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서유기

[32] 4장 한국인(1)

오늘의 쉼터 2014. 7. 25. 17:54

[32] 4장 한국인(1)

 

(63) 4장 한국인-1 

 

 

전 선생이 들어섰을 때는 오후 6시 반이었다.
 
기다리고 있던 서동수와 우명호가 반갑게 맞는다.
 
이제 전 선생은 서동수와 한 팀이나 같다.
 
그동안 여러 번 술도 같이 마셔서 술버릇도 안다.
 
이곳은 칭다오 번화가에 위치한 중식당의 방 안이다.
 
둥근 테이블에 둘러앉은 셋은 제각기 요리를 시켰다.
 
오늘은 전 선생이 홍경일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해서 만나는 것이다.
 
그동안 동북건설 사장 홍경일은 여러 번 회사에 들러 공장장 윤명기를 만나고 돌아갔는데
 
4차선 도로 공사는 두 달 후에 시작된다고 했다.
 
모두 시(市) 부담이어서 홍경일의 기세가 드높아진 상황이다.
 
물수건으로 손을 닦으면서 전 선생이 말했다.

“그동안 홍경일의 인맥을 조사했습니다.
 
공안뿐만 아니라 시 당국까지 조사를 해야 되었지요.”

전 선생의 영어는 느리지만 정확해서 듣기 편하다.
 
전 선생이 긴장한 서동수를 향해 웃어 보였다.

“솔직히 홍경일이 공안이나 시의 고위 간부들하고 친분이 있다면 곤란합니다.
 
그들의 체면이라는 것이 있으니까요.”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모두 신중했던 이유가 그것 때문이다.
 
홍경일이 중국에서 죄를 짓지 않은 이상 고위층 친구들은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을 것이었다.
 
그때 전 선생이 말했다.

“역시 내가 예상했던 대로였습니다.”

“…….”

“홍경일은 시 당국은 물론 공안 고위층 어느 누구하고도 친분이 없습니다.
 
모두 거짓말을 한 겁니다.
 
허세를 부린 것이지요.”

“아니, 그럼.”

한국말로 했다가 서동수는 영어로 말을 잇는다.

“그거, 확실합니까?”

“말단 공안 몇 명하고 친분이 있는지는 모르지요.”

해놓고 전 선생이 다시 웃었다.

“그런 인간이 많습니다.
 
외국인들한테 그런 식으로 사기를 치는 인간들 말입니다. 특히, ….”

전 선생의 시선이 서동수에게로 옮겨졌다.
 
어느덧 정색하고 있다.

“약점이 많은 사람일수록 그런 사기를 당하기 쉽습니다.”

“우리가 약점이 있었던 건 아니지.”

한국말로 해놓고 서동수가 전 선생을 보았다.

“그럼 한국에서 중국으로 협조 요청을 하면 홍경일의 사기 행위에 대해서
 
조사를 할 수 있습니까?”

“내가 공을 세우도록 해주시오.”

전 선생이 엄지로 자신을 가리키며 웃어 보였다.

“그러려면 베이징의 공안 본부로 협조 요청을 해야 됩니다.
 
베이징에서는 전국 각 성(省)의 공안부에, 성에서는 각 도시로 공문을 보내지요.
 
그럼 시간이 오래 걸리고 사건이 많아서 잊어지게 됩니다. 그러면….”

“알겠습니다.”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러면 전 선생이 족집게처럼 홍경일을 찾아 내어 공을 세우게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윈윈이다.
 
홍경일만 빼고 다 좋다.
 
그 사이에 들여온 요리를 먹으면서 전 선생이 말을 이었다.
 
“중국은 대륙입니다.
 
그것은 땅도 넓고 사람도 많다는 뜻도 되지요.
 
또한 온갖 부류의 사람이 있다는 말입니다.
 
좋은 사람, 나쁜 사람, 부유하고 가난한 사람, 너그럽고 편협한 사람….”

말을 그친 전 선생이 지그시 서동수를 보았다.

“나는 서 선생이 중국인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기를 바랍니다.”

서동수는 머리를 끄덕였다.
 
하긴 중국은 인구가 너무 많다.
 

 

    (64) 4장 한국인-2 

 

 

 

식사를 마친 셋은 식당 밖으로 나왔다.
 
선생은 한잔하자는 서동수의 제의를 사양했다.
 
약속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동수는 주차장에서 자신의 소형차에 시동을 거는 전 선생의 옆자리에 올랐다.
 
