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정복자 (2)
"일은 잘 돼?"
하고 윤명심이 물었으므로 천장을 보며 누워 있던 강한이 머리를 돌렸다.
시선이 마주치자 윤명심이 얼굴을 펴고 웃었다.
주위는 조용했고 가끔 차량이 지나면서 가늘게 진동이 느껴졌다.
강한이 팔을 뻗어 윤명심의 어깨를 당겨 안았다.
아직도 둘은 알몸이었고 윤명심의 몸은 땀이 다 마르지도 않았다.
"응, 그럭저럭."
그렇게 대답을 했다가 강한이 똑바로 윤명심의 눈을 보았다.
윤명심은 지금도 강한이 대성금융에 다니고 있는 줄만 아는 것이다.
"누님. 나, 거기 그만뒀어."
놀란 윤명심이 눈을 크게 떴을 때 강한이 입을 맞췄다.
윤명심이 눈을 감더니 두 팔로 강한의 목을 감아 안았다.
"아이, 이제 그만."
하반신이 밀착되면서 강한의 발기된 남성이 닿자 윤명심이 몸을 비틀며 말했다.
벌써 두 번이나 섹스를 한 것이다.
"아침에 해, 응?"
윤명심이 강한의 입술을 받으면서 달래듯이 말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이 하면 안돼."
"누가 그래?"
"내가."
그리고는 윤명심이 손을 뻗어 강한의 남성을 부드럽게 쥐었다.
"자긴 너무 세."
"그래서 안좋아?"
"너무 좋아."
윤명심이 가쁜 숨을 뱉으며 다시 강한의 입술을 받았다.
혀끼리 엉켰다가 떨어지고나서 윤명심이 헐떡이며 말했다.
"행복해. 이 순간이."
"더 행복하게 해줄까?"
"싫어."
했지만 강한이 다리를 벌리자 윤명심은 잠자코 놔두었다.
강한이 몸 위로 오르자 윤명심이 이미 초점이 흐려진 눈을 뜨고 말했다.
"빨리 해. 응?"
"왜?"
"자기가 피곤하니. 난 금방 오르거든."
그 와중에도 쓴웃음을 지은 강한이 윤명심의 말대로 곧 몸을 합쳤다.
"아, 너무 좋아."
그 순간 윤명심이 소리치더니 빈틈없이 강한에게 몸을 붙였다가 떨어졌다.
방안은 다시 뜨거운 열기로 덮였다.
윤명심은 곧장 절정을 향해 솟아 올랐고 예고했던대로 폭발했다.
이번은 옆방에서 자고 있을 윤지도 의식하지 못한듯 커다랗게 탄성을 뱉었으므로
당황한 강한이 손바닥으로 입을 막아야만 했다.
그러나 강한은 이번에도 폭포를 발사하지 않았다.
윤명심에게 지금 하는 일을 말해주지 않으려고 몸으로 때운 셈이었다.
그러나 앓는 소리를 내면서 한참이나 여운을 즐기고 난 윤명심이 눈을 뜨더니 물었다.
아직도 가쁜 숨이 가라앉지 않았다.
"그럼 지금 뭐해?"
"소개업."
윤명심의 몸에서 떨어진 강한이 다시 천장을 향해 누워 말했다.
그 동안에 생각을 해놓은 것이다.
"소개업?"
머리를 돌린 윤명심이 강한을 보았다.
방안의 불을 그대로 켜놓아서 윤명심의 얼굴은 시간이 지날수록 아름다워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소개업이야?"
"자금을 운용해주는 사업이야.
세상에는 돈만 쌓아놓고 운용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많거든."
강한이 열심히 말했다.
"그래서 거물들과 인연이 있는 사람하고 같이 동업하고 있어. 전문가도 함께."
거물들과 인연이 있는 사람은 김희선이고 전문가는 장미가 될 것이다.
그러자 윤명심이 머리를 끄덕였다.
"자기야, 잘 했어. 거기서 나온거."
그러더니 강한의 허리를 부둥켜 안았다.
