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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33화 빌토르 (3)

오늘의 쉼터 2014. 6. 14. 11:00



<196>  33화 빌토르 (3)





작디 작은 방안에 각양각색의 차림을 한 사내들이 여기저기 널 부러저 각자 자신들의 


소일거리를 하고 있었다.

"켁켁 야 빌터 담배는 밖에 나가서 펴 숨막혀 죽겠다. 무슨 너구리 잡는 것도 아니구"

자신의 칼을 갈던 사내가 연신 줄창 담배만 계속 피워대는 사내를 보고는 결국 한마디 했다.

"형님두 참 밖에 나가지 말란 말 못들었수?"

빌터가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피다만 담배를 버리고는 새로운 담배를 꺼내 태웠다. 


칼을 갈던 사내가 빌터의 머리에 알밤을 먹였다.

"야 이 자식아 그건 여관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한것이지 


어디 이 방을 나가지 말라고 했던거냐? 냉큼 나가 피워"

"에이 형님두 참"

빌터가 궁시렁 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문이 열렸다.

"뭐하는 건가? 자리에 앉아 있어"

"네? 아 네"

빌터가 문을 열고 들어온 슐만의 부라리는 눈에 찔끔해 하며 얼른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자신에게 나가라고 했던 용병에게 샐죽한 표정을 짓는 것도 잊지 않았다.

빌터에게 나가라고 했던 다른 용병은 그런 빌터의 표정을 못본체 


다른 곳을 바라보며 딴전을 피웠다.

"주목"

슐만이 눈을 부라리며 입을 열었다. 


다소 어수선하던 방안이 일순간 조용해 졌다. 


주위가 조용해진 것을 본 슐만이 뒤로 한걸음 물러나고 미켈이 앞으로 나섰다.

"지금부터 활동 개시입니다. 


미리 정한대로 각 조별로 여관을 빠져나가되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기 바랍니다. 


그럼 지금부터 대략 5분간 사이를 두고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미켈의 말이 끝나자 방안의 용병들이 잠시 술렁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자신들의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잘될까?"

"잘되야죠? 아니, 잘되게 해야겠죠?"

먼저 짐을 챙기거나 짐이 그다지 필요없는 조부터 천천히 유람하듯 


여유있게 방을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 한켠에는 어딘지 긴장된 빛이 역력했다.

용병들이 다섯명씩 짝을 지어 방을 빠져 나가기 시작하자 


사람들로 꽉차보이던 방은 이내 텅텅비기 시작했다.

"자 우리도 가자"

슐만이 한쪽에 남아 있는 다른 다섯명에게 손짓하며 말했다. 


그들은 슐만이 부르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슐만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미켈이 슐만에게 손인사를 하고는 이제 마지막 남은 다섯명을 바라보았다.

"그럼 우리도 가볼까?"

미켈의 말에 용병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켈과 다섯명의 용병들이 방을 빠져나가자 방안은 그야말로 텅 비어버렸다.

그렇게 용병들이 빠져나가고 한동안의 정적과 조용함만이 깃돌던 방에 


다시금 새로운 사람이 나타난 것은 그로부터 한참후였다.

여관의 여급들이 분명한 여인들은 방안 이곳 저곳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방은 여급들의 손에 의해 새로운 손님들을 맞을 단장을 새로이 하고 있었다.



멀리 전설의 그 신성한 성산 바하무트 산이 보였다. 


그 중턱에는 12신을 모신 거대한 신전이 산을 빙 둘러가며 지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 성산에 있는 신전은 거룩한 곳이라 하여 일반 평민이나 웬만한 귀족은 


물론 순례객조차 받지 않았다. 

순례객들은 바하무트 산 아래에 있는 빌토르와 젠티에 영비에 있는 


일명 아랫신전에 들러 자신의 신앙과 순례의 기나긴 행적에 종지부를 찍곤 했다.

그리고 그 아랫 신전을 포함하고 있는 젠티에와 빌토르 이 두 성은 


이때껏 국왕의 간섭조차도 종종 벗어나간 절대 자유지대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이 두성이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였다. 


두 성은 국왕의 간섭으로부터는 어느정도 자유를 얻었으나 국왕의 간섭대신 


신관들의 간섭을 받아왔다.

더욱이 이 성의 경제의 대부분이 순례객들의 호주머니에 나오는 지라 


더욱 더 신관들의 영향을 받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리고 아랫성의 경우 본 산을 방어하기 위한 성기사들과 성전 수호자들이 


대거 머물고 있었고 그들은 맘만 먹으면 일거에 두 성을 초토와 시킬 정도의 무력을 지녔다.

