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금병매(金甁梅)

금병매 (9) 색한서문경 <16~20회>

오늘의 쉼터 2014. 6. 23. 11:53

 

금병매 (9)

 

 

제2장 색한서문경 16회 

 

 

 

 봄날 오후의 햇살이 한쪽 창에 와서 살짝 걸쳐 있었다.

 

창 밖으로 흐드러지게 핀 복사꽃이 분홍빛 구름 송이처럼 둥실 떠있는 게 보였다.

“아, 꽃이 곱군요”


 

 

술이 거나해진 서문경이 감탄조로 말한다.

“정말 곱네요”

금련이 창 쪽으로 얼굴을 돌리며 맞장구를 친다.

“반금련씨, 지금 봄이죠?”

“호호호....봄이지요”

“우리는 봄에 이렇게 단둘이 만났군요. 이것을 우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까?“

“글쎄요”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인연이에요.

인연. 눈에 보이지 않는 인연의 끈이 우리 두 사람을 연결하고 있었던 거예요.

 나는 금련씨를 처음 만났을 때 첫눈에 그것을 느꼈어요.

저 사람은 내 사람이구나 하고 말이에요.

결코 바람이 그때 우연히 불었던 게 아닙니다.

인연의 끈을 잡아당겨 우리 두 사람을 바짝 가까워지게 하려고 불어 왔던 거예요.

그래서 발이 펄럭거려 내 두건을 떨어뜨렸던 겁니다. 알겠어요?”

술기운이 흔흔하게 번져서 눈언저리가 발그레 물든 금련은

서문경의 인연설(因緣說)에 넋을 빼앗긴 듯 아련한 눈길로 말없이 바라보고만 있다.

“저 사람은 내 사람”이라는 말은 가슴을 야릇하게 두근거리게 한다.

“그리고 오늘 이렇게 금련씨가 내 옷을 짓게 된 것도 다 인연의 소치예요.

우연히 아닙니다. 아까 아침에 내 품을 잰 것도 말입니다”

서문경은 의자를 살짝 뒤로 밀며 일어서서 두어 걸음 여자 쪽으로 다가간다.

“금련씨, 자 당신도 일어서세요. 이번에는 내가 당신의 품을 잴 차례니까요”

서문경의 입에서 거침없이 “당신”이라는 말이 튀어나오자

금련은 얼굴이 한결 붉어 오른다.

“내 품을 재다니, 뭘 하시게요?”

“뭣을 하든 그건 나한테 맡기고 자, 일어서라니까요”

마치 서문경의 최면술에라도 걸린 듯 금련은 다소곳이 일어선다.

“두 팔을 들어요”

시키는 대로 두 팔을 들어올린다.

서문경은 바싹 다가들어 그녀의 가슴둘레로 두 팔을 돌려서

지그시 끌어당겨 불끈 안아버린다.

“어머, 이게 품재는 건가요?”

“반금련, 인제 너는 내꺼야. 맞지?"

거침 없는 반말이다

“이러시면 안돼요. 난 임자가 있는 몸이란 말이에요”

열기를 머금은 서문경의 입김을 피하려고 금련은 고개를 뒤로 젖혀 살짝 돌린다.

“나는 임자 있는 여자를 더 좋아한다구. 알겠어?”

서문경의 두툼한 입술이 그녀의 얼굴로 다가간다.

 

 

색한서문경 17회 

 

 

 

 비록 세 번째 대면이고, 또 주기도 혼혼하게 온몸을 돌고 있기는 했으나,

 

금련은 생소한 남자의 입술이 다가오자 무의식중에 그것을 피하려고 고개를 더 돌렸다.

 

싫어서라기보다도 여자의 방어본능인 셈이었다.


서문경의 입술 앞에 그녀의 한쪽 귀가 칠흑 같은 머릿속에서 하얀 버섯처럼 내다보였다.

 

서슴없이 서문경은 그 귀를 입안에 넣는다.

 

야들야들하고 미끈미끈하기도 한 귀불을 자근자근 이빨로 애무를 하자,


 

 

“어머어머, 싫어요. 싫어...”

