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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31화 실마리 (4)

오늘의 쉼터 2014. 6. 14. 00:33




<188>  31화 실마리 (4)




"어떤가?"

홀 안 한쪽 구석에 앉은 기사중 제법 나이가 들어보이는 기사가 웅성거리며 
뭔가 열띤 토론을 해대는 용병들의 무리를 힐끔 쳐다보며 나직히 물었다.

이미 용병들은 그들을 맘에 담고 있지 않은 듯 제법 내밀한 이야기 마저 
언뜻 언뜻 내보이고 있었다.

"제법이군요?"

기사의 오른편에 앉았던 기사가 보일락 말락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쿡, 그렇지? 아마 우리대의 베닝헴과 짝지워 놓으면 볼만하겠어?"

중앙에 앉은 기사의 말에 양 옆의 젊은 기사의 얼굴들이 일제히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농담이라도 그런 말씀은 말아주십시오."

"우욱, 어찌 그런 심한 말씀을..."

"하하 이런 이런 어느 정도 긴장이 풀린 모양이군"

중앙에 앉은 기사가 자신의 턱을 쓰다듬고는 빙긋이 웃었다. 
하지만 이내 그의 웃음은 얼굴에서 사라지고 자신의 앞으로 다가오는 소년을 향해 눈을 빛냈다.

소년은 몸을 쭈뼛 쭈뼛 대며 물이 받혀진 쟁반을 들고는 그들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좀 전에 기사들을 자리로 인도 햇던 소년이었다. 
다른 용병들은 그 소년이 지나가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자신들의 논의가 먼저인지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소년이 기사들 앞에 쟁반 위에 놓인 물을 내려 놓으며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지금 만나시겠답니다. 다만"

"다만?"

왼편에 앉은 기사가 소년의 말을 받았다.

"다만, 그분께서 지금 이곳에 나타나시면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왼편의 기사가 계속 말을 하라는 듯 턱을 치켜들엇다. 
소년이 그들이 앉은 탁자위에 물을 다 내려놓고는 두 손을 앞에 모았다.

"지금 바로 홀을 나서시면 기다리시는 사람을 따라가시면 된답니다."

소년이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소년의 말에 기사들이 일어나려는데 가운데 앉은 기사가 손을 들어 둘을 말렸다.

"그래 네 이름이 무어지?"

기사의 말에 소년이 얼른 고개를 들엇다.

"캐빈. 캐빈이라고 합니다."

중앙의 기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자신의 품안에서 자그마한 동전을 하나 꺼내어선 소년에게 던졌다. 
노란색의 골드였다.

소년의 눈이 난생 처음 보는 1골드 동전으로 인해 더할 수 없이 커졌다. 
1골드를 들은 손이 떨리기 까지 했다. 
소년의 눈에 잠시 갈등이 일다가 조용히 중앙의 기사가 던져준 골드를 다시금 탁자 위에 놓았다.

"왜지?"

기사가 묻자 소년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숙였다.

"탐은 나지만 제가 지닐 수 있는 돈이 아닌 것 같아서요. 
아마 저걸 그대로 가지면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것 같아서요. 
또 제가 가지고 잇어봤자 쓸데도 없구요"

소년의 말에 중앙의 기사가 빙긋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캐빈 그럼 네 소원은?"

캐빈의 고개가 기사의 말에 벌떡 다시금 치켜올려졌다. 
양 옆에 앉은 다른 기사들의 눈에 잠시 이채가 어렸다가 사라졌다.

캐빈의 얼굴이 잠시 고민하는 얼굴이 되더니 이윽고 캐빈이 입을 열었다.

"저도 기사가 될 수 있을 까요?"

캐빈의 말에 중앙의 기사의 얼굴에 미소가 흘럿다. 
양 옆의 다른 두명의 기사가 뭔가를 말하려 햇지만 
중앙의 기사의 대화에 끼어들 수는 없엇던지 잠자코 잇었다.

"왜지?"

중앙의 기사가 다시한번 캐빈을 향해 물었다. 
캐빈은 이번엔 조금의 고민도 없이 바로 입을 열었다.

"더이상 당하지 않을 수 잇으니깐요. 
그리고 최소한 굶지 않겟죠? 
그리고 가족 중에 누가 아프면 치료도 받을 수 잇겠죠?"

"그런 경험이 있느냐?"

중앙의 기사가 다시금 물엇다. 
캐빈의 고개가 다시금 숙여졌다. 
어느새 캐빈의 손은 주먹쥐어져 잇었다.

"제 누이 동생이 병을 앓은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돈도 없고 내세울게 없어서 그만 죽고 말았죠."

"네 아버지는?"

캐빈의 얼굴에 다시금 망설이는 표정이 어렸다. 
하지만 이내 결심한 듯 캐빈의 입이 다시 열렸다.

"오래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죽은 제 여동생이 태어나던 해였다고 들었습니다."

