 다른 회사들한테서 견적을 받겠습니다.”

“옳지. 계속해봐.”

“그다음에는 과장님이….”
 
“아니.”

정색한 서동수가 화란의 말을 막더니 쓴웃음을 지었다.

“화란 씨가 끝까지 진행해. 그 방법은 알고 있지?”

“말씀해주세요.”

“그 견적을 받고 나서 산동실업 가격과 차이가 있으면 어떻게 할 거야?”

“산동실업을 불러서 그만큼 깎자고…”

문득 말을 멈춘 화란이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소리죽여 숨을 뱉는다.
 
이것이 핵심인 것이다.
 
업무1과가 내놓지 않으려고 기를 썼던 이유가 그 차액 때문이다.
 
서동수는 잠자코 시선만 주고 있었으므로 화란이 귀가 화끈거렸다.
 
이윽고 어금니를 물었다가 푼 화란이 물었다.

“어떻게 할까요?”

“화란 씨가 말해봐.”

서동수의 표정은 차분하다.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서동수가 말을 잇는다.

“그렇지. 현실적으로, 위선 부리지 말고.”

화란은 다시 어금니를 물었다.
 
불끈 화가 솟구쳐서 들고 있던 서류를 서동수의 얼굴에 던지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어떻게 해야 된단 말인가?
 
틀림없이 다른 회사의 견적은 산동실업보다 낮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차액은 산동실업이 업무1과에 리베이트로 바쳤다는 증거가 된다.
 
6년 동안의 리베이트, 다른 회사의 싼 가격으로 다음 달부터 결재를 올렸을 때
 
공장장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것으로 업무1과는 풍비박산이 될 수가 있다.
 
공장장까지 연루되었을지도 모른다.
 
머리를 든 화란이 똑바로 서동수를 보았다.
 
노려보았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서동수, 네가 이러는 의도를 이제 알겠다.
 
날 공범으로 끌어들이려는 수작이다.
 
 

(68) 4장 한국인-6 

 

 

오후 7시, 서동수는 칭다오 시내의 해산물식당 ‘용궁’의 방 안에서
 
공장장 윤명기와 저녁을 먹고 있다.
 
윤명기가 불러서 둘이 만난 것이다.
 
오늘이 벌써 세 번째로 윤명기는 틈만 나면 불렀는데 지난번 만났을 때는
 
‘산동실업’은 총무과 업무가 돼야 한다는 것이 결정되었다.
 
해삼을 먹으면서 서동수가 말했다.

“산동실업 업무를 화란한테 맡겼습니다.”

윤명기는 만두를 입에 넣느라 눈만 껌벅였고 서동수가 말을 잇는다.

“다른 회사의 가격을 알아보았더니
 
산동실업과 매달 6만 위안 정도 차이가 났습니다.”

그러자 씹던 것을 삼킨 윤명기가 묻는다.

“그럼 6만 위안이 리베이트로 업무1과에 간 것인가?”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그 업무를 내놓지 않으려고 한 것이구요.”

“도둑놈들.”

이제 양념한 잉어를 한 조각 떼어 먹은 윤명기가 서동수를 보았다.

“넌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데?”

언제부터인가 윤명기는 서동수에게 반말을 쓴다.
 
물론 둘이 있을 때다.
 
윤명기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말했다.

“사흘쯤 전에 화란한테 맡아서 진행하라고 했더니 갈등하더군요.”

“걘 영리해, 눈치챘겠지.”

“그러더니 맡겠다고 가져갔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산동실업이 다른 회사보다 6만 위안쯤 싸게 원단값을 지불했다는 자료를 내놓았습니다.”

“그래서?”

흥미를 느꼈는지 윤명기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서동수가 웃음을 지었다.

“네가 알아서 처리하라고 했더니 화란이 산동실업 왕 사장을 만났습니다.
 
지금부터 이야기가 재미있습니다.”

“말해라.”

“원단 업무가 총무과로 넘어가자 업무1과장이 바로 산동 왕 사장을 만났습니다.
 
박 과장은 리베이트건이 발각되면 같이 죽는다고 왕 사장한테 겁을 줬다고 합니다.”

“계속해.”

“하지만 왕 사장은 화란한테 다 털어놓았습니다.
 
3년 동안 매월 3만 위안씩 박 과장한테 상납했던 것입니다.
 
화란은 그 증거 수첩을 카피해 가지고 왔습니다.”

“3만 위안?”

눈을 가늘게 뜬 윤명기가 서동수를 보았다.

“그것도 3년?”

“예, 그전의 오 과장한테는 가끔 주었다고 합니다.
 
한꺼번에 10만 위안 준 적도 있답니다.”

“개새끼들, 계속해.”

“더 재미있습니다. 공장장님.”

“글쎄, 계속하라니까?”

“업무1과 유성호 대리한테는 따로 리베이트를 상납했더군요.”

이제는 윤명기가 눈만 껌벅였고 서동수의 말이 이어졌다.

“유 대리도 월 3만 위안씩 받았습니다.
 
안 부장 핑계를 대면서 그렇게 가져갔다고 하더군요.
 
유 대리 건은 4년 동안의 증거 수첩을 카피해 왔습니다.”
 
“더러운 놈들.”

어깨를 늘어뜨린 윤명기가 길게 숨을 뱉는다.

“화란한테 부끄럽다.”

“저도 보고를 받으면서 화란하고 시선을 마주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썩었을지는 몰랐다.”

“문제는 그걸 세 놈이 독식했다는 것입니다.
 
부하 직원들한테는 입을 싹 씻었더군요.
 
그것도 화란이 알아본 것입니다.”

“그래서?”

정색한 윤명기가 똑바로 서동수를 보았다.

“넌 어떻게 할 건데?”

그러자 서동수가 심호흡을 했다.

“어젯밤 화란이 왕 사장한테서 6만 위안을 받아왔습니다.
 
제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받아왔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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