그녀의 입에서 감미로운 탄성이 나직이 흘러나온다.

 싫다면서도 결코 싫은 목소리가 아니다.

잠시 후 서문경은 입안에서 귀를 살며시 밀어내고,

한쪽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돌려 덥석 입술을 입술로 덮쳐 버린다.

“아으.....”

그녀는 간드러지는 듯한 신음소리와 함께 사르르 두 눈을 감으면서 다소곳이

남자의 입술을 받아들인다.

서문경은 그녀의 입술과 혀가 너무나 부드러운데 놀란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여자들과 입맞춤을 해봤지만,

이렇게 연하고 미끌미끌하게 휘감겨 오기는 처음이다.

절로 서문경도 가슴 속으로부터 뜨거운 숨이 훅 솟구치면서 신음소리가 울려나온다.

여자의 입안의 것만이 휘감기는 게 아니다.

 어느 결에 그녀도 두 팔을 들어 서문경의 목을 휘감아 안았다.

뜨겁고 감미로운 입맞춤이 계속되는 동안

서문경의 한쪽 손은 서서히 여자의 허리를 타고 내려가 반반한 엉덩이에 가서 멎었다.

그리고 슬슬 어루만진다.

옷 위로 감촉되는 엉덩이 살이지만 부드러우면서도 피둥피둥한 탄력이 그저 그만이다.

반반한 엉덩이를 애무하던 손이 치맛자락을 걷어 올려 다리의 맨살에 가서 닿는다.

“어머나, 안돼요. 왕파가 곧 온단 말이에요”

금련이 번쩍 정신이 드는 듯 입술을 떼면서 고개를 내젓는다.

“걱정 말라구. 왕파는 안 온다구”

“안 오다니요. 술 사가지고 돌아올 때가 됐단 말이에요”

“이런 바보”

“왜요?”

“왕파가 진짜로 술을 사러 갔을 것 같애?”

“그럼...?”

“자리를 비켜준 거라구. 알겠어? 이 바보. 귀여운 바보”

“어머나, 엉큼해라”

금련이 놀랐다는 듯이 헬끗 요염하게 눈을 흘긴다

“당신을 내것으로 만들려고 그러는 것이지 뭐. 당신이 너무 좋다구. 정말이야”

서문경은 그만 그녀를 번쩍 들어다가 침상으로 가서 눕힌다.

 

 

색한서문경 18회 

 

 

 

 벗으라구”

부드러운 명령조다.

 

 

 

금련의 발그레 열이 오른 얼굴에 살짝 수줍은 기색이 떠오른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요?”

“허허, 그게 무슨 소리야? 되고 안되고가 어디 있어? 어서 벗으라구”

그러면서 서문경은 자기의 웃옷을 훌렁 벗어 던진다.

“난 몰라요”

금련은 얼른 저쪽으로 돌아누워 버린다.

그렇다고 결코 싫은 눈치가 아니다. 그것도 일종의 여자의 방어 본능인 셈이다.

벗으라면 순순히 홀랑홀랑 벗는 여자보다 그런 점이 월등히 매력적이다.

서문경은 뜨거운 침을 한 덩어리 꿀컥 삼킨다.

그렇다면 내가 벗겨주지 생각하며 침상으로 올라가 그녀 곁에 다가 앉는다.

돌아누운 금련의 몸이 새우처럼 오므라든다.

그 바짝 오므라져 굳어진 몸뚱어리를 지그시 힘을 주어 반듯하게 눕힌다.

그리고 윗옷부터 벗겨낸다.

“어머, 어쩌나. 나 몰라. 몰라...”

들릴 듯 말 듯 중얼거리면서도 금련은 이제 다소곳이 내맡기고 있다.

알맹이를 꺼내기 위해서 껍질을 벗기듯 한 꺼풀 한 꺼풀 차례차례 걷어낸다.

 마침내 하얀 알몸이 드러난다.

금련은 숨을 색색거리며 가만히 눈을 감은 채 꼼짝도 하지 않는다.

서문경은 그녀의 전라(全裸)의 몸뚱어리를 황홀한 듯이 내려다본다.

