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여자

33. 쫓고 쫓기다 (5)

오늘의 쉼터 2014. 7. 25. 10:21

33. 쫓고 쫓기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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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좀 있는데."

수화구에서 울린 한중훈의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다.

나쁜 예감이 든 강한은 심호흡을 했다.

한중훈은 최광규 사건을 일임한 변호사인 것이다.

대검 부장검사 출신인 한중훈은 기꺼이 최광규 사건을 맡았다.

물론 정보 제공자는 최광규 소유의 안국상사 경리부장 박순홍이었으며,

검찰에 고발장과 증거 자료의 송부 예정일이 오늘이었던 것이다.

그때 한중훈의 말이 이어졌다.

"비자금 조성이 230억이나 되는데, 그중 몇 개 사용처가 드러났단 말야."

"……."

"난 처음에 그냥 지나쳤다가 전화번호하고 이니셜만 기록되어 있어서 몇 군데를 알아 보았더니."

말을 그친 한중훈이 길게 숨을 뱉었다.

"거물이 연관되어 있어. 아주 큰 거물들, 그래서."

강한은 어금니를 물고 기다렸다. 치켜뜬 눈으로 앞쪽 벽을 보았지만 초점은 없다.

벽시계는 오후 8시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미사리 학교를 다녀온 장미는 한미연과 2층에 있었고 백용철과 황택수는 옆집에 있다.

마침 옆집을 내놓았으므로 전세로 얻어놓은 것이다.

만일의 경우에 도피하기 쉽도록 옆집과의 비밀통로를 만들었고 입주자는 전혀 다른 이름을 썼다. 시간이 지날수록 요령이 늘어났고 용의주도해 지고 있다.

물론 자금 능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방법들이다.

다시 한중훈이 말했다.

"이거 덮어야겠어. 솔직히 말해서 내가 감당하기가 벅차."

"……."

"고발인이 안국상사 경리부장이라는 것도 문제야.

고발인 박순홍이 법정에 출두할 수도 없잖아? 그렇지?"

"예, 그렇습니다."

"세무감사를 받으면 사실로는 드러나겠지만 고발인이 나타나지 않는 상태에서

더구나 비자금 내역이 드러나면."

"……."

"그럼 오히려 배후를 추적하게 돼. 나뿐만 아니라 자네까지."

"……."

"자네도 모습을 드러낼 입장이 아니잖아? 그렇지?"

"네, 변호사님."

"비자금 내역만 없으면 그냥 세금포탈로 잡아넣을 수 있었는데 말야."

"……."

"그 비자금 230억이 최광규의 보험이었다구.

정관계 거물 20명 정도가 연루되어 있단 말야."

"……."

"이 사건은 아예 처음부터 덮여지고 자네가 역추적이 될 거야.

그 거물들의 표적이 되는 거지."

"그럼."

심호흡을 한 강한이 굳어진 목소리로 물었다.

"이 사건을 검찰에 송부시키지 못하겠단 말씀이군요?"

"미안하네. 다 자네 생각해서 그런 거야."

"알겠습니다."

"이 서류를 어떻게 하지?"

"내일 사람 보낼 테니까 전해 주시지요."

"그러지, 그러면."

"수임료는 다음 사건을 위해 미리 드린 걸로 하겠습니다."

"알겠네."

그러더니 한중훈이 입맛 다시는 소리를 냈다.

"이해하게나. 날 비웃어도 좋아. 하지만."

"아닙니다. 변호사님. 그럼."

핸드폰의 전원을 끈 강한이 다시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길게 숨을 뱉었다.

그러더니 상체를 세우고는 인터폰을 들었다. 옆집과 연결된 전화였다.

"여보세요."

황택수가 금방 응답했을 때 강한의 눈빛이 번들거렸고 목소리는 생기를 띠었다.

"너, 내일 한 변호사 사무실에 가서 서류 찾아와."

그러더니 덧붙였다.

"우리가 직접 해결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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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의 오후여서 서해안 고속도로는 차량이 많지 않았다.

황택수가 운전하는 벤츠500은 시속 150km로 달려가는 중이다.

