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 (144)
불륜(不倫) 11회
“무슨 말인데요?”
왕육아는 예사롭게 생각하며 도로 식탁 쪽으로 다가간다.
“좀 앉으세요”
왕육아는 말없이 시동생의 맞은편 의자에 가만히 궁둥이를 내민다.
한이는 두 번째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젓가락질을 할뿐 아무 말이 없다.
“무슨 할 말이... 어서 해봐요”
왕육아는 속으로 형에게 직접 말을 못하고 자기를 통해서
무슨 부탁할 일이 있나보다 싶으며 가만히 시동생을 바라본다.
아마도 돈 얘기가 아닌가 싶다.
해장술에 다시 주기가 도는 듯 번질번질한 눈으로 형수를 똑바로 바라보며
한이는 불쑥 입을 연다.
“형수씨, 정말 오랜간만이죠?”
육년만이잖아요“
“예”
왕육아는 웃음이 나온다.
술이 다시 취해오나보다 하고 그 표정을 살피듯이 눈여겨본다.
“형수씨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몰라요. 정말이에요”
“그래요?”
“다른 사람은 아무도 보고 싶은 생각이 없었는데 형수씨 혼자만 그렇게 보고 싶더라니까요”
“호호호...”
그만 왕육아는 소리를 내어 웃어 버린다.
그 말을 하려고 불러 앉혔나 싶으니 약간 어이가 없기도 하다.
“왜 웃으세요?”
“도련님, 다시 취해 오르나보죠?
어젯밤 술이... 이제 술은 그만 마시고 어서 식사를 해요”
“취하긴요. 남은 진정으로 얘길 하는데 김새네요”
그러면서 한이는 잔을 들어 남은 술을 단숨에 꿀컥꿀컥 다 마셔 버린다.
그리고 잔을 형수 앞으로 내민다.
“형수씨도 한 잔 하세요.
내가 따라드릴께요”
“내가 술을 마실 줄 아나요”
“조금은 하잖아요. 어서 받으시라구요. 내 손이 부끄럽잖아요”
왕육아는 마지 못하는 듯 그 잔을 받는다.
한이가 술을 따라준다.
잔이 채 다 차기 전에 병에서 술이 나오질 않는다.
“다 됐네요.
난 이것도 많다구요”
왕육아는 시동생 앞이지만 두 손으로 잔을 들고 입으로 가져가 맛을 보듯
살짝 한 모금 마신다.
그리고 잔을 내려놓으며 혼자 중얼거리듯이 말한다.
“특급주라 맛이 역시 다르네”
불륜(不倫) 12회
“좋죠?”
“예”
“어서 마시세요”
“많다구요. 저녁이면 몰라도. 낮에는 이렇게 못 마셔요. 얼굴이 빨개져요”
“빨개지면 어때요. 누가 보나요 뭐”
“곧 빨래도 해야 되고...”
“걱정 마세요. 빨래는 내가 해드릴께요”
“남자가 무슨 빨래를...”
“육년 동안 내 옷은 내가 빨아 입었다구요.
군졸들은 다 제 빨래는 제손으로 하지 뭐예요.
나 빨래 아주 잘해요. 솜씨를 보여드릴께요”
“하하하...”
왕육아는 재미있다는 듯이 큰소리로 웃는다.
“그러니까 걱정 마시고 마시세요”
“예”
그러나 왕육아는 잔을 들어 다시 한모금 살짝 입안을 축이듯이 마시고는
그잔을 그대로 시동생에게 건넨다.
“난 됐으니까,
이거 도련님이 마셔요”
“그럴까요”
한이는 서슴없이 그잔을 받아 입으로 가져간다.
형수가 마시고 남긴 술이어서 더욱 좋다는 그런 표정이다.
“도련님, 자 그럼 어서 식사를 해요. 난 나갈테니까...”
왕육아는 자리에서 일어선다.
“왜 그러세요? 형수씨,
나하고 얘기하는게 싫으나요?”
“싫은게 아니라... 내가 앉았으면 식사하기가...”
“괜찮아요, 그대로 앉아 계세요. 내가 물어볼 말도 있다구요”
물어볼 말이 있다고 하니 도리가 없는 듯 왕육아는 다시 의자에 궁둥이를 내린다.
아무래도 돈 얘기를 꺼내기 위해서 먼저 비위를 맞추며 뜸을 들이는 게 아닌가 싶다.
“물어볼 말이 뭔데요? 어서 해봐요”
“형수씨, 복숭아나 하나 깎아 잡수시라구요”
“호호호...그럴까”
왕육아는 일어나 복숭아를 가지러 간다.
