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금병매(金甁梅)

금병매 (29)하녀 춘매 <16~20회>

오늘의 쉼터 2014. 6. 25. 17:20

 

금병매 (29) 

 

 

 

하녀 춘매 16회 

 

 

 “춘매가 우는 여자더라니까”

서문경의 말에 금련은 여전히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수 없다는 그런 표정을 짓는다.


 

 

“우는 여자라니요?”

“아직 모르는 모양이군. 당신 말이야

그 일을 하면서 우는 여자가 있다는 말 들어본적 없어?”

“울어요? 왜 울까. 그런여자가 있대요?”

금련도 아주 드물게 정사 때에 우는 여자가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었으나,

모르는 척 시치미를 뗀다.

“나도 말이야 그런 여자가 있다는 말만 들었지,

실제로 경험해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구. 춘매가 바로 그런 여자라니 놀랬지 뭐야”

“우는 것이 좋은 거예요?”

“좋고 말고”

“왜 좋아요? 기분 좋은 일을 하면서 울다니 재수 없잖아요. 좋을 게 뭐 있어요”

“안 그렇다구. 물론 모든 여자가 다 운다면 좋을 것도 아무 것도 없지.

흔해빠진 일이 뭐 그리 대단하겠어.

극히 드물게, 아마 만 명에 한 사람정도 있을까 말까 한 그런 희귀한 일이니까

희한하고 좋을 수밖에. 말하자면 희소가치인 셈이지”

“희소가치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이 바보야, 아주 드문 것이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는 말이라구”

금련은 자기의 무식이 드러나는 바람에 살짝 얼굴을 붉힌다.

그러나 재빨리 표정을 가다듬으며 묻는다.

“왜 운다는 거에요? 고통스러워서요?”

“고통스러워서 우는 것이 아니라,

기분 좋아서 우는거지.

 고통스러워서 운다면 그런 여자가 뭐 좋겠어.

기분이 너무 좋아서 우니까 희한한 거지.”

“춘매가 그래 기분이 너무 좋아서 울었단 말이에요?”

“응, 처음에는 나도 왜 우는가 싶었는데,

우는 소리가 다르더라구.

그래서 속으로 야, 이것 봐라, 싶으면서도 시치미를 떼고 물어봤지.

왜 우느냐고”

“그랬더니 기분이 좋아서 운다고 대답해요?”

“처음에는 그렇게 대답하질 않고 몰라요, 몰라요, 하더니

 나중에 끝나고 나서 그러잖아.

너무 기분이 조아서 울었다고.”

그 말에 금련은 그만 흥! 코방귀를 뀌어 버린다.

“왜? 거짓말인 줄 알아?”

“숫처녀였다면서요?

숫처녀가 처음으로 남자와 관계를 하면서 너무 기분이 좋다니 말도 안되는 소리에요.

첫 경험 때는 그저 두려움과 고통뿐이더라구요”

“당신하고 춘매는 다른모양이지”

“여자는 다 똑같지, 왜달라요”

“당신은 기분이 좋아서 소리를 지르지만 춘매는 울잖아.

그것부터 다르잖아.

 여자라고 다 똑같은 것은 아닐거야”

 

 

하녀 춘매 17회 

 

 

 

 “춘매 고것이 보통내기가 아닌 모양인데...

 

처음으로 남자를 알면서부터 대번에 그렇게 기분이 좋다면... 참 별일이네”

금련은 그 아직 어린 것이 겉으로 보기와는 달리 아주 요물(妖物)이로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혼자 중얼거리듯 말했다.

 

기분이 좋아서 우는 것부터가 요물이 아니고 무엇인가 싶었다.

 

“뭐 별일이야. 천차만별, 똑같은 여자는 하나도 없다구”

서문경의 말에 금련은 여전히 시치미를 떼고 불쑥 묻는다.

“도대체 어떻게 울어요?

기분이 좋은 울음은 어떤 것일까...”

“뭐라고 설명하기가 어렵다구.