젠티에와 빌토르 성의 영주들도 그러한 사정을 뻔히 알고 있기 때문에 감히 신전의 위엄을 


거스르려 하지 않았고 적어도 이 두성 안에서만큼은 신관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녀야 


마땅 했다.

하지만 꼭 그런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대 신관의 임명권이 바로 국왕에게 귀속되어 잇기 때문이었다. 


대신관의 임명권을 틀어진 국왕의 눈에 들지 않는다면 대 신관은 언제든지 자리를 내 놓아야 했다. 


따라서 국왕의 권력에 도전하는 그 어떠한 행위도 자연 조심스러워 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실로 여기 저기 얽히고 설킨 곳이 바로 젠티에와 빌토성이었으며 그러한 두 힘의 충돌이 때로는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기도 하고 혹은 힘의 공백을 보이기도 하는 곳이 바로 이 두성이었다.

어찌되었건 이 두성의 경제는 대부분 순례객들의 호주머니나 


그 순례객들의 호주머니를 노리고 모여든 상인들의 세금에서 충당되었다. 

그 돈은 웬만한 백작 영지에 비할 바가 아닌 막대한 것이어서 이 두성의 경제는 


그야말로 눈부시다고 박에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찬란했다.

이정도의 상권과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았다. 


고작 수도를 비롯한 공작 령의 공도나 아니면 지방의 수도 정도일까? 


그 정도로 두 성은 그 크기에 비해 규모가 엄청났다. 


심지어는 두 성의 사는 사람들보다 순례객들이 몇 배나 더 많다는 말이 나올 정도 였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이번처럼 축제라도 끼여있는 날에는 더욱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어떨때는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쏟아져 나와서 길이 사람들로 꽉 차버린 경우도 있었다. 


물론 그것은 몇몇 인기 있는 대신전으로 가는 길에 한해서지만 말이다.



"정말 "

가죽으로된 옷을 입은 사내가 빽빽이 들어찬 사람들의 틈을 가르며 비집고 몸을 움직이며 말했다. 


그러다 잠깐 그가 재빨리 손을 뻗어 뭔가를 움켜쥐었다.

"젠장 또야?"

그의 손에 딸려온 것은 눈이 쭉 찢어져 얍삽한 얼굴을 하고 있는 사내였다. 


그 사내의 손에는 자그마한 주머니가 하나 쥐여져 잇었다. 


사내는 얼굴이 온통 흑색이 된체 몸을 부들부들 떨어대고 있었다.

"히익"

사내가 뭐라고 말하려는 찰나 사내를 붙잡은 사내의 주먹이 먼저 사내의 얼굴을 갈겨버렸다. 


사내가 채 입 밖으로 말도 꺼내보지 못하고 뒤로 자빠졌다. 


하지만 얻어 맞은 사내가 재빨리 몸을 일으키고는 인파들 사이로 사라졌다.

사내를 내리쳤던 사내가 도망친 사내가 놓친 주머니를 집어 들었다.

"제길 무슨 놈의 성지가 이래? 순 도둑놈 아니면 소매치기들 뿐이니"

사내가 징그럽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이봐 참게나. 그놈들 한테는 4년 마다 한번씩 있는 이런 대 축제가 


한몫잡을 수 있는 호기이니 어쩌겠나?

오늘 같은 날엔 전국에서 난다 긴다하는 놈들이 전부 모인다고 하더군"

로브를 걸치고 반쯤 얼굴을 감춘 사내가 투덜거리는 사내를 다독이며 말했다.

"아니 도대체 신전에서는 뭐하는지 몰라?"

사내가 투털거리자 로브의 사내가 살짝 웃었다.

"찾았으면 됐지 뭘그러나? 자 가세나"

로브의 사내가 투덜거리는 사내의 등을 툭 치고는 


사람들의 인파를 헤짚고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그들의 앞에는 빼곡이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마치 거대한 사람의 물결을 보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제각기 뭐라고 떠들어 대면서 흥분과 열기를 뿜어 내고 있었다.

"그나저나 무지하게 사람 많네요?"

로브의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하냐냐 혹 다른 무슨 정보는 없는가?"

로브의 사내가 가죽옷을 입은 사내에게 물었다. 


하냐냐가 고개를 저었다.

"글세요? 아직은 별다른 소식이 없습니다. 아 저긴가요?"

