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함정 (4)
침대로 다가간 강한은 차분하게 옷을 벗었다.
방 안에는 숨소리도 나지 않았고 오직 옷 벗는 소리만 들렸다.
강한은 시트 밖으로 흩어진 윤명심의 머리칼을 보았다.
시트 밑으로 둥근 윤명심의 어깨 선이 드러났다.
"누님."
이제 알몸이 된 강한이 윤명심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나, 골 아프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 그래서 이러는 거야."
그리고는 시트를 들친 강한이 윤명심의 옆에 붙었다.
그순간 강한은 숨을 멈췄다.
윤명심은 브래지어와 팬티 차림이었기 때문이다.
웅크린 채 누워있던 윤명심의 몸이 강한의 손이 닿자 와락 굳어졌다.
강한은 윤명심의 브래지어를 풀었다.
그러자 적당한 크기의 젖가슴이 출렁이며 드러났다.
강한은 윤명심의 젖가슴을 입에 물었다.
"아아."
놀란듯 윤명심의 입에서 외침이 터지더니 곧 두 손이 강한의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윤명심의 숨소리가 가빠졌다. 강한은 손을 뻗어 윤명심의 팬티를 끌어내렸다.
윤명심이 허리를 들어 도왔다.
"빨리."
윤명심이 허덕이며 말했으므로 강한이 젖가슴에서 입을 떼었다.
"누님, 응? 뭐라고 했어?"
강한이 묻자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헐떡이던 윤명심이 외면했다.
"한 시간 후면 윤지가 돌아와서 그래."
윤명심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강한은 바로 윤명심의 몸 위에 올랐다. 그리고는 몸을 합쳤다.
"아아아."
악문 잇사이로 윤명심의 신음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윤명심은 두 팔로 강한의 허리를 잔뜩 당겨 안고 있다.
"누님."
강한이 불렀지만 말을 이을 생각은 없다.
방 안은 거친 숨소리와 함께 윤명심의 탄성으로 가득찼다.
윤명심은 이제 몸부림을 치면서 엉켜들었고 시간이 지나자 먼저 체위를 바꾸려는 시늉도 해보였다.
강한도 몰두했다.
윤명심은 차갑고 그늘진 인상이었지만 알몸으로 엉키고 나더니 뜨겁고 적극적이었다.
몸의 반응도 예민해서 강한도 금방 깊게 빠져 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강한도 알수 없었다.
둘은 밝고 뜨거운 정상으로 함께 오르기 시작했고 마침내 천국으로 솟구쳐 떠올랐다.
강한과 윤명심은 동시에 탄성을 터뜨렸는데 주변이 찬란한 섬광을 일으키며 폭발하는 느낌이 들었다.
다시 시간이 흘렀다.
그 자세 그대로 엉켜있던 둘의 호흡이 가라앉았을 때 먼저 강한이 입을 열었다.
"누님, 좋았어?"
윤명심의 얼굴은 아직도 붉었다.
그리고 반듯이 누운 채 눈을 뜨지 않았다.
몸을 뗀 강한이 옆쪽에 엎드리자 윤명심이 몸을 일으켰다.
그러더니 욕실로 갔다가 잠시 후에 돌아왔다.
"반듯이 누워."
강한의 몸을 돌려 눕힌 윤명심이 더운 물에 적신 수건으로 몸을 꼼꼼히 닦아주기 시작했다.
윤명심은 어느새 원피스 차림이었다.
"누님, 아까도 말했지만."
강한이 입을 열었을 때 윤명심이 손가락 하나를 펴 입을 막았다.
"말 안해도 알아. 나 편하게 해주려고 그랬다는 것."
강한의 몸을 닦아주면서 윤명심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하고 나니까 좋아. 나만 너무 좋아해서 동생한테 미안할 정도로."
윤명심의 얼굴이 아래쪽을 향하고 있어서 표정은 안보였지만 목소리는 차분했다.
윤명심의 말이 이어졌다.
"내 몸이 그렇게 뜨거운지 몰랐어, 동생도 내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느꼈을 거야."