울기는 우는데 말이야 서럽거나 분해서 우는 울음과는 판이하더라구.

흐느끼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 그런 울음이지.

말하자면 꿈을 꾸면서 꿈 속에서 우는 것 같은 울음이더라니까.

몽롱하면서도 달짝지근한 그런 울음 말이야.”

“달짝지근한 울음이라고요?

하하하... 그런 울음도 있나요? 한번 들어봤으면 좋겟네”

서문경은 히죽 웃으며 서슴없이 말한다.

“좋지, 한 번 들어보라구. 희한할 거야”

금련은 몹시 재미있는 일이 생겼다는 듯이 눈빛까지 반질반질 생기를 띤다.

“그래요, 한 번 들어볼께요. 언제가 좋을까요?”

금련은 몹시 재미있는 일이 생겼다는 듯이 눈빛까지 반질반질 생기를 띤다.

“며칠 뒤에...”

“웬 일이요, 당신이?”

“더울 때는 쉬는 날도 있어야 될거 아냐”

“호호호...”

거의 매일밤 혼자 자는 일이 없는 서문경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자

금련은 물개도 별 수 없군 싶었다.

금련은 서문경을 물개에 비유하고 있었다.

물개의 정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지만,

서문경도 늘 대단하구나 싶었던 것이다.

이틀 뒤에 서문경은 금련에게 오늘밤 자리를 비키도록 하라고 일렀다.

이번에는 오후가 아니라 밤이었다.

말하자면 본격적으로 일을 펼치려는 것이었다.

“좋아요. 낮보다 밤이 좋다구요.

그 대신 침실에 불을 끄지 마세요.

바깥에서 잘 보이도록. 춘매의 우는 소리만 들을 게 아니라,

당신의 당당한 모습도 구경하고 싶다구요.

당신이 그랬잖아요.

남이 보아주는 것도 기분좋은 일이라고”

금련의 말에,

“허허허... 그러라구. 좋지 좋아”

서문경은 매우 기분이 좋은 듯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서문경의 모습을 보고 금련은 문득 저이가 혹시 변태(變態)가 아닌가 싶었다.

그날 저녁 금련은 춘매에게 옥루 형님한테 놀러 간다고 말하고서 방을 나섰다.

그러나 그녀는 맹옥루의 거처로 가질 않고, 아무도 모르게 정원으로 내려서서

꽃나무 덤불 속에 몸을 숨기고 자기의 거처를 빤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이 펼치는 수작을 처음부터 자세히 보고 싶었던 것이다.

 

 

하녀 춘매 18회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서 별빛 하나 볼 수가 없었다.

 

곧 비라도 내릴 듯 후텁지근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금련은 호기심에 눈을 반질거리며 서문경의 모습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어디선지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금련은 벌써 귀뚜라미가 우는 걸 보니 가을도 멀지 않았구나 싶었다.

반딧불 두 개가 날아와서 머리 위를 스치듯 지나갔다.

반딧불을 보면 언제나 신기하고 즐거웠다.

“어머, 저 반딧불...”

혼자서 미소를 짓고 있는데,

저쪽 회랑을 꺽어돌아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서문경의 모습이 보였다.

방마다 불이 켜져 있어서 회랑도 제법 훤했다.

서문경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금련은 공연히 조금 목을 움츠렸다.

그럴 필요가 없는데 말이다.

그의 동의를 얻어서,

 다시 말하면 둘이 공모를 하여 일을 진행시키고 있는 터인데도

정원의 꽃나무 덤불 속에 숨어서 처음부터 엿보고 있는 게

어쩐지 떳떳치 못한 것 같았던 것이다.

서문경은 춘매의 방 앞에 걸음을 멈추었다.

춘매에게 뭐라고 말을 건네는 듯 햇으나,

그 소리는 자세히 들리지가 않았다.

곧 춘매가 방을 나오고 있는 게 보였다.

서문경이 춘매의 한쪽 손을 잡고 거실로 들어가고 있었다.

