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금병매(金甁梅)

금병매 (47) 이병아 부인 <26~30회>

오늘의 쉼터 2014. 6. 26. 18:46

금병매 (47)

 

 

 

이병아 부인 26회 

 

 

 

 침실로 들어선 서문경은 이병아를 침상에다가 반듯이 눕혔다.

 

그리고 자기는 침상에 다가선 채 그녀의 몸에서 엷은 분홍 빛깔의 잠옷을 벗겨 내려 했다.

그러자 이병아는,

 

 

“제가 벗을게요. 부끄러워요”

하면서 가만히 일어나 앉아 서문경에게 살짝 등을 돌리고서 옷을 벗기 시작한다.


그런 점도 역시 여느 여자들과는 좀 다르다는 생각이 서문경은 문득 든다.

지금까지 수많은 여자들을 겪어봤지만, 침상에서 옷을 벗기는데 부끄럽다고

마다한 여자는 처음인 것이다.

더러 쑥스러워서 몸을 약간 사리는 여자는 있었지만,

결국 다소곳이 내맡기가 일쑤였는데 말이다.

서문경은 그녀가 하는 대로 내맡겨두고 멀뚱히 서서 지켜보고 있다.

혹시 별로 성적 매력이 없는 그런 싱거운 여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한다.

여자가 너무 얌전하면 화끈하게 달라붙는 짜릿한 맛이 덜한 법이니까.

그럴 경우에는 처조카인 계저에게 했던 것처럼 사정없이 가학성(加虐性)을 발휘해서

정신이 얼얼해지도록 마구 짓이겨 주어야지 하고 생각한다.

엷은 허물 같은 잠옷이 스르르 벗겨져 나가고, 그녀의 하얀 맨살이 드러난다.

목덜미의 살결이 유난히 희고, 알맞게 살이 오른 등이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이 있어 보인다.

어깨로부터 겨드랑이로 흘러내린 미끈한 선은 허리께에서 약간 잘쑥하게 휘어졌다가

엉덩이로 동그스름하게 미끄러진다.

그 하얗고 방방한 엉덩이를 꿈틀거리며 그녀는 엷은 잠옷을 다리 아래로 밀어내려

깨끗이 벗겨낸다.

온통 아랫도리도 하얗게 드러난다.

“으음-”

서문경은 자기도 모르게 나직이 신음소리를 토하면서

그만 그녀에게 달려들어 뒤에서 불끈 안아버린다.

 두 손에 그녀의 풍만한 앞가슴이 물큰하게 잡힌다.

그 두 봉우리를 한손에 한 개씩 거머쥐고 뿌듯하게 힘을 주면서

서문경은 입을 그녀의 목덜미로 가져간다.

유난히 희고 어려 보이는 그 살결을 앞니로 자그시 한 번 문다.

“아야야, 어마나 히히히...”

그녀의 입에서 키들키들 야릇한 웃음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그녀도 자기의 유방을 불끈 거머쥐고 있는 서문경의 한쪽 손등으로

얼른 입을 가져가 자그시 물어준다.

남자의 욕정(欲情)에 대한 여자의 화답(和答)인 셈이다.

서문경은 속으로 호호, 이것 봐라... 싶었다.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결코 맛이 싱거운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대뜸 알 수가 있었던 것이다.

매우 성적 매력을 풍기는 그런 첫 반응이 아닌가 말이다.

그 방면에 이골이 난 서문경은 침상에서의 여자의 첫 반응만 보아도 대번에

그 몸뚱어리의 맛을 짐작할 수가 있는 것이었다.

 

 

 

이병아 부인 27회 

 

 

 

 아니나 다를까,

 

이병아는 짐작했던 대로 화끈한 매력이 풍기는 여자였다.

 

어딘지 모르게 정숙한 데가 있고, 부끄럼을 잘 타기도 하는 겉보기와는 달리

 

매우 적극적이고 남다른 데가 있었다.