"자기는 성공할거야."
윤명심이 얼굴을 강한의 가슴에 비볐다.
아침에 가장 먼저 잠을 깬 식구가 윤지였다.
"엄마."
하고 방으로 들어왔던 윤지가 강한을 보더니 깜짝 놀랐다가 곧 웃었다.
"아저씨, 안녕."
"오냐."
다행히 시트로 하반신은 가렸지만 당황한 강한이 옆에 누운 윤명심을 팔꿈치로 밀었다.
잠에서 깨어난 윤명심도 당황했지만 머리를 들고 말했다.
"응, 배고프니? 잠깐만 밖에서 기다려. 엄마가 금방 나갈게."
"응."
선선히 돌아선 윤지의 표정이 밝았으므로 강한은 어깨를 늘어뜨렸다.
윤지에게 윤명심과 함께 방에 들어가는 것을 서너번 보인 적은 있지만
이렇게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있는 꼴은 처음 보인 것이다.
그것도 둘다 알몸인 상반신을 드러내었다.
서둘러 일어나 팬티부터 챙겨 입는 윤명심을 보면서 강한이 물었다.
"누님, 괜찮을까?"
"뭐가?"
다리에 팬티를 꿰면서 윤명심이 머리만 돌려 강한을 보았다.
풍만한 엉덩이가 다 드러나 있다.
"윤지 말야. 다 보았잖아?"
"보긴 뭘."
그러더니 윤명심이 눈을 흘기며 웃었다.
"괜찮아, 쟤도 다 알아."
"알다니? 뭘?"
"윤지도 초등학교 3학년이야."
팬티 위에다 원피스만 입은 윤명심이 다가오더니
강한의 이마에 입술을 붙였다가 떼었다.
"윤지가 그랬어. 아저씨가 아빠 됐으면 좋겠다구."
강한이 원피스 속으로 손을 넣어 윤명심의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래서 뭐라고 했어?"
"아저씬 바쁘니까 가끔 오시는게 낫다고 했더니 그러자고 했어."
상반신을 일으킨 강한이 윤명심의 팬티 속으로 손을 넣었다.
그러자 윤명심이 몸을 비트는 시늉을 했지만 거부하지는 않았다.
"그만, 윤지가 기다려."
달래듯이 말한 윤명심이 강한의 어깨를 밀더니 이윽고 몸을 떼었다.
"어젯밤 세 번이나 해놓고 지치지도 않아? 난 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는데."
다시 눈을 흘긴 윤명심이 몸을 돌리더니 방을 나갔다.
벽시계가 오전 8시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침대에서 일어난 강한도 옷을 입고 곧 밖으로 나왔다.
"아저씨."
TV를 보고있던 윤지가 다가오더니 강한의 손을 잡았다.
붙임성이 있는 성격인데다 강한을 좋아하는 것이 표정만으로도 다 드러났다.
"응, 어제 좀 늦어서 내가 네 선물을 못 사왔다."
강한이 윤지의 허리를 안고 번쩍 들었다가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그 대신 내가 용돈을 주지."
"주지마, 주지마."
주방에 서있던 윤명심이 질색을 하고 말렸지만
이미 강한은 지갑을 꺼내 1만원권 두 장을 윤지에게 쥐어 주었다.
"엄마한테 뺏기면 안돼."
"알았어."
활짝 웃어보인 윤지가 몸을 돌리더니 제 방으로 뛰어들어가 문을 꽝 닫았다.
강한이 주방에 서있는 윤명심에게 다가가 섰다.
"나, 가봐야 돼."
"아침상 차릴게. 금방."
"아냐, 늦었어."
머리를 저은 강한이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윤명심에게 내밀었다.
"누님, 여기 7000만원 들었어."
놀란 윤명심이 눈만 크게 떴을 때 강한이 바짝 다가섰다.
윤명심 가슴이 몸에 닿았다.
"근처 연립 3층이 5000만원 전세라며? 3층으로 옮겨, 나머지는 생활비 쓰고."
강한이 정색하고 말을 이었다.