그러다가 훅훅- 더운 숨을 불어내며 이번에는 자기의 껍질을 훌렁훌렁 벗겨낸다.

마침내 그도 벌건 알몸이 된다.

남자의 알몸이 여자의 알몸 곁으로 바싹 다가가 눕는다.

여자의 알몸이 남자의 알몸을 피하듯 또 가만히 저쪽으로 돌아눕는다.

남자의 알몸이 돌아누운 여자의 알몸을 뒤에서 뿌듯하게 끌어안는다.

알몸이 알몸을 애무하기 시작한다.

잠시 후 두 알몸이 하나로 휘감긴다.

감미로운 신음소리가 침상에서 흘러내려 방바닥으로 깔린다.

여자의 알몸을 활짝 열어젖히고 남자의 알몸이 그 위로 무너진다.

방안 공기가 물결치기 시작한다. 그 물결이 차츰 거세어진다.

여자의 몽롱한 눈에 창문 밖의 복사꽃 구름송이가 비친다.

그 분홍빛 구름송이가 일렁일렁 흔들린다.

황홀감에 젖은 여자의 눈이 차츰 초점을 잃어 간다.

마침내 여자가 이맛살을 야릇하게 찡그리며 입을 딱 벌린다.

 잠시 후 남자의 알몸이 여자의 알몸 위에서 비실비실 힘없이 미끄러져 내린다.

방안이 고요해진다.

창문에 걸려있던 햇볕 자락이 스르르 사라진다. 해가 구름에 가려진 모양이다.

“여보, 나 인제 어쩌죠?”

그러면서 금련은 서문경의 이마에 밴 땀을 한 손으로 가만가만 닦아준다.

 

 

색한서문경 19회 

 

 

 

 금련이 먼저 침상에서 내려와 알몸에 하나하나 껍질을 붙이듯 옷을 주워 입었다.

 

뒤따라 서문경도 부스스 일어나 방바닥으로 내려서서 두 팔을 쭉 뻗으며 커다랗게

 

기지개를 켰다.

 

오래간만에 썩 괜찮은 여자를 안아봐서 찌뿌드드하던 몸이 개운하게 풀린듯한

 

그런 흡족한 표정이다.

 

그리고 천천히 옷을 입었다.

두 사람이 옷을 입고 나자 곧 방문이 열렸다.

 

마치 그 때를 기다리고 있기라도 했던 것처럼 불숙 왕파가 들어섰다.

 

 

“어머나, 별일이야. 무슨 일을 저지르고 말았구려”

왕파의 눈이 휘둥그래진다.

금련이 몹시 당황한다.

서문경도 왕파의 표정을 가만히 바라본다.

할망구가 묘하게 나온다 싶었던 것이다.

왕파는 몹시 난처하고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거침없이 내뱉는다.

“색시, 어쩌려고 이런 일을 저지르고 말았지?

 남편이 있는 몸이 남의 남자하고 이런 짓을 해도 괜찮은건가?

나 참 별꼴을 다 보겠는데.... 색시한테 내가 바느질을 해달라고 부탁을 했지,

우리 집 안방에서 이런 짓을 하라고 그랬나? 남편이 알면 어쩌려고 그러지?

우리 원망하고서 무슨 행패를 부릴지 모른다니까”

그러자 서문경은 이 할망구가 갑자기 노망이라도 들었나 싶어서 눈을 부릅떴다.

“할멈,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거지?”

왕파가 가만있어 보라는 듯이 한쪽 눈을 살짝 감아 은밀한 신호를 보낸다.

서문경은 무슨 영문인지를 몰라 멀뚱해진다.

“색시, 내 입장이 난처하니까 차라리 미리 무대에게 알려 주는게 좋겠어.

안 그래? 생각해 보라구. 엉뚱한 내가 벼락을 맞는다면 억울하잖아”

“할머니, 제발 그러지 마세요. 알리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그럼 저는 어떻게 되라구요. 저는 남편에게 맞아죽어도 좋다는 거예여?

부디 눈감아 주시라구요.