하냐냐가 대답하다 말고 손을 들어 한쪽을 가르켰다. 


끝없이 이어지는 사람들의 머리 위로 불쑥 거대한 사원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일견 보기에도 웬만한 왕궁이라 불리워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거대한 사원이었다.

"우와"

하냐냐가 입을 벌리고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하냐냐 뿐 아니라 여기저기 많은 사람들이 감탄사를 내뱉고 잇었다. 


하지만 이내 뒤에서 밀어 붙이는 사람들에 떠밀려 다시금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저게 도대체 얼마만한 크기죠?"

로브의 사내도 고개를 들어 경이로운 표정으로 신전을 바라보았다.

"글세? 하지만 저런 정도의 크기라니 상상을 초월하는 듯 하군 그래?"

하냐냐가 고개를 끄덕였다.

"글세 말입니다. 


그런데 저 신전이 이 많은 사람들을 다 수용 할 수 있을까요?"

"물론이고말구요"

하냐냐와 로브의 사내가 난데없는 소리에 고개를 저었다. 


그곳에 20대 중반 쯤 보이는 사내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네들은 이곳에 처음인 모양이군 그렇지?"

40대 사내가 잠시 한쪽 눈을 찡긋 해 보였다.

"아아 미안하네 내 그만 흥분해서 실수했네 그려"

"아닙니다. 실수라니요. 


그런데 이전에 들른 적이 있으신 모양이지요?"

로브 사내가 말을 꺼내자 40대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번에 내 5번째 방문일세"

"호오 다섯 번씩이나요?"

하냐냐가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 


사내가 그런 하냐냐의 반응이 기꺼운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암 아마 여기서 5번씩이나 방문한 사람은 얼마 되지 않을걸세. 


그것도 두 번씩이나 대신전을 방문하게 되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지


 아 자네들은 이곳에 처음이라 그랬지?"

"네"

"혹시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잇을까요?"

40대 사내가 로브의 사내마저 그렇게 저자세로 나오자 기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나. 저기 저 사랑과 풍요의 신 아나크온을 모시는 저 신전은 


크게 대신전과 소신전으로 나뉘게 된다네

보통은 일반 소신전만을 열게 되는데 그것도 매년 소축제의 기간동안만 잠시 열 뿐이지. 


그리고 그 외의 다른 날은 회당만 열고 말일세"

"대신전, 소신전, 그리고 회당이요?"

"그렇다네 여기서 보통때 여는 회당이 웬만한 도시에 있는 아나크온 신전과 못지 않더군. 


보통때 같으면 그 회당에는 헌금을 한 신자만이 들어갈 수 있는데 반하여 


오늘은 누구나 회당까지는 들어갈 수 있게 된다네. 


그리고 용병이거나 상인 혹은 기사라고 한다면 소신전까지는 들어갈 수 있다네.

그리고 아주 많은 헌금을 한 경우는 대신전에서 은사를 베풀어 준다네. 


나도 아직 대신전은 들어가 보지 못했지만 듣기로는 정말 끝내준다고 하더군"

"대신전이라... 혹 대신전에 들어가는 방법은 아시나요?"

"응? 대신전에 들어가려고? 아서게 대신전에 들어가려면 여간 자격조건이 까다로운게 아니야"

"알고 계시면 부탁드립니다."

"허참 젊은 사람이 너무 성급하군 그래 가게 되면 다 알게 될걸세. 


참고로 대신전은 아무나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 너무 기대는 말게나"

40대 사내는 그렇게 말하고는 사람들 틈으로 묻혀사라졌다. 

하냐냐와 로브의 사내가 잠시 얼굴을 마주보다가 이내 아무런 말없이 


사람들의 물결 속으로 몸을 맡기듯이 흘러갔다.

그렇게 한시간쯤 흘러가듯 나가자 어느새 로브를 입은 사내와 하냐냐는 


커다란 신전의 앞에서 잇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전의 입구에는 다섯군데에서 신전의 신관과 병사들이 일일이 


들어가는 사람들을 검문하고 있었다. 


그 검문대에서 사람들이 다섯줄로 길게 줄을 늘어뜨리며 하나씩 들어가고 있었다. 

"입구가 다른가 본데요?"

하냐냐가 눈빛을 빛내며 그렇게 속삭이듯 말했다.

"그렇군"

로브를 입은 사내역시 신전 앞에서 검문대를 바라보며 


날카로운 눈빛을 내며 번뜩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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