서해대교를 건넌 차가 더 속력을 냈을 때 김희선이 머리를 돌려 장미를 보았다.

"이틀 밤만 고생해."

부드럽게 말한 김희선이 눈웃음을 쳤다.

"그 양반도 어렵게 시간을 낸 거야. 얼마나 바쁜 사람인지 아니?"

장미는 앞쪽만 보았고 김희선의 말이 이어졌다.

"네가 실물을 안봐서 그렇지 거의 매일 그 사람 기사가 나와. 정치면에 말야.

내년 대선 때 여당 후보로 나온다는 말도 있어."

"……."

"후보만 돼도 엄청나. 그야말로 돈벼락을 맞는단다.

눈짓 한번만 해도 수 억, 수십 억이 모이는 거야."

"……."

"요즘은 사과상자에다 만원권 뭉치 담는 짓 안한단다.

외국은행 구좌에다 입금시켜 주던지 억대 단위의 양도성 예금증서를 주는 거야."

순간 벤츠의 속력이 줄어들었다.

황택수가 가속기에서 발을 뗀 것이다 김희선이 달래듯이 말했다.

"오천이야."

"이틀밤에 오천이라니. 똥값이군요."

"얘, 내가 그랬잖아? 그 후를 보라고."

"입 씻으면 그만 아니에요? 정치인들이 거짓말 젤 잘 한다는데."

"약속 받았어. 틀림없어."

정색한 김희선이 장미를 보았다.

"대평건설에 제2경부고속도로 7구간에서 9구간까지 3구간 건설을 맡기기로 하는걸 말야."

김희선의 목소리에 열기가 띄워졌다.

"그럼 우린 대평건설에서 사례비로 50억을 받는다.

물론 이 의원도 대평건설에서 인사를 받지."

"얼만데요?"

"그건 몰라. 알 필요도 없고."

"우리보다 많겠군요."

"당연하지. 몇 천억짜리 공사인데."

그러자 장미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결국 내 그걸 팔아서 남들 좋은 일만 시키는군요.

대평건설은 그 공사로 수백 억을 먹을 것이고 그리고 아줌마도."

장미가 김희선을 보았다.

"입만 몇번 놀리고 수수료로 5억을 챙기니까요."

"얘, 하지만 내가 이 의원을…."

"거지같은 뚜쟁이 놈은 내가 번 돈의 반을 뚝 떼가고"

이제는 김희선이 입을 다문 대신 황택수가 자주 백미러를 올려다 보았다.

"다 내 몸을 파먹고 사는 기생충같은 존재들이야."

"……."

"더러운 종자들."

"아줌마."

하고 황택수가 앞쪽을 향한 채 불렀으므로 장미와 김희선이 동시에 머리를 들었다.

황택수가 백미러로 장미와 눈을 맞췄다.

눈을 치켜뜨고 있다.

"거, 말씀 좀 삼가시죠.

우리 형님이 기생충이면 난 기생충 동생이라는 말씀인데 그럼 난 박테리아인가?"

장미는 눈만 가늘게 떴고 황택수의 말이 이어졌다.

"솔직히 우리가 없으면 아줌마가 조개장사 제대로 할수 있을 것 같수?

우린 빌어먹을 이 의원인지 저 의원인지 그놈 별장을 세 번이나 답사했고

한 명은 어젯밤부터 가랑비 맞으면서 별장 뒷산에서 감시를 하고 있다구."

황택수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우리 형님 아니었으면 아줌마는 벌써 교도소에 들어앉아 뺑기통을 타고 있을거야. 근데 봐."

손바닥으로 핸들을 두드린 황택수가 말을 이었다.

"지금 벤츠500을 타고 조개 장사를 하러 간단 말야.

조개만 꽉꽉 조여주면 되는 걸 갖고 무슨 유세를 그렇게 해?"

그때 장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야, 박테리아."

하고 장미가 불렀지만 황택수는 못 알아들었다.

백미러를 올려다 본 황택수의 표정은 그대로였다.

그때 김희선이 피식 웃는 바람에 황택수의 머리에 전기가 통한 것 같다.

다음 순간 눈썹을 곤두세운 황택수가 백미러로 장미를 노려보았다.