아직 새파란 복숭아 두개를 물에 씻어가지고 와서 한개는 시동생 앞에 놓아주고,
의자에 앉으며 한 개를 깎지 않고 그대로 입으로 가져가 덥석 베어 문다.
“복숭아가 벌써 제법 맛이 들었네”
“그래요?”
한이도 앞에 놓인 복숭아를 집어 든다.
식사는 할 생각을 않고, 잔에 조금 남은 술을 아끼듯이 찔끔찔끔 마시며
복숭아를 안주삼아 베어 먹는다.
“형수씨”
“예?”
“형수씨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불륜(不倫) 13회
“어떻게 생각하다니, 뭘요?”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 그말이에요”
“하하하...”
“왜 웃으세요? 웃지 말고 대답해봐요. 난 진지하게 묻는 거라구요”
자기를 바라보는 시동생의 눈길이 야릇하다고 느끼며 왕육아는 속으로 꽤나 당황한다.
그러나 겉으로는 애써 그런 기색을 감추며 예사롭게 대답한다.
“좋아하지, 내가 왜 도련님을 싫어해요?”
“좋아하는 것도 여러 가지가 있잖아요”
“그런가요?”
“그것도 모르세요?
그렇게 시치미 떼지 말고, 솔직하게 대답해 보시라구요.
방금 말한 것은 형수로서 시동생을 싫어하지 않는다는 뜻이잖아요.
난 그걸 묻는 게 아니라...”
한이는 좀 망설이는 듯하더니
묘하게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씩 웃고는 불쑥 내뱉듯이 말한다.
“형수씨는 여자잖아요.
난 남자고요.
여자로서 나라는 남자를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
그게 알고 싶단 말이에요”
왕육아는 조금 입에 댄 술의 기운이 별안간 확 뻗쳐오르는 듯 얼굴에 화끈거리고
가슴도 얼얼해지며 뭐라고 말이 나오지가 않아 가만히 시동생을 바라보고 있다.
“대답해봐요, 형수씨”
“.....”
“예?”
술기운에 젖어서 번들거리는 시동생의 눈길이 어찌나 강렬하게 다가오는지
왕육아는 그만 살짝 고개를 돌려 그 시선을 피하며 대답한다.
“난 그런 거 생각해본 일이 없다구요.
형수가 시동생에 대해서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해볼 수가 있나요”
형수의 약간 볼멘 듯한 대답 소리에 한이는 한 대 가볍게 얻어맞은 듯 표정이 일그러진다.
좀 무안하기도 하고, 실망이 되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는 눈길을 살짝 밑으로 떨어뜨리며 정감이 절절히 배어있는
그런 낮은 목소리로 혼자 중얼거리듯이 지껄인다.
“병정에 나가 육년이라는 세월을 보내면서 난 형수씨를 안 생각한 날이 하루도 없었어요.
정말이에요.
이 세상에서 나를 진정으로 염려해 주고 감싸주는 사람은
형수씨밖에 없다는 생각에 가슴이 메이기도 했지 뭐예요.
꼭 어머니 같고, 누님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구요.
난 조실부모를 해서 육친의 사랑을 모르고 자랐어요.
누님도 없고요.
형님은 나에게는 남과 마찬가지지 뭐예요”
“......”
“형수씨가 어머니 같고, 누님 같으면서도 밤으로는 이상스럽게...”
말끝을 흐리며 한이는 야릇한 빛이 번질거리는 눈으로 형수를 똑바로 바라본다.
불륜(不倫) 14회
왕육아는 그대로 시동생 앞에 앉아있을 수가 없어서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제 분명히 욕정이 번들거리는 시동생의 눈길을 피하듯
그녀는 돌아서서 주방을 나가려 한다.
“형수씨!”
내뱉듯이 부르면서 한이도 벌떡 자리에서 일어선다.
왕육아는 그 소리에 놀라 도망이라도 치듯 후닥닥 주방에서 나간다.
한이가 뒤를 따른다.
왕육아는 달리듯이 자기의 거처인 내실로 들어가며 얼른 방문을 닫아 버린다.
그러나 허사였다.
잽싸게 뒤 쫓아온 한이가 왈칵 방문을 잡아당기는 바람에 문고리를
안으로 걸려다가 그만 실패하고, 활짝 문이 도로 열려버린 것이다.
“아니, 왜 이래요? 도련님”
얼굴이 발그레 상기된 왕육아는 방으로 뛰어드는 시동생을
곤혹스러운 듯한 그런 눈길로 바라본다.
“왜 이러는지 몰라서 물어요?
왜 나한테서 도망을 가죠? 내가 그렇게 싫나요?”
