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아하루전

<198> 33화 빌토르 (5)

오늘의 쉼터 2014. 6. 14. 11:49




<198> 33화 빌토르(5)




"어머니의 사랑이시여 그들이 지금 자궁의 태를 지나고 있습니다."

수정구가 환하게 비추더니 그렇게 말을 쏟아내었다. 


다른 수정구에는 기다란 복도를 걷고 있는 신관과 아하루 일행의 모습이 보였다.

신관 복장으로 몸을 가린 사제가 잠시 눈살을 지푸렸다.

"뭐지? 저들은? 아루라... 


이번에 명성을 떨친 그 허수아비 용병단의 총대장이 무슨일로 이곳까지 방문한 걸까?"

사제는 잠시 들여다 보고 있던 서류를 책상에 다시 내려다 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안을 서성였다.

"좋은 일은 아닐 것 같은데..."

사제가 문득 창 박으로 보이는 바하무트 산의 웅장한 풍경에 잠시 시선을 돌렸다.

"그들의 도움을 받아야 할까? 


하지만 위험 부담이 너무 커. 지금 저들은 비단 그들 뿐 아니라 


황태자와 듀코브니까지 관심을 기울이고 잇다고 하니...

후우.. 알수 없는 일이야..."

사제가 고개를 저었다.

"어찌되었건 오늘은 양보를 하는 수 밖에... "

사제가 그렇게 중얼 거리고는 천천히 다시금 자신의 책상으로 되돌아갔다. 


그리고는 책상 위에 있는 서류뭉치를 서랍 한쪽으로 치우고는 조용히 기도하는 자세를 취했다.

"똑똑"

사제가 자세를 취한 이내 방문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왔다.

"들어오세요"

사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문이 열리고 아하루와 일행들이 방으로 들어왔다. 

"어서오세요. 아크레온의 미천한 종 세속의 이름 샤크라라고 합니다. 


아크레온께 오실 이유는 충분하지만 이곳까지 오실 분들은 아닌듯 한데 어인일이신지요?"

샤크라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아하루 일행들을 맞이하며 물었다.

아하루가 샤크라의 말에 잠시 주춤 하더니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이미 제 정체에 대해서는 아시군요? 


그럼 제가 온 이유에 대해서도 아시겠군요?"

샤크라가 두 팔을 벌리며 미소 지었다. 


비록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젊음을 간직하고 있는 그녀의 얼굴은 


묘한 색기와 신성한 그 무엇이 같이 혼합되어 있어 아주 묘한 흥분을 느끼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전 신의 미천한 종일 뿐 제가 어찌 모든 것을 안다고 말하겠습니까? 


다만 제가 말로 들어 왓던 허수아비 용병대의 영웅 분들이 몇분 눈에 들어오는 군요?"

샤크라가 그렇게 말하고는 천천히 손을 들어 아하루의 뒤쫏에 있는 사람들을 하나 하나 가리켰다.

"저분은 심장을 뚫는 칼 미켈님이시죠? 


그리고 그 옆에 분은 피를 몰고다니는 돌풍 슐만님 음 이분은... 그렇군요. 


피를 부르는 창 나달 님이신가요?

이러한 분들의 호위를 동시에 받을 수 있는 분은 오직하나 허수아비 용병대의 총대장님이시겠지요?"

"으음..."

아하루가 샤크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샤크라가 나직히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비록 전투에 대한 앙금은 없다고는 하지만 젠티에까지 용하게 들어오셨군요. 


젠티에 성에서는 이번의 패전으로인한 악감정이 아직 가라앉지 않은 듯 한데요"

"이미 알고 있다니..."

아하루가 말하려는 찰나 


샤크라가 다시 부드럽게 웃으며 한쪽에 마련된 소파로 일행들을 인도했다.

"일단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듣도록 하지요. 마렌? 여기 차좀 내주겠니?"

샤크라의 말에 방 밖에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안을 바라보고 있던 사제가 


황급히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일어났다.

"알겠습니다."

"자 무슨일이길래 그토록 유명한 허수아비 용병대의 총대장님께서 


직접 저희 신전에 드셨는지 모르겠군요? 


보아하니 소문으로 나돌던 얼굴때문은 아닌듯 한데요?"

마렌이 사라지자 샤크라가 부드럽게 웃으며 그렇게 물었다. 


아하루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알다시피 우리는 용병들입니다. 


최근 우리가 어디에서 의뢰를 행했는지 혹시 아십니까?"