"여긴 반 지하라 땅이 울려서 지진나는 줄 알겠어. 습기도 차고. 내 말대로 해."
핸드폰이 진동을 했으므로 강한은 발신자 번호부터 보았다.
윤명심의 집을 나와 막 골목을 벗어난 참이었다.
그러나 모르는 번호였으므로 강한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가지고 다니는 핸드폰은 3개. 그중 검정색인 이것은 팀원 세 명에다 장미
그리고 동생인 강민까지 다섯 명만 번호를 알고 있는 가족용이다.
그러나 팀원이나 장미하고는 업무용인 붉은색 핸드폰을 주로 사용하고 있어서
검정색은 특별한 일이 아니면 울리지 않았다.
한번 끊어졌던 신호음이 다시 울렸으므로 길가에 멈춰선 강한이
마침내 핸드폰의 통화 버튼을 누르고 귀에 붙였다.
탄로가 났다면 전화를 폐기시켜 버리도록 지금 당장 확인을 해야만 한다.
"여보세요?"
"저기, 민이 형님 되시죠?"
여자 목소리, 그것도 다급한 목소리에 강한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 그런데요?"
"전 이세라라고 민이 친구…."
"그래서요?"
이제는 강한이 다급해졌다.
그러자 이번에는 저쪽이 주춤하더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강한이 소리치듯 불렀을 때 다시 여자의 목소리가 울렸다.
"어젯밤에 민이가…."
"……."
"교통사고로…."
"교통사고?"
와락 강한이 소리치자 지나던 사람들이 돌아보았다.
그때 여자의 말이 이어졌다.
"네. 지금 성심병원에…."
"어, 어떻게 되었습니까?"
"저기."
"여보세요!"
그러자 다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강한이 이를 악물고는 앞쪽을 쏘아보았다.
그러나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가슴이 미어지는 느낌이 오면서 숨도 막혀 왔다.
더이상 소리칠 여력도 남아있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 여자가 말했다.
"민이, 죽었어요."
"……."
"차에 치어서. 구급차가 오기도 전에."
"……."
"그런데 민이가 죽으면서 꼭 형한테 연락을 하라고 해서요."
그러더니 여자가 짧게 흐느꼈다.
"민이 지갑에 형 전화가 있다고 해서 찾았는데 조금 전에야 찾았어요."
"……."
"죽기 전에 형을 여러번 불렀어요."
"……."
"그런데."
딸꾹질을 하고난 여자가 말을 이었다.
"민이는 그놈들 때문에 죽었어요."
이번에는 강한이 눈을 치켜떴다.
그러나 눈동자에는 초점이 잡혀있지 않았다.
"우리 둘이 있는데 그놈들이 민이를 잡아 끌고 갔어요. 경찰이라고 하면서."
"……."
"경찰 아니었어요.
민이가 그놈들을 뿌리치고 도망치다가 차에 치었는데 그것을 보더니 다 사라졌어요."
"……."
"저기. 전 지금 성심병원 영안실 밖에 나와 있는데요."
"……."
"어제 민이를 끌고 갔던 놈하고 비슷한 놈이 조금 전에 영안실 밖에서 힐끗거리다가 갔어요."
"……."
"민이 형님, 듣고 계세요?"
"듣고 있습니다."
갈라진 목소리로 말한 강한이 악문 잇사이로 소리죽여 숨을 뱉더니
한마디 한마디씩을 힘들게 말했다.
"사람을 보낼테니까 그때까지만 지켜봐 주십시오. 힘들겠지만 말입니다."
"아녜요. 아녜요."
그러더니 여자가 소리내어 울었다.
강한은 다시 이를 악물었다.
KK단이다.
이놈들이 강민을 잡으려다가 죽였다.
"팀장 어딨어?"
뒷좌석에 앉은 장미가 불쑥 물었으므로 황택수와 백용철은 먼저 서로의 얼굴부터 보았다.
그러나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차는 이제 강남대로를 달리는 중이었다.