두 사람의 모습이 방안으로 사라지자

금련은 꽃나무 덤불 속에서 나와 살금살금 걸음을 옮겨 저쪽으로 돌아서 회랑으로 올라섰다.

그리고 발자국 소리가 안나게 가만가만 거실 문께로 다가갔다.

거실 문 옆에 딱 붙어선 금련은 숨을 죽이고 방안의 동정에 귀를 기울였다.

아무리 서문경과 공모를 한 일이라고는 하지만 춘매가 눈치를 채서는 안되니 조심스러웠다.

만약 엿보고 있다는 것을 춘매가 알아챈다면 몸종으로서

그 주인에게 미안해서라도 제대로 정사에 응할 수가 없을 것이다.

주눅이 들기도 할 것이고 말이다.

“어머, 마님이 돌아오시면 어쩔려고요”

“괜찮아. 곧 돌아오지 않는다구. 걱정말라구”

서문경과 춘매의 주고받는 말소리가 들린다.

아마 서문경이 춘매를 이끌고 침실로 들어가는 모양이다.

금련은 살짝 얼굴을 내밀어 방안을 엿본다.

과연 둘이 다정하게 침실로 들어가고 있질 않은가.

“그럼 오늘밤도 주인어른께서 마나님을 그쪽으로 보내신 거예요?”

“물론이지”

“어머나, 그러면 마나님도 알고 계신단 말이예요?

주인어른하고 저하고 이런다는 걸...”

“그것까지는 모를껄...”

그 말에 금련은 콧등을 찡긋하면서 웃는다.

저 양반 좌우간 엉큼한 것 알아줘야 돼, 하고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하녀 춘매 19회 

 

 

 

 침상 가까이에 가서 멈추어선 춘매는 고운 눈매로서 서문경을 힐끗 바라본다.

“어서 옷을 벗고 침상에 오르라구”



 

 

“싫어요.”

“싫다니?”

대답 대신 춘매는 양쪽 팔을 살짝 벌리며 한 걸음 서문경 앞으로 바짝 다가선다.

“응, 그래”

무슨 뜻인지 알았다는 듯이 서문경은 얼른 춘매를 두 팔로 안아서

번쩍 옆으로 들어올려 침상 위에 눕힌다.

전번에 한대로 해달라는 그 열여섯 살짜리다운 투정이 귀여워서

한쪽 볼에 살짝 입맞춤을 한다.

그리고 옷도 자기 손으로 벗기려고 윗도리에 손을 가져간다.

“휘장을 닫으시라구요.”

“괜찮다구. 뭐 누가 보나?”

서문경은 금련과의 약속이 있는 터라 바깥에서 훤히 보이도록 휘장을 닫으려 하지 않는다.

“싫어요. 부끄럽단 말이에요. 닫아줘요”

“허 참, 안 닫아도 괜찮다는데...”

“그럼 저는 기분이 안 난단 말이에요. 불안해서”

“그렇다면 안 되지. 기분이 안 나면 큰일이고 말고. 도리없군”

서문경은 마지 못하는 듯 휘장을 가린다.

그리고 힐끗 바깥쪽을 한번 바라본다.

금련이 엿보고 있는지 어떤지 궁금한 모양이다.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엿보고 있던 금련은 얼른 얼굴을 숨겨 버린다.

다 얘기가 돼 있기는 하지만, 서문경과 눈길이 마주치려 하자

어쩐지 쑥스러워서 자기도 모르게 시선이 거두어졌던 것이다.

곧 다시 그녀는 얼굴을 내밀고 그들의 수작을 엿본다.

서문경이 춘매의 옷을 벗겨내는 게 보인다.

휘장을 가리기는 했지만,

방안에 불이 훤하게 켜져 있어서 어렴풋이 비쳐 보인다.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는 것보다 휘장 너머로 약간 희미하게 흐려져 보이는 편이

오히려 아름답게 느껴진다.

춘매의 옷을 다 벗기고 난 서문경은 이번에는 자기 옷을 훌렁훌렁 벗어 던진다.

“불을 꺼요”

춘매가 말한다.

