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아하루전

<191> 31화 실마리 (7)

오늘의 쉼터 2014. 6. 14. 09:20




<191>  31화 실마리 (7)




"이제 누가 남았죠?"

아하루가 호르텝을 향해 물었다. 
호르텝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이제 문제의 그 타니안만 남았습니다. 데리고 올까요?"

호르텝의 물음에 아하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호르텝이 미켈과 함께 방문을 나섰다. 
"괴물이군. 저런 인물이 들어왓다는 게 화인지 복인지..."

아하루가 나직히 중얼거리고는 의자에 깊숙이 몸을 기대었다. 
그로써도 하루동안 그토록 많은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하는 것은 무척이나 힘들었던 모양인지 
피곤함이 얼굴가득 젖어잇었다. 
문득 아하루의 시선이 슐만에게로 향햇을 때 아하루의 눈가에는 이채가 띄었다.

"슐만,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자신의 이름이 아하루에게서 불러지자 슐만이 잠시 멈칫거렸다. 
그리고 뭔가를 고민하는 모습이엇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문제는..."

아하루와 다른 용병들의 얼굴에 잠시 의혹이 떠올랐으나 이내 사라지고 말았다. 
문을 열고 문제의 타니안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어서오십시오"

아하루가 자리에서 일어나 타니안을 맞았다.

"하하 대 허수아비 용병단 단장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타니안이 능글맞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아하루의 맞은 편 자리에 천천히 몸을 앉혔다.

타니안이 자리를 잡자 아하루도 바로 자리에 앉고는 손을 책상위에 올렸다. 
그리곤 손을 깍지낀채 잠시 타니안을 바라보았다.

잠시 잠깐의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아하루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그래 이곳에는 어찌된 일입니까?"

아하루의 말에 타니안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글세요? 전 이곳에서 오늘 평화협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왔는데요. 아닌가요?"

"단지 그것뿐인가요?"

"글세요? 그것말고 또 무슨일있을까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만..."

아하루가 살짝 말꼬리를 흘리자 타니안이 자세를 바로 잡았다. 

"실은..."

타니안이 주위에 있는 다른 용병들을 조금 거북스런 눈으로 바라보자 
아하루가 타니안의 뜻을 알고는 고개를 저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내 형제와도 같은 사람입니다. 
비밀이 새어나갈 염려는 없습니다."

아하루의 말에 타니안이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담담히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사실 이곳에 온 것은 아하루님의 의도에 대해서 묻고자 왔습니다."

"의도라니요?"

난데없는 질문에 아하루가 되물었다. 
하지만 타니안은 다 알면서 왜그러냐는 듯 살짝 짖궂은 미소를 입가에 걸었다.

"라나님을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라나라면...?"

"정말 모른척 하시깁니까?"

아하루의 얼굴에 잠시 뜨끔한 표정이 흘렀지만 이내 사라졌다. 
그리고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슐만을 바라보았다. 
슐만은 난처한 얼굴을 한체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아하루가 다시금 고개를 저었다.

"라나라면 현재 저희 용병단에 합류한 그 라나 칼튼을 말하는 겁니까?"

타니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바로 그 라나님을 말하는 거지요. 
그래 이제 어떻게 하실 작정입니까?"

"어쩔 작정이라니요?"

아하루가 도무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묻자 
타니안이 벌컥 화를 내었다.

"정말 너무하는 것 아닙니까? 
소문으로 듣기에는 대범하고 호탕하다고 들었는데 이제보니 전혀 아니군요. 
그래 설마 지아지스님도 모른다고 하지는 않을테지요?"

"지아지스? 처음 듣는 이름입니다."

아하루가 다시 고개를 젖자 타니안이 노기띤 얼굴로 아하루를 노려보았다. 
한참을 아하루의 얼굴을 노려보던 타니안이 아하루의 끝내 태연한 얼굴을 보고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흥, 그래요? 그럼 핏빛 도끼 사이먼이란 이름도 못들어 보셨겠군요?"

"피빛도끼 사이먼? 아니 그것은 레드 콘돌의 총단장님 이름이 아닙니까? 
그런데 지아지스란 분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겁니까?"

아하루의 말에 타니안이 기가막히다는 듯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정말 모르겠습니까?"

타니안이 재차 물었지만 돌아온 것은 아하루가 고개를 젖는 것 박에 없자 
타니안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뒤로 돌려 슐만을 바라보았다. 
타니안의 시선을 받은 슐만이 어깨를 으쓱 거렸다.

