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금병매(金甁梅)

금병매 (71) 모살(謀殺) <26~30회>

오늘의 쉼터 2014. 6. 28. 10:05

 

금병매 (71)

 

 

모살(謀殺) 26회 

 

 

 

 “말 잘하는 게 아니라, 이치가 그렇잖아요.

 

내가 당신이라면 가슴이야 아프겠지만, 잘 살아가라고 빌어주겠어요.

 

그리고 잊으려고 노력하며 대신 다른 여자를 찾아보겠다구요.

 

세상에 여자가 얼마나 많아요. 얼마든지 좋은 여자를 찾을 수가 있을 거예요”

“그건 말에 불과하다구. 실제로는 그렇게 되는 게 아니라구”

 

 

 




“왜 안돼요? 노력해서 안되는 법이 어딨어요.

이치가 옳다면 그대로 실천하는 게 사람이죠”

“듣기 싫어. 그럼 나는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야, 뭐야?”

서문경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언성을 높이지는 않는다.

이병아도 한결 나긋나긋한 어조로 말을 잇는다.

“절대로 그런 뜻이 아니라, 말하자면 그렇다는 거죠.

 여보, 나를 위해서 나를 잊어주어요. 예?”

“뭐라구? 허허허...”

그만 서문경은 실소(失笑)을 해버린다.

나를 위해서 나를 잊어달라는 말이 묘하게 해학적(諧謔的)으로 들렸던 것이다.

마침내 서문경의 입에서 웃음이 흘러나오자,

이병아는 속으로 이제 됐구나 싶었다.

당장 이 자리에서 그의 양해를 받아낼 수는 없겠지만,

감정이 절반 이상 풀린 것 같으니 세월과 함께 차츰 자기를 잊어줄것만 같이 생각되었다.

어쩌면 그의 성격으로 보아 의외로 빨리 오냐, 알았다,

네까짓것 아니라도 얼마든지 여자가 있다구, 하고 단념을 해줄지도 모른다 싶기도 했다.

그래서 그녀는 이제 그런 말은 더 안하기로 했다.

자꾸 질질 끌면 오히려 역효과일 것 같았다.

그녀는 곧 말머리를 돌린다.

“저... 한가지 상의할 일이 있는데, 얘기해도 되겠어요?”

“뭔데?”

어투는 무뚝뚝하지만, 서문경의 표정은 부드러운 편이다.

“다름이 아니라, 저... 보물상자 말이에요, 그거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그 말에 서문경은 대번에 안색이 달라지며 내뱉는다.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

“돌려달라는 거야, 뭐야?”

“남남이 된 마당이니 상의해서 어떻게든 처리해야 되지 않겠어요?”

“남남이 됐다고 누가 그래? 혼자서 맘대로 결정하는거야? 나는 남남이 안되겠다구”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듯해서 이병아는 잠시 말이 없다.

그러자 서문경은 생각할수록 괘씸하다는 듯이 냅다 핏대를 세워 마구 뇌까린다.

“나를 배신하고 돌아선 주제에 뻔뻔스럽게 보물상자를 찾아가겠다고?

흥, 누구 맘대로... 이봐! 이병아! 그 보물상자가 네 거야? 네년 거냐 말이야?”

아까보다도 월등히 화가 나는 듯 서슴없이 ‘년’자까지 붙인다.

 

 

 

모살(謀殺) 27회 

 

 

“예? 뭐라구요? 그럼 누구 건가요? 당신거란 말이에요?”

이병아는 서문경의 어투가 험해지자, 바짝 긴장이 되며 대들듯이 말한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군. 그 보물상자는 네 첫 번째 남자 것 아니냐 말이야.

제 입으로 얘기했었잖아. 집안에 난리가 나는 바람에 그것을 훔쳐가지고 도망쳤다고...

그런데 어째서 그게 네년 것이냐 말이야. 그 남자 것이지”

이병아는 얼굴을 한 대 정통으로 얻어맞은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 말이 서문경의 입에서 나올 줄이야... 핑 현기증이 머리를 때려서

그녀는 그만 두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떨군다. 두 눈의 까만 속눈썹이 바르르 떤다.