그러면 제가 할머니 시키는대로 무슨 일이든지 해드릴께요”

금련이 어찌할 바를 몰라 두 손을 모아 쥐고 애원을 하듯 나오자,

왕파는 속으로 됐다 싶으며 조금 어조를 누그러뜨린다.

“그럼 말이야 색시, 이렇게 하자구. 이미 엎질러진 물, 도리가 없으니

내가 눈감아 줄테니까 앞으로 내가 색시를 부르러 가면

언제든지 순순히 우리 집으로 와야돼. 알겠어?”

“바느질하러 매일 오잖아요”

“바느질이 끝난 뒤에도 말이야”

“예 좋아요. 오고 말고요”

무슨 뜻인지 대뜸 알아차린 금련은 오히려 기분이 좋은 듯 야릇하게 얼굴이 활짝 밝아진다.

서문경은 속으로 이 늙은 고양이, 싶으며 혀를 내두른다.

 

 

색한서문경 20회 

 

 

 

 세 번째 남자인 서문경의 품에 안기고 난 금련은 약간 두려운 생각이 없지 않았으나,

 

지금까지의 두 남자 보다 어느 모로나 싱싱하고 뜨겁고 질기면서도

 

또한 부드러운 맛이 있어서 이제야 제대로 남자다운 남자를 만났다는 느낌이었다.



숫처녀였던 몸에다가 남자라는 것이 어떤 것이라는 걸 처음으로 알려주었던 장대인은

 

육십이 넘은 노인이어서 싱싱하고 뜨거운 맛이 거의 없었고,

 

두 번째 남자인 남편 무대는 장대인 영감보다는 나았으나 역시 별로 질긴 맛이 없어서

 

금련은 늘 뭔가 미진한 것 같아 안타깝고 아쉬웠다.

 

때때로 짜증이 나기도 했고, 허전하기 그지없기도 했다.



 

그런데 세 번째의 남자인 서문경은 전혀 다르질 않은가.

깜짝 놀라 입이 딱 벌어질 정도의 황홀감을 맛보게 해 주었으니 말이다.

그처럼 자지러지도록 짜릿한 순간을 경험하기는 처음이었다.

금련은 속으로 혼자서 서문경이라는 남자를 절대로 놓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남편이 혹시 낌새를 챌까 두렵기는 했으나,

그 두려움보다는 몇 배나 커다란 욕망의 두근거림이 앞섰다.

그래서 이튿날도 금련은 남편이 행상을 나가자,

곱게 화장을 하고서 곧바로 왕파네 집을 찾아갔다.

물론 바느질을 하러 가는 것이었으나,

마음속으로 오늘도 서문경과의 밀회가 있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랐다.

“아이고, 색시 어서 오라구. 남편은 장사를 나간 모양이지?”

왕파가 웃으며 반기자,

금련은 속으로 이 늙은 너구리같은 년, 하고 욕을 하면서도 마주 생글 미소를 짓는다.

너구리같은 늙은이기는 하지만,

서문경이라는 남자다운 남자를 자기에게 갖다 인연지어 주었으니

 오히려 고마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쨌든 단단히 다짐을 받아둘 필요가 있어서 금련은 정색을 하고 말았다.

“할머니, 정말 부탁을 해야겠어요”

“무슨 부탁?”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로 무대에게 말이 들어가지 않도록 해주셔야 돼요”

“그럼, 어제 약속했잖아. 걱정말라구.

내가 이렇게 늙었기는 하지만 그런 데는 비상하다구”

“바느질이 끝난 뒤에도 무대가 집에 있을 때는 불러내지 말아야 돼요. 알겠죠?”

“안다니까. 내가 뭐 어린앤 줄 아나. 자, 어서 방으로 들어가자구”

안방으로 들어가 바느질을 하면서도 금련은 어제의 그 현장이어서

 그런지 황홀했던 정사(情事)의 장면이 머리에 그려졌고,

오늘도 남자다운 남자가 찾아와 주었으면 하고 은근히 기다려졌다.

오후가 되자, 아니나 다를까 서문경이 또 찾아왔다.

“어험”

헛기침을 한번 하고서 서문경은 방문을 열고 자기의 아내가 바느질을 하고 있는

 방으로 들어서듯 성큼 발을 들여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