"시바, 지금 뭐라고 한겨?"

"박테리아라고 불렀다. 황 박테리아."

그러더니 장미가 정색하고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군, 앞으로 황박이라고 부르면 되겠다."

"아, 시바. 이거 열받치네."

황택수가 버럭 소리쳤지만 더이상은 나가지 못했다.

차는 그대로 달렸으며 오후의 고속도로는 평온했다.

그때 장미가 말을 이었다.

"넌 나서지 마. 황박, 알았어? 나서면 다쳐."

"이런 시바."

"네 분수를 알란 말야. 조개에 붙어먹는 박테리아 같은 놈아."

"아이, 씨."

"운전 잘 해, 빙신아."

"아, 증말."

그때 장미가 머리를 돌려 김희선을 보았다.

장미는 정색하고 있었지만 김희선은 눈을 크게 뜨고는 콧구멍을 벌름거렸다.

웃음을 참고 있는 것이다.

"아줌마."

장미가 부르자 김희선이 이를 악물었다.

콧구멍이 더 벌름거렸다.

"확실하게 해요. 알았죠? "

그러자 김희선은 커다랗게 머리만 끄덕였다.

차는 속력을 더 냈지만 황택수는 입을 열지 않았고 백미러도 보지 않았다.

이복만 의원의 별장은 대천 해수욕장 근처의 야산 중턱에 세워져 있었는데

바다가 내려다 보였다.

국도에서 2백m 거리밖에 안되는데도 주위가 울창한 숲이었으므로 산속 같았다.

별장에는 이복만 혼자뿐이었는데 고용인들을 다 내보낸 것 같았다.

단층 기와집으로 건물 면적은 넓었다.

"으음, 과연 듣던대로 미인이구나."

장미가 인사를 했을 때 이복만이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말했다.

마치 새로 고용한 비서를 대하는 것처럼 자연스런 태도였다.

"제가 언제 빈 말 했습니까?"

김희선이 말을 받자 이복만은 정색했다.

"아냐, 김 사장이 추천한 애들 중에서 제일 나아."

"복덩어리죠."

"그만한 가치가 있군."

이복만이 이제는 얼굴을 펴고 웃었다.

"그럼 의원님, 믿어도 되겠죠?"

자리에서 일어서며 김희선이 묻자 이복만은 머리를 끄덕였다.

"잘 될 거야. 믿어도 돼."

"그럼 장 회장께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그러더니 김희선이 장미에게 시선을 돌리고 말했다.

"잘 모셔."

이복만은 소파에 앉은 채로 김희선을 배웅했지만 장미는 예의상 현관 밖까지 따라나왔다.

"색골이야."

김희선이 속삭이듯 말했는데 지금까지는 이런 말 하지 않았다.

장미의 시선을 받은 김희선이 말을 이었다.

"돈도 밝히고 여자도 밝혀. 하지만 능력은 있는 작자야."

그리고는 희미하게 웃었다.

"5000만원도 대평건설 장 회장이 송금시켜 줄 거야. 저 작자는 그런 인간야."

김희선을 배웅한 장미가 다시 응접실로 돌아왔을 때 이복만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소파에 앉은 장미는 기다렸다.

주위는 조용해서 숨소리도 들렸다.

열린 창으로 숲 냄새와 함께 비린 바다 냄새도 맡아졌다.

오후 6시가 되어가고 있어서 서쪽 하늘은 붉게 물들었다.

그때 뒤쪽에서 인기척이 들렸으므로 장미는 머리를 돌렸다.

"아앗."

저도 모르게 입밖으로 놀란 외침을 뱉은 장미가 엉거주춤 일어섰다.

뒤에 이복만이 서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복만은 알몸이다.

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다.

"남자 벗은 몸 처음 보는 거냐?"

당당하게 서 있었지만 이복만의 알몸은 볼만한 모습이 아니었다.

수족은 가늘고 배가 나와서 외계인 같았다.

거기에다 다리 사이의 연장이 반쯤 세워진 채 건들거리고 있다.

이복만이 번들거리는 눈으로 장미를 보았다.

"저두 벗을까요?"

일어선 장미가 묻자 이복만이 머리를 저었다.