“내가 보관하고 있다가 그 남자가 나타나면 줄 거라구”

“...”

“그 남자 이름이 뭐라 그랬지? 성은 양가지? 양 뭐라그러더라... 대답을 해봐.

내가 알고 있어야 나중에 그자가 자기 보물상자를 찾으러 나를 찾아오면 확실히

임잔지 아닌지 알 수가 있지”

마치 그럴 가능성이라도 있는 것처럼 서문경은 멀쩡한 얼굴을 하고 지껄인다.

이병아의 첫 번째 남편이었던 양세걸이 어떻게 보물상자가 서문경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서 찾아온단 말인가. 서문경의 ‘서’자도 모르는 사람인데...

그런 식으로 이병아의 등을 쳐서 보물상자를 깨끗이 자기 소유로 만들어버리려는

속셈인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보물상자뿐 아니라,

개축을 하다가 중단한 집까지도 고스란히 자기 것이 되고 만다.

이병아의 부탁을 받고 자기가 사는 양 집 대금을 자기 돈으로 치르고서 아직

그대금을 받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병아에게 지금 그 대금을 치를 돈이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그 집 대금도 실은 이병아로부터 받았던 화자허 석방 비용중에서 치르지 않았는가.

그러니까 결국 서문경은 자기 돈 한푼 안 들이고서 집과 보물상자를 한꺼번에 꿀꺽 삼킨 셈이다.

심장에 털이 무수히 돋아 난 서문경다운 수법이다.

“이름이 뭐냐 말이야? 왜 대답을 못해? 네 첫 번째 서방의 이름도 잊어먹었나?

같이 붙어살던 놈의 이름을 잊어먹는 년도 다 있나?”

그만 이병아는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서 버린다.

도저히 그 악의에 찬 폭언을 듣고 앉아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일이 다 끝났다 싶기도 했다.

마치 자기를 도둑년 취급을 하며 공갈조로 나오는 더러운 인간하고 더 무슨 말을 한단 말인가.

이병아는 그만,

“잘 먹고 잘 살아라!”

저주의 한마디를 내질러 주고는 후다닥 도망치듯 방문 쪽으로 향한다.

보물상자를 빼앗긴 데 대한 앙갚음인 셈이다.

‘년’이라는 말에 대한 분풀이로 ‘이놈아’라는 말까지 내뱉으려다가 그것은 그만두었다.

 

 

 

모살(謀殺) 28회 

 

 

 

 서문경이 가만히 있을 턱이 없다.

“뭣이 어째?”

 

 




냅다 고함을 지르며 벌떡 의자에서 일어난 그는 얼른 이병아를 뒤쫓아가서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는 그녀의 옷 뒷깃을 덥석 거머쥐고는 왈칵 낚아채듯

사정없이 잡아당겨 버린다.

이병아는 그만 방바닥에 뒤로 벌렁 나가떨어진다.

그 바람에 치마가 훌렁 걷혀 올라가며 두 다리의 맨살이 드러난다.

그런 경황중에도 서문경은 그녀의 치마 밑에서 잠깐 드러나보인 다리의

하얀 살결이 눈에 들어오자, 순간 눈빛이 야릇하게 빛난다.

머리 속을 짓궂은 욕망이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느끼며

그는 얼른 방문 고리를 걸어 버린다.

그리고 우뚝 서서 묘하게 번들거리는 눈을 부릅뜨고 그녀를 내려다본다.

육욕(肉慾)과 함께 미움의 감정도 뒤섞인 가학적(加虐的)인 시선이라고나 할까.

서문경은 천하의 호색가이면서도 아직까지 한 번도 여자를 강제로 짓이겨본 적은 없었다.

어떤 수법을 써서라도 여자가 스스로 무너지도록 했던 것이다.

이병아가 관원들에게 붙들려간 남편 화자허를 생각하며 지금까지 수없이 나누어오던

육체를 한사코 허락하지 않으려 했을때도 나체가 되어 다가드는 기발한 수법으로

기어이 그녀가 스스로 옷을 벗도록 했지, 힘으로 쓰러뜨리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녀를 한번 힘으로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에 서문경은

가슴이 조금 두근거리기까지 하며 짓궂은 미소가 코 언저리에 떠오르고 있었다.

