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실명대협

제20장 絶代美人의 誕生

오늘의 쉼터 2014. 6. 19. 10:09

제20장 絶代美人의 誕生

 

 

 

 

소로공주는 능설비가 다가서는 것도 기다리지 못하고 뛰는 듯 달려나와 와락 그의 품을 파고들었다.

 

 

그녀는 연약한 여인인지라 최음제의 기운에 대한 저항력이 능설비보다 한결 못한 것이다.

 

 

최음제에 걸린 공주의 모습은 악마(惡魔)와 흡사했다.

 

 

악마의 화신인 능설비의 모습도 그녀와 다를 바 없었다. 

 

"흐으으 !"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사람은 한 덩어리가 되어 나뒹굴었다.

 

 

두 사람은 정신없이 상대의 몸을 탐닉하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소로전(昭露殿) 깊은 곳에서는 추물로 태어나 이제껏 박쥐같이 지내야 했던

 

소로공주가 난생 처음으로 처녀지성(處女之城)을 깨뜨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의 뜨겁게 달구어진 전신에서는 땀방울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흐으음 !" 

 

소로공주는 능설비의 뜨거운 입술이 자신의 입술에 겹쳐지자 한 차례 몸을 세차게 떨었다.

 

 

능설비의 손이 그녀의 전신 구석구석을 누비며 그녀를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게 했다.

 

 

그녀의 정신이 아득한 열락의 구름을 타고 끝없이 솟아오를 때, 

 

"아아악!" 

 

그녀는 이 세상에서 가장 억센 사나이를 받아들이다 못 해 처절한 비명소리를 내며 경련했다. 

 

실내엔 어둠과채 가시지 않은 열기로 채워져 있었다. 

 

격랑(激浪)이 지난 후일까?

 

소로전 안은 조용하기가 무덤 속 같았다.

 

 

그 어둠 속에서 능설비는 부글부글 끓는 심경을 이기지 못 하고 두 눈에서

 

시뻘건 광채를 폭사시키며 주먹을 움켜쥐고 있었다.

 

 

아주 추악한 소로공주의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바로 곁에 쓰러져 자고 있는 여인의 얼굴 능설비가 가장 저주하는 얼굴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가장 가엾은 여인의 모습이었다. 

 

'쳐죽이리라. 감히 태상마종을 능욕한 계집!' 

 

능설비가 손에서 혈강을 일으켜 일수에 잠든 소로공주를 내리치려 하는데

 

갑자기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소로전의 방문이 열렸다.

 

 

그리고는 키가 크고 옷차림이 지극히 화려한 서른 살 정도의 미장부(美丈夫)가

 

다짜고짜 방 안으로 들어섰다.

 

 

방 안의 능설비와 소로공주를 바라보는 그의 표정은 너무도 오만했다.

 

 

눈빛을 본다면 무공을 익힌 표가 나지 않는 사람이었으나 남에게 주는 인상은

 

세외기인이 주는 인상과 비슷한, 매우 뛰어난 사람이었다. 

 

"주상께서 결국 쓸데없는 일을 저지르셨군." 

 

그는 조소를 지은 채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의 뒷쪽에는 무상인마가 아주 초조한 기색을 하고 시립하고 있었다. 

 

'욕심많은 소광태자(昭曠太子)가 이 일을 알고 쳐들어 오다니

 

주상께서 아신다면 정말 낭패가 아닌가.' 

 

그가 전전긍긍해 할 때, 

 

"복아는 물러나 있게." 

 

비단옷을 입은사람이 돌아보지도 않고 냉랭한 어조로 명령했다. 

 

"예에." 

 

무상인마는 벌레씹은 얼굴을 하며 멀리 물러났다.

 

 

마음이 내키지는 않았지만 태자의 명이라 그로서도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다.

 

방 안은 어슴푸레했다. 

 

열려진 문을 통해 흘러들어오는 빛은 소광태자의 그림자를 아주 길게 만들고 있었다.

 

 

그는 팔짱을 낀 채 오만한 모습으로 능설비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경멸의 빛이 가득 담겨 있었다. 

 

능설비는 그런태자를 상대하기도 싫다는 듯 시선을 바닥으로 떨구고 있었다. 