"오늘 같은 날, 팀장이 나와 있어야 되는거 아냐?"
장미가 다시 말했어도 앞좌석에 앉은 둘은 대답하지 않았다.
핸들을 쥔 황택수는 백미러도 보지 않는다.
장미는 어금니를 물었다.
오후 4시 반이다.
5시에 뉴타운 호텔에서 남도그룹 회장 서윤남이 보낸 차를 타고
청평 별장으로 가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중차대한 작업이 시작되는 마당에 명색이 동업자란 인간은
얼굴도 보이지 않다니 기가 막히지 않겠는가?
어제 오후에 병원에서 퇴원할 때까지 옆에 붙어있더니,
이후 사라져서 연락도 없다.
"기가 막혀 죽겠네, 정말."
그래도 작업은 작업이다.
똘마니 둘이 정장을 차려입고 호텔까지 데려다주는 터라 장미는
더이상 잔소리는 안하기로 했다.
그런데 앞에 앉은 자라목 백용철이 낮게 말했다.
"언니, 신경 끄고 작업이나 잘 해."
백용철이 부드럽게 말했지만 대번에 장미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뭐? 작업이나 잘 하라고?"
막 화를 가라앉히는 참이었지만 백용철의 말은 꺼지는 불씨에 기름을 쏟은 꼴이 되었다.
장미의 목소리가 차 안을 울렸다.
평소에 백용철을 잘 봤던터라 배신감까지 일어났다.
"지가 뭔데 나한테 연락도 안하고 이런 날 빠지냔 말야!
그리고 넌 뭐야? 나한테 훈계하는 거야, 뭐야?"
"아, 글쎄."
백용철이 앞쪽을 향한 채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
"흥분하지 마. 그러다 수술한 게 터지면 어쩌려고 그래?"
"이 시발놈이."
열이 뻗친 장미가 옆에 놓인 손가방을 집어 던진 것이 운전하는 황택수의 뒷머리에 맞았다.
"아, 시발."
놀란 황택수가 거칠게 욕을 했다.
"정말 환장하겠네."
"그래, 환장해라. 시발놈들아!"
"언니, 정말 그러다가 그거 터진다니까."
머리를 돌린 백용철이 여전히 느글느글 하게 말했으므로 장미는 주먹까지 쥐었다.
그러나 차마 치지는 못하고 욕을 했다.
"시발놈아, 내건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상관마. 그게 그렇게 부럽냐?"
"부럽다니?"
눈을 동그렇게 뜬 백용철이 장미를 보았다.
"그 수술한 짜가가 부럽다구? 에이, 여보셔. 농담이 심하시네."
기가 막힌 장미가 입만 딱 벌렸고 백용철의 말이 이어졌다.
"난 진짜로 세 개나 터뜨린 분이셔. 그런 짜가는 줘도 안먹어. 날 뭘로 보고 그러셔?"
"이 새끼가."
"아 시발."
운전을 하던 황택수가 또 욕을 하더니 뱉듯이 말했다.
"형이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할 수 없구만. 저 짜가한테 말해야겠어."
백용철은 가만 있었고 황택수가 앞쪽을 향한 채 말을 이었다.
"시바, 형 동생이 어젯밤에 교통사고로 죽었어. 차에 치여 죽었단 말여!"
놀란 장미가 이제는 입을 꾹 다물었을 때 차 안에 황택수의 목소리가 울렸다.
"강민이는 KK단 놈들한테 잡혔다가 뿌리치고 차도로 뛰어든거여! 그래서 차에 치여 죽었어!"
"……."
"그놈들이 죽인 거지. 그래서 형은 그일 때문에 못온 거여!"
"……."
"형은 영안실에도 못가."
이번에는 백용철이 말을 이었다.
"그놈들이 영안실도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장례를 치러줄 사람을 대신 보냈어."
커피숍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희선이 다가오는 장미를 향해 환하게 웃었다.
"이쁘구나."
오후 5시 5분전이다.
장미가 앞자리에 앉자 김희선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섹시한 천사같다. 널 보고 반하지 않는 놈이 있다면 그놈은 남자도 아니다."