“도련님, 내 말을 들어봐요. 자, 앉아요”
왕육아는 침착을 되찾으려 애쓰며 의자 하나를 끌어당겨 시동생 앞에 놓아준다.
그러나 한이는 그 의자에 앉을 생각을 않고,
그대로 서서 열기가 올라 이글거리는 듯한 눈으로 형수를 원망스러운 듯이 쏘아본다.
시동생이 안 앉으니 자기라도 앉아야 분위기가 좀 가라앉을 것 같아서
왕육아는 의자 하나를 끌어다놓고 궁둥이를 내린다.
“도련님, 도련님의 마음을 내가 왜 몰라요.
다 알아요. 그러나 나는 형수고, 도련님은 시동생이잖아요.
형수와 시동생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요. 안그래요?”
“난 인제부터 시동생이 아니라구요. 도련님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하하하... 그럼 뭐라고 부르죠?”
한이는 그말에는 대답을 안하고,
“나도 형수씨라고 부르지 않을 거예요.
형수도 아니고 시동생도 아니란 말이에요. 우리는...”
“그럼 뭐예요?”
“그냥 남자와 여자일 뿐이에요”
“그건 말도 안돼요. 누가 들으면 큰일 날 소리예요”
“듣긴 누가 들어요?”
그러자 왕육아는 힐껏 한쪽 벽을 돌아본다.
그 판자벽 저쪽은 이웃집 안방인 것이다.
큰소리로 지껄였다가는 옆집에서 다 알아들을 판이다.
“쉿! 저쪽이 바로 옆집 안방이라구요.
누가 있는지 모르니 너무 큰소리를 내지 말아요”
왕육아는 오른손 인지로 입을 살짝 가려 보이며 말한다.
불륜(不倫) 15회
잠시 두 사람은 판자벽 저쪽 옆집안방에 신경을 쓰는 듯 아무 말이 없다.
그러다가 한이가 가만히 입을 연다.
조금 전 보다 현저히 낮은 목소리다.
“난 이제 더 참을 수가 없어요.
못견디겠다구요.
옆집에 들릴지도 모르니,
이제부터 내가 하는 대로 말없이 따라 줘요”
그러면서 한이는 의자에 앉아있는 형수 앞으로 다가간다.
왕육아는 반사적으로 얼른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활짝 열려있는
방문 쪽으로 후닥닥 도망치려 한다.
냅다 그만 달려들어 한이는 사정없이 형수를 덥석 끌어안아 버린다.
“어머나!”
왕육아는 자기도 모르게 입에서 비명이 튀어나온다.
그러나 그 비명소리도 무의식중에 목청을 약간 자제한 그런 음성이다.
“으음-”
한이는 야릇한 신음소리를 내뱉는다.
달아나는 형수를 뒤에서 끌어안았기 때문에
두 손에 그녀의 젓가슴이 뭉클하게 만져졌던 것이다.
“왜이래요? 안돼요. 놔요”
왕육아는 낮으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뇌까리며
시동생을 뿌리치려고 몸뚱이를 버둥거린다.
그럴수록 한이는 두 팔에 더욱 힘을 주며 냅다 그만 형수의 뒷덜미에다가
열기가 오른 입술을 덥석 갖다대어 쭐쭐쭐 마구 애무해 댄다.
“어머 어머... 이게 무슨 짓이야? 안돼, 안돼, 안된다구”
왕육아는 목을 움츠리며 마구 반말로 내뱉는다.
한이는 이제 말 같은 것은 소용이 없다는 듯이
코로 뜨거운 숨만 훅훅 내뿜으며
정신없이 입술을 뒷덜미에서 목덜미로,
그리고 검은 머리에 살짝 가려져 있는 한쪽 귀로 옮겨간다.
두 손으로는 풍만한 앞가슴의 두 봉우리를 마구 주물럭주물럭 주물러 댄다.
“아으- 왜 이래, 왜 이래...”
왕육아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조금 전과는 달리 현저히 힘이 없고 야릇하기까지 하다.
한이는 이번에는 두 팔을 불끈 조여서 형수의 몸뚱이를 바짝 끌어당긴다.
형수의 물컹한 궁둥이 살이 자기의 뜨거워진 아랫도리에 찰싹 밀착되자,
“으음-”
한이는 절로 신음소리가 흘러나온다.
“어머나, 아-”
왕육아도 그만 감미로운 탄성을 흘린다.
그러면 그렇지, 자기도 여잔데 별 수있나 싶으며,
한이는 얼른 형수의 몸뚱이를 돌려서 정면으로 불끈 안아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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