중앙의 기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내일 '검은 독수리의 발톱'에서 질리안을 찾아라. 
그러면 네가 원하던 것이 이루어 질 것이다."

중앙의 기사의 말에 좌 우에 잇던 두 기사가 경악한 얼굴을 했다. 
하지만 눈 앞의 캐빈의 열광적인 모습을 보고는 살며시 고개를 돌렸다.

캐빈은 중앙의 기사를 향해 여러번 고개를 숙여대며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그런 캐빈의 인사를 받으며 중앙의 기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 뒤로 좌 우에 잇던 두 기사가 불만 어린 표정으로 그 기사의 뒤를 따랐다.

"어째서 입니까?"

결국 참지 못한 듯 홀 문을 나서는 입구에서 기사가 물었다. 
중앙에 앉앗던 기사가 그 기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지긋이 바라보앗다. 
질문을 던진 기사가 중앙에 앉앗던 기사의 눈빛을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중앙에 앉앗던 기사가 씁쓸한 웃음을 짓고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 소년이 차고 있던 목걸이"

"목걸이?"

다른 기사가 얼른 고개를 돌려 아직까지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캐빈을 바라보앗다. 
확실히 캐빈의 목에는 싸구려 동으로 만든 듯한 목걸이가 걸려있었다. 
투박하면서도 모양이라고는 볼품없는 조악한 물건이었다. 
그저 봐줄 만하것은 중앙에 그려져 있는 칼을 든채 눈에서 빛을 뿜는 해골이라고나 할까?

"으음.. 저건..."

캐빈을 바라봤던 기사의 눈에 아픔이 어리면서 짧은 신음이 흘러 나왔다. 
중앙에 앉앗던 기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제국을 위해 희생했던 하지만 제국에 의해 버려졌던 자들의 후손이다. 
젊은 날의 내 아픔이기도 하지"

중앙의 기사의 눈에 짧은 회한이 어렸다. 
두 기사는 고개를 묵묵히 끄덕이기만 할 뿐 다른 여타의 말도 하지 않앗다. 
더불어 그들의 얼굴에 어렸던 불만도 같이 사라졌다.

"어서오십시오. 이쪽으로 오시죠"

기사들이 밖으로 나가자 그들을 기다렸다는 듯이 한 사내가 나타났다. 
좀전에 홀에서 일장 연설을 해댔던 호르텝과 미켈이었다.

"으음?"

곁에 잇던 기사 하나가 호르텝을 잠시 흥미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하하, 제 얼굴에 뭐가 묻었나요? 
이런 이런 그러지 않아도 오늘은 왠지 모를 예감에 평소보다 더 많이 읍駭쨉??quot;

호르텝이 그렇게 농을 하듯 말하자 기사가 얼른 고개를 돌렸다.

"쩝"

호르텝이 소리나게 입맛을 다시고는 정중한 자세로 허리를 굽혀 
한 손을 건물의 숙소로 향하는 곳으로 뻗엇다.

"저희 총대장님께서 기다리십니다. 어서 가시죠"

호르텝이 그렇게 말하고는 허리를 펴고는 그들의 앞을 안도하기 시작했다.

호르텝이 기사들을 인도한 곳은 건물의 숙소로 이용되는 곳의 3층이었다. 
그리고 3층에서도 제일 구석진 방안이었다.

호르텝이 그들을 인도하는 와중 건물 복도는 호르텝과 기사들을 둘러싸듯 
용병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방안은 아직은 낮임에도 불구하고 북쪽으로 치우쳐서인지 약간 어두웠다. 
그다지 넓지도 좁지도 않은 방안에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잇었다. 
기사들은 방안으로 들어서자 
처음에 어둠에 적응하기 위해서인 듯 눈을 몇 번 깜빡였다.

"먼저 반갑습니다. 아하루입니다. 무슨 일이신지요?"

기사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사람을 잠시 살펴보았다. 
그리고 기사의 눈에 언뜻 의아함이 담겼다. 
자신의 눈 앞의 사내는 그다지 명성이 드높아가는 용병단의 총대장에 
그리 썩 어울리지 않는 듯한 풍모를 지녔기 때문이었다.

비록 얼굴이나 몸이 그동안의 풍상을 말해주듯 어느정도 단련된 듯 탄탄해 보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 많은 전장과 전장을 누볐던 기사의 눈에는 어딘가 부족함이 많은 듯 
보였기 때문이엇다.

더욱이 아하루의 조금은 뚱뚱하다 싶은 몸매는 자연 기사의 눈에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오히려 아하루의 주변에 잇는 다른 사람들이 총대장의 지위에 더 적합할 듯 싶었다.

"험험"

기사가 자신의 길태를 깨닳은 듯 헛기침을 하고는 얼굴을 무표정으로 바꾸었다.

"먼저 주위 사람들을 물리쳐 주시겠소?"