그러나 장미는 김희선과 시선도 마주치지 않았다.
차가운 표정으로 팔목시계를 내려다 보는 장미에게 김희선이 말을 이었다.
"곧 온다고 전화가 왔다. 운전사가 널 데리고 갈거야."
"계약 확실하죠?"
장미가 묻자 김희선은 금방 정색했다.
"그럼."
주위를 둘러본 김희선이 목소리를 낮췄다.
"오늘 중으로 선금 5억을 가져오기로 했어,
나머지 5억은 열흘 후에 네가 별장에서 나오는 날 주기로 했다."
계약을 재조정한 결과 열흘에 10억을 받기로 한 것이다.
그전에 김희선은 장미의 동영상이 찍힌 20분짜리 테이프를 서윤남에게 보내
상품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때 장미가 똑바로 김희선을 보았다.
"이번에도 이중계약 한 것이 드러났다가는 끝날줄 아세요."
"그럴 리가."
쓴웃음을 지은 김희선이 머리를 저었다.
"10%만 해도 내가 이번 일로만 1억을 먹는데 또 욕심을 부리겠니?"
"나한테서 아마 20억은 착취해 갔죠?"
"그렇게는 안돼."
조금 당황한 김희선이 시선을 내렸다.
"너무 그러지 마라. 다 잊고 새로 시작하기로 했잖니?"
"그게 진심이라면 얼마쯤은 게워내야죠 그냥 입 씻을 건가요?"
추궁하듯 말하자 김희선은 입을 다물었다.
지난번에 강한한테 잡혔을 때 김희선은 한 푼도 토해내지 않은 것이다.
시선을 내린 김희선이 겨우 말했다.
"네가 정 그렇다면 내가 얼마쯤은 내놓지. 얼마 쯤이면 좋겠니?"
"하시는 꼴을 보고나서 정하죠. 당장 급한 것은 아니니까요."
"너무 그러지 마라. 장미야."
길게 숨을 뱉은 김희선이 머리를 들고 장미를 보았다.
"나두 평생에 그런 꼴은 첨 당했다. 그런데 강 사장은 어디 있니?"
하면서 강한을 찾는 듯이 김희선이 주위를 둘러 보았으므로 장미가 이번에는 길게 숨을 뱉었다.
그러나 강한의 동생이 죽었다는 말을 할 필요는 없다.
그때 커피숍 입구로 사내 하나가 들어섰고 김희선이 반색을 했다.
"음, 저기 왔구나."
서윤남의 운전사인 사내였다.
중년 사내는 김희선과 안면이 있는 모양으로 거침없이 다가오더니 허리를 꺾고 절을 했다.
"사모님. 안녕하셨습니까?"
"예, 가실까?"
하고 김희선이 장미한테 눈짓을 하면서 먼저 일어섰다.
사내가 앉지도 않고 몸을 돌렸으므로 둘은 뒤를 따랐다.
"잘 해."
김희선이 장미의 옆에 바짝 붙어서서 말했다.
"잘 하면 보너스도 받을지 모른다."
김희선이 소근대듯 말을 이었다.
"네 수단에 달렸다. 장미야."
"그만 하세요."
이맛살을 찌푸린 장미가 걸음을 빨리 떼었으므로 김희선은 입맛을 다셨다.
호텔 현관 앞에는 검정색 벤츠가 세워져 있었는데 벨보이가 뒷좌석의 문을 열어 장미를 태웠다.
"그럼."
하면서 김희선이 장미한테 눈인사를 했을 때 문이 닫혔다.
마치 공주님을 배웅하는 장면 같았다.
운전사가 차에 오르자마자 벤츠는 미끄러지듯 호텔 정문을 빠져 나갔다.
"시바, 가짜 처녀막이 10억이라."
호텔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황택수가 벤츠의 뒤를 따르면서 투덜거렸다.
"참, 세상에는 미친 놈도 많아, 안 그래?"
그러나 백용철은 대답하지 않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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