 

태자의 입술을비집고 경멸에 찬 음성이 흘러나왔다. 

 

"궁녀들의 말대로 네 모습은 바람이 나 황족되기를 거부한 난유향옹주(蘭幽香翁主)와 비슷하구나." 

 

그는 중얼거린다음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소매 속에서 작은 금패(金牌) 하나가 능설비의 앞으로 굴러떨어졌다. 

 

'소광친령(昭光親令)' 

 

금패에는 그런글이 전각(篆刻)으로 파여 있었다. 

 

"네게 줄 것은 이것밖에 없다.

 

주상께서 네게 뭐라 말하시건 지금 내가 네게 말하는 것이 진실이다." 

 

" ." 

 

"소광친령은 곧 나를 뜻한다.

 

그것을 네게 주겠다.

 

그것을 갖고 황고(黃庫)로 가라. 그것을 보이면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꺼내줄 것이다.

 

황금(黃金)을 얼마든지 갖고 가도 좋다.

 

다만, 오늘 이후 나의 눈에 뜨인다면 너는 사납기가 야수(野獸) 같은 금군(禁軍)에 의해

 

감쪽같이 제거될 줄 알아라.

 

황성에 남아 관직을 차지하겠다는 마음은 이 자리에서 버리도록 해라.

 

소로는 나의 누이이기는 하나, 나는 추악한 소로를 나의 누이로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너는 부마(駙馬)가 아닌 것이다." 

 

소광태자(昭曠太子)는 현재 황제(皇帝)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대무신후(大武神后)였으며 소로공주는 그의 어머니와 달랐다.

 

 

소로의 생모는 소귀빈(昭貴嬪)이었다.

 

 

그녀는 소로공주를 낳다가 죽은 황제의 첩이었다.

 

 

그런 연유로 소광태자는 소로공주를 눈의 가시같이 여기고 있었다. 

 

소광태자는 못볼 것을 보았다는 듯 퉤에! 침을 뱉으며 발길을 돌려 휑하니 나가버렸다. 

 

능설비는 그제서야 눈을 들었다. 

 

'악한 자로군.' 

 

그는 손끝을 가늘게 떨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 태자를 쳐죽이고 싶었다.

 

 

그러나 황궁(皇宮)과 시비를 일으키면 안 된다는 황금총관의 말을 떠올리며 가까스로 살심을 억제했다. 

 

'어차피 나와는 인연이 없는 곳이다. 괜히 시비를 일으킬 필요는 없다.' 

 

그는 손을 내렸고 소광태자는 멀리 사라져갔다.

 

 

태자가 사라지고 나자 무상인마의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어디 좀 나와 보시오." 

 

" ." 

 

능설비는 대답을 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자신의 옷을 찾아 벌거벗은 몸을 가렸다. 

 

무상인마는 차마 방 안을 들여다 볼 수 없는지 몸을 숨긴 채 말을 했다. 

 

"소광태자의 말씀을 고깝게 여기지 마시오.

 

그분은 본시 그런 분이오. 며칠 숨어 지내신다면 금방 부마로 책정될 것이오." 

 

" ." 

 

"태자는 부정하시나 주상은 그대를 부마(駙馬)로 인정하실 것이오.

 

그대에게는 부마의 지위와 함께 지고(至高)한 관직이 하사될 것이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능설비의 미간이 꿈틀 경련을 일으켰다. 

 

"물러가라!" 

 

"노화가 심하신 줄은 아나 비밀로 할 수밖에 없었소. 소로공주님께서 워낙 추물인지라 ." 

 

무상인마는 능설비의 면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얄팍한 웃음마저 떠올리며 대답한다. 

 

능설비의 입에서 좀 더 심한 말이 튀었다. 

 

"꺼져라!" 

 

"원하신다면 그렇게 하겠소.

 

하여간 주상께서는 부마를 어서 만나보고자 하시니 잠시 후 다시 오겠소." 

 

무상인마는 능설비의 마음이 심상치 않음을 알고 얼른 몸을 돌려 사라졌다.

 

 

그가 모습을 감추자 능설비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천자의 힘이 무섭긴 무섭군. 한번 본 사람을 부마로 만들 정도이니.

 

그러나 무림에서 나의 힘도 그만 못지 않게 될 것이다.' 