겁탈을 하면 색다른 쾌감도 맛볼수 있을 것 같고,

또 괘씸하고 얄미운 그녀에 대한 기분좋은 분풀이가 될 것도 같았다.

장죽산이에게만 바치려는 몸뚱어리를 강제로 짓밟아주는 셈이니 말이다.

방바닥에 벌렁 나가떨어진 이병아는 곧 정신을 차리고서 몸을 일으키려다가

우뚝 서서 노려보는 서문경의 기분 나쁘게 이글거리는 야수 같은 눈초리 앞에

그만 기가 질린 듯 가만히 그대로 움직이질 않는다.

“오냐, 잘됐다. 자, 지금부터 내가 하라는대로 하라구. 만약 시키는대로 안하면 그때는 알지?”

서문경은 오른쪽 주먹을 불끈 쥐고, 쓰러져 있는 그녀를 향해 불쑥 내민다.

권법(拳法)을 좀 익힌 터이라, 주먹이 제법 견고해 보인다.

이병아는 겁에 질려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신다.

“옷을 벗어!”

나직하나 으스스한 것을 느끼게 하는 그런 목소리다.

이병아는 마치 고양이 앞의 쥐처럼 꼼짝을 않고,

두려움과 증오가 뒤섞인 그런 눈초리로 서문경을 쏘아본다.

서문경은 천천히 자기의 웃옷을 벗어 훌쩍 던져버린다.

“안 들려? 어서 옷을 벗으라니까!”

“......”

“안 벗을거야? 좋아, 그럼 내가 벗겨 주지”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서문경은 냅다 이병아에게로 달려든다.

 

 

 

모살(謀殺) 29회 

 

 

 

 “어머나, 왜 이래요!”

서문경이 달려들어 마구 옷을 벗기려하자,

 

이병아는 날카롭게 쏘아붙이며 벌떡 일어나려 한다.

 

그러나 일어날 수가 없다.

 

서문경이 재빨리 한쪽 팔로 그녀의 목을 휘감아 불끈 죄었던 것이다.

 

 




“으으윽-”

이병아는 목구멍이 메는 듯한 신음소리를 토하며 냅다 버둥거린다.

서문경은 나머지 한 손으로 그녀의 치마를 아무렇게나 걷어붙이고

그 속으로 손을 들이민다. 웃옷부터 차례로 벗기기가 어렵자,

 아랫도리의 속옷을 제거하고 그녀의 깊은 곳을 드러내려는 것이다.

그의 손이 자기의 깊숙한 데를 건드리며 속옷을 마구 잡아내리려 하자,

이병아는 바짝 사타구니를 움츠리며 몸부림친다.

몸매가 가냘픈 편이지만 필사적으로 저항을 하는 터이라,

서문경은 한손만으로는 그 일을 해내지 못한다.

그러자 그는 목을 감았던 팔을 풀고서 얼른 그만 그녀의 가슴을 눌러

그 위에 타고 앉아 버린다.

그녀의 아랫도리를 향해서 앉은 그는 궁둥이로 여자의 뭉클한 두 봉우리를

마구 짓누르며 두 손으로 속옷을 벗겨내려 한다.

“아이고- 나 죽네-”

유방을 짓눌린 이병아는 그만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내지른다.

그리고 냅다 두손으로 서문경의 옆구리를 마구 꼬집으며 힘껏 고개를 쳐들어

그의 엉덩이를 이빨로 사정없이 물어뜯어 버린다.

“으악-”

이번에는 서문경의 입에서 비명이 터진다.

이때 왕파는 가게에서 찾아온 손님 두 사람에게 차를 끓여 내다주고 있었다.

안방에서 서문경과 이병아가 무슨 말을 주고받고 있는지 가서 엿듣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으나 오늘따라 웬일로 아침나절인데 손님이 끊이질 않았던 것이다.

난데없이 안쪽에서 연달아 비명소리가 들려오자, 왕파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여자의 비명에 이어 곧 남자의 비명소리가 아닌가.

