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3장 오염(11)
(61) 3장 오염-21
방 안은 아직도 열기가 식지 않았다.
신음과 뜨겁지만 의미 없는 말로 가득 찼던 방 안에 이제는 둘의 숨소리만 울린다.
정액 냄새가 밴 눅눅한 공기를 거침없이 호흡하면서 서동수는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다.
옆에 구겨지듯이 누운 김혜진의 숨소리에 조그맣게 앓는 소리가 섞여 있다.
그것이 음악소리 같다. 목구멍에서 울리는 악기(樂器), 그러고 보니
뜨거운 숨결이 어깨에 닿고 있다.
김혜진은 절정에 올랐다. 처음에는 부끄러워서 움츠러들었다가 결국
마음껏 사지를 뻗으며 폭발했다.
얼굴을 보지 않았지만 만족감이 배어 있을 것이다.
서동수는 이 순간이 좋다.
만족한 여자의 숨소리를 들으면서 표정을 보면 자신감이 생성된다.
어느덧 엉켜 있던 김혜진의 다리에서 찬 기운이 느껴졌다.
땀이 밴 피부가 금방 식었기 때문이다.
서동수가 팔을 들어 김혜진의 어깨를 당겨 안았다.
김혜진이 순순히 머리를 서동수의 가슴에 붙인다.
그 순간 서동수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신선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보통 다른 여자들은 이런 경우에 일어나 씻으러 간다.
서동수가 머리를 돌려 김혜진을 보았다.
볼을 서동수의 가슴에 붙이고 있던 김혜진이 시선을 받는다,
땀에 젖은 머리칼이 이마에 붙어 있고 얼굴은 아직도 상기돼 있다.
물기가 밴 눈동자가 번들거리고 있다.
“너, 참, 맘에 든다.”
어깨를 조금 당겨 안으면서 그렇게 말했을 때 김혜진이 눈을 크게 뜨더니 곧 웃는다.
“정말요?”
“그렇다니까.”
“저, 좋았어요?”
그 순간 서동수가 다시 웃었다.
김혜진은 칭찬을 그렇게 받아들였다. 할 수 없다.
“그래. 좋았어.”
“선생님도 좋았어요.”
김혜진이 서동수에게 파고들 듯 안기면서 말을 잇는다.
어느새 김혜진의 다리가 빈틈없이 엉켜져 있다.
“네가 이곳까지 어떤 작정을 하고 언니를 따라 왔는지 모르겠다.”
김혜진은 시선만 주었고 서동수가 말을 잇는다.
“물론 돈을 벌려고 왔겠지. 네 계획을 듣자, 언니하고 어떻게 이야기했어?”
“가게에서 하루 다섯 시간, 노래하고 춤추는 값으로 한 달에 6천 위안 받기로 했어요.”
김혜진이 고분고분 말을 잇는다.
“언니 집에서 먹고 자기로 했는데 방값, 식비는 받지 않는다고 했구요.”
“그리고?”
“옷값이나 용돈은 가게에서 일하면 팁이 생긴다고 했어요.
말을 그친 김혜진이 물끄러미 서동수를 보았다.
(62) 3장 오염-22
“어서 들어와.”
윤명기의 표정은 밝다.
“공장장님, 대금 가져왔습니다.”
윤명기는 머리만 끄덕였고 서동수가 말을 잇는다.
“120만 위안에서 경비로 10만 위안을 뺀 110만 위안입니다.”
서동수가 옆에 놓아 둔 배낭을 손바닥으로 두들겨 보이고는 주머니에서
“아파트 매각 서류를 카피해 왔습니다.”
“이 친구야.”
마침내 쓴웃음을 지은 윤명기가 서류를 받더니 보지도 않고 탁자 위에 놓았다.
“어쨌든 수고했어.”
서동수는 친구 우명호를 시켜 안명규한테서 빼앗은 아파트 한 채를 매각한 것이다.
“안에 110만 위안이 있다고 했지?”
“예, 공장장님.”
“반만 꺼내라.”
“예?”
“반만 내놓고 나머지는 네가 갖고 가.”
“아닙니다.”
정색한 서동수가 손까지 저었을 때 윤명기가 눈을 치켜떴다.
“잔소리 말고, 빨리, 앞으로는 절반을 떼고 갖고 와.”
그래서 10분쯤 후에 서동수는 절반을 덜어 내어 한결 가벼워진 배낭을 메고 아파트를 나온다.
운전사가 창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소리쳤다.
“댁으로 모실까요?”
“그러지.”
손목시계를 보았더니 8시 10분밖에 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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