"안돼. 너는 입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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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간에 최광규는 인사동의 한정식집 정읍옥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정읍옥은 전라도 전통 음식점으로 미식가들한테는 소문이 난 집이었지만

빨래판만한 간판은 낡아서 글자도 잘 안보였고 좁았다.

이곳도 근처 식당과 마찬가지로 민가를 개조했기 때문에 손님방이 세 개뿐이라

철저한 예약제로 운영이 된다. 최광규가 안내된 방은 끝쪽의 안방이었다.

정읍옥은 정치인들의 단골집이어서 식당주인 안금순은

총리와 여당 대표하고도 안면이 있다.

그런데 안금순은 단골 중에서도 최광규를 가장 우대했다.

최광규만큼 매너 좋고 팁이 후한 단골이 없었기 때문이다.

"누님, 홍어 좋은 거 있어요?"

하고 최광규가 묻자 안금순은 반색을 했다.

안금순은 최광규와 누님 동생하는 사이였다.

"마침 흑산도 홍어가 오후에 올라왔어. 한 마리 다 내올까?"

"좋습니다. 술은 복분자로."

"그러지."

흑산도 홍어는 부르는 게 값이었고 최광규는 한번도 값 투정을 한 적이 없다.

신바람을 내며 안금순이 방을 나갔을 때 최광규가 앞에 앉은 두 사내를 보았다.

"우리 자료는 다시 그놈 손에 있겠군요."

최광규의 말에 왼쪽에 앉은 사내가 머리를 끄덕였다.

40대쯤의 얼굴이었지만 반쯤 대머리가 되었고 얼굴색이 검다.

눈동자가 자주 흔들리는 데다 자세를 여러 번 고쳐앉는 바람에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예. 변호사님이 진행 못하겠다고 하신 다음날 어떤 젊은 친구가 가져갔죠."

"누굽니까?"

"강한이는 아닙니다. 아마 부하 같습니다."

사내는 한중훈 변호사의 사무장 양문수였다.

머리를 든 양문수가 최광규를 보았다. 불안한 표정은 아니다.

"그 자료가 검찰로 들어가진 않았지만 비자금 사용 내역이 다 적혀있단 말입니다.

그걸 강한이 휘두르면 곤란해질 것 같은데요."

그러자 대답 대신 심호흡을 하고난 최광규가 오른쪽에 앉은 사내에게 말했다.

"드려."

"예, 회장님."

머리를 숙인 사내가 옆에 놓았던 검정색 비닐가방을 양문수에게 건넸다.

그때 최광규가 말했다.

"쓰기 쉽게 소액권 헌 수표로 1억 넣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가방을 손에 쥔 채 양문수가 머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잘 쓰겠습니다."

양문수가 연락을 해온 것은 오늘 오전 10시쯤이었다.

양문수는 말을 다 하지 않고 언질만 주었으므로 최광규는 속이 탔다.

엄청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오후 3시쯤에 양문수로부터 전모를 들은 최광규는 경리부장 박순흥을 잡아

10분안에 자백을 받았다.

눈치빠른 유기호는 도망치는 바람에 잡지 못했다.

최광규가 지긋이 양문규를 보았다.

"강한이 그놈은 우리가 양 선생한테서 정보를 받은줄은 모르겠지요?"

"그럼요."

양문규의 눈동자가 고정되었다.

긴장하고 있다는 표시일 것이다.

최광규의 시선을 받은 양문수가 말을 이었다.

"그랬다간 제가 변호사님한테 당합니다."

"좋습니다. 그럼."

최광규의 말이 이어졌다.

"한 변호사는 강한이 연락처를 알고 있겠군요. 그렇죠?"

"알아낼 수가 있을 것 같은데."

"전화전호 말입니까?"

"아니. 만나는 장소나 숙소."

눈을 가늘게 뜬 최광규가 또박또박 말했다.

"한 변호사가 강한이를 다시 만나자고 하는 겁니다.

그때 우리가 만나는 장소를 덮치면 되죠."

그리고는 최광규가 빙그레 웃었다.

"3억 드리지요.

한 변호사 심부름이라고 하든지 해서 놈을 끌어내면 됩니다.