그때 강한이 손을 뻗쳐 엉덩이를 움켜쥐자 놀란 윤명심이 몸을 세웠다.
"누님, 한번 더 할까?"
물론 농담이다.
그러자 윤명심이 눈을 흘기더니 수건을 남성 위에다 던졌다.
오후 5시반. 강남대로 끝쪽 신사동 사거리는 아직 붐비지 않았다.
그러나 한 시간쯤 후면 러시아워다. 그
때는 사거리 양 방향이 차량으로 꽉 막힐 것이다.
두 손으로 핸들을 쥔 채 강한은 다시 백미러를 보았다.
지하철 출구 쪽에서 서너 명이 한꺼번에 나오더니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강한은 심호홉을 했다.
길가에 차를 불법 주차시키고 있는 상태여서 단속하면 떠나야 한다.
비상등을 켜놓았지만 도리가 없다.
다시 차에 부착된 전자시계를 들여다본 강한이 머리를 들고 백미러를 보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핸드 브레이크를 풀었다.
지하도 출구에서 장선이 나타났다.
장선의 시선이 이쪽에 닿았다. 긴장한 표정이었다.
강한은 심호흡을 했다.
장선과의 거리는 이제 10미터 정도. 그때 장선의 뒤쪽 5미터쯤의 거리에
체크무늬 점퍼 차림의 사내가 보였다.
30대의 건장한 체격. 노골적으로 장선에게 시선을 둔 채 따르고 있다.
강한은 차의 비상등을 켰다.
이제 다가오는 장선과의 거리는 5미터 정도. 장선은 차에서 시선을 떼고 앞쪽만 본다.
그러나 몸은 차도 쪽으로 옮겨져 있다.
이윽고 장선이 차 옆쪽으로 다가왔다. 뒷문을 지나 앞문 옆으로 다가온 장선이 벌컥 문을 열더니 와락 들어왔다.
강한은 장선이 문을 닫기도 전에 차를 급발진시켰다.
앞쪽 길은 잘 뚫렸다. 마침 푸른 신호등이어서 강한은 사거리를 단숨에 건너버렸다.
그동안에 백미러를 보았더니 10미터쯤 달려 쫓아오던 체크무늬 점퍼가 택시를 잡으려는 듯
뒤쪽으로 몸을 돌리며 멈춰선 것을 보았다.
이 근처에서 빈 택시 잡기는 힘들다.
"됐다."
올림픽대로 쪽으로 차를 회전시키면서 강한이 말했다.
"이제 못 쫓아온다."
"정말?"
가쁜 숨을 겨우 고른 장선이 몸을 돌려 뒤쪽을 보았다.
그러더니 길게 숨을 뱉으면서 의자에 등을 붙였다.
"아까 차에 탈 때 내 정신이 아녔어. 오빠."
"응. 그런 것 같더라."
강한이 차의 속력을 내며서 말했다.
올림픽대로도 잘 뚫리고 있다.
장선의 시선을 받은 강한이 말을 이었다.
"꼭 미친 년 같았어."
"오빠!"
와락 소리쳤던 장선이 울상을 지었으므로 강한은 손을 뻗어 어깨를 두드렸다.
"아니. 섹시했다. 멋있었어."
그때 장선이 어깨에 붙여진 강한의 손을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미안해. 오빠."
정색한 장선이 강한을 보았다.
"정말 미안해."
"어휴. 그만."
손을 빼낸 강한이 다시 우회전을 해서 강남으로 차를 돌렸다.
미사리 쪽으로 달리면 차는 잘 빠지겠지만 눈에 쉽게 띄는 것이다.
지금쯤 차 번호는 수배 대상으로 떠 있을 것이었다.
강한이 차를 세운 곳은 강남구청 근처의 꽤 큰 빌딩 앞이었다.
그들이 차에서 내렸을 때 사내 하나가 다가왔으므로 장선은 와락 긴장했다.
사내는 인상이 불량했고 거침없는 시선을 장선에게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고해라."
그때 강한이 말하자 사내는 머리만 끄덕여 보이더니 아직도 시동이 걸려있는 차에 올랐다.