그녀를 뒤로부터 불끈 안았던 팔을 풀고서 서문경도 훌렁훌렁 옷을 벗어던지고

 

전라(全裸)의 벌건 알몸이 되어 그녀의 하얀 알몸을 본격적으로 애무하기 시작하자,

 

그녀는 몸을 다소곳이 내맡기면서도 가만히 누워있질 않고 자기도

 

남자의 몸뚱어리를 어떻게든지 기분 좋게 건드리려고 애를 써댔다.

 

 

서문경의 뜨거운 입술이 앞가슴의 두 봉우리를 짓이겨 댈 때는 바짝 고개를 쳐들고서

그의 한쪽 귀를 입에 넣고 자근자근 씹었고, 그의 입술이 서서히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가자

두 손으로 그의 머리끄덩이를 불끈불끈 거머쥐기도 했으며,

잠시 후에는 야릇한 신음소리와 함께 상체를 약간 일으키고 고개를 곧장 뒤로 젖히면서

그의 머리 속을 북북 마구 긁어대기도 했다.

교대로 그녀가 서문경을 입술로 애무할 때 역시 여간 적극적이 아니었다.

입술과 함께 두 손도 잠시도 가만히 두질 않고 온몸을 더듬어 구석구석을 건드려댔다.

전희(前戱)가 끝나고, 서문경의 몸뚱어리가 정자세(正姿勢)로 덮여와서 서서히

 물결을 일으키기 시작했을 때는 그녀도 화답을 하듯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고,

그의 물결이 거세어지자 그녀 역시 파고(波高)를 높이며 거침없이 감미로우면서도

고통스러운 듯한 야릇한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그 신음소리도 여느 여자와는 좀 다른 데가 있었다.

비음(鼻音)이었다. 뜨겁게 달아오른 숨이 입을 통해서 쏟아져 나오는 것이 아니라,

코를 통해서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일부러 그러는지, 이를 악무느라 그러는지 입은 약간 삐딱해지도록 꾹 다물고 있었다.

춘매는 울었고, 계저는 웃었었다.

그런데 이병아는 야릇한 코맹맹이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닌가.

마치 심한 축농증을 앓고 있는 사람 같았다.

평소에는 전혀 그런 음성이 아닌데도 말이다.

서문경은 속으로 가지가지군,

싶으며 뜨겁게 헐떡이면서도 히죽히죽 웃기도 했다.

그리고 그녀는 물결이 절정을 향해 마구 치닫고 있을 때는

서문경의 허리를 안은 손의 열 개의 손톱을 날카롭게 세워가지고

그것으로 그의 살을 사정없이 콱콱 찍어 눌렀다.

서문경은 마침내 무너지는 듯한 신음소리를 토했는데,

그것이 절정에 이른 쾌감과 허리의 살점에 박혀든

손톱의 통증이 묘하게 뒤섞여 터져 나온 소리여서 한결 야릇하게 침실에 울렸다.

침실 바깥 골마루에 웅크리고 서서 아까부터 창틈으로 두 사람의 정사를

엿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수춘이었다.

  

 

 

이병아 부인 28회 

 

 

 

 자기 방으로 가서 잠자리에 들었으나 수춘이는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마님과 서문 대관인이 둘이서 그 짓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엿보고 싶은 호기심 때문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직 어린 티가 가시지 않았지만,

 

수춘이는 나이가 열다섯이라 알 것은 거의 다 알고 있었다.

 

 

바깥주인이 집에 안 들어오는 밤에 서문 대관인을 담을 넘어오도록 한 것은 둘이서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인지 뻔했다.

그러나 남편이 있는 마님이 외간남자와 정말 그 짓을 저지르는 것인지,

그래도 되는 건지 놀랍기만 했고,

그 광경을 직접 자기 눈으로 확인하고 싶기도 했던 것이다.

수춘이는 아직 남자와 여자가 그 짓을 어떻게 하는지 본 일도 없고,

겪은 일도 없는 터이라 한층 호기심이 더했다.

