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금병매(金甁梅)

금병매 (172) 백사자 <36~40회>

오늘의 쉼터 2014. 7. 4. 20:28

 

금병매 (172)

 

 

백사자 36회 

 

 

 

 “어머, 백사자 아냐. 백사자가 웬일로 여길 다 찾아왔지? 하하하...”

여의는 절로 웃음이 나온다.

 

 




관가의 유모인 여의도 반금련이 키우고 있는 교양이의 애칭이 ‘백사자’이고,

또 그 백사자를 반금련이 안고 다니는 걸 곧잘 봐서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백사자가 다름 아닌 바로 반금련의 정부(情夫)인 셈이라는 말도 듣고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 백사자가 마치 자기네 거처를 찾아오듯 현관문을 흔들어대다니

재미있다 싶었던 것이다.

“야옹야옹-”

고양이는 여의를 빤히 쳐다보며 으르렁거리듯이 소리를 지른다.

얼른 봐도 몹시 추워 보인다.

백설같이 흰 털에 뒤덮인 몸을 잔뜩 웅크리고 가늘게 떨고 있는 듯하다.

싶은 날씨가 추운 탓이기도 하지만, 고양이가 바짝 긴장을 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마님으로부터 집안에 침입해서 빨간 옷을 입은 아이를 물어뜯어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으니 말이다.

“어서 들어와. 추운데...”

마치 여의의 그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 듯 고양이는,

“야옹-”

좀 부드럽게 소리를 내며 얼른 현관 안으로 들어선다.

집안에 들어오자 고양이는 거침없이 여의의 앞장을 서서 복도를

달리다시피 안으로 향한다.

“어머, 마치 자기 집에 온 것 같네. 몹시 좋은 모양이지. 하하하...”

여의는 고양이가 좋아서 그러는 줄 알고 기분 좋게 웃는다.

고양이는 얼른 문이 열려있는 응접실로 들어간다. 그러자,

“거긴 뭐 하러 들어가?”

하면서 여의도 잰걸음으로 뒤따라 들어가 본다.

고양이는 마치 무엇을 찾는 듯 응접실 안을 이리 저리 쏘다닌다.

탁자 위는 물론이고, 한쪽에 놓인 장식장과 벽에 걸려있는 몇 개의

액자까지 살피듯 쳐다본다.

“하하하... 백사자야, 뭘 그렇게 살피지? 뭘 찾는 거야?”

“야웅-”

“여기는 손님을 접대하는 응접실이라구.

너 같은 고양이를 접대하는 곳이 아니야. 자, 어서 나가라구.

아마 네가 배가 고픈 모양이니 주방으로 가자구.”

여의가 몰아내자,

고양이는 순순히 앞장서서 다시 복도로 나간다.

“이리 와. 이리”

하면서 여의는 고양이를 주방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고양이는 조금 전과는 달리 이제 꼬리까지 살랑살랑 흔들며

다소곳이 여의를 따른다.

 

 

백사자 37회  

 

 

 

 “오늘 참 너의 마님이 친정어머니 생신에 갔지.

 

그래서 뭘 못 얻어먹었구나. 배고프겠는데...”

아침에 반금련이 서문경을 찾아와서 했던 말을 여의도 들어서 알고 있는 것이다.

 

 




“뭘 줄까?”

여의는 찬장에서 먹다가 남은 생선 접시를 꺼내어 그대로 방바닥에 놓아준다.

고양이는 주방에 따라 들어와서도 뭘 찾는지 곧장 여기저기 살피듯 두리번거리다가

앞에 생선 접시가 놓이자 주둥이를 가져가 냄새를 맡는다.

그리고 빨간 혀로 살살 핥아본다.

냉큼 입에 집어넣으려 하질 않자,

“아니, 배가 고픈 게 아닌 모양인가?”

여의는 살짝 고개를 기울인다.

다시 찬장에서 이번에는 쇠고기 튀김을 두어 개 집어내어 생선 접시에 같이 놓아줘 본다.

고양이는 그것도 냄새를 맡고, 혀로 살살 핥아보더니 한 개를 입에 넣고 가만가만 씹는다.

“하하, 백사자가 고급요리만 얻어먹는구나.

그렇겠지. 너의 마님이 너를 무척 아낄테니까 애인이라면서? 맞나? 하하하...”

여의는 의자를 한개 끌어다가 고양이 곁에 놓고 털썩 궁둥이를 내린다.

그리고 쇠고기 튀김을 먹고 있는 고양이를 새삼스럽게 가만히 지켜본다.