"후우~. 허허, 이럴수가..."

타니안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려대기 시작했다. 
그런 타니안을 이해할 수 없었던지 아하루가 타니안과 슐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아하루의 눈빛에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었던지 
슐만이 긴 한숨을 내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하루님"

사람들의 이목이 슐만에게 집중되었다.

"아하루님 라나님의 아버님이 바로 지아지스란 분이십니다. 
그리고 핏빛도끼 사이먼이란 가명을 쓰고 계시지요"

"뭐라고요? 설마 그렇다는 것은"

아하루가 경악스런 얼굴을 하고는 물었다. 
슐만이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라나님은 그분의 외동따님입니다."

슐만의 말이 끝나자 비단 아하루 뿐 아니라 방안에 모였던 다른 용병들마저도 
모두 기겁한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는 일제히 슐만과 아하루의 얼굴을 번갈아 보기 시작했다.

"아 잠깐 잠깐..."

아하루가 한 손을 머리에 대고는 고개를 숙였다. 
너무 놀라운 일을 당한 탓인지 떠들기 좋아하는 용병들도 일순 할말을 찾지 못햇는지 
주변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이봐 이봐 라나가 누군데 그래?"

하지만 그와중에도 예외는 있는 법 호르텝이 자신의 곁에 있는 미켈의 옆구리를 찌르며 물었다. 
미켈이 호르텝의 말에 정신을 차린 듯 주변을 잠시 둘러보다가 호르텝의 귓가로 입을 옮겼다.

"얼마전에 합류한 용병단 대장이예요."

"그럼 슐만은?"

"그 부대의 부단장이었죠. 
처음 볼 때 보통은 아니라고 생각하긴 했었는데..."

"호오 그래?"

호르텝이 눈을 살짝 빛내기 시작했다.

"예쁘던가?"

호르텝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미켈이 얼른 호르텝의 옆구리를 찌르며 눈짓을 했다. 
주위의 다른 용병들이 호르텝과 미첼에게로 시선을 모았기 때문이었다. 
호르텝이 겸연쩍은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입을 다물었다.

"라나의 신분이... 그런 줄은 몰랐군요? 음... 그래서요?"

아하루가 침묵을 뚫고 말을 꺼냈다. 
타니안은 정말 아하루가 모르고 잇었음을 알게되자 
더욱 어이가 없었던지 입을 잔뜩 벌리고 있다가 더욱 허탈감에 빠진 듯 
어깨를 축 늘여뜨리고 있었다.

"정말 모르고 있었습니까?"

아하루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슐만을 힐끔 바라보았다.

"혹시 내가 더 알아야 할것이 남앗습니까?"

슐만이 고개를 푹 숙인체 고개를 저었다. 
아하루가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군요. 
아마 여기서 더 알 것이 남았다가는 아마 먼저 심장이 남아나지 않겠군요. 
그건 그렇고 어쨌든 제가 모르던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감사는합니다만
 설마 고작 그런 이야기를 하러 오신건가요?"

타니안이 왠지 노기 띤 아하루의 눈길을 받자 찔끔거리고는 이내 헤헤거리고 웃었다.

"하하, 뭐 그렇다기 보다는.. 평화협정도 있고...."

"그렇다면 평화협정만 체결하면 되는 건가요?"

"아니 그전에 라나님은 계속 용병단에 잇을 건지도 궁굼하고..."

아하루가 눈에 더욱 힘을 주고 타니안을 바라보았다. 
타니안이 고개를 돌려 천장을 바라보았다.

"라나양이 스스로 나가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라나양은 우리 허수아비 용병단의 단원입니다."

"아...예..."

타니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아하루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아 저... 실은 지아지스님의 부탁을 받앗습니다..."

"무슨 부탁인지요?"

"라나님이 잘게시는지 궁굼하다는..."

"슐만"

아하루가 타니안의 말을 끊고는 냅다 슐만을 불렀다. 
슐만이 엉겁결에 부동 자세를 취하고는 대답했다.

"넵"

"자네가 대신 대답해 드리지?"

슐만의 이마에서 식은 땀이 한방울 흘렀다. 
그리고는 살벌한 아하루의 눈치를 피하기라도 하려는 듯 냉큼 타니안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 걱정하지 마시게.. 라나...님은 잘 계시네..."

"아, 응 그렇군... 자네는... 요즘 어떤가?"

"건강하네... 자네도 보다시피.."

"다행이로군..."

슐만과 타니안은 연신 아하루의 눈치를 살피면서 기가 죽은체 대화를 나누었다.