"자. 오늘도 일산에 갈까?"
손에 묵직한 백을 든 강한이 웃음띤 얼굴로 물었으므로 장선은 정신을 차렸다.
타고 왔던 차는 이미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어때? 갈래?"
하고 강한이 물었으므로 장선은 눈부터 흘겼다.
"또 도망가려구?"
"난 술에 취한 여자는 건드리지 않아. 인마."
정색한 강한이 말하더니 지나가는 택시를 세웠다. 그리고는 덧붙였다.
"그런데 오늘은 내가 한잔 마시고 싶다."
"오빠, 자?"
하고 장선이 다시 불렀지만 강한은 눈을 뜨지 않았다.
일산의 모텔방 안이다.
전에 들렀던 그 모텔. 둘을 알아본 프런트 직원이 지난번에 묵었던 같은 방을 내주었는데
별로 반갑지 않은 호의였다.
"오빠."
이번에는 좀 크게 부르면서 장선이 어깨를 흔들었지만 강한은 깨어나지 않았다.
자는 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밤 12시반, 오늘도 밖에서 양주 두병하고 안주를 사들고 와서 마셨지만
지난번과는 반대의 상황이 되었다.
장선은 한병 반이 넘게 마신 것이다.
지금 강한은 셔츠 차림으로 소파에 누워있는 중이다.
"오빠, 일어나 침대로 가서 자."
옆에 앉은 장선이 다시 어깨를 흔들면서 말했다.
"자는 척 하지마, 오빠."
"……."
"그냥 침대에서 자, 오빠."
장선이 그냥을 강조하듯 말하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 씻고 올께, 그동안 옷 벗고 침대에 누워있어, 오빠."
그순간 강한은 입술에 닿는 촉감 때문에 하마터면 눈을 뜰 뻔했다.
장선이 허리를 굽혀 강한의 입술에 키스를 한 것이다.
입술이 닿았던 순간은 이초쯤 되었지만 강한은 그것이 몇분은 걸린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 장선이 강한을 내려다 보면서 말했다.
"오빠가 막 술을 마셔댈 때부터 짐작은 하고 있었어,
오늘밤은 지난 번하고는 거꾸로 되겠구나, 하고."
"……."
"술 취한 척하고 그냥 보낼 작정 같은데, 내가 싫단 말이지?"
"……."
"내가 싫으면 만나지 않으면 될 것 아냐? 난 도무지 이해 할 수가 없어."
장선의 목소리가 점점 낮아졌다.
"왜 자꾸만 피해?"
"……."
"무슨 이유가 있어?"
주르르 눈물이 흘러 떨어졌다.
상반신을 일으킨 강한이 두팔을 벌려 장선의 허리를 당겨 안았다.
허물어지듯 장선이 가슴에 안겨오자 강한은 입술을 볼에 붙였다.
"나, 취했어."
강한이 장선의 귀에 대고 말했다.
더운 숨결이 귀에 품어졌으므로 장선은 목을 움추렸다.
"도대체 뭐라고 한 거냐? 나한테 계속 말을 하는 것 같던데."
"오빠, 나 가져."
장선이 얼굴을 들고 말했다.
물기를 담은 두눈이 번들거리고 있었다.
두팔로 강한의 목을 감아안은 장선의 호흡은 벌써 가빠져 있었다.
"응? 나 가져."
"씻고 와."
"같이 씻어."
했다가 장선이 아랫입술을 깨물면서 외면했다.
"아냐, 오빠가 또 도망 갈까봐 그랬어."
"도망은."
자리에서 일어선 강한이 심호흡을 두번이나 했다.
그리고는 장선을 보았다.
"내가 먼저 씻을께."
"그래, 오빠."
"지난 번 처럼 침대에 누워있어."
"알았어."
"오늘은 자지마."
"안 잘께."
몸을 돌린 강한이 셔츠를 벗어 던졌다.
욕실로 다가가면서 바지도 벗어 소파위로 던졌다.
그순간 주머니에 든 내용물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탄로날 것은 아무것도 없다. 미리 다 빼놓고 온것이다.