무슨 일이 일어난것만 같아 왕파는 두 손님 앞에 찻잔을 놓아주기가

바쁘게 얼른 안쪽으로 향했다.

두 손님도 무슨 일인가 싶은 듯 차를 마실 생각을 않고,

멀뚱히 안쪽으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왕파가 안방 문 앞에 이르자 방안에서

“아이고 아이고, 안돼! 안돼!”

질겁을하는 듯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가만있어. 이년아! 가만 못 있겠어?”

“안된다니까! 으음 으으음-”

아마 입을 틀어막힌 듯 여자가 신음을 하며 냅다 몸부림을 쳐대는 것 같다.

그러다가 잠깐 조용해지더니, 그만 여자가 남자의 어디를 어떻게 했는지,

“아이크! 으으으으...”

별안간 남자가 벌벌 떠는 듯한 소리를 내지른다.

 

 

 

모살(謀殺) 30회 

 

 

 

 왕파는 놀라 눈이 휘둥그래진다.

 

방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대뜸 짐작이 간다.

 

방문을 열까말까 망설인다.

서문경이 여자를 강제로 짓이기려 하고 있는 모양이니,

 

문을 열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서문경이 내지르는 소리가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아 무슨 변이

 

일어날 것만 같아서 가만히 있을 수도 없지 않은가 싶다.

 

 




왕파가 방문을 열려고 하는데,

마침 왈칵 문이 열리며 이병아가 정신없이 뛰어나온다.

머리가 헝클어지고, 옷 매무새가 흐트러진 그녀는 밖으로 뛰어나와

신을 신기가 무섭게 냅다 도망치듯 가게 쪽으로 달려나간다.

아랫도리만 벌거숭이가 된 서문경이 방바닥에 나가 뒹굴며,

“아으 아으, 으으으 으으으...”

입에 거품까지 물면서 신음을 하고 있다.

왕파는 보기에 무척 민망했으나, 얼른 방안으로 들어가,

“서문 어른, 서문 어른, 정신 차려요. 정신...”

하면서 그를 흔들어댄다.

그러나 서문경은 사타구니를 움켜쥔채 여전히 부들부들 떨면서 신음소리를 토한다.

“아이고 망할년, 불알을 잡아 훑은 모양이지. 쯧쯧쯧”

왕파는 혀를 차면서 얼른 밖으로 나가 주방으로 달려가서 찬물을 한 대야 떠가지고 온다.

그리고 수건을 그 물에 적셔서 서문경의 이마에 대주기도 하고,

입에서 비어져나오고 있는 거품을 닦아내기도 한다.

그러자 서문경은 깜짝깜짝 놀라면서 정신이 좀 차려지는 듯,

“물 물 물...”

하고 주둥이를 내민다.

왕파는 또 후다닥 달려나가 알맞게 식어있는 차를 큰 그릇에 가득 떠가지고 와서

서문경에게 먹인다.

벌컥벌컥 몇 모금 차를 마시고난 서문경은 여전히 사타구니를 움츠리며 신음을 한다.

그러나 조금 전보다는 신음소리가 현저히 부드러워진 느낌이다.

잠시 멀뚱히 서서 지켜보고 있던 왕파는 그제야 서문경의 벌거숭이가 된 아랫도리가

망측해서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벗어 던져진 옷을 주워서 두 다리에 꿰어 입혀준다.

옷을 입히면서 왕파는 망할년이 서문경의 어디를 어떻게 했는지 사타구니를 힐끗힐끗 살핀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다.

왕파는 무슨 흉측한 물건이라도 본 듯 잔뜩 이맛살을 찌푸린다.

그러나 두 눈에는 야릇한 윤기가 반질거린다.

“연장을 함부로 놀리다가 뜨거운 맛을 봤군 그래. 헤헤헤...”

재미있다는 듯이 속으로 중얼거리고는 히들히들 소리없이 웃기까지 한다.

잠시 후, 신음소리가 멎고, 방바닥에 그대로 잠들려 하는 서문경을

왕파가 흔들어 깨워서 일으킨다.

그리고 부축해 가지고 침상에 가서 눕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