우명호는 이쪽에 옆모습을 보인 채 주차장 앞에 서 있다.

“무슨 일입니까?”

핸들에 두 손을 얹은 전 선생이 물었을 때 서동수가 가슴 주머니에서
 
만 위안 뭉치를 꺼내 앞쪽 캐비닛에 넣었다.
 
전 선생의 시선이 돈뭉치에서 서동수의 얼굴로 옮겨졌다.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웃었다.

“내 성의올시다.”

그러고는 덧붙였다.

“법을 어기고 봐달라는 게 아닙니다.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것이구요.”

서동수가 문을 열고 밖으로 발을 디뎠을 때 뒤쪽에서 전 선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맙소.”

문을 닫은 서동수가 뒤도 안 보고 발을 떼었지만 가슴은 무겁다.
 
지금까지 수없이 뇌물을 받고 주었지만 거절하는 사람은 못보았다.
 
물론 그럴만한 분위기를 만들고, 사람을 보고 준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국인에게 준 뇌물은 처음이다.
 
남의 새 옷에 구정물을 흘린 기분이 든다.
 
우명호 옆으로 다가갔을 때 전 선생의 소형차가 지나갔는데 뒷머리만 보였다.
 
이쪽으로 머리를 돌리지 않은 것이다.

“무슨 말 한 거야?”

우명호가 물었으므로 서동수는 어깨를 내리면서 대답했다.

“며칠 후에 내가 전화한다고 했어.”

돈 주었다는 말을 안 한 것은 전 선생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다.
 
그러나 우명호는 건성으로 듣고 손목시계를 보았다.

“야, 빨리 가자, 얘들 다 뺏기겠다.”

룸살롱이다.
 
왜냐하면 일찍 온 손님들이 먼저 예쁜 아가씨들을 골라가기 때문이다.
 
택시를 잡아탄 둘이 아성에 도착했을 때는 8시 반이다.
 
웨이터의 연락을 받은 장연지가 반색을 하고 나오더니 둘을 방으로 안내했다.
 
아성은 방이 50개나 있었지만 요즘은 장사가 안되어서 15개만 돌린다고 했다.
 
한때 300명이 넘던 아가씨도 지금은 50여 명뿐이다.

“선 보실 것 없이 제가 골라놓은 애로 앉히시죠?”

그동안 서동수와 아성에 두 번 다녀갔지만 우명호는 장연지과 그전부터 아는 사이다.
 
장연지가 묻자 우명호는 눈을 흘겼다.

“나한테 신경을 더 써.”

“염려마세요.”

그러고 나서 장연지가 데려온 두 아가씨 중 하나가 김혜진이다.
 
방으로 들어선 김혜진은 머리를 숙여 절을 하더니 곧장 다가와 서동수의 옆에 앉는다.
 
놀란 우명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김혜진을 보았는데 당돌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같이 온 아가씨도 미인이었으므로 시비를 걸려다가 말았다.
 
오늘은 담당 손님이 많다면서 장연지가 금방 나갔으므로 방에는 넷만 남았다.

“이제 좀 익숙해졌어?”

김혜진의 허리를 당겨 안으면서 서동수가 물었다.
 
그날 밤 이후로 열흘이 지났다.
 
다음 날 아침, 서동수는 옷 사입고 미용실에 가라면서 5000위안을 주었던 것이다.
 
김혜진이 잠자코 서동수를 보았는데 불빛에 반사된 눈이 반짝였다.
 
열흘 사이에 김혜진은 몰라보도록 예뻐졌다.
 
변신한 것 같다.
 
쇼트커트한 머리에 엷게 화장한 얼굴은 윤기가 흘렀고 분홍색 원피스는
 
몸의 곡선을 그대로 드러내었다.
 
김혜진이 꽃잎 같은 입술을 벌리고 물었다.
 
“오늘 밤 저, 집에 데려가시는 거죠?”

서동수는 숨을 들이켰다.
 
그날 밤 뜨거웠던 장면들이 머릿속을 주르르 스치고 지나간다.

 

 

'소설방 > 서유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34] 4장 한국인(3)  (0) 2014.07.25
[33] 4장 한국인(2)  (0) 2014.07.25
[31] 3장 오염(11)  (0) 2014.07.25
[30] 3장 오염(10)  (0) 2014.07.25
[29] 3장 오염(9)  (0) 2014.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