아하루의 말에 샤크라가 우아한 몸짓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다마다요. 짐보만 백작 영지였던가요? 


완전히 기울어진 전세를 혜성처럼 나타나 뒤집은 용병단이 있다는 소문은 


이미 많은 용병들과 상인들에 의해 전 제국에 두루 퍼졌을 것입니다. 

어찌나 감동적이고 어찌나 놀라운 일을 보이셨던지 세속에 무관한 저조차도 듣고 


놀라지 않을 수없었고 그래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더군요.

더우기 이번 전투를 지켜보면서 과연 허수아비 용병대의 위명을 새삼 실감하게 되엇고 


들려온 그 모든 소문이 추호도 거짓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되엇습니다."

"소문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저희가 짐보만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다니 


말하기가 쉽겠군요."

아하루가 그렇게 말햇을 때 다시 문이 열리고 마렌이 들어왔다.

"차를 가져 왓습니다"

마렌이 가져온 차를 아하루 일행과 샤크라 앞에 하나씩 놓았다. 


마렌의 차는 마치 하늘 하늘 춤추는 무희의 날개옷 처럼 연분홍 빛을 띄고 있었다.

마렌이 차를 다 놓고는 다시 샤크라에게 무릎꿇음으로 인사를 하고는 천천히 방을 빠져 나갔다. 


아하루가 자신 앞에 놓인 차를 잠시 지켜보았다.

"드시지요. 비록 파파야 산만큼 좋은 차는 아니지만 그런데로 드실만 하실 것입니다."

샤크라가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차를 한모금 마셨다.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아하루가 천천히 잔을 들어 올리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저희는 짐보만에서 활동을 햇었습니다. 


그리고 의뢰된 일을 마치고 새로운 의뢰를 받아 들이게 되엇습니다."

"호오"

샤크라가 흥미롭다는 듯 추임새를 넣어 주었다.

"그 일은 바로 짐보만의 다음 후계자를 데리고 오는 일이엇습니다."

"호오? 다음 후계자요? 하지만 다음 후계자가 잇다는 말은 아직 들어보지 못햇군요? 


그리고 설혹 잇다 하더라도 누구를 다음의 정당한 후계자라고 말할 수 잇을까요?"

샤크라의 물음에 아하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카페이레님과 쿠타린님 두 분중 한분이 살아계셨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엇겠지요. 


하지만 두 분 모두 돌아가신 지금 누구도 선뜻 다음 후계자라고 나설 수 없음을 압니다. 

하지만 그 두분이 동시에 후계자로 지목한 인물이라면 그러한 잡음은 사라지겠지요?"

"그렇겟지요... 하지만 짐보만 가문의 놀란경은 이미 사라진걸로 아는데요? 


설마 저희보고 찾아 내라는 것은 아닐테지요?"

샤크라의 말에 아하루가 고개를 저었다.

"설마요. 어찌 고귀한 사제님께 그런 일을 부탁드리러 왔겠습니까? 

저희는 오직 하나 사제님께 저희가 맡은 의뢰 즉 짐보만의 정당한 후계자를 내어 주십사 


요청하러 온 것일 뿐입니다."

아하루의 말에 샤크라가 황당한 표정이 되었다.

"제가 잘못들은 건가요? 짐보만의 정당한 후계자를 내어 놓으라니요."

"그렇습니다. 내어 주십시요"

아하루가 다시금 말하자 샤크라가 굳은 얼굴이 되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요. 


그렇다면 저희 신전에 짐보만의 후계자 분이 머물러 계신다는 겁니까? 


이거 영광이군요. 


어느 신도님께서 그런 영광을 누리신 분인지요. 


저희도 그 분을 뵙는 영광을 같이 누리면 안될런지요?

지금 당장 그분을 뵈러 가야겟군요? 


대신전으로 들어오신 분은 총대장님 일행 뿐이니 


직접 소신전으로 같이 갈까요? 


그래서 저희의 축복이라도 내려 드릴까요?"

아하루가 잠시 눈을 감앗다가 다시금 눈을 떴다. 


아하루의 사나운 눈이 샤크라를 노려 보았다.

"쿠타린님의 영양 되시는 클레어님은 어려서부터 몸이 약하신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영지에서는 그 분을 남몰래 아비온의 신전에 맡겨 요양토록 하셨죠. 


하지만 백작가의 영양이 아비온의 신전에서 요양을 한다면 


아비온 신전을 찾는 일반 백성들과 신전에 부담을 주는 일이 되겠기에 


쿠타린 님은 클레어 님이 자신의 영양임을 숨기셨습니다. 