"자 그럼 됐나요? 또 남은게 있습니까?"

타니안이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급히 자신의 품안에서 서류를 한 장 꺼내 아하루의 앞쪽으로 내놓았다.

"이게 뭔가요?"

"사이먼님께서 보내오셧습니다.... 평화협정 문서입니다."

아하루가 말없이 서류를 받아들었다. 
서류를 읽고나서는 잔뜩 지푸린 얼굴로 다시 책상위에 내려 놓았다.

"이게 뭔가요?"

"네? 아... 그것은 사이먼님께서 허수아비 용병단을 자신의 레드 콘돌단과 동등한 용병단으로 
대우하겠으며 상호 적으로 만나는 것은 자제하자고 말하셨습니다."

"그것은 알겟습니다. 
당연히 평화조약을 체결하면 먼저 계약한 곳과 적대되는 곳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은 
그렇다고 칩시다. 
그런데 이것은 뭔가요? 
정보의 공유와 접수 사무소의 공동운영이라니 
아니 대 레드 콘돌에서 뭐가 부족해서 이제 갓 시작한 허수이비 용병단과 같은 사무소를 쓰고 
같은 곳에서 접수를 받겠다는 겁니까? 라나양 때문입니까?"

타니안이 펄쩍뛰며 고개를 저었다.

"설마요. 아닙니다. 아니죠.... 물론 그런 맘도 없지않아 있으리라고 생각되지만... 
어찌되었건 허수아비 용병단의 능력과 앞으로의 잠재력을 그만큼 높이 평가 하시고 
계시기 때문아니겟습니까?"

"후우~"

아하루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었다.
 타니안의 얼굴이 울상이 되어갔다.

"사이먼님이 조금 과격하기는 해도 따님을 생각하는 마음만은 그누구보다도 지극하십니다. 
그러니 어찌 걱정이 안되겟습니까? 
그저 딸을 생각하는 아비의 맘이라 여기시고 받아들여 주십시오."

아하루가 다시금 타니안을 바라보았다. 
아하루의 눈길이 쏟아지자 타니안이 다시금 움찔 거렸다.

"저희 용병단은 변변한 정보하나 얻지 못하는 그런 용병단으로 알고 계시는 겁니까? 
그런겁니까?"

타니안의 얼굴이 어머 뜨거라하는 얼굴이 되엇다. 
타니안이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요. 아닙니다. 
상계의 거물인 쳄벌린 상대를 뒤에 두고 잇는 허수아비 용병단이 어찌 정보에 어둡겟습니까? 
다만..."

"다만?"

"아무래도 상인들이 얻는 정보는 한계가 잇을 것이고 그리고 정보의 루트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게 아니겠습니까?"

"흐음..."

"그리고 반드시 허수아비 용병단만 좋자고 그러겟습니까? 
상계의 방대한 정보가 저희쪽에도 흘러 들어오게 되니 겸사겸사 좋은 일이지요"

"알겟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요."

"그리고..."

"뭡니까? 또 남은게 잇습니까?"

아하루가 지긋한 시선으로 타니안을 바라보자 타니안이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는 이내 얼굴에 헤헤거리는 웃음을 지었다.

"헤헤, 저기 사이먼님이 한번 뵙자고...."

"물론 라나양을 대동하겠지요?"

타니안이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더욱 바랄게 없겠지요"

아하루가 헤헤거리는 타니안을 잠시 쏘아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타니안이 내민 서류에 서명을 하고는 타니안에게 내주었다.

"알겟습니다. 조만간 그쪽에서 시간을 알려주시면 뵙도록 하지요. 슐만!"

"넷"

아하루의 부름에 슐만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앞에 나섰다.

"더 말씀하실게 남앗나요?"

아하루가 타니안을 바라보며 물었다. 
타니안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하루가 알겟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타니안에게 손을 내밀었다.

"반가왓습니다. 모르던 사실을 알게되어 무척이나 기~쁜 만남이엇습니다."

"아... 하하.. 저두..."

타니안이 아하루가 내민 손을 잡고 악수를 한 후 어정쩡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하루 역시 자리에서 일어난 후 슐만을 바라보았다. 
슐만은 마치 뱀이 개구리를 만난 모양으로 움츠러 들었다.

"두 분 서로 이전에 면식이 있던 것 같은데 슐만이 배웅해 주도록 하세요"

"알겟습니다."

슐만이 고개를 끄덕여 목례를 하고는 타니안과 같이 급히 방을 빠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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