털이 어쩌면 이렇게 온통 백설같이 하얀지,

이마빼기에만 까만 털이 세 줄기 찍 그은 듯이 돋아나 있고,

그리고 고양이의 덩치가 어떻게 이렇게 클 수가 있는지,

어지간한 개만하질 않는가.

이정도면 아마도 너끈히 사람에게도 수컷 구실을 하겠는데... 싶다.

여의의 시선이 고양이의 두 뒷다리사이로 간다.

이만한 덩치의 고양이면 그 물건의 크기는 어느 정조일까 싶은 것이다.

두 눈에 야릇한 호기심이 반질거린다.

“히히히...”

혼자서 나직한 목소리로 킬킬 웃으며 그녀는 슬그머니 한손을 뻗어

고양이의 뒷다리 사이 사타구니께로 가져간다.

북슬북슬한 휜 털속에 꾸들꾸들한 것이 만져진다.

털가죽에 싸여있긴 하나 제법 굵다.

“어머”

여의의 두 눈이 야릇한 웃음을 띠며 휘둥그레진다.

“야웅-”

쇠고기 튀김을 씹고 있던 고양이가 고개를 들어 파르스름한 두 눈을 반질거리며

여의를 가만히 쳐다본다.

 

 

백사자 38회 

 

 

 

 “백사자야, 네 물건 제법인데. 히히히...”

여의는 얼른 고양이의 사타구니에서 손을 뗀다.

 

그리고 이번에는 고양이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 준다.

 

 




“야웅-”

서서 쇠고기 튀김을 씹던 고양이는 기분이 좋은 듯 꼬리를 살래살래 흔들면서

여의의 한쪽 다리 곁으로 바싹 다가앉는다.

“어머, 털이 어쩌면 이렇게 부드러울까. 꼭 명주 같네”

여의는 발목의 맨살에 와 닿은 고양이의 털이 너무나 부드러운데 약간 놀란다.

얼른 한손으로 고양이의 등을 가만가만 쓰다듬어 본다.

그 감촉이 너무나 보들보들해서 손바닥이 간지러울 지경이다.

그녀는 야릇한 호기심을 느낀다.

과연 고양이가 어떻게 사람에게 수컷 노릇을 하는지,

한번 직접 시험해 보고 싶은 생각이 슬그머니 고개를 쳐드는 것이다.

여의는 과부였다.

관가의 유모로 들어오기 얼마 전에 남편과 하나밖에 없는 젖먹이 아이를

거의 동시에 돌림병으로 여의고 홀로된 몸이었다.

관가의 유모가 되어 이병아 밑에서 살게 된 뒤로 의식주(衣食住)와 용돈 걱정은 없었으나,

사내 구경을 전혀 못하는 외로운 처지였다.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서문경도 여의에게만은 손을 뻗칠 생각을 하질 않았다.

가슴의 유방만 유난히 탐스러울 뿐 별 매력이 없는,

그저 호박꽃 같은 수수한 용모였기 때문에 관가의 유모로서

안성맞춤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 그녀인지라,

반금련과 매일 밤 동침을 한다는 고양이를 눈앞에 보니

슬그머니 성적 호기심이 동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더구나 지금 집안에는 관가가 내실에서 혼자 자고 있을 뿐,

아무도 없질 않은 가 말이다.

여의는 의자에 그대로 앉은 채 약간 허리를 굽히며 고양이의 등을 쓰다듬던

손을 다시 아랫배 쪽으로 옮겨간다.

“백사자야, 오늘은 나하고 한번 연애를 할까. 어때?”

“야웅-”

“호호호...좋다 그런가? 너의 마님 반금련이한테 하던 대로 나한테도 한번 해줘봐.

어떻게 하는 거지? 응?”

그러자 고양이는 마치 그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야웅 야웅-”

야릇하게 칭얼거리는 듯한 소리를 내며 빨간 혓바닥으로 한쪽 발목의 드러난

맨살을 날름날름 핥는다.

“어머, 간지러워라. 히히히...”

약간 호들갑을 떨 듯 킬킬거리며 여의는 자기도 모르게 그만 의자에서 일어선다.

 

 

백사자 39회 

 

 

 

 앉아서 발목을 핥던 고양이도 여의가 일어서자 발딱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냅다 그만 여의의 치마 밑으로 대가리를 들이민다.

“어머나, 왜이래?”

 




“야웅 야아웅-”

야릇한 소리를 내지르며 고양이는 뒷발 두개를 뻗디디고 치마 속에 벌떡 일어선다.

그리고 그녀의 아랫도리 깊숙한 곳으로 거침없이 주둥이를 가져간다.

“아이고머니-”

그만 여의는 놀라 비명을 내지르고 만다.