기사의 말에 아하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아하루의 주변에 잇던 사람들이 거개가 빠져 나갔다. 
기사의 얼굴이 다시금 찡그려졌다. 
아직도 아하루의 뒤편에 사람이 남아 잇엇던 까닭이었다.

로브로 자신의 몸을 감쌓데 그치지 않고 얼굴마져 로브안에 감춰져 보이지 않는 모습에 
기사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무시하기로 했는지 별반 다른 말을 하지 않고 
입을 열기 시작했다.

"난 제국 제10 친위대 3대대장 텔포드라고 하오"

기사가 자신의 이름을 박히자 아하루의 얼굴에서 놀라움이 스쳤다. 

"그렇다면 5황자 전하의?"

"지금은 4황자시요"

기사가 아하루의 말의 정정했다. 
그리곤 다시금 입을 열었다.

"제국 4황자 전하이신 쿨덴 전하의 명을 받잡고 이 자리에 서게 되었소."

"흐음"

아하루가 짧은 신음을 흘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기사를 향해 한쪽 테이블을 향해 가르켰다.

"일단은 자리에 앉으시지요"

기사가 아하루가 가르킨 곳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는 자리에 앉자. 
아하루가 기사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앗다.

"무슨 일이신지요? 
제국의 황자께서 저같이 미천한 자에게 볼일이 있으신 겁니까?"

기사와 아하루가 자리를 잡자 검은 로브를 입은 사람이 어느새 준비햇는지 
그들 앞으로 차를 내놓고는 다시금 아하루의 뒤쪽으로 물러났다.

"고마워 르네"

아하루가 자신의 앞에 놓인 차를 들어 한모금 마시고는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반면 텔포드는 자신의 눈 앞에 놓인 차를 잠시 바라보더니 
이내 무시하고는 아하루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왜 전하께서 자네를 만나라고 말씀하셨는지는 나도 잘모르네. 
하지만 안심하게 자네들의 걱정처럼 자네들을 수하로 들이는 것은 아니니 말이야."

아하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반가운 말씀이시군요. 
솔직히 2황자 전하 아니 황태자 전하께 누가 될까 두려웠습니다."

아하루의 말에 텔포드가 쓴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일단 전하께서 말씀하신 것은 자네들에게 일을 의뢰하겠다는 것이네"

"일이요?"

아하루의 눈이 잠시 빛낫다. 
텔포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일일세"

"그렇다면 잘못 오신게 아닌가요? 
일의 접수는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받고 잇는데요?"

아하루의 말에 기사가 고개를 저었다.

"내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전하께서는 특별히 자네를 지목하셨네"

텔포드가 말을 끊고는 잠시 아하루를 바라보다가 자신의 품 안에서 조심스럽게 뭔가를 꺼내 들엇다. 
그것은 자그마한 상자로 둘레는 온통 봉인지로 둘러 쌓여져 있었다.

"이것을 내달 말일까지 '이스타나'로 갖고 오면 되네"

아하루의 고개가 번뜩 치켜 올려졌다. 

"'이스타나'?"

텔포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네. 그곳이 나도 어디인지는 몰라. 
하지만 전하께서는 자네라면 그곳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이시더군"

텔포드의 말에 아하루가 잠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곤 여전히 생각나지 않는다는 얼굴로 텔포드에게 물었다.

"'이스타나'라.. 어찌되었건 그곳에 이 물건을 가져다 주면 되는 겁니까?"

"아닐세. 그곳에서 직접 사람을 만나 전해 줘야 한다고 들었네."

"누구를?"

아하루의 질문에 텔포드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나도 모르네. 그저 그때 자네가 가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하셨네"

아하루가 손을 들어 턱을 짚엇다. 
문득 무슨 생각이 스친걸까? 
아하루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좋습니다. 이 안건을 받아 들이도록 하겟습니다."

아하루의 말에 텔포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아하루 앞에 자그마한 주머니를 내려 놓았다. 
주머니는 제법 불룩했고 잘그락 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이건 계약금일세. 일이 끝나면 이보다 더 귀한 것을 주시겠다고 말씀드렸네"

아하루가 끄덕이며 텔포드가 내민 주머니를 받아들었다. 
그리곤 그 안의 내용을 확인도 하지 않고 뒤쪽에 있는 르네에게 건넸다. 
텔포드의 눈이 다시금 이채를 띄다가 사라졌다.

"그럼 계약은 성립된 걸로 믿겟네"

텔포드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아하루가 텔포드와 같이 일어나며 고개를 숙였다.

"계약은 성립되엇습니다. 이제 그 계약은 성사될 것입니다."

"알겠네"

텔포드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을 나섰다. 
문 밖에서는 안의 내용이 궁굼했던지 꽤 많은 용병들이 진을 치고 잇다가 
텔포드에게 어색한 인사를 건넨 후 주르륵 안으로 밀려 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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