주인 내외가 동침하는 것은 감히 엿볼 생각을 못하던 수춘이가 마님이

외간남자와 그 짓을 하게 되자 이상하게도 바짝 호기심이 고개를 쳐든 것은

말하자면 불륜(不倫)의 관계에 대한 반발심리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침상에서 내려와 가만히 방문을 열고 나간 수춘이는 발자국 소리를 죽여

마님의 침실 창가로 가서 그림자처럼 붙어 섰던 것이다.

“여보, 나 어때요?”

“아주 그만이야. 정말 좋다구”

“그래요? 호호호.. 당신도 정말 남자 중의 남자라구요.

 놀랬지 뭐예요. 당신 같은 멋있는 남자 처음이에요”

“그래? 화자허가 시원찮은 모양이지?”

“그이도 상당하지만, 당신한테 비하면 어림도 없다구요”

“본래 남자들이란 자기 마누라한테는 별로 열을 안 올리는 법이니까”

“어머, 그래요? 그럼 당신도 부인들한테는 별론가요?”

“글쎄... 허허허... 좌우간 남의 것이 좋으니까”

“남자들이란 순 도둑놈이지 뭐예요”

“맞어. 순 도둑놈이라구”

“호호호...”

“허허허...”

두 사람의 웃는 소리가 들려온다.

수춘이는 바짝 더 귀를 창문 틈에다가 갖다댄다.

“여보”

“응?”

“난 이제 당신 없인 못살 것 같애요. 어쩌죠?”

“나도 당신 없인 못살 것 같애”

“그게 정말이에요?”

“정말이라니까”

“어머나, 좋아. 여보, 나 못견디겠어”

두 사람이 다시 뒤엉기는 기척이 나자 수춘이는 침을 한 덩어리 가만히 삼키고는

귀 대신 눈을 창틈으로 가져간다.

서문경과 이병아는 틈틈이 국화주로 목을 축여가며 밤을 새워 실컷 즐겼다.

그리고 새벽녘이 되자 서문경은 서둘러 담을 넘어서 돌아갔고,

이병아는 담 밑에서 배웅을 하고는 사다리를 치워버렸다.

 

 

 

이병아 부인 29회 

 

 

 

 그 뒤로 화자허가 집을 비우는 날 밤엔 으레 이병아는 수춘이로 하여금 호두나무에

 

등불을 달도록 했고, 그 등불을 보고 서문경은 담을 넘어 이병아를 찾아가곤 했다.

그런 사실을 누구보다도 먼저 눈치챈 것은 반금련이었다.

 

다른 네 부인들은 서문경이 밤으로 으레 반금련의 방에서 자려니 하고

 

남편의 거취에 대해서 관심을 갖지 않았으나,

 

반금련은 거의 매일 밤 자기 방에 와서 자던 남편이 요즘은 곧잘 거를 뿐 아니라,

 

자러 오더라도 으레 삼경이 되어 북소리가 울리고 난 뒤 한참 있다가 어슬렁어슬렁

 

나타나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번은 왜 전과 달리 매일 밤 북소리가 울린 뒤에 주무시러 오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서문경은 아내란 모름지기 남편이 하는 대로 따르면 되는 것이지

무슨 그런 잔소리를 하여 드느냐고 역정을 내며 말을 받아주지 않았다.

서문경의 성깔을 잘 아는 금련은 속으로는 몹시 못마땅했으나,

다소곳이 참는 도리밖에 없었다.

어느 날 밤 북소리가 울린 뒤 한참 기다려도 서문경이 나타나지 않자

금련은 가만히 창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보았다.

도대체 이양반이 다른 마누라한테 자러 갔는지,

아니면 혼자서 잠들어 버렸는지 궁금해서였다.

하품을 하면서 서문경의 거처 쪽으로 회랑을 가만가만 걸어가던 금련은,

“아니 저게 뭐야?”

주춤 걸음을 멈추었다.

담 너머 화자허네 집 호두나무에 웬 등불이 하나 걸려 있었던 것이다.

금련은 혹시 그 집에 초상이라도 났는가 싶었다.

그러나 초상 때 내거는 등불과는 달랐다.