 

능설비는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나가자. 더 이상 황실의 일에 연루되어 귀찮아지고 싶지 않다." 

 

그는 차게 뇌까리며 걸음을 내디뎠다.

 

그때 등 뒤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 가시렵니까?" 

 

능설비가 돌아보자 소로공주가 어느 틈엔가 정신을 차리고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두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추악했다.

 

 

반쯤 썩은 얼굴이라는 표현이 그녀의 용모에 대한 표현으로는 가장 적합한 표현일 것이다. 

 

"어디로 가시나이까?" 

 

소로공주가 재차 물었다. 

 

"알 것 없소." 

 

그녀의 질문에능설비는 차갑게 대꾸했다. 

 

"나, 나를 싫어하시는군요.

 

하긴 다른 사람들도 모두 다 미워하는 소로를 좋아하실 리가 없지요." 

 

애처로움을 담고 있는 소로공주의 눈에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싫어하는 것은 아니오." 

 

"그럼 ?" 

 

"우린 서로 인연이 없을 뿐이오." 

 

"흐윽 결국 그말이 그말 아닙니까?

 

부마라는 자리를 건네받으면서도 취하고 싶지 않은 여인이

 

바로 여기에 있는 천하제일흉물(天下弟一兇物) 소로라는 계집이 아니겠습니까?" 

 

"울지 마시오. 울기보다는 나를 잊어버리시오. 나는 이미 당신을 잊었으니까." 

 

능설비는 정말이번 일을 자신의 기억에서 깡그리 지워버릴 심산이었다. 

 

"나의 추악함을 경멸하시는군요?" 

 

" ." 

 

능설비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면 소광태자의 협박이 무서운가요?" 

 

"그런 자는 무섭지 않소." 

 

"정말인가요?" 

 

"물론이오." 

 

"그럼 왜 떠나려 하십니까?" 

 

" ." 

 

능설비가 다시입을 다물어 버리자 소로공주는 탄식했다. 

 

"아아, 결국 문제는 나의 추악함에 있는 것이군요?

 

내가 추악하기 때문에 떠나려 하는 것이군요?" 

 

소로는 눈물을 주루룩 흘리며 고개를 떨구었다.

 

작은 어깨를 들먹이며 흐느끼는 그녀가 조금은 애처롭게 보였다.

 

 

모든 여인이 동경하는 공주 자리에 있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인이어야 하는데,

 

사실은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여인인 것이다. 

 

"떠나고 싶으면 떠나십시오. 아바마마도 사실은 소로가 보기 싫어 내버리기 위해

 

아무나 택해 부마로 삼으신 것이고 소로는 추악하기 때문에 초야(初夜)마저 장난치듯

 

치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이제는 제가 떠나는 수밖에." 

 

소로는 갑자기얼굴을 쳐들었다.

 

너무나도 흉한 얼굴이었다.

 

 

그 가운데도 눈빛만은 정말 추수와도 같이 아름다웠다.

 

 

극히 추한 얼굴에 극히 아름다운 눈빛이 함께 있다는 것이 신비하기만 했다.

 

 

소로공주는 혀를 깨물고 죽을 작정을 한 듯했다. 

 

"어서 가세요. 그래도 저는 여인 당신이 저를 버리시기는 했으나,

 

저의 남자가 되신 그대가 보는 앞에서 죽을 수는 없습니다." 

 

"죽을 작정이오?" 

 

능설비는 몹시무뚝뚝했다. 

 

'차가운 자!' 

 

소로공주는 목석 같은 능설비의 질문에 몸을 떨었다. 

 

"훗훗, 죽고 싶으면 죽으시오.

 

그러나 용모가 추악하기 때문에 죽는 것이라면 생각을 달리하시오." 

 

"무슨 말이지요?" 

 

소로공주가 의아한 표정으로 반문하자 능설비는 웃기만 했다. 

 

'나를 비웃고 있다.' 

 

소로공주는 더한 슬픔을 느꼈다.

 

복받쳐 오르는 설움을 애써 참으려는 듯 그녀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추악하기 때문에 자결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럴 작정이었다면 벌써 죽었을 테니까요.

 

지금 자결하려 하는 이유는 버림받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에게서!" 