한 변호사한테서 그놈 전화번호 알아내서 말요."

 

 

 

 

"음, 좋다."

이복만은 집요했다.

장미의 옷을 한꺼풀씩 벗기면서 끈질기게 애무를 했다.

장미는 이제 침대에 반듯이 누워 있었는데 온몸이 땀과 침으로 흠뻑 젖었다.

그러나 아직 팬티만은 걸치고 있다.

"멋진 몸이구나"

벌써 수십 번째 감탄을 한 이복만이 헐떡이며 말했다.

그는 손과 얼굴로 빈틈없이 장미를 공략하는 중이다.

"이제 그만요."

눈을 감은 장미가 가쁜 숨을 뱉으면서 말했다.

조금 전에 잠깐 눈을 뜨고 본 벽시계가 오후 8시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복만은 지금 2시간 넘게 애무만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복만의 얼굴에서도 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다.

"응? 어서요."

하고 장미가 엉덩이를 비틀며 재촉하듯 말했을 때 이복만이 머리를 들었다.

스무 번도 더 넘게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장미의 몸도 달아올랐고 그순간 서둘러 엉덩이를 들고 벗겨지는 것을 도왔다.

장미가 두 팔로 이복만의 어깨를 움켜 쥐었다.

"어서 해줘요. 응?"

장미는 문득 제 말이 사실인 것을 깨달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뜨겁게 달아오른 몸은 어서 채워지기만을 간절하게 원하고 있는 것이다.

"어, 잠깐."

아랫배를 애무하려는 듯이 머리를 그쪽으로 기울였던 이복만이 주춤했다.

장미가 목을 끌어안고 당겼기 때문이다.

"어서, 나 죽겠어."

장미가 소리치듯 말했을 때 이복만은 곧 웃음을 짓더니 몸위로 올랐다.

득의에 찬 웃음이었다.

"그래, 내가 죽여주마."

이복만이 자세를 취하면서 말했다.

숨을 헐떡이고 있었지만 두 눈은 번들거렸다.

"널 세 번은 홍콩 가게 만들어주지."

조준을 하면서 이복만이 자신있게 말했다.

"아마 넌 날 잊지 못하고 다시 찾게 될 거다."

그리고는 이복만이 몸을 합쳤다.

"아아아."

턱을 젖힌 장미가 신음을 길게 뱉었고 이복만이 잇사이로 말했다.

"내가 오히려 사례비를 받아야 해."

그렇게 말을 뱉은 다음 순간이었다.

이복만의 눈이 찢어질 듯 크게 떠졌다.

"어어어."

이복만의 입에서 놀란 듯한 외침이 뱉아졌다.

몸이 합쳐진 상태에서 이복만은 더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장미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이복만이 와락 외쳤다.

"아, 아이구."

두 눈은 더 크게 떠졌고 입도 딱 벌어졌다.

이제 이복만도 상체를 45도 쯤으로 세우고 있었는데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그때였다.

이복만이 어깨를 움츠리면서 목도 자라처럼 들어갔다.

그리고는 입을 쫙 벌리고 와락 소리쳤다.

"아이고 나 죽는다!"

그러더니 그 자세 그대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아직도 땀을 비 오듯이 쏟으면서 부들부들 떠는 것이다.

그리고는 곧 장미의 몸위로 털썩 엎어졌다.

"아, 아이고."

이복만이 꺼질듯한 한숨과 함께 길고 굵은 신음을 뱉었다.

곧바로 폭발해버린 것이다.

"아이고."

진이 다 빠진 몰골로 이복만이 장미의 몸위로 엎어지면서 신음했다.

엎어지는 것이 아니라 쓰러졌다고 해야 맞는 표현이 될 것이다.

"너, 너, 명기구나."

장미의 귓가에 얼굴을 늘어뜨린 이복만이 헐떡이며 말했다.

"너 같은 아이는 첨이다."

천장을 노려본 채 장미는 입을 열지 않았다.

이복만은 들어가자마자 강한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린 것이다.

오히려 사례비를 받아야 한다고 큰소리를 쳤다가 허리 한번 움직이지도 못하고 끝내버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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