“불을 끄다니, 그럼 깜깜하잖아”

“깜깜하면 어때요. 훤하니까 어쩐지 부끄럽단 말이에요”

“전번엔 대낮에 그랬잖아.”

“그때는 낮이니까 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밤이니까 불을 끌 수 있잖아요.”

그러자 서문경은 볼멘소리로 딱 자르듯이 말한다.

“안돼. 불을 끄면 나는 도무지 기분이 안 난다구. 휘장을 쳤으면 됐잖아.”

“...”

“기분은 혼자서만 나서는 되는 게 아니라구. 둘이 같이 기분이 나야지. 안그래?”

“예, 좋아요”

춘매는 수긋해진다.

 

 

 

하녀 춘매 20회 

 

 

 

 연한 갈색의 몸뚱어리가 하얀 몸뚱어리로 다가드는 게 휘장 너머로 희미하게 비쳐 보인다.

 

몸뚱어리가 몸뚱어리를 위로부터 아래로 서서히 애무해 내려간다.

 

감미로운 교성이 하얀 몸뚱어리에서 흘러나온다.

아래로 내려갔던 연한 갈색의 몸뚱어리가 이번에는 하얀 몸뚱어리 위에 포개어진다.

 

그리고 가만가만 물결치기 시작한다.

 

감미로운 교성이 한결 짙어진다.


 

 

엿보고 있던 금련은 꿀꺽 뜨거운 침을 한 덩어리 삼킨다.

마치 온몸에 야릇한 전류가 짜릿하고 후끈하게 퍼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잠시 후 감미롭던 교성이 묘하게도 흑흑 흐느끼는듯하더니 그만 울음으로 바뀐다.

“어머, 어머”

금련은 절로 눈이 휘둥그래진다.

정말 희한한 일이다.

분명히 울고 있다.

그러나 그 울음소리가 설움이나 고통에서 나오는 보통 울음과는 어딘지 모르게 판이하다.

꿈을 꾸면서 우는 것 같기도 하고, 쾌감과 환희가 줄줄줄 녹아 울음이 되어

흐르는 것도 같은 그런 묘한 소리다.

참 별일도 다 보겠다 싶어 그만 금련은 자기도 모르게 살그미 거실로 들어선다.

마치 그 야릇한 울음소리에 이끌리기라도 하는 듯,

그러나 발자국 소리가 나지 않게 살금살금 침실 쪽으로 다가간다.

서문경의 입이 춘매의 한족 귀를 자근자근 애무하고 있어서

그녀의 얼굴이 저쪽으로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금련은 침실 문 한가운데에 그림자처럼 가만히 멈추어 선다.

인기척을 느낀 듯 서문경이 살짝 돌아본다.

눈과 눈이 마주친다.

쑥스러운 듯 그러면서도 재미있기도 한 것 같은 묘한 미소가 서문경의 얼굴에 떠오른다.

서문경은 얼른 시선을 돌리고, 더욱 격렬하게 물결을 일으킨다.

가만히 지켜보고 섰던 금련은 그만 훌렁훌렁 옷을 벗어 던진다.

순식간에 알몸이 된 그녀는 서슴없이 침상으로 다가간다.

활짝 휘장을 걷어붙이고 침상으로 기어오르려한다.

“어머나!”

춘매가 놀라 냅다 비명을 지른다.

“아니, 당신 왜 이러는 거야?”

서문경도 휘둥그래진 눈으로 금련을 바라본다.

“몰라요 나도 모르겠어요. 모르겠다니까요”

그러면서 금련은 침상으로 기어오르고 만다.

“그래, 좋아. 헛헛허 헛헛허...”

서문경은 뭣이 그렇게 좋은지 냅다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그때 바깥에서 좍- 소리가 난다.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 모양이다.

번쩍 번쩍 번개도 친다.

뒤이어 쾅! 콰쾅! 우르르 우르르- 우뢰 소리가 진동한다.

좍-좍-좍- 장대비가 마구 퍼붓는다.

마치 밤하늘이 격노(激怒)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