고양이와 한번 연애를 해보려던 그녀도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뜻밖의 일에 질겁을 한 것이다.

비록 내의는 입고 있지만 가랑이 사이로 별안간 고양이가 들이닥치니 그럴 수밖에 없다.

“아이고 왜 이래! 아이고 아이고 - 어머나 실어! 싫다구! 저리 가! 저리 저리...”

고양이가 깊숙한 곳의 내의를 벗기려는 듯 입으로 물어뜯자,

여의는 놀라 마구 소리를 내지르며 비칠 비칠 뒷걸음질을 친다.

그러다가 그만 제풀에 벌렁 뒤로 넘어지고 만다.

“아이구머니나-”

“야이웅-”

“아이고 이놈의 고양이 새끼, 저리 못가! 저리!”

후다닥 몸을 일으키며 여의는 주먹으로 고양이를 냅다 두들겨 팬다.

그제야 고양이는,

“캬웅 캬웅-”

비명을 지르며 떨어져 나간다.

그 소동에 내실에서 잠자던 관가가 깼다.

“앙-아앙-”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어머, 아기가 깼네. 이놈의 백사자야, 너 때문에 우리관가가 깼단 말이야. 알겠어?”

여의는 아랫 내의와 치마를 추스르며 고양이를 흘겨본다.

저만큼 떨어져나가 서서 고양이도 꼬리를 사리며 파르스름한 눈을

조그맣게 오므려 가지고 여의를 빤히 바라본다.

그러다가,

“야웅-”

하면서 눈동자를 활짝 연다

여의는 다시 고양이가 귀엽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백사자야, 연애를 그렇게 다짜고짜 마구 대들 듯이 우악스럽게 시작하는 법이 어디 있어.

놀랬단 말이야. 사람과 고양이가 연애를 하는데 조심조심 해야될 게 아니겠어? 안 그래?”

“야웅”

“좋아, 이따가 다시 한번 해보자구. 응? 관가를 재워 놓고 말이야”

 

 

백사자 40회 

 

 

 

 내실에서 관가의 우는 소리가 더욱 요란하다.

“앙- 아앙-엄마 엄마-”

 

 




냅다 엄마를 찾는 소리까지 들려오자 여의는

“그래 그래, 간다 - 울지 말어-”

하면서 얼른 주방에서 나가 내실로 향한다.

그러자 고양이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재빨리 뒤를 따른다.

여의가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침상에 일어나 앉은 관가는 더욱 서럽게 운다.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린다. 지르르 코에서 콧물도 흐른다.

“울지 말라구. 엄마가 왔잖아. 아이구 우리 관가 착하지. 자, 젖 먹자구”

여의는 앞가슴을 헤쳐 유방 하나를 드러내면서 관가에게 다가간다.

그런데 그 순간, 뒤따라 방에 들어온 고양이가 그만,

“야웅-”

사납게 소리를 내지르며 두 눈에 파란 불을 켜고 냅다 비호같이 날아서

빨간 담옷을 입고 있는 관가를 사정없이 덮친다.

“으앙-”

관가는 질겁을 한다.

고양이는 날카롭게 세운 발톱으로 관가의 눈물과 콧물에 젖은 얼굴을 냅다 할퀴고,

이빨로 빨간 잠옷은 마구 물어뜯는다.

마치 사나운 호랑이 새끼 같다.

“어머나! 아이고 아이고-”

여의가 놀라 비명을 지른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난데없는 끔직한 사태에 정신이 아찔해진 그녀는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시며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미쳤어! 미쳤어! 이놈의 고양이!”

악을 쓰듯 고함을 내지르며 탁자 위에 놓인 찻잔을 집어 들어 냅다 고양이를 향해 던진다.

 너무 경황없이 내던진 터라 제대로 맞질 않고 벽에 가서 부딪쳐 쨍그랑하고 박살이 난다.

“으악- 아아아-”

단말마의 비명소리와 함께 침상에서 굴러 떨어진 관가는 정신을 잃어버린 듯 조용해지고 만다.

온통 얼굴과 목, 그리고 팔에 피가 낭자하고, 입에서는 거품까지 흘러나온다.

그래도 고양이는 조금도 기세를 늦추질 않고 으르렁거리며 갈기갈기 찢어놓을 듯 물어뜯어 댄다.

“아이고 - 사람 죽네 - 아이고 아이고-”

그만 여의는 눈이 뒤집히며 정신없이 고양이에게 달려든다.

두 손으로 고양이의 털을 불끈 움켜쥐고 왈칵 잡아당긴다.

그제야 고양이는 관가에게서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