 

"내가 떠나려는 이유는 당신이 추악하기 때문이 아니오.

 

그것만은 알아야 하오." 

 

"거짓말!" 

 

소로공주가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거짓말이 아니오." 

 

능설비도 이번에는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흥, 거짓말이에요." 

 

"천만에." 

 

"더 이상 나를 희롱하지 말아요." 

 

소로공주가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능설비의 말을 부정했다. 

 

"당신이 추악하기 때문에 내가 떠나는 것이 아님을 이 자리에서 밝히겠소." 

 

능설비는 그렇게 말하며 갑자기 소로공주를 향해 미끄러지듯 다가섰다. 

 

'아아, 공주라는 지위를 버리고서라도 품에 안기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사람이다.' 

 

능설비를 바라보는 소로공주의 눈까풀이 파르르 떨렸다. 

 

능설비는 주저하지 않고 두 손을 그녀의 양 볼에 얹었다. 

 

"눈을 감으시오." 

 

"으음 ." 

 

소로공주는 그의 말에 취한 듯 스르르 눈을 감았다.

 

 

순간 우르르르릉! 능설비의 몸 안에서 우뢰소리가 나며 우둑우둑 뼈마디가 뒤틀리는 소리가 났다.

 

 

그의 두 손이 점차 적(赤)과 흑(黑)의 두 가지 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아아, 시원해!' 

 

소로공주는 몸을 가늘게 떨었다. 

 

능설비의 양 손에서 검은 기류와 붉은 기류가 나와 소로공주의 얼굴을 완전히 뒤덮었다. 

 

"으으음 !" 

 

소로공주는 신음소리를 내며 정신을 잃었다. 

 

능설비는 땀투성이가 되어서야 자신이 발출하던 기운을 거둬들였다.

 

능설비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두 손을 내렸다. 

 

'대마수벌근해독공(大魔手伐筋解毒功)이 잘 시전이 되었는지 모르겠군.' 

 

그는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소로공주는 태어난 직후 독에 당했다.

 

그래서 추악해진 것이다.

 

나는 지금 그것을 풀었다.

 

지금 눈을 뜨면 세상에서 버림받은 흉물 소로공주가 아니라

 

진짜 소로공주가 나의 눈에 뜨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진면목을 보지 않을 것이다.' 

 

그는 소로공주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

 

 

그는 그대로 뒤돌아 서서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가 막 문 밖으로 나가려 하는데 갑자기 문 옆에 걸린 동경(銅鏡)의 한가운데에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 하나가 보이고 있지 않은가?

 

 

그림보다도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이 세상의 모든 미(美)를 갖고 있는 얼굴이었다.

 

 

눈을 꼬옥 감고 있는 미인의 얼굴은 바로 소로공주의 진짜 얼굴이었다. 

 

'저리 아름다운 여인이었을 줄이야.' 

 

능설비는 자신이 치료해 준 소로공주의 얼굴이 그토록 아름다울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냉막하기 그지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뒤돌아보고 싶은 충동도 느꼈지만 그대로 밖으로 나가 문을 닫았다.

 

그가 밖으로 나오자 무상인마가 기다렸다는 듯 모퉁이를 돌아나와 그의 바로 앞에 시립했다. 

 

"모시러 왔습니다." 

 

"천자의 앞으로 가자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천자는 천수가 그리 많은 사람이 아니라고 여기지 않소?" 

 

"예?" 

 

무상인마는 능설비의 예기치 않은 질문에 어안이 벙벙했다. 

 

능설비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이었다. 

 

"훗훗, 나는 관상을 조금 볼 줄 아오. 내가 보기에 천자는 삼 년을 못 넘기고 죽소." 

 

'대단하다. 노부밖에 모르는 그 일을 알아보다니

 

아아, 떠돌이인 줄 알았던 사람의 눈매가 이리도 날카로울 줄이야.' 

 

무상인마는 놀라기 이전에 감탄했다.

 

 

천자가 오래 살지 못한다는 건 무상인마도 익히 알고 있는 일이었다. 

 

"그, 그런 말을 어찌 함부로 ." 

 

무상인마가 당혹함을 감추지 못하고 말끝을 흐렸다. 

 

"하여간 천자의 지위는 여기 왔다 간 그 오만한 소광태자란 자에게 돌아갈 것이 아니오?" 