또한 그 이면에는 혹시라도 모를 적들의 간계를 대비코자 하는 것도 잇었지요. 


그러나 짐보만에서 내전이 발발하고 혼란된 와중에 아비온 신전에 계신 


클레어님을 돌볼 겨를이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무슨 일이있겠습니까? 


신전 안에 게실텐데 말입니다. 


더우기 자비의 아비온 신전 아닙니까?"

샤크라의 얼굴이 점점더 굳어지기 시작했다. 


그런 샤크라를 아하루가 더욱 잡아먹을 듯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나 문제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문제는 짐보만의 두분이 돌아가시고 클레어양을 짐보만의 다음 후계자로 정하고의 일이었습니다.

클레어 양이 머물고 있어야 하는 상디에의 아비온 신전에서 이미 클레어 양의 이름이 


사라지고 없더군요.

그래서 신전의 주교인 스펜서 주교를 찾아갔습니다. 


그곳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매달 100여명의 여인들이 새로이 몸을 의탁하기 위해 이곳 아크레온 신전으로 


자리를 옮긴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샤크라의 얼굴이 굳어지다 못해 이젠 침통한 표정이 되었다. 


더우기 아하루의 입에서 스펜서의 이름이 튀어 나오자 


샤크라의 얼굴에는 당혹감과 더불어 놀라운 빛으로 흘렀다.

"으..음... 그렇다면..."

아하루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스펜서 주교의 말에 의하면 이곳 아크레온으로 클레어양께서 


몸을 의탁하러 오셨다고 하더군요"

아하루가 의탁이란 말에 힘을 주고는 눈에 더욱 힘을 주고는 샤크라를 노려보았다.

"그..그런 일이... 저희는 아무것도..."

샤크라가 눈에 띄게 당황하기 시작해 했다. 아하루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클레어양께서 직접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은 이상 모르는게 당연했겟지요. 


하지만 만일의 경우 이건 정말 만일의 경우 이지만 저희가 이곳 신전에서 


클레어 양을 찾지 못하게 된다면 

어쩌면 아주 어쩌면 입니다만 상디에의 아비온 신전의 주교님과 이곳 아크레온 신전은 


불미스러운 일에 이름이 거론될지 모릅니다."

"으...음..."

샤크라가 나직히 신음성을 흘렸다. 


그리고는 잠시 뭔가를 생각하더니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저희가 협력하는게 당연한 일이겠지요. 


비록 저희 신전에 몸을 의탁햇다고는 하지만 백작위를 계승하실 분께서 


언제까지 신전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백성들을 위해서도 좋은 일은 아닐테니까요"

샤크라의 말에 아하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샤크라를 노려보는 아하루의 눈은 더욱 매서워져만 갔다.

"그토록 사려깊게 말씀해주시니 제 마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으음... 그럼 저희쪽에 몸을 의탁한 신도분들을 한분씩 모셔오라고 이를까요?"

샤크라의 말에 아하루가 고개를 저었다.

"그럼?"

"어찌 백작가의 영양을 이리오라 가라 할 수 잇겠습니까. 


저희가 직접 모시러 가야겟지요"

"하..하지만 그건..."

샤크라가 난감해 하자 아하루가 짐짓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아참 이건 풍문으로 들은 이야기 인데 상디에의 스펜서 주교님은 


어쩌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될지 모르겟더군요. 


사제임에도 불구하고 그분 앞으로 된 재산이 엄청나더군요..."

아하루의 말에 샤크라가 어쩔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하지만 이 일은 저 혼자 결정할 수 없는 일입니다. 


추기경님과 총대주교님의 재가가 떨어져야만 하는 일입니다. 


그정도의 시간은 주시겟지요?"

샤크라의 말에 아하루가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 클레어님께서 다시 다른 곳으로 가신다거나 


혹은 알수없는 깊은 곳으로 몸을 피하시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샤크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신전에서 나가시는 분도 그리고 눈에 띄지 않게 깊은 곳도 없답니다. 


모든 것은 광명의 신 펠리온님의 눈 앞에 있지요"

"그 말씀 성심으로 받들겠습니다."

"그럼..."

샤크라가 고개만 끄덕이며 인사를 하고는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그런 샤크라의 뒷모습을 노려보던 아하루가 다시 시선을 돌려 눈 앞의 차를 바라보았다.

연분홍 빛의 차는 이미 차갑게 식어져 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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