등이 다를 뿐 아니라, 초상이라면 대문간에다가 걸지,

저렇게 정원의 나뭇가지에 걸 턱이 없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도대체 한밤중에 무슨 등불인가 싶어 바라보고 있는데,

웬 검은 그림자가 나뭇가지를 잡고 담벼락을 재빨리 기어오르질 않는가.

“어머나”

하마터면 금련의 입에서 놀라는 소리가 크게 터져 나올 뻔했다.

그러나 그 소리는 입안으로 잦아들었다.

무서움 때문이었다.

순간적으로 도둑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담 위에 오른 검은 그림자를 보니 뜻밖에도 서문경의 모습 같아서,

“아니...”

이번에는 두 눈이 휘둥그래지고 만다.

달은 없었다.

그러나 별이 총총해서 어렴풋이나마 사람의 형태를 헤아려 볼 수가 있었다.

담 너머에 사다리라도 놓여있는 듯 천천히 내려가는 모습 역시 틀림없는

서문경인 듯했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금련은 입이 딱 벌어진채 좀처럼 닫혀지지가 않는다.

그녀는 잰걸음을 쳐서 서문경의 방으로 가보았다.

불이 꺼져 있었다.

혹시 자고 있는지도 몰라서 조심스레 방문을 당겨보니 사르르 열렸다.

 

 

 

이병아 부인 30회 

 

 

 

 방문이 안으로 걸려있지 않은 걸 보니 서문경이 방안에 없는 게 틀림없었다.

서문경의 거처는 세 개의 방으로 되어 있었다.

 

거실과 침실, 그리고 응접실이 딸려 있었다.

 

금련은 마음 놓고 거실로 들어서서 불을 켠 다음 침실과 응접실까지 살펴보았다.

어디에도 서문경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흠, 무슨 일인지 알았다구. 드디어 이양반이 이병아까지...”

금련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새삼스럽게 놀랐다는 듯이 두 눈을 휘둥그레 가지고

혀를 살래살래 내두른다.

거실의 불을 끄고, 가만히 밖으로 나간 금련은 서문경이 넘어간 담 저쪽에

시커멓게 솟구쳐있는 호두나무를 살펴본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전까지 걸려있던 등불이 보이지가 않는다.

“그렇구나. 어머나- 그것이 신호였구나”

금련은 또 한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어 입이 딱 벌어진다.

이튿날 밤, 잠자리에서 서문경과 일회전을 기분 좋게 끝내고 금련은

남편의 가슴패기를 슬슬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입을 열었다.

“여보”

“응?”

“나 뭐 한 가지 당신한테 물어볼게 있는데, 물어봐도 괜찮죠? 화내지 말아요, 응?”

“응, 뭔데? 물어보라구”

“저... 당신 어젯밤에 어디 갔었어요?”

“어디 가다니...”

“시치미 떼지 마시고 말해 봐요. 다 알고 있으니까요”

사지를 내던지듯이 하고 반듯이 늘어져 누워있던 서문경은

그 말에 금련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그녀의 표정을 가만히 눈여겨본다.

정말 눈치를 챈 게 아닌가 싶어 슬그머니 긴장이 된다.

다른 여자를 건드렸다면 눈치를 채거나 말거나 아무 상관없는 일인데

친구인, 화자허의 아내와 내통을 했으니

아무리 반금련이지만 알아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조금 망설이다가 서문경은

역시 서문경이답게 예사로 능청스럽게 되묻는다.

“다 알다니 뭘 안다는 거야? 어디 말해 보라구”

그런 질문을 꺼낸 금련이 오히려 좀 망설여진다.

그러나 그녀도 기왕에 말을 꺼냈는데 그냥 어물어물 넘길 수도 없어서 되도록

그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애써 웃음을 섞어가며 말한다.

“당신 어젯밤에 담을 넘어가는데 보니까 아주 몸이 가볍던데요.

난 처음엔 도둑인줄 알았지 뭐예요”  

“봤군”

“언제 그렇게 담 넘어가는 재주를 배웠어요?”

“허허허...”

그만 서문경은 웃음을 터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