 

"그렇지요." 

 

"그럼 세상은 그 자의 것이 되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그래서 천자께서는 부마가 공주를 데리고 멀리 떠나가 사시게 하려는 것이지요." 

 

"훗훗, 미련하구려." 

 

"예?" 

 

무상인마는 능설비의 말뜻을 알아듣지 못하고 의아해 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능설비는 조소라도 보내듯 입을 열었다. 

 

"대세가 그렇다면 당신은 소광태자란 자를 따라야 하는데

 

굳이 죽어가는 천자를 따르니 미련하지 않소?" 

 

"으으음!" 

 

무상인마는 능설비의 거침없는 말솜씨에 침음성을 흘렸다. 

 

그때 능설비가갑자기 뚱딴지 같은 말을 꺼냈다. 

 

"소로공주가 태어날 때 공주를 받은 사람이 누구요?" 

 

"어의(御醫) 중 하나인 황의약선(黃衣藥仙)이오.

 

그런데 그건 어이해 물으시오?" 

 

"그 여인을 죽이시오." 

 

능설비가 대수롭지 않게 말을 하자 무상인마는 저으기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죽, 죽이다니?" 

 

"그 황의약선이라는 어의는 소로공주가 태어나자마자

 

소로공주에게 패혈마령산(敗血魔靈散)을 썼소." 

 

"패, 패혈마령산이라고?" 

 

"그렇소. 패혈마령산은 이백 년 전 멸망한 적혈교(赤血敎)가 즐겨 쓰던 독약이오. 인마(人魔)." 

 

"으음, 이제 보니 무림고수(武林高手)시군. 나의 별호를 알고 있다니 ." 

 

"그렇다고 해 둡시다. 그러기에 나는 더더욱 황성과 인연이 없는 것이오." 

 

"보면 볼수록 당신은 사람을 놀라게 하는 인물이구려. 대체 당신의 정체는 무엇이오?" 

 

"훗훗, 설산공자(雪山公子) 정도로 알고 계시오.

 

그리고 소로공주는 독약의 금제에서 풀려 제모습을 찾았소.

 

그러니 이제는 이 음침한 곳에 기거할 필요가 없을 것이오." 

 

"정, 정말이오?" 

 

무상인마가 놀라며 되묻자 능설비는 간단히 잘라 말했다. 

 

"그렇소." 

 

"아아, 이럴 수가 노부가 이십 년 간 해결 못 한 것을 찰나지간에 풀어버리다니 ." 

 

무상인마는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다.

 

 

소로공주가 제얼굴을 갖지 못한다는 것도 무상인마가 익히 아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별의 별 방법을 다 동원해 보았지만 소로공주의 진면목을 회복시킬 수는 없었다. 

 

이십 년 전 소로공주를 받아낸 황의약선이라는 여인은 현재 세상에 없었다.

 

 

그녀는 무상인마에게 죽은 지 이십 년째였다.

 

 

그녀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소광태자의 어머니가 되는 여인에게 명을 받고

 

소로공주에게 독을 썼던 것이다.

 

 

무상인마는 그 일을 알고 황의약선을 죽이기는 했으나

 

그녀가 쓴 독이 무엇인지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당연히 해독법(解毒法)도 몰랐다.

 

 

그래서 소로전을 세워 소로공주를 숨겨 키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자칭 설산공자란 자가 모든 것을 한순간에 해결해 버리다니

 

이 어찌 충격적인 일이 아닌가? 

 

"천자께서 아시면 크게 기뻐하실 것이오. 어서 같이 갑시다." 

 

무상인마는 덥석 능설비의 손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능설비는 그의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무상인마가 막 능설비의 손을 잡아 끌려 할 때,

 

능설비의 손가락이 그의 옆구리 연마혈(軟魔穴)을 찍었고 무상인마는

 

금강불괴지신에도 아랑곳 없어 하는 마지(魔指)아래 정신을 잃고 털썩 나뒹굴었다. 

 

"나는 남으라고 해서 남는 사람이 아니네." 

 

능설비는 중얼거리며 몸을 날렸다.

 

 

그는 찰나지간에 드넓은 구중궁궐에서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 제1권 끝 -2권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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