이제 알몸이 되어 욕실로 들어서면서 강한은 다시 심호흡을 했다.
좋다.
동생한테는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했지만 할 수 없다.
지금 빼면 의심 받는다.
예상대로 장선은 서툴렀다.
몸은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지만 굳어 있어서 나무토막 같았다.
강한이 몸을 부드럽게 하려고 키스를 하고 애무했지만 풀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 몸을 닫았다.
이를 악물고는 혀를 주지 않았으며 두 다리는 더 오므렸다.
마침내 지친 강한이 상반신을 떼고 장선을 내려다 보았다.
방의 불을 다 꺼놓았지만 이제는 눈에 익숙해져서 장선의 얼굴이 다 보인다.
장선은 눈을 꾹 감고 코로만 거친 숨을 뱉는 중이다.
밖에서 흘러들어온 빛줄기에 장선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번들거리고 있었다.
강한이 물었다.
"하기 싫어?"
그때 장선이 눈을 떴다.
흰창 속에 박힌 검은 눈동자가 강한을 올려다 보았다.
"왜 움츠러들기만 하니? 왜 긴장을 풀지 않는거야?"
그러자 장선이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내가 서툰거냐?"
물러나는 분위기로 강한이 물었을때 장선이 손을 뻗어 강한의 팔을 쥐었다.
"아냐."
"그럼 왜?"
강한은 이유를 알면서도 그렇게 물었다.
그렇게라도 해야 장선이 몸을 움직일 것이었다.
당연히 장선은 대답하지 못했고 강한은 굳어 있는 다리를 벌렸다.
장선이 저항하지 않았다.
만일 이런 추궁이 없었다면 장선은 한사코 뻗댔을 것이다.
"아아."
강한의 몸이 들어선 순간 장선은 깜짝 놀란듯한 비명을 뱉으면서 강한의 가슴을 밀었다.
"으음."
강한도 신음을 뱉었다.
장선의 몸에 들어선 순간 강한은 이것이 첫 방문이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강한으로서는 이런 경우가 처음이었다.
장선의 입에서 연이어 신음이 흘러나오자
강한의 행동이 조심스러워졌다.
부드럽게, 또는 약하게 장선을 이끌어가기 시작했다.
방안은 뜨거운 열기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 때 강한은 장선의 몸이 열리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몸이 부드러워졌고 신음이 탄성으로도 들렸다.
샘이 차오르면서 장선의 두 손이 강한의 어깨에만 걸쳐져 있다가 어느덧 목을 감아 안았다.
강한은 그래도 서두르지 않았다.
천천히 장선을 이끌어갔다.
"오빠."
마침내 장선이 헐떡이며 불렀다.
"왜?"
강한이 귀에 대고 묻자 장선이 두 팔로 목을 힘껏 안았다.
"사랑해."
강한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답 대신 몸을 점점 거칠게 움직였다.
장선의 입에서 신음이 커졌지만 탄성으로 믿어졌다.
다시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장선은 자신이 잠깐 정신을 잃은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몸이 하늘로 떠오르는 느낌을 받고나서
곧 하얗게 폭발했고 다음 순간 의식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돌아왔을 때의 기분은 상쾌했다.
온몸이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오빠."
의식이 들자마자 장선이 강한을 불렀다.
옆자리에 강한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창가에서 기척이 났으므로 장선은 머리를 들었다.
가운 차림의 강한이 창가의 의자에 앉아 있었다.
"깼어?"
강한이 묻더니 침대가로 다가와 섰다.
"마실 것 줄까?"
"아니."
방안의 불은 아직도 켜지 않았지만 갑자기 부끄러워진 장선이 시트로 얼굴을 가렸다.
그러나 머리 위에서 강한이 말했다.
"내가 다 닦아 주었으니까 씻을 필요없어."
그 소리를 들은 장선이 온몸을 움츠렸다.
그러자 자신의 몸이 아직도 알몸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때 강한의 말이 이어졌다.
"너, 첫